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34)
234
뒤에서 한우진이 기초운을 찰싹찰싹 쳤다.
“오늘 살수차 왔잖아! 너는 눈도 없냐?”
“아, 비 내리는구나. 그러고 보니 대본에서 본 적 있었다. 아, 선배님 그만 때려요. 정신없었단 말이에요. 씬을 아주 토막 내서 찍었단 말이에요.”
나는 아웅다웅하는 두 배우를 뒤로하고 스탭을 따라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저거 사이좋은 거겠지.’
진짜 싹수가 노라면 한우진은 아예 말을 안 섞었을 것이다.
‘어쩌면 기초운 연예인 병 나았다는 소문도 먼저 들었을지도 몰라.’
의외로 소식이 빠른 거 같았으니까.
나는 천천히 심호흡했다. 이번 장면은 확실히 빨리 빼야 하긴 했다.
‘살수차 물을 다 쓰기 전에 끝내야지.’
현장에 도착하자 바로 의상부터 다듬어줬다. 선우영재 PD는 시커먼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공자 왔군요.”
“PD님 괜찮으세요?”
“안 괜찮습니다.”
PD는 간이 의자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바빠요.”
처, 처절하다.
“그래도 기초운 씨가 잘해줘서요. 그럭저럭 수습되어 갑니다.”
“초운이 형, 연기 잘하니까요.”
“마침 한가해서 더 다행입니다.”
음, 그건 연예인 병 걸려서 건방 떨다가 아무도 안 쓴 거 같은데요.
‘그렇지만 좋은 게 좋은 거겠지.’
연예인 병에 대해서는 선우영재 PD가 더 잘 알고 있을 수도 있고 말이야.
PD는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색이 많이 가 있었다.
‘불쌍하다.’
어쩔 수 없었다. 이거 다 곽동운 때문이겠지. 나는 바로 속으로 중얼거렸다.
‘코인 사용! 선우영재 PD 피로 풀어줘. 대가에 따른 코인 양도!’
[대가를 알기 위해 코인 20개가 소모됩니다.> [능력 있는 PD: 선우영재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는 5,232코인이 필요합니다.> [대가로 1시간 뒤부터 이틀간 마공자가 코맹맹이 소리를 냅니다.>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코맹맹이 소리가 뭐지?’
콧소리가 난다는 건가?
‘말할 때마다 항상 난다는 건가?’
코감기 걸린 것처럼?
‘뭐, 그래도 아예 말을 못 하는 건 아니니까.’
게다가 오늘은 이 씬이 끝이었다. 나는 바로 실행시켰다.
[실행되었습니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3초 뒤, 소원이 이루어집니다.>선우영재 PD는 흐느적거리다가 심호흡했다.
“피곤하네요. 어라.”
선우영재 PD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금 이상한데……?”
“왜요?”
“이상하게 머리가 맑아지는군요. 너무 피곤하다 보니 머릿속에서 엔도르핀을 뿜어내나 봅니다.”
아니요. 그거 코인 때문입니다.
“아마 몸이 살려고 이러는 거겠죠. 맞습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있는 법이니까요. 공자, 웃기게도 말입니다.”
선우영재 PD는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곽동운 씨보다 기초운 씨가 훨씬 낫더군요. 인지도 차이는 원래 있긴 한데, 그래도 훨씬 ‘야망’ 같았습니다.”
선우영재 PD는 쓰게 웃었다.
“연예인 병이 막 나아서 다행이죠.”
음, 역시 알고 있었구나.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 거죠.”
그, 그렇군요.
선우영재 PD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방긋 웃었다.
“역시 공자인 거 같습니다.”
음, 무슨 말이지?
“이상하게 공자만 있으면 환난도 잘 풀립니다. 공자가 착한 일을 많이 해서일까요?”
아마 관련 없을걸요.
“이제 공자가 나오는 씬도 적어지는군요.”
“네. 재촬영이 남았지만요.”
“이미 찍었던 거니까, 더 잘 찍겠죠. 제가 아는 공자는 그러고도 남으니까요.”
날 너무 믿으시네.
“곧 비가 내릴 겁니다. 공자, 감기 조심하세요.”
“네!”
“자, 동선이나 확인해 봅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걸어갔다. 그리고 소품을 받고 동선을 익혔다.
‘이 씬, 중요한 거지.’
비가 내리는 궁궐에서, 이연이 칼을 들고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는 하늘 보며 웃는다.
‘이연은 이미 배신한 내시를 찔러 죽였지.’
이제 이연은 궁궐에서 자신의 힘을 갖췄다. 하지만 그때 사가에서부터 친밀했던 내시가 자신을 배신한 걸 안다.
이연은 철저하게 계획을 짠다. 그리고, 그 내시를 직접 찔러 죽인다.
‘대낮에 사람을 죽이고, 칼을 들고나오지.’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이제 아니었다. 이연이 이런 행동을 해도 일러바칠 사람들은 없었다.
‘이연이 이러는 이유는 슬프기 때문이야.’
그리고 궁녀와 내시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었다.
‘나를 배신하면, 너희도 이 꼴이 될 것이다.’
그런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슬퍼.’
야망에 찬 서자지만, 그래도 인간성을 가진 왕자였다. 하지만 이연은 이번 일로 절실하게 안다.
‘덕을 갖춘 군주는 사치란 걸 말이야.’
나는 촬영 장소에 섰다. 그리고 피 묻은 칼을 받았다.
‘뭐, 피가 아니라 그냥 물감이겠지만.’
심호흡하는데 한우진과 기초운이 보였다.
‘구경 온 건가?’
나는 조금 웃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다.
곧 살수차가 물을 뿌렸다. 나는 고스란히 그 비를 다 맞았다.
의상이 점점 무거워졌다. 선우영재 PD의 외침이 들렸다.
“빨리빨리 갑시다.”
스탭이 외쳤다.
“스탠바이 큐!”
나는 고개를 들었다. 촬영의 시작이었다.
* * *
물이 이마를 때렸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칼을 바라보았다.
빗물에 칼의 피가 흩어졌다. 이연은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피식 웃었다.
“하늘이시여. 이걸 보십시오.”
나는 칼을 들어 올렸다가 바로 손에서 놨다.
칼은 흙바닥에 떨어졌다.
이연은 소리 내 웃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웃음을 멈췄다.
“피도 빗물에 씻기더군요. 덕? 덕이 높은 군주? 그런 게 어떻게 됩니까.”
이연은 하늘을 보며 소리쳤다.
“다 개나 주라고 하십시오. 요순의 나라가 있기나 한 겁니까? 저는 그리 못 합니다.”
이연은 하늘을 비웃었다.
“그리 못 해요. 만약 내가 성군이 되길 바랐다면, 출생도 함께 주셨어야죠. 그러면 저도 팔자 좋게 성군 해보겠습니다.”
이연은 조금 비틀거렸다.
“안 돼요, 그건. 저는 안 됩니다. 그렇게 만들었으면서…….”
이연은 칼을 바라보았다.
“피의 대가는 받으라고 하겠죠. 하늘은 그런 법이니까요.”
이연은 헛웃음을 지었다. 나는 울먹이면서 말했다.
“그래요. 받겠습니다. 피의 대가. 그게 뭐 대수겠습니까. 피도…….”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빗물에는 씻기는 법이니까요.”
살수차는 계속 비를 뿌렸다. 나는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그때 선우영재 PD가 외쳤다.
“오케이! 퍼펙트! 살수차 잠가주세요.”
비가 점점 멈췄다. 덕수 씨가 뛰어와서 수건을 줬다. 내가 대강 얼굴을 닦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박수 소리가 들렸다.
‘뭐, 뭐지?’
고개를 드니 스탭들이 손뼉을 치고 있었다.
‘아, 아니 뜬금없이?’
오늘 드신 식사가 마음에 드셨나?
선우영재 PD가 웃으면서 말했다.
“정말 좋네요. 하루 이틀 좋은 게 아닌데. 공자, 이번 씬은 정말 이연이었습니다.”
선우영재 PD 손이 조금 떨렸다.
“아주 소름이 돋았습니다. 연기력이 모자란 배우가 하면 어색할 수도 있는 씬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선우영재 PD는 심호흡을 했다.
“정말, 대단했습니다.”
박수 소리가 점점 멈췄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많이 부족해요.”
“아닙니다. 이보다 더 잘할 수 없습니다.”
“아니에요. 중간에 호흡이 살짝 떨렸어요. 비 때문에 숨이 조금 막혔거든요.”
선우영재 PD는 내 어깨를 살살 토닥였다.
“피 때문에 헐떡이는 거로 보였습니다.”
“이연은 꾸준히 운동해서 체력이 좋으니까요.”
“그렇긴 하지만요. 공자 호흡은 완벽했습니다.”
그냥 운이 좋은 거죠.
‘NG 날 정도는 아니고, 살짝 떨린 거니까.’
아무튼,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었다.
‘그런데 박수를 받다니.’
음, 이거 내 이미지랑 시너지 효과 때문에 이러는 거겠지?
나는 스탭들에게 허리를 굽혔다가 들었다.
“감사합니다.”
그러니 스탭들은 더 손뼉을 쳤다. 나는 웃으면서 화답했다.
한참 감사하다고 할 때 한우진과 기초운이 다가왔다.
“잘했다. 내 딸 같은 아들!”
“살짝 흔들렸는데, 너무 좋게 봐주세요.”
“하나도 안 흔들렸어. 훌륭했어. 한 방에 끝냈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비 오는 씬은 익숙해서요.”
“아하하하! 맞지. 소나기 때 찍었지.”
커다란 수건으로 내 몸을 감쌌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같이 온 사람이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았다.
“초운이 형?”
“아, 아니.”
기초운은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이건 또 뭐지?’
왜 이러세요?
기초운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니, 부끄러워서.”
뭐, 뭐가?
“시건방짐에 빠진 내가 말이야. 공자 그때도 연기 잘했는데, 지금은 진짜 무르익었어.”
기초운이 중얼거렸다.
“공자가 무르익을 동안 나는 뭐 한 거지?”
음, 연예인 병을 무르익히셨죠?
기초운은 주먹을 꽉 쥐었다.
“우진 선배님 말이 맞아요. 연예인 병은 열정이 사라져서 걸리는 거예요.”
“오냐.”
“연기를 더 잘할 생각은 하지 않고, 좋은 취급만 받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자신이 없었으니까요.”
기초운은 쓰게 웃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연기보다는 돈만 좇더라고요. 얼마 받는지만 따졌는데… 결국 이 모양 이 꼴이 되네요.”
기초운이 갑자기 코를 훌쩍였다. 나는 순간 한 발짝 뒤로 갔다.
‘서, 설마.’
기초운아. 너 우, 우니?
“흡. 부끄러워.”
와… 이걸 어떡하지.
‘기초운, 몇 살이었더라? 아니. 그래도 현장에서 울 줄이야.’
연예인 병 걸렸다가 나으면 뭔가 감성이 풍부해지는 건가?
나는 한우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빨리 달래라는 무언의 권유였다.
한우진은 심드렁하게 보다가 기초운 등을 툭툭 쳤다.
“그래. 이 업계가 도태되는 건 한순간이지. 잘생기고 연기 잘하는 애들이 한둘이냐?”
아니, 애를 달래라니까.
“흐엉. 시간이 아까워요.”
“너 지지부진 할 때, 치고 올라온 애들이 한둘이 아닐 거다.”
“흡. 맞아요.”
나는 한우진의 손을 잡았다. 그만 협박하고 이만 달래라는 무언의 장려였다.
“넌 이제 죽었다. 네 사과 전화로 감독이 과연 마음을 돌릴까?”
“흐엉엉. 안 돌리겠죠.”
“맞아. 대체할 배우는 차고 넘치니까 말이야.”
“과거의 절 때리고 싶어요!”
기초운은 아예 대성통곡을 했다. 나는 팔을 쭉 잡아당겼다. 순간 중심을 잃은 한우진이 비틀거렸다.
그만 협박하고 이만 달래라는 무언의 권장이었다.
“뭐, 과거의 너를 때릴 수 없으니까, 지금의 너를 좀 때리렴.”
기초운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진지하게 한우진에게 말했다.
“선배님, 그건 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