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21)
221
저기요. 어머니.
마신과는 대화 한번 해본 게 다지만요. 왠지 그 말 진심이었을 거 같은데요.
‘그 녀석, 진짜 엄마 아들이 되고 싶었나?’
아이라면 그런 말을 할 수 있긴 했다. 그런데 마신이 과연 그런 순수함을 가지고 있을까?
나는 눈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엄마 옆에 찰싹 붙었다.
“공자야?”
“엄마. 너무 유치한 말이긴 한데요.”
“응?”
나는 엄마 품에 파고들면서 작게 속삭였다.
“싫어요.”
“어, 어머나?”
“왜 싫은지 모르겠는데요. 진짜 싫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엄마 아들은 마루 형이랑 나만 하면 안 될까요? 물론 가족이란 게 늘 수도 있긴 하지만요.
엄마는 내 머리를 넘겨주며 웃었다.
“우리 공자 항상 의젓했는데, 오늘따라 되게 귀엽네.”
“그렇지만… 진짜 싫어요.”
엄마는 진정하라는 듯 내 어깨를 토닥였다.
“신이가 가여웠지만, 나도 그건 싫었어. 그냥 끌리지 않았어.”
나는 고개를 들었다. 엄마는 내 뺨을 살살 쓸었다.
“신이 때문이라기보다는, 성진 그룹 탓이지만. 나는 그쪽이랑 얽히기 싫거든. 뭐, 그래도 아예 안 얽힐 수는 없지만…….”
하긴 엄마는 아직도 성진 그룹 홍보 모델로 나오고 있었다.
“사모님이 나를 저택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이거였겠지.”
그러고 보면 예전부터 궁금했다.
“엄마, 왜 우리 이사 못 가요?”
“공자, 저택 나가고 싶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었다.
“어디든 엄마랑 함께라면 괜찮아요. 계속 사는 것도 좋아요. 하지만 엄마는 이사하고 싶었을 거 같아요.”
“이혼할 때 많은 일이 있었거든. 그쪽 법조인을 사용하는 대신, 저택에 붙어살라고 하더라.”
무난하게 합의했다고 들었는데, 속 사정이 있었나 보네.
“물론 사모님은 저택에 들어올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하더라. 나도 그쪽으로는 발걸음도 하기 싫었어. 그래서 사택을 개조했고, 그다음은 우리 공자도 잘 알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증축하신 건가.
‘그래서 3, 4층이 우리 집이구나.’
엄마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진짜 이사하고 싶다. 우리 공자가 저택에 있는 거, 교육상 안 좋아.”
음, 그건 맞는 거 같습니다. 보통 아이라면 악영향 잔뜩 받았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인생 2회차죠.’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공자는 우리 집 좋아요. 그리고 그 집도 좋아요. 적이도 만났으니까요.”
“하긴, 우리 공자 거기서 친구 사귀었지.”
“엄마. 저는 사실 할머니도 그렇게 싫지 않아요.”
엄마는 눈을 깜박였다.
“음, 저를 손자로 받아주지 않으시긴 하죠. 그런데 그냥 그걸 제외하면 그럭저럭 친절하세요.”
물론 까다롭긴 하지만요.
‘뭐, 그래도 나름대로 친해져서 그런가.’
그 말투와 행동에 적응하긴 했다.
“사모님이?”
“네. 그런데 요즘 좀 이상하긴 했어요.”
“어머, 뭐가?”
“신이 형이랑 만나도 된대요.”
엄마는 눈을 가늘게 떴다.
“어머. 왜지? 나쁜 영향 온다고 배제하고도 남을 텐데?”
“저도 그 이유를 몰랐는데요. 오늘 엄마 말씀 듣다가 깨달았어요.”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엄마 때문인 거 같아요.”
엄마는 단숨에 내 말에 속뜻을 알아들은 거 같았다.
“집주인 대단하네. 우리 공자 통해서 내가 신이를 돕게 하려는 건가 보네?”
“네.”
“우리 공자가 착한 걸 이용하려고 하다니. 역시 집주인이야. 없던 정이 증발하는구나.”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러게요. 사모님 매정하시기도 하네요.
‘사람은 죄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보신다니까.’
마신이랑 친해져서 내가 엄마를 설득시키기를 바라시는 거겠지.
‘할머니, 솔직히 양심 어디 계십니까.’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할머니 계획은 일단 이루어지기 힘들었다.
‘일단, 내가 친해지는 거랑 엄마가 마신을 돕는 거랑은 별개라고.’
도대체 왜 우리 엄마가 그놈을 도와야 하는데? 뭐 태어날 때부터 그래야 한다고 정해놨습니까?
나는 한숨을 폭 내쉬며 말했다.
“엄마. 저 때문에 신이 형 돕지 말아요.”
“어머나?”
“신이 형이 안타깝고 가여워서 도울 수는 있어요. 하지만 저 때문에 돕지는 마세요.”
나는 엄마가 힘든 걸 바라지 않았다.
‘날 키워서 행복하셔야지, 나 때문에 힘들면 안 되지.’
그건 효도랑은 거리가 매우 멀잖아요. 솔직히 끔찍합니다.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나는 뭐라 말하려다 그냥 입을 다물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거 같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할머니가 조금 야속했다.
‘뭐, 사람은 다 알게 모르게 목적이 있긴 하지만, 이번 건은 너무하시네.’
엄마는 한참 생각하다,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방긋 웃으며 엄마 입에 딸기를 넣어줬다.
엄마는 웃으면서 내 딸기를 드셨다.
“아, 복잡하다. 이렇게 화창한 날에 사모님 생각이라니! 오늘을 통째로 손해 본 거 같다, 공자야.”
그러게요.
“내 예쁜 아들이랑 한강 나오는 것도 힘든데. 하여간 그 집은 도움이 되는 게 하나도 없다니까.”
매우 동의합니다.
엄마는 김밥을 꼭꼭 씹으셨다. 그리고 나를 꽉 안으며 말했다.
“공자야. 밥 먹고 산책하자.”
“네!”
“아, 마리도 같이 왔으면 좋은데.”
“누나 합숙 갔죠?”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숙소에 있어서 집에 오는 것도 힘들어.”
“아이돌이 그렇게 힘든가 봐요.”
“데뷔면 데뷔지, 서바이벌은 또 뭐야. 아예 소속사를 세워 버릴까.”
와.
‘우리 엄마 배포가 커.’
하긴 엄마라면 가능하지. 사실 탑 라인도 거의 엄마가 세운 거 같긴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누나는 거절했죠?”
“응. 지금 멤버들과 데뷔하고 싶대. 잘 모르지만, 많이 친해졌나 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도 사람 가리는 편인데…….’
그런데도 저런 말을 할 정도면, 진짜 친한 친구인 거 같았다.
“아, 내 딸 보고 싶다.”
“저도요!”
“확 찾아가 버릴까 보다.”
아아, 그건!
나랑 엄마는 동시에 고개를 푹 숙였다. 누나는 소속사 사람들에게 우리 존재를 비밀로 하고 있었다.
‘그래도 사장이나 높은 사람은 아는 거 같지만…….’
누나는 엄마와 내 유명세에 기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진짜 누나다워.’
하지만 말입니다. 누나.
“보고 싶어.”
“보고 싶다고.”
왜 이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는 걸까. 순간 서글퍼서 나랑 엄마는 덥석 안았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우리 모자를 가만히 보고 있던 덕수 씨가 우리의 사진을 찍었다.
찰칵-
“선생님?”
“덕수 씨?”
덕수 씨는 선글라스를 고쳐 쓰며 말했다.
“아까 마리 학생의 톡이 왔습니다. 어머님과 공자가 보고 싶으니, 사진 한 장 달라고요.”
순간 뜨거운 게 울컥 올라왔다.
“다 똑같은 심정인 거 같습니다.”
나와 엄마는 더 얼싸안았다.
“딸, 보고 싶다.”
“누나, 보고 싶어요.”
“왜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있는데, 보질 못하니!”
“너무 잔인해요. 누나!”
누나의 얼굴이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엄마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공자야. 이 험한 세상에서 우리 강하게 살자!”
“네! 누나도 그걸 바라겠죠?”
“마리도 우리가 씩씩하게 사는 걸 원할 거야! 마리야! 엄마는 강하다!”
“누나, 나도 강해!”
엄마와 나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그렇게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나는 덕수 씨가 스마트폰 카메라를 내리지 않는 걸 알았다.
“선생님?”
“마리 학생이 동영상도 원했습니다.”
말릴 틈도 없었다. 덕수 씨는 방금 찍은 엄마와 나의 동영상을 누나에게 보냈다.
“서, 선생님?”
덕수 씨는 도시락을 정리하며 말했다.
“마리 학생이 좋아할 겁니다.”
그, 그런가?
나와 엄마는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깜박였다. 그러다가 동시에 웃어버렸다.
“아하하하하!”
“꺄하하하!”
죄송합니다, 누나. 주책 부려서요.
‘그래도 누나가 그걸 싫어할 거란 생각은 안 듭니다.’
엄마는 나를 안으며 등을 토닥였다. 나는 엄마의 체취를 들이마셨다.
‘행복하다.’
날씨 좋은 날, 한강 고수부지, 그리고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
‘이런 날만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사는 건 쉽지 않지만 말이다.
나는 웃으면서 엄마 뺨에 뽀뽀했다. 엄마는 활짝 웃으며 내 손을 잡으셨다.
* * *
‘역시 세상은 쉽지 않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참 미미하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가 곽동운을 얕봤을지도.’
그간 조금 당하니, 이놈이 계획을 새로 짠 모양이었다.
‘하긴 NG 내는 건, 자기도 손해가 있긴 하지.’
꼴에 촬영진들에게 연기 못하는 배우라고 찍히긴 싫은 모양이었다. 나는 덕수 씨를 바라보았다. 인상은 험악하지만, 마음은 비단결 같은 덕수 씨의 미간이 왈칵 구겨져 있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조직폭력배가 사람을 어디에다가 묻어버리면 좋겠냐고 묻는 거 같았지만, 이분은 덕수 씨였다.
“그러게요.”
“참 유치하군요.”
“맞아요.”
곽동운의 바뀐 계획은 간단했다.
‘내 물건을 빌려 가.’
물론 그 물건들은 소소했다. 생수라든가 물휴지, 무릎담요, 이런 거였다.
‘문제는 그걸 안 돌려주네.’
달라고 하면, 잊어버렸다고 했다.
-공자야, 미안해! 내가 깜박 잊어버렸어! 그런데 공자야. 괜찮지? 너는 돈 많잖아. 이런 거 다 아무것도 아니잖아!
물론 나에게는 한강 변 아파트를 가볍게 사버릴 수 있는 엄마가 있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것을 가져가서 버리는 건 전혀 다른 의미다.
“물건 단속을 잘해야겠군요.”
“네. 저러다가 물건도 훔쳐 가겠어요.”
“블랙박스에 기웃거리고 있는 거 다 찍혔습니다.”
“참 할 일도 없는 사람이네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딱히 중요한 물건은 아니긴 합니다.”
“아니요. 중요한 물건이에요.”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선생님이 저를 위해서 준비하신 거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참 치사하네요. 잡다한 거 가져가서 버리는 거 같긴 한데요…….”
나는 의상을 툭툭 털면서 말했다.
“귀이개, 보풀 제거기, 핸드크림, 이런 걸 가져가니까요.”
그, 너무 소소하지 않나? 나라고 엄청나게 좋은 걸 쓰진 않을 거 아니야.
“그래서 가져간 거 같습니다. 우리가 돌려달라고 하면, 별거 아닌 거로 뭐라고 한다며 욕할 셈이겠죠.”
정말 할 말이 없었다. 나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이루 말할 수 없이 유치해.’
유치원 애들도 이런 건 안 할 거다, 곽동운아.
‘그런데 그건 맞긴 해.’
너무 자잘해서 돌려달라고 하기도 어렵긴 했다.
“그래도 그 핸드크림은 가격이 좀 나갈 텐데 말입니다.”
엥?
“얼마인데요?”
“오십만 원 정도 합니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저기요, 덕수 씨. 핸드크림에 금이라도 넣었나요! 아니 왜 이렇게 비싼 걸 쓰는 건데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