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33)
233
오랜만에 보는 배우가 거기 있었다.
“초운이 형?”
“공자야! 반갑다! 우리 오랜만이지? 아이고. 많이 자랐네, 공자야. 너 키 몇이니?”
“159인데, 더 자랐을지도 몰라요.”
“쑥쑥 크네.”
기초운은 나를 빙 돌아서 봤다. 나는 방긋 웃으며 물었다.
“어떻게 지내셨어요?”
“자, 잘?”
그렇군.
하지만 기초운은 갑자기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형?”
“사실 잘 못 지냈어. 병에 걸렸었거든.”
엥? 어디 아팠나?
“아, 기초운. 저 녀석.”
“우진 선배도 안녕하세요. 웬일이세요?”
“그냥 왔어.”
“그렇군요. 선배님도 반갑습니다. 투병 이후에 처음이네요.”
와, 엄청 아프셨나 보네.
‘그런데 왜 몰랐지?’
기초운 정도 되는 배우가 중병에 걸렸다면, 불거져 나왔을 텐데?
‘내가 연예가 소식을 좀 모르기는 하는데…….’
그 정도면 반 친구들이 알려줬을 텐데?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였다. 기초운은 슬쩍 고개를 들었다.
“공자 너 내가 무슨 병 걸렸었는지 모르지?”
“네. 심각한 병이셨어요?”
한우진이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되게 심각한 병이지. 심지어 재발도 잘 한다?”
한우진은 아는 건가?
“맞습니다. 그런데 일단 나았어요.”
“진짜 나았어?”
“네. 반성하고 있습니다.”
응, 뭐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기초운은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성인을 뵙습니다.”
엥?
“공자가 성인이냐?”
“뭐, 비슷하잖아요.”
“애를 그렇게 몰지 마라. 공자가 귀엽고 깜찍하고 착하고, 나랑 매우 친하지만, 그래도 평범한 소년이다.”
“선배님. 평범함이 나가 죽었나요. 공자가 어떻게 평범해요.”
나는 슬쩍 뺨을 긁었다. 조금 간지러웠다.
“공자 좋아하는 분들은 월드와이드로 있다고요.”
“우리 공자가 좀 세계적이지. 그래도 인마, 성인으로 몰지 마라. 동경해 버리면, 이해를 못 하잖아.”
“아, 그렇죠. 그래도 공자야.”
기초운은 두 손을 포갰다.
“내 죄를 사해주라.”
무슨 말이지.
‘일단, 전 그런 거 못 합니다.’
내가 눈을 깜박였다. 그러자 한우진은 물휴지를 뭉쳐서 던졌다. 제구력이 좋은지 휴지들은 기초운 머리에 제대로 맞았다.
“선배, 왜 그래요.”
“내가 우리 애, 성인으로 몰지 말랬지? 그리고 네 죄를 네가 알지, 왜 공자에게 지… 아니, 난리야.”
음, 방금 욕설 나올 뻔했군요.
기초운은 어깨를 떨면서 우는 척을 했다.
“탕자를 받아줘도 되잖아요.”
“탕자? 야!”
“저 심각했단 거 알아요. 하지만 정신 차렸잖아요.”
“내가 보기에는 덜 차렸어. 야, 놔! 내 귀한 딸 같은 아들 손 닳아!”
한우진은 내 손을 억지로 떼고 소파에 앉혔다.
“공자야, 기초운하고 놀지 마.”
안 놉니다. 아니, 애초에 나이 차이가 얼마인데요.
나는 그제야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기초운이 중얼거렸다.
“아주 큰일이 있었어. 공자야.”
“그게 무슨 큰일이냐.”
“저한테는 큰일이었다고요. 공자야. 나 말이야.”
기초운은 쭈그린 채, 토끼 뜀을 하며 내게 다가왔다.
‘신기하다.’
저렇게 올 수도 있는 건가.
기초운이 내 손을 붙잡고 말했다.
“나 연예인 병 걸렸었어.”
와.
‘흔한 병이긴 하지.’
조금 인기를 얻으면 홍역처럼 왔다 간다고 했었다.
‘아니다. 안 가기도 하지.’
영원히 걸린 채로 사시는 분도 계시지.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쩌다 걸리셨어요.”
“작품 몇 개가 성공하다 보니까. 큽.”
그, 그렇긴 했지.
“작년에 연예인 병 걸려서, 미친놈이었어.”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얼마나 미친놈이었는 줄 알아?”
“아니요?”
“영화 촬영 갔는데, 날씨가 궂었거든. 나 이런 구린 날씨에는 촬영 못 한다고 했다?”
와.
‘반쯤 미쳤던 거 맞는구나.’
나는 다시 한번 말했다.
“어쩌다 걸리셨어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
저런.
“그러면 안 되는데요.”
“그러게나 말이야. 초심도 잃고 건방짐만 얻고, 그러다 보면…….”
한우진이 턱을 괴며 말했다.
“캐스팅이 안 오지. 소문 쫙 돌았을 테니까.”
“네. 한가해지더라고요.”
“처음에는 몰라. 하지만 소문이 더해지면 끝나는 거지.”
기초운은 내 손을 붙잡고 고백했다.“그제야 정신이 드는 거죠. 아, 내가 연예인 병이었구나.”
한우진이 기초운이 잡은 내 손을 억지로 떼면서 말했다.
“저리 가. 이 병균 녀석.”
“연예인 병 안 옮아요.”
“꺼져라. 공자 아직 아이다. 좋은 것만 봐야지.”
“타산지석이란 말도 있잖아요.”
음, 연예인 병을 굳이 보고 배워야 할까?
‘전생에 꼴값 떠는 배우들 한두 명 본 게 아닌데 말이야.’
자신을 특별하게 대우해 달라는 병에 걸리면, 주변은 피폐해졌다.
‘뭐, 연예인 병 걸려도 톱이면 그래도 계속 잘나가긴 하지만…….’
보통은 슬슬 물갈이된다.
‘그래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을 확률도 큰데…….’
기초운 저 녀석은 그래도 돌아왔나 보네.
나는 기초운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면 전생에서도 저 녀석, 연예인 병에 한 번 걸리긴 했었다.
‘그때는 시기가 늦었는데, 지금은 빨리 걸렸다가 나았나 보네.’
기초운은 한숨을 내쉬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그걸 왜 나랑 공자 앞에서 해. 스탭 앞에서 해라.”
“이미 했어요. 밥 사면서요.”
“뭐라냐?”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예요.”
한우진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연예인 병 걸려서 찍은 작품 감독님마다 전화 걸어서 잘못했다고 해.”
“이미 했어요.”
“그래. 그래도 수습은 하나 보네.”
“겨우요.”
한우진이 씩 웃었다.
“그래서, [야망>의 대타인 거냐?”
“네. 저 운 좋지 않습니까? 이런 기회도 오고?”
“그러게, 너 그 도둑놈 대신 대타 한다고 기사 쫙 났더라.”
기초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옆에 앉았다.
“연예인 병 나았다는 출사표죠. 흑흑. 아 진짜, 선배는 안 걸리셨어요?”
“나는 별로. 미남은 그런 거 안 걸려.”
“엥? 진짜요?”
그럴 리가. 음, 그래도 한때는 걸리지 않았을까?
“그래, 인마. 공자도 안 걸리잖아. 귀여워서.”
기초운은 다시 내 손을 덥석 잡았다.
“공자 보니 맞는 거 같네요. 공자야, 기 좀 받아 갈게.”
“내 딸 같은 아들 기운 뺏지 마. 이걸 콱!”
한우진은 기초운 팔을 손날로 쳤다. 기초운은 서러운 듯 눈을 깜박였다.
“그런데, 진짜 안 걸렸어? 대단하다. 공자 얘는 어렸을 때부터 대단하지 않았나?”
“미남은 안 걸린다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얼굴 때문이 아니에요.”
“그, 그럼?”
나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엄마요!”
“마수정 선배님?”
“네. 엄마가 그랬어요. 공자가 건방져지면요, 건방지지 않게 만들어주겠다고요.”
순간 한우진과 기초운 둘 다, 양손을 가슴에 손을 포갰다.
“선배님. 저거 협박 맞죠?”
“비슷할 거다.”
“어. 바, 방법이 뭘까요?”
“잘 모르지만, 이건 확실해. 아마 물리적인 방법일 거야.”
그건 나도 동의했다.
“뭐, 공자는 당연히 겸손해야 하지만요.”
아니면 바로 역할이 날아갈걸?
“왜?”
대답한 건 한우진이었다.
“가진 게 많고 풍족하니까. 짜샤. 그걸 꼭 물어야 아냐?”
“아이 씨. 물어볼 수도 있죠. 묻는 건 죄가 아니잖아요.”
“너는 죄야.”
“큽. 너무해.”
기초운은 우는 척을 하며 어깨를 흔들었다. 그 모습이 매우 주책이라서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나았으니 됐죠.”
“공자야, 희망 섞인 말을 하지 말렴. 연예인 병은 깨달아도 재기 못 할 수도 있어. 그런 배우도 한둘이 아니거든.”
그, 그렇긴 하지.
“그래도 초운이 형은 괜찮지 않을까요? 이 역으로 대타 수습하는 이미지가 잡혔잖아요.”
“맞아. 그래서 운이 좋다는 거야. 저 녀석 안 그렇게 생겨서, 은근히 운이 좋다니까.”
기초운은 다시 내 손을 잡았다.
“맞아요. 저 운이 좋아요. 그때 다쳤어도 별일 없었잖아요.”
음, [인연>에서 칼 맞았을 때 말하는 거겠지?
‘그건 코인인데요.’
기초운은 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믿습니다. 반성하고 있을 테니, 제발 저를 많이 찾게 해주세요.”
“야, 인마. 손 놔! 반성하려면 종교 시설로 가!”
“가서도 했어요. 그런데 공자 앞에서도 할래요!”
기초운은 날 보며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공자가 제 행운의 여신, 아니 어린이거든요.”
한우진은 한심한 눈으로 기초운을 바라보았다.
“네 똥은 네가 치워라.”
“치우고 있어요. 아, 진짜 왜 걸렸었지?”
한우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기초운. 한 번만 말한다.”
“넵.”
“연예인 병 걸리는 이유는 많지만, 대체로 미래에 대한 자신이 없을 때 독하게 걸리지.”
어라.
‘이거 맞는 말이긴 해.’
기초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우진은 턱을 괴면서 중얼거렸다.
“언제까지 연기할 수 있을까. 어떤 놈이 내 위로 가나. 내 위치는 어디지? 아니, 왜 저 녀석을 대우해 주지? 나도 그 정도 급은 되는데? 이런 생각을 많이 할수록 잘 걸려.”
기초운은 격하게 동의했다.
“선배님, 맞아요! 저 그래서 걸렸잖아요!”
“그거 결국은 다 자신이 없어서야. 자기 일 똑바로 하고 확신 있어 봐라. 그런 생각할 시간이 있겠냐?”
나는 눈을 깜박였다.
‘한우진이 괜히 저 위치가 아니긴 하지.’
정말 맞는 말이었다.
“명성만 생각하면 열정을 잊어. 네 연예인 병은 열정 부족이야.”
“선배님! 믿습니다!”
“어떤 역을, 어떻게 연기할까만 생각해라. 열정부터 되살려.”
“네, 넵! 그래도 선배님, 제가 할 수 있을까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한우진은 귀찮은 듯 고개를 저었다. 기초운은 내 잡은 손에 힘을 줬다.
“공자야, 내가 할 수 있을까?”
“그걸 애한테 묻지 마! 이 자식아!”
“흑흑. 희망은 가질 수 있잖아요.”
나는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 기초운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 녀석 그때 연예인 병도 이렇게 나았을까.’
그래도 전생에 날 따랐던 후배여서 그런가.
나는 잡은 손을 살짝 흔들었다.
“나을 거예요.”
“고, 공자야. 그런 말 하지 마. 저 녀석 망하면 네 핑계 댄다.”
“아니요. 안 그럴걸요.”
“그럴걸?”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아는 초운이 형은, 그렇게 비겁하지 않아요. 어떻게든 역을 잘하고 싶어 하다 다쳤던 사람인걸요.”
기초운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심호흡하며 중얼거렸다.
“믿습니다.”
“믿긴 뭘 믿어! 이 자식아!”
“하아. 공자야. 나 지금 눈가가 시큰거려. 맞아. 내가 그랬지. 그렇게 열심히 했지.”
기초운은 심호흡을 했다.
“왜 잊고 있었지? 공자야, 넌 아니?”
“애한테 묻지 말라니까!”
한우진은 기초운의 손을 찰싹찰싹 때렸다. 그리고 아예 붙잡지 못하게 내 두 손을 자기가 데려갔다.
기초운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요, 선배님.”
“누가 건방지래.”
“그래도 바쁘게 사니까, 더 반성 되긴 해요. 공자야, 나 세자 분량 많이 찍었다?”
참 잘했군요.
“의외로 복잡하고 요령이 필요하더라.”
“재촬영 흔한 게 아니긴 해.”
“그런데 한가했으니까요. 딱 좋았어요. 그런데 열정, 하아.”
그때였다. 스탭이 간이 컨테이너 문을 열었다.
“공자야! 슬슬 준비해야지.”
나는 벌떡 일어났다.
“네!”
스탭은 두 배우에게 눈인사하며 말했다.
“오늘 힘든 씬인데, 괜찮겠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기다렸던 씬인걸요.”
“어이구. 이뻐라. 자, 나가자.”
스탭은 내 손을 붙잡았다. 기초운이 뒤에서 물었다.
“공자 무슨 씬이야?”
나는 돌아서며 말했다.
“비 씬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