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25)
225
음, 저거 맞긴 한데 말이야…….
‘저렇게 말하니까, 과보호하는 학부모가 찾아와서 난리 치는 느낌이 든다.’
기분 탓일 거야. 음, 그럴 거야.
내가 대답하기 전에 덕수 씨가 손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낮고 굵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분입니다.”
“음, 그렇군요. 분은 뭐가 분이에요. 저 빌어먹을 새끼가 우리 공짜 물건을 뽀리까, 아니 훔쳐 간다는 거죠?”
요즘도 저 단어를 쓰는 사람이 있나?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이 든 티가 나네.
“그렇습니다. 빌려 가고 안 돌려줬습니다.”
“하아.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일을. 우리 공자 물건 저렴한 거, 하나도 없을 텐데.”
아하하하.
‘예전 같으면 아니라고 하겠지만, 50만 원짜리 핸드크림 들으니까 말이 안 나온다.’
나는 한우진에게 슬쩍 물었다.
“제가 비싼 거 쓰는 거 딱 봐도 알아요?”
“그렇지? 그런데 공자야. 대한민국에서 네 이름 모르는 사람 없어. 당연한 거야. 탑 라인에 줄 서 있어. 마공자 좀 CF 나오게 해달라고.”
그, 그런가.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하긴 서 사장이 나만 보면 말했지. CF 쳐내느라 힘들다고.’
“설사 저렴한 것을 쓰더라도, 네가 쓰면 비싸게 보일걸? 가격 치솟는 건 시간 문제야.”
음, 저건 좀 오버였다.
“가만둘 수 없네. 감히 내 딸 같은 아들을 건들다니. 정의의 이름으로 조져, 아니 혼내줘야지.”
나는 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으하하하. 그래, 그래. 이런 일에는 내가 적임자이긴 하지.”
음, 확실히 바람잡이 잘할 거 같긴 해.
“왜냐하면, 한우진 하면 카리스마, 카리스마 하면 한우진이니까!”
아니라고 하면 상처받겠지?
나는 방긋 웃었다.
“맞아요!”
“후후. 걱정하지 마라, 공자야. 내가 완벽하게 해줄게. 그나저나 공자, 사극은 오랜만인데…….”
한우진은 내 아래위를 훑어봤다.
“넌 역시 내 딸 같은 아들이야.”
“언제는 동생이라면서요.”
“뭐든 이어지면 좋잖아. 그런데 그건 진짜 네가 내 동생은 아닌 거 같더라.”
아니 그때도 말했지만, 왜 사랑하는 부부에게 분란의 씨앗을 던집니까.
‘그것도 아들이 말이야.’
이래서 자식이 원수라는 건가?
나는 숨을 길게 내쉬며 결심했다.
‘나는 이러지 말아야지.’
물론 이렇게 할 수도 없지만.
한우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선우영재 PD를 보며 씩 웃었다.
“공자야. 나는 오늘 너도 볼 겸, 촬영장도 볼 겸 놀러 온 거다. 나머지는 대충 즉흥적으로 맞춰가자.”
“네.”
“연기 놀이하는 거야. 이런 거 좋아하지?”
좋아하다마다. 나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자라면 당연히 좋아할 줄 알았어. 그리고 말이야. 내가 이 일을 해주는 대가, 알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덕수 씨가 말했다.
“이미 준비해 놨습니다.”
“캬. 감사합니다. 나 오늘을 위해서 어제저녁 샐러드만 먹고 왔어. 오늘 아침도 닭가슴살 한 덩이…….”
한우진은 나를 보더니 덥석 안았다.
“엉엉. 젊었을 때는 살찌는 거 몰랐는데!”
저런.
나는 한우진의 등을 토닥였다.
“요즘 관리해요?”
“며칠 나태하게 살면 턱선이 투실투실해져. 공자야. 미남은 90%는 타고난 거지만, 10%는 노력이라는 걸 잊지 말렴.”
음, 10%는 너무 퍼센트가 적은 거 아닌가?
“그런데 그 10%를 관두잖아? 미남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단다.”
시, 심각하다.
“나는 이대로 물러나지 않아. 훗. 그것이야말로 한우진이니까.”
아이고.
‘진짜 원래 이런 사람 아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지?
나는 짠한 눈으로 한우진을 바라보았다. 대한민국 대표 미남 배우에서 대한민국 미남 중년 배우가 된 한우진은 울먹이면서, 나를 다시 한번 껴안았다.
‘식이조절이 힘들긴 한가 보다.’
어쩔 수 없었다. 나는 한우진의 등을 다시 토닥였다. 한우진은 그렇게 한참 우는소리를 했다.
* * *
“안녕하세요. PD님.”
“어, 한우진 씨? 촬영장에 어쩐 일이세요?”
“겸사겸사 왔죠. 제가 이 작품 기대하는 거 아시잖아요.”
한우진은 의상을 입은 나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제 딸 같은 아들인 공자도 볼 겸 촬영장도 볼 겸, 우리 PD님도 볼 겸이요.”
“아하하하. 한우진 씨, 공자랑 각별했죠.”
“우리 사이는 각별한 정도가 아니죠.”
그냥 각별한 거로 끝나면 안 될까요.
내가 떨떠름하게 바라보니 한우진은 방긋 웃었다.
“가끔 공자에게 말하거든요. 집에서 쫓겨나면 우리 집 오라고요.”
“그렇군요.”
“그런데 우리 공자는 천사같이 착해서, 집에서 도통 내쫓기지 않아요. 사고를 안 치나 봐요.”
저기요. 보통은 사고 쳐도 내쫓기지 않습니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닌가.
“하긴, 누구든 공자 칭찬밖에 안 하긴 하죠.”
“맞아요. 우리 공자는 수도승 같은 삶을 사는 거 같아요. 착하고, 연기밖에 모르고. 그래서 생각합니다.”
한우진은 나를 선우영재 PD에게 내보이며 말했다.
“이런 애를 괴롭히는 건, 진짜 나쁜 놈이라고.”
약간 묘한 결론이었다. 하지만 선우영재 PD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 거 같습니다.”
“그렇죠? 저는 솔직히 인간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애를 괴롭힐 수 있어요.”
“맞습니다. 솔직히 큰일이죠. 공자가 괴로워서 연기 못 하고, 촬영 안 하면…….”
선우영재 PD 손이 바르르 떨렸다.
“촬영 밀리는 건 그렇다 쳐도, 공자가 중간에 하차라도 한다면 그건, 정말… 정말 큰일입니다.”
하차 안 해요. 내가 왜 하차를 해요.
“그렇죠. 그러니까 우리는 그걸 잊으면 안 돼요. 우리 공자는 지켜줘야 하는 존재라는 걸요.”
그닥 안 지켜줘도 되는데. 아니 애초에 촬영장에는 불만 없습니다.
한우진은 내 볼에 뽀뽀했다.
“자, 공자야. 아빠랑 촬영장 구경하자.”
아니라고 하면 안 되겠지?
“네. 가요.”
“그래. 그래. 그럼 가보겠습니다!”
“놀다 가십시오.”
한우진은 선우영재 PD에게 상큼하게 인사하며 돌아섰다. 나는 한우진 품에 안긴 채,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선우영재 PD는 한참을 나를 바라보았다.
한우진이 작게 속삭였다.
“선우영재 PD는 눈치가 빨라.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았을 거야.”
음, 정신없었는데 그거 다 뜻이 있는 거였습니까?
한우진은 방긋 웃었다.
“자, 밑밥을 깔았으니까 슬슬 가볼까? 공자야. 잊지 말렴. 우리는 친해.”
몇 년 계속 들으니까 이제 세뇌된 거 같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우리 친해요.”
“그래. 친하면 뭐든 주고받을 수 있는 거지. 자, 공자야. 가자!”
한우진은 나를 안고 촐싹거리며 달려갔다. 나는 중심을 잡기 위해 한우진 어깨를 잡았다.
‘음, 나 무거울 텐데…….’
배우라서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런가. 아무렇지도 않게 달려가네.
‘가늘어도 힘이 꽤 있네.’
나는 한우진을 슬쩍 봤다. 좀 나이가 들긴 했지만, 여전히 수려한 외모이긴 했다.
‘계속 관리할 테니, 오래 연기하겠네.’
나는 조금 웃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도 한우진 연기를 좋아했다. 이 사람이 영화계에서 오래 버텼으면 했다.
‘같이 성인 연기 했으면 좋겠다.’
잘 맞을 거 같다.
한우진은 나를 안고 출연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 가니, 친한 배우들이 반갑게 인사했다.
“공자 왔구나. 어머, 한우진 선배님. 오랜만이에요.”
“아, 선배라고 부르지 말아요. 늙어 보여.”
“슬슬 선생님 소리 들어도 되는 거 아닙니까.”
“선배도 서글픈데, 선생은 너무하잖아요. 나 원로 배우 아니야!”
배우들은 왁자지껄하게 웃었다. 한우진의 너스레에 촬영장 분위기가 부드럽게 풀어졌다.
저 멀리에서 곽동운이 보고 있었다. 눈치 빠른 놈답게 다가오진 않았다.
한우진은 슬쩍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더니 일단 나를 바닥에 내려놨다.
‘어라?’
한우진은 나를 향해 한쪽 눈을 감았다가 떴다.
지, 징그러워.
‘갑자기 왜 이러세요.’
그때였다. 한우진은 갑자기 한쪽 발을 내밀었다.
“이거 보세요.”
“어, 운동화네요?”
아, 한우진이 아까 갈아 신은 운동화지.
‘계속 탭댄스 추고 싶을 텐데, 왜 운동화를 신나 했는데…….’
한우진은 웃으면서 크게 말했다.
“이거 니케 한정판입니다.”
“어머! 비싸 보여요. 선배님, 운동화 모으세요?”
“아니요. 그런데 이건 좀 자랑하려고요. 이거, 우리 공자가 선물로 줬어요!”
내, 내가 그런 걸 줬던가?
‘안 줬던 거 같은데?’
그냥 작년 생일날, 명품 지갑 주지 않았어요? 뜬금없이 웬 운동화?
조연 배우 한 명이 감탄하며 말했다.
“이거 되게 비싼 거잖아요. 프리미엄 꽤 붙었죠?”
“그럴걸요. 그런데 공자 선물이잖아요. 팔 거 아닙니다. 제가 신어야죠.”
“와, 공자야. 이거 어떻게 구했어? 해외 스타들도 힘들다던데?”
그, 글쎄요. 제가 구하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우리 공자잖아요. 본사에서 직접 줬다고 했어요. 그런데 이거, 우리 공자가 오! 늘! 사이즈까지 바꿔준 거예요.”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하지만 아니라고 하면 안 되겠지?’
나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네!”
“와, 진짜? 몇 개 더 있는 거야? 공자야. 그거 보관해 두고 프리미엄 많이 붙었을 때 팔아.”
“에이, 공자가 돈 부족한 애야?”
“그래도요. 이거 진짜 구하기 힘든 거예요. 저도 실물 처음 봤다니까요.”
운동화에 관심 많은 배우인가 보네.
조연 배우는 한우진의 운동화에서 시선을 못 뗐다.
“사실 저도 이거 비싼 거라고 들어서, 사이즈까지 바꿔줄지 몰랐거든요. 그런데 오늘! 우리 공자가 해주더라고요!”
음,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공자야. 그러면 사이즈 다른 거 지금 밴에 있는 거야? 나 구경하고 싶어!”
한우진은 다시 윙크했다.
‘이거 오케이 하라는 거겠지.’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네! 그런데 이따요.”
“와, 진짜지? 진짜 구경시켜 줘야 해?”
조연 배우는 신신당부를 했다. 한우진은 잠시 스마트폰을 보더니 말했다.
“이뿐만 아니에요.”
뭐, 뭐 또 있어?
한우진은 주머니에 든 지갑을 꺼냈다.
“와, 이것도 XX 브랜드 한정판이잖아요.”
“이건 우리 기념일 때 줬어요.”
저기요. 우리가 기념일이 어디 있어요! 그건 생일 선물이었잖아!
“공자는 가진 게 죄다 한정판이네요.”
“워낙 유명하잖아요. 광고주들이 제일 사랑하는 모델이잖아요.”
“그거 1위잖아요. 그 순위에서 움직이질 않아서 되게 신기했어요.”
“그래서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죠. 아, 이것도 있다.”
아니, 또 뭐요?
한우진은 맨투맨 티셔츠를 쭉 내리더니, 목걸이를 보여줬다.
“이건 작년에 공자가 오다 주웠다고 줬어요.”
저기요. 제가 언제요.
“으하하하하! 진짜요? 한우진 씨, 공자랑 정말 친하신가 봐요.”
“보세요. 이거 다이아몬드예요.”
내, 내가 언제!
나는 필사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저거 어디까지 가는 거야, 진짜.
‘게다가 왜 믿는데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