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28)
228
“왜? 판타스틱한 게 좋잖아. 동생이 날 보며 언제나 웃었으면 좋겠어.”
“계속 보는 사진일 텐데, 정서에 좋은 사진이 낫지 않을까?”
마적이는 밥을 오물오물 씹으면서 고민에 빠졌다. 나는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네 동생이 너의 밝고 성실한 면을 보는 게 좋을 거 같아.”
마적이는 눈을 깜박이다가, 슬쩍 시선을 피했다.
“내가 성실…….”
“왜? 성실하잖아.”
“아니, 몇 년간 성실하게 살긴 했는데… 그건 영국 가서지.”
“현재 성실하게 살면 되지”
“음, 공자야.”
마적이는 시금치나물을 먹으면서 말했다.
“처음에는 축구가 재미있어서 했지만, 지금은 거의 동아줄이야.”
엥?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나는 축구 선수를 하면서 먹고 살아야 할 거 같아. 할머니께서 나를 유학은 보내줬지만, 성인 되고 재산을 떼어주실 거 같지는 않거든?”
와, 마적이가 이런 생각을 할 줄이야.
“신탁 자금은 있을걸?”
“그것도 어떻게 될지 몰라. 지금 내 보호자는 아버지지만, 엄마의 마수도 생각해 봐야지. 공자야. 내가 생각해 봤는데.”
“응.”
마적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버지, 재혼하시지 않을까?”
“엥? 그게 그렇게 돼?”
“충분히 가능성 있지. 그렇게 되면 나랑 내 동생은 뭐 먹고 살아야 할까?”
저, 저런.
‘되게 복잡하다.’
재벌가인데, 설마 안 챙겨주실까.
‘아니, 아니야.’
그 히틀러랑 사상이 약간 비슷한 할머니는 충분히 가능성 있어.
“그래도 나는 축구 배워서 나 혼자는 먹고 살 수는 있을 거 같거든. 나 체력은 좋잖아.”
“으, 응.”
“그런데 내 동생을 책임질 수 있냐고 물어보면, 그건 아니거든.”
마적이는 냉철하게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봤다.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축구에 목숨을 걸어야 해. 여태까지는 꿈이었는데, 이제는 슬슬 현실로 생각해야 할 거 같아.”
심오하다.
‘그래도 되게 장하네.’
세상 사람들, 우리 마적이가 이렇게 자랐어요. 천둥벌거숭이처럼 뛰어다녔는데 말이죠.
순간 눈가가 촉촉해졌다.
“마적아.”
“응?”
“네가 뭘 하든 응원할게.”
마적 녀석은 활짝 웃었다.
“공자, 네 응원은 충분해. 이제 네 도움 없이 살아야지. 지금 받은 것도 넘치는걸.”
아니, 얘 봐라.
“더 도와줄 수 있는데? 마적아.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나 돈 많을걸?”
“됐어. 네 돈 자선재단을 통해서 기부되는 거 알아. 내가 네 친구인데, 그런 금전적인 도움을 어떻게 받냐?”
마적이는 고기를 씹으며 말했다.
“자존심이 있지.”
세, 세상에!
나는 입을 막았다. 뜨거운 것이 왈칵 올라왔다.
‘역시 사람은 외국물을 먹어야 하나?’
우리 마적이가 이렇게 변하다니!
“마적아.”
“네가 자랑스럽다.”
어떻게 자라도, 이렇게 잘 자랄까?
‘설마 나 육아에 재능이 있나?’
잘 먹이고 재우고 신경 써줘도, 이렇게 멀쩡하게 자라기 힘들 텐데!
마적이는 씩 웃으며 김을 먹었다.
“뭐야. 뜬금없이.”
“아니. 진짜 어른스러운 생각이야.”
마적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직 자랑스러워하지 마. 인생의 성과라고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나는 갈비를 발라서 마적이에게 줬다. 마적이는 히죽 웃었다.
“공자야. 나 유스 가서 많이 배웠어.”
감격에 겨워서 말이 잘 안 나왔다.
“그, 그래.”
“축구만 배운 게 아니야. 인생에 대해서도 배웠어. 나랑 친한 애가 난민이야.”
아, 저런.
“걔가 축구 잘해서 영국으로 이민을 올 수 있었대. 가족들은 모두 걔 다리만 바라보고 있는 거지.”
집안의 희망인 건가.
‘애일 텐데, 기대가 참 무겁겠다.’
마적 녀석은 쓰게 웃었다.
“걔는 한 마을을 책임져야 할지도 몰라. 친척들도 되게 많더라. 괜찮냐고 물어보면 히죽 웃어. 그리고 내 김이나 달라고 하더라.”
아, 걔한테 네 김 다 뺏긴 거니?
“물론 내 김을 노리는 놈은 걔뿐만이 아니지만. 김에 마력이 있나? 왜 그렇게 김에 환장하지?”
그, 글쎄다.
“많이 보내줄게.”
“저번에도 말했지만, 네가 많이 보내도 소용없어. 아무리 공급해 줘도 수요가 너무 많으니까.”
마적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한국 김이 영국 마트에서 상시 유통돼야 해결될 거야.”
우리 마적이가 유통이란 말을 하다니!
‘진짜 잘 배웠다. 우리 마적이!’
마적이는 애호박을 집어 먹으며 말했다.
“내 소원이야. 한국 김의 마트 진출.”
“음, 언젠가 하지 않을까?”
“그럴까? 빨리 들어와 줬으면 좋겠어. 매일 내 방이 뒤집혀 있다니까. 뭐, 이건 김을 노렸다기보다는 내 음식을 노린 거지만.”
이 녀석, 다 뺏기고 사는구나.
“도대체 영국은 왜 그렇게 밥이 맛이 없는 거냐.”
그, 글쎄.
“아무튼, 그놈은 무거워도 어쩔 수 없다고 해. 거기에 비해 나는 새 발의 피지. 하아.”
마적 녀석은 나를 보며 말했다.
“공자야. 나 어제 할머니에게 부탁했어.”
“뭐, 뭘?”
“동생 좀 잘 돌봐달라고 말이야.”
“뭐라고 하셔?”
마적이는 한숨을 푹 내쉬었어.
“알아서 하시겠대.”
“그래.”
“어떻게 알아서 하시겠다는 걸까?”
마적이는 걱정이 되는지 밥을 못 먹었다. 나는 김치를 얹어주며 말했다.
“그렇게 나쁘게 생각 안 해도 될 거야. 할머니, 자기 핏줄은 잘 챙기시잖아. 아마 진짜 알아서 잘 챙기시지 않을까?”
“으, 음. 나는 그래도 삼 일에 한 번 옷이라도 들춰보셨으면 좋겠어.”
마적 녀석은 고개를 푹 숙였다.
“시터에게 아동학대 당하면, 멍이 있을 테니까.”
조금 서글픈 얘기였다.
“내가 가서 가끔 보고 싶지만, 들어갈 수가 없어서… 누나라도 오면 가끔 봐달라고 할게.”
“그래 주면 고맙고. 아마 누군가 확인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알잖아. 고스톱을 짜고 치게 되면 이런 거 숨기는 건 쉽잖아.”
음, 내 주위는 저 표현 참 잘 쓰네.
“알았어. 나도 할머니에게 슬쩍 부탁할게.”
“그래 주면 고맙고.”
“네가 고생이 많다.”
마적이는 고개를 휙휙 저었다.
“나는 별거 아니라니까. 좀 걱정되는 게 많을 뿐이지.”
그래그래.
나는 마적이에게 다시 갈비를 줬다. 마적이는 쌓인 갈비를 보면서 말했다.
“나 주지 말고, 공자 너 먹어.”
“먹고 있어.”
“아니야. 너 아까부터 나만 주고 있다고.”
그, 그런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갈비를 먹었다. 역시 안산댁이었다. 고기가 아주 부드럽고 달콤했다.
“마적아. 위로될지 모르지만 말이야.”
“응.”
“그 순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뭐든 나아지거든.”
“그런 말 들어본 거 같아.”
나는 마적이를 바라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 언제 사람 되나 했던 애가 이제 눈빛이 달랐다.
‘또랑또랑해졌어.’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그러니까 앞으로의 일을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걸 최선을 다해보자.”
마적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활짝 웃었다.
“좋아. 아, 공자야. 밥 빨리 먹고 사진 찍으러 가자. 그런데 카메라 있어?”
“폴라로이드도 있어. 필름도 잔뜩 있을걸?”
“희한한 게 있네? 누가 준 거야?”
“친구가. 생일에 줬었어.”
“학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배우 친구.”
“한수윤?”
“어떻게 알았어?”
마적 녀석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네 배우 친구는 한수윤밖에 없잖아. 한수윤은 인터뷰 때마다 네 얘기 하고 말이야.”
그, 그러냐.
‘인터뷰 챙겨 보지 않아서 몰랐네.’
마적 녀석은 찌개를 떠먹으며 말했다.
“한수윤은 네 칭찬밖에 안 해. 인터뷰 기사에 애정이 느껴질 정도인걸.”
한수윤, 너 언제 그런 짓을 했니. 아니, 그보다 말이야.
‘마적 녀석, 내 기사 챙겨 보는 건가.’
나는 웃으면서 녀석에게 갈비를 발라줬다.
“아, 너 먹으라니까.”
“그래. 그래. 먹고 정원에 사진 찍으러 가자.”
“응!”
마적 녀석은 활짝 웃었다. 밝게 보여서 좀 안쓰러웠다.
그래서 말했다.
“마적아, 너 입가에 김 붙었어.”
“앗! 언제!”
“처음부터?”
마적이는 허둥지둥 입가를 닦았다.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진짜 잘 키운 거 같았다.
* * *
환한 햇살이 비치는 정원에서 사진 찍는 건 즐거웠다. 내가 카메라를 대면 마적 녀석은 이상한 포즈를 잡았다.
“마적아, 너 진짜 그렇게 찍을 거야?”
“동생에게 오빠의 멋진 면을 보여줘야지.”
“그건 멋지다기보다는, 아니다. 그냥 찍자.”
마적이는 한쪽 다리를 뒤로 들었다. 옆에서 보니까, 무슨 독수리 한 마리가 있는 거 같았다.
“마적이 너, 코어 힘 좋다.”
“맨날 밥 먹고 하는 게 운동인걸. 공자야, 너도 해봐.”
나는 카메라를 넘기고 마적이를 따라 했다.
“아!”
하지만 나는 어이없게도 풀썩 엎어졌다.
“공자야, 괜찮아?”
“괜찮아. 잔디라서 폭신하고 낙법도 했어. 그런데 이거 안 된다.”
“예전부터 생각했는데 공자 네 몸, 너무 약한 거 같아.”
팩트로 가슴을 찌르지 말렴. 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란다.
나는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좀 심각해.”
“뭐랄까. 가끔 보면 너 숨 쉬고 사는 게 신기해.”
“나름 건강해. 감기도 한 번 안 걸리고 말이야.”
“그런데 너 스트레스받으면 가끔 열나잖아.”
그건 몸이 안 좋은 게 아니라, 코인에 대한 대가란다.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
나는 어깨를 펴면서 우겼다.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공자야. 보통은 안 그래.”
“아니야. 네가 보통 사람에 대해서 뭘 알아? 다른 사람도 스트레스받으면, 열도 나고 쓰러지기도 한다고.”
마적 녀석은 단호하게 말했다.
“너만 그래.”
큽. 이 녀석. 운동선수라서 그런가. 몸 상태에 대해서는 잘 아네.
나는 마적 녀석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나, 나도 노력하는데 말이야.”
“그런 거 같더라.”
“그나마 운동해서 이 정도야.”
“와, 역시. 너 촬영장에서 연기하는 게 용하다.”
근력을 높이려면 코인이 487,837,343,534나 필요하단다.
‘너무한 거 아니니.’
이러는 이유가 뭐냐고 자막 붙들고 따져봐도, 대답을 안 하더라.
‘자막 진짜 치사하다니까.’
나는 심호흡을 하며 다시 사진기를 들었다.
“일단 사진이나 찍자. 다시 포즈 잡아봐.”
“응, 이번에는 골 세리머니야.”
녀석은 두 팔을 들어 올리며 무릎을 꿇었다.
“어때? 역동적이지?”
보통 이런 걸 역동적이라고 하나?
“골 넣으면 그렇게 세리머니 해?”
“아니. 프로 돼서 골 넣으면 하려고.”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즐거워 보이네.”
나와 마적이가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이제 조금 눈에 익은 사람이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