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27)
227
엥?
‘뭐, 뭘 하려고 했던 거야.’
물건 훔쳐 가려는 게 다가 아니야?
나는 눈을 깜박였다. 한우진은 기가 막힌다는 듯 혀를 찼다.
“네 한정판 운동화 가져가면서, 봉지에 담은 뭘 뿌리더라.”
“그게 뭔데요?”
대답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했다.
“고양이 똥이네요! 우리 금이 건데? 제가 따로 둔 건데!”
고양이 주인이 외쳤다.
어라.
나는 내가 안고 있는 금이를 봤다. 음, 고양이 똥이라.
‘뭐, 사람 똥보다는 괜찮은 거 같긴 하다.’
아니, 애초에 똥을 뿌려서는 안 되는 거지. 음.
‘의도가 너무 확실한데.’
나는 곽동운을 바라보았다.
‘이 녀석, 진짜 나를 질투했구나.’
야, 너는 12살짜리에게 이러고 싶니?
“운동화랑 머리끈이랑, 고양이 똥이란 말이죠?”
“그래. 뭐 이런 놈이 다 있냐?”
몰려든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나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으며 금이만 쓰다듬었다.
이 와중에 금이는 태평하게 하품을 했다.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게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애가 참 담대하다.’
그때 선우영재 PD가 뛰어 올라왔다. 드디어 연극의 절정이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곽동운 씨가 공자 차에서 절도를 벌이고, 오물을 뿌리려고 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그런가 봅니다.
그때 곽동운이 외쳤다.
“아니에요! 그냥 빌려 가려고 했어요!”
“공자가 한정판 운동화를 왜 빌려줘!”
“사이즈 크다면서 빌려준다고 했어요!”
내가 언제.
한우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PD님, 저거 거짓말이에요. 사실은 말이죠. 밴에 있는 니케 한정판 운동화, 내가 공자 주려고 가져온 겁니다.”
아하.
‘한우진 대단하네.’
아까 과장되게 말한 게 이런 이유였구나.
“공자가 내가 주는 운동화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리 없잖아요. 선물을 빌려주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다른 배우들이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공자가 그럴 리 없죠.”
“선물 받은 걸 빌려주는 건 실례지.”
선우영재 PD가 이마를 짚었다.
“하아. 진짜입니까?”
“네.”
곽동운이 재빨리 외쳤다.
“거짓말! 아까 사이즈 다른 거 차에 있다면서!”
“그래. 공자가 이 운동화 두 개 준 게 고마워서, 내가 하나 선물했다! 커플 신발로! 이거 구하기 더럽게 힘들더만.”
“아니, 왜 그런 짓을?”
“애초에 나한테 선물 준 게 사이즈가 커서니까. 우리 공자 발이 덜 자랐을 때였거든.”
음, 이런 핑계를 대다니. 공명의 함정이란 게 이런 건가.
‘그러니까 내가 한정판 운동화를 받았는데, 그게 사이즈가 컸고, 그래서 한우진을 준 거란 설정이구나. 그런데 그것도 크기가 안 맞아서, 다른 사이즈로 바꿔준 거고.’
그래서 한우진이 내 발 크기에 맞는 운동화를 커플 신발로 따로 사줬구나.
살짝 어지러웠다. 수능에 수학 문제로 나왔으면 못 풀었을 거야.
선우영재 PD는 나를 바라보았다.
“공자, 진짜입니까?”
나는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그때 덕수 씨가 말했다.
“이분 평소에도 공자 물건을 빌려 가서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주위 배우들이 더 웅성거렸다.
“그랬습니까.”
“아니, 돌려주려고 했어요.”
“곽동운 씨.”
선우영재 PD는 곽동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빌려 가서 돌려주지 않는 건, 보통 절도라고 합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한우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물건이야 그렇다 쳐도 고양이 똥은 왜 뿌리려는 건데?”
음, 평범하게 악의 아닐까요.
‘물건이야 얼버무릴 수 있어도, 고양이 똥은 진짜 아니다.’
말 그대로 똥 뿌린 거 아니야.
선우영재 PD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런 일이 생겨서 안타깝군요.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군요. 곽동운 씨.”
“네?”
“법적인 것은 법대로 해결할 겁니다. 하지만 일단 작품에서 나가주십시오.”
“PD님!”
“차라리 당신 나오는 분량을 재촬영하는 게 백배 낫습니다.”
저런.
나는 차오르는 고소함을 필사적으로 내리눌렀다.
‘곽동운에게 이번 작품이 제일 인지도 있는 거였을 텐데…….’
기회가 날아갔네.
‘솔직히 이제 아무도 곽동운을 안 쓰겠지.’
대한민국에 배우는 많았고, 드라마에 나오고 싶은 배우는 더 많았다.
“아, 안 돼요. 나는 그냥…….”
“그냥 나가십시오. 아, 의상은 반납하시고요.”
선우영재 PD는 돌아서서 다른 스탭에게 말했다.
“조연출, 바로 세자 역 대타 찾아보세요. 스케줄도 조정해 보고요.”
선우영재 PD는 나를 보았다.
“공자도 재촬영 일정이 잡힐 겁니다.”
“네. 조정해 볼게요.”
“공자가 괴로웠을 거 같군요. 그동안 고생했어요.”
선우영재 PD는 현장을 둘러싼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이만 돌아갑시다.”
사람들은 흩어졌다. 나는 반쯤 졸고 있는 금이를 고양이 주인에게 줬다.
한우진은 곽동운의 팔을 놨다. 역을 잃어서인지, 곽동운의 얼굴은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공자야, 어떻게 할 거냐. 이거 블랙박스에 다 찍혔지? 고소할 거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냥 내버려 둘 거예요. 이런 식으로 떠들썩 한 게 싫어서요. 하지만요.”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곽동운 씨가 제 차에서 물건을 훔치려고 한 영상은 계속 보관할 거예요.”
“마공자, 나, 나는…….”
“곽동운 씨.”
나는 작게 속삭였다.
“다시는 보지 말아요.”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곽동운은 무릎에 힘이 풀렸는지 풀썩 주저앉았다.
폭풍이 지나간 느낌이었다.
덕수 씨가 나를 안아 들며 말했다.
“공자 촬영은 이제 끝이죠?”
“네.”
“의상 갈아입고 식사합시다.”
한우진이 쫄래쫄래 다가왔다.
“아기 다리, 고기 다리, 던 밥!”
음. 참혹하게 지나간 개그다.
나는 숨을 길게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밥 먹어요.”
“오늘 반찬은 한우진 씨가 요청한 베이컨 양배추 롤입니다.”
“캬.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도 그거 좋아해요.”
“스트레스로 쓰린 속에도 좋을 겁니다.”
음,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한우진은 탭댄스 스텝을 밟으면서 방긋 웃었다. 나는 주저앉은 곽동운과 한우진을 번갈아 보며 조금 웃었다.
‘전생에 내 돈 훔쳐 갔던 놈이, 이번 생에서는 개털이 됐네.’
그것도 한우진이 이 일을 도와줬다.
‘정말 이번 생은 대단한 거 같다.’
나는 한우진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형.”
“뭘. 이런 거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공자야. 우리 긴밀한 사이 아니냐.”
순간, 웃음이 나왔다.
‘진짜 이러다가 평생 친할 거 같네.’
조금 성가셨지만, 솔직히 그렇게 나쁜 거 같지는 않았다.
‘기대되긴 해요.’
언젠가 같이 성인 역으로 나와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우진은 탭댄스를 추면서 말했다.
“아, 역시 운동화로는 스텝이 별로라니까. 구두로 갈아신어야지.”
아, 젠장. 취소.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한우진은 저 탭댄스랑 언제 헤어지려나.’
아니,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거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 * *
나는 신발을 가지런히 벗으며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공자 왔니? 선생님도 오셨어요?”
안산댁이 웃으면서 우리를 맞이했다. 나는 뛰어가서 안산댁 품에 안겼다.
“다녀왔습니다.”
“아까 인사했잖아. 공자야.”
“이모에게는 한 번 더 하려고요.”
안산댁은 싱글벙글하며 내 머리를 쓸어 올렸다.
“아이고, 예뻐라. 이렇게 예쁜데, 어쩜 하는 것도 이렇게 예쁜 짓만 하니. 이거 다 누구한테 배운 거니?”
나는 조금 고민하는 척하다가 말했다.
“이런 예쁜 짓은 이모요!”
“나? 아이고! 내 강아지!”
안산댁은 나를 꼭 껴안았다 놔줬다. 내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손을 씻으러 갈 때였다. 마적이가 거실 바닥에서 뒹굴며 나를 바라보았다.
“오늘 잘 놀았어?”
“음, 놀았는지 모르겠는데, 너 진짜…….”
왜.
내가 빤히 보니까, 마적이가 앉은 채로 내게 다가왔다.
‘와, 신기하네.’
엉덩이가 움직이나? 어떻게 이렇게 오지? 다릿심이 좋아서 그런가?
“공자야. 너 말이야.”
“응. 왜?”
“안산댁 좋아하라고 일부러 애교부리는 거지?”
당연한 걸 묻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대단하다. 그게 되다니.”
“적아. 재롱 하나로 내 소중한 분들이 기분 좋아한다면, 해야지.”
돈도 안 들고 닳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마적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녀석을 아래위로 살피며 말했다.
“잘 놀았어? 잘 먹었고?”
“가서 훈련하고 왔어. 안산댁이 맛있는 거 차려줘서 배불리 먹었고.”
확실히 운동하는 애라서 그런가. 매끼 엄청나게 먹는데 몸은 여전했다.
“나 근육 많이 늘었다? 잘 먹어서 그런가 봐.”
“그래. 그래. 많이 먹어.”
“그 뒤에는 본채 갔었어.”
나는 눈을 깜박였다.
‘아, 동생 보러 갔구나.’
이 녀석, 부지런히 가네. 하긴,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이긴 하지.
나는 녀석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저녁은 안 먹었지?”
“응. 너 기다렸어.”
“같이 먹자.”
나는 서둘러 손을 씻으러 갔다. 마적이는 복도에서 그대로 뒹굴었다.
그 모습이 왜 처량해 보이는지 알 수 없었다. 솔직히 매우 딱했다.
* * *
마적이는 다행히 밥은 잘 먹었다. 녀석은 멸치를 젓가락으로 집으며 말했다.
“동생 잘 크고 있는 거 같아.”
“그래.”
“이제 찾아가면 좋아해. 내가 오빠란 거 아는 거겠지?”
그, 글쎄다. 그건 모르겠다.
“불쌍해. 애가 엄마 아빠보다 선생님을 먼저 할 거 같아.”
저런.
“오빠 먼저 하면 좋을 텐데.”
마적이의 바람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나는 고기반찬을 마적이에게 얹어줬다.
“힘내라.”
“공자야. 내 동생이 내 얼굴을 기억할 방법 없을까?”
그, 글쎄다.
“매일매일 영상 통화?”
“가끔은 가능할 거 같은데, 매일은 힘들 거 같아.”
그, 그렇구나.
“오빠 먼저 하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지. 하지만 다음에 만났을 때 낯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바람 한번 눈물겨웠다. 마적이는 김치찌개 속의 양파를 먹으며 말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음…….”
나는 마적 녀석을 빤히 바라보았다.
“방법 있어?”
“사진을 계속 보면 어떨까?”
“좋은 생각이다. 내 사진 크게 뽑아서 천장 벽지로 만들까?”
나는 눈을 깜박였다. 이럴 때 보면 마적 녀석도 확실히 엄마랑 친척 맞았다.
‘스케일이 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무섭지 않을까?”
“그, 그런가?”
“교육과 육아에도 별로 일 거 같아.”
“아니, 내 얼굴이 어때서!”
나는 콩자반을 숟가락에 얹어주며 말했다.
“네 얼굴이 문제가 아니라, 큰 게 문제지.”
“작은 사진으로 다다닥 붙여놓으면?”
“신이야. 그건 어른이 봐도 무서워.”
스토커 방 같잖아.
마적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애가 풀이 팍 죽어 있었다.
“동생 방에 모빌 있어?”
“어? 있지. 소리 나면서 붕붕 돌더라.”
“거기에 네 사진 붙이자.”
마적 녀석이 벌떡 일어나 검지를 치켜들었다.
“역시, 마공자. 너 그런 건 어떻게 아는 거야? 대본에 있어?”
드라마에서 보긴 했지. 워킹맘인 엄마가 아이 모빌에 자기 얼굴을 울면서 붙이더라.
“아, 그런데. 나 사진 없어.”
“찍으면 되잖아.”
“그렇지? 와, 좋아. 동생이 계속 볼 사진이니까, 판타스틱하게 찍어야지.”
아니, 굳이 판타스틱할 필요는 없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