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36)
236
순간 할 말이 없었다. 엄마가 옆에서 눈을 깜박였다.
“마리, 무슨 짓을 한 거니?”
그, 그러게요.
‘저걸 플러팅이라고 하나?’
아니, 뭐 저렇게 자연스럽게. 대본에 저런 게 있나? 아니, 아니야.
‘누나는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저 행동은 애초에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았다.
나는 슬쩍 옆을 돌아봤다. 엄마가 턱을 괴고 TV를 시청 중이었다.
‘익숙하다 싶더니…….’
나는 알았다.
‘저건 엄마가 잘하는 행동이야.’
누, 누나. 엄마를 닮은 게 외모적인 것만은 아니구나.
‘유전자는 신기하다.’
어떻게 저런 면을 닮았을까.
박지은은 어쩔 줄 몰랐다.
“아아, 언니. 진짜 죄가 크다니까요!”
누나는 손가락에 묻은 립스틱을 휴지로 닦아냈다.
“뭘.”
“진짜 마리 언니는 뭘 먹고 이러시는 거예요. 언니, 나 진짜 심장 떨렸다니까요.”
누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네, 긴장 풀려서.”
“아아, 언니.”
박지은은 누나를 안으며 말했다.
“그래서 일부러 그런 거예요?”
“응. 너는 긴장 심하게 하잖아.”
“아. 진짜. 또 반하게 하지 말아요. 내가 진짜 못 살아.”
나는 눈을 깜박였다.
‘와, 누나. 진짜…….’
화면에는 웃음이 천천히 지워지는 누나가 보였다. 엄마를 닮은 외모가 퍽 도드라졌다.
‘진짜, 아름답다.’
스탭이 나가란 말을 한 거 같았다. 누나는 슬쩍 뒤를 보며 말했다.
“나가자. 우리 잘할 거야.”
누나는 다른 연습생들을 먼저 나가게 하고 제일 뒤에 갔다. 마치 무리의 리더인 암사자 같았다.
‘진짜 멋지다.’
누나가 멋있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화면에는 다른 팀이 나왔다. 마적이는 가차 없이 빨리 보기를 눌렀다.
엄마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말했다.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하나…….”
“왜용?”
대답한 건 팝콘을 들고 온 안산댁이었다.
“마리 아가씨, 진짜 아가씨를 너무 닮았네요. 아가씨 어렸을 적 딱 저랬잖아요.”
어, 어라?
엄마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게. 안산댁. 진짜 어렸을 때 내 행동 보는 줄 알았어.”
“요즘도 그렇잖아요, 아가씨. 그래서 따르는 후배가 많으시잖아요.”
“뭐, 어쩌다 보니 그렇네. 그런데 우리 마리, 내가 알려주지도 않은 거 같은데, 똑같이 하네. 신기해, 안산댁.”
그, 그러십니까.
나는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 학교 다니실 때, 인기 장난 아니셨겠다.’
이성은 당연하고 동성에게도 많았을 거 같긴 했는데…….
‘누나 보니 알겠다. 이래서였구나.’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끝까지 봐야겠지만, 이 오디션에서 누나가 엄청나게 눈에 띌 게 분명했다.
‘실력도 그런가?’
나는 마적에게 말했다.
“적앙. 빨리 돌리징 말아 봥. 보고 싶엉.”
“그래? 알았어.”
화면은 다시 정상적인 속도로 흘러갔다. 다른 그룹이 열심히 공연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무가 잘 맞지 않았고, 심사위원 시선도 좋지 않았다.
음악이 끝났다.
“네, 잘 봤고요. 그런데 이런 건 평가를 할 수 없어요. 태주 엔터테인먼트에서는 뭘 가르친 거예요? 레슨을 안 해줘요?”
와, 저렇게 심한 말을.
엄마는 팝콘을 먹으면서 말했다.
“저렇게 말할 거까지야.”
“맞아용.”
“연습을 잘 안 한 거 같던데? 이런 애들은 자연스럽게 가라앉을 텐데. 굳이 입 아프게 지적하다니.”
어, 어라.
‘저런 시선도 있구나.’
엄마는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저런 어설픈 무대를 보여주느니, 좋은 무대를 자주 보여주는 게 나을걸? 확실히 자극을 중요하게 여기네. 방송국 애들이 그렇지.”
엄마는 내 볼을 쓰다듬었다.
“잘하는 무대 패스하고 저런 못하는 무대와 자극적인 멘트를 샅샅이 보여주네. 재미를 위해서인 건 알지만, 애들은 아직 어린데 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엥 서바이벌이니까용.”
“그러게나 말이야.”
쓴소리를 들은 연습생들은 뒤에 자리에 앉아서 눈물을 흘렸다. 그때 무대가 변하고 누나의 모습이 보였다.
‘와, 우리 누나 팔다리 긴 거, 다 보인다.’
누나는 연습생 중에서 제일 크고 비율이 좋았다. 심사위원이 고개를 들고 ‘예쁘네!’라고 하는 게 보였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이미 지나간 방송인데 긴장되었다.
‘누나 잘해야 하는데!’
아니, 당연히 잘할 거 알지만.
연습생들이 대열을 잡았다. 곧 음악이 흐르고 춤이 시작됐다.
누나는 제일 가운데에서 안무했다. 팔다리가 리듬을 타고 쭉쭉 뻗었다. 유연함과 강약의 조절이 느껴졌다.
심사위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누나는 물 만난 고기처럼 무대 위에서 움직였다.
카메라 앵글은 누나를 자주 비춰줬다. 누나는 금발 머리를 휘날리면서 슬쩍 웃었다.
‘진짜 누나 춤 잘 춘다.’
손가락을 튕기는 안무를 할 때였다. 언 듯 스친 누나의 손가락에 붉은색이 눈에 띄었다.
‘저거 립스틱 색인가?’
아, 그래서 그 장면을 넣었구나.
누나의 무대는 끝났다. 심사위원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 팀은 전체적으로 좋네. 기합이 확 들어가 있어. 편곡도 잘했네요. 어때요, 이정윤 씨? 이 곡 했었잖아!”
옆에 있던 다른 심사위원이 웃었다.
“너무 잘해서 좋네요.”
“아, 진짜 잘했어요. 편곡도 좋네. 이거 편곡 누가 회사에서 해줬어요?”
연습생들은 아니라고 하면서 누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심사위원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말했다.
“아, 알아요. 오마리 연습생. 이야기는 들었어요. 춤 기가 막히게 추고, 곡도 잘 만든다면서요?”
옆에서 다른 심사위원이 속삭였다.
“곡? 어떤 곡?”
“드라마 OST요. [지킬과 앤디>에 나오는 온종일~ 그거요.”
“그거 유명하잖아. 그거 저 애가 만든 거야?”
그 곡이 정말 유명하긴 했지.
‘더 칭찬했으면 좋겠다.’
우리 누나가 이렇게 능력자라고. 여태 데뷔 못 한 게 이상하단 말이야.
누나는 칭찬 세례 속에서 고개를 숙였다가 들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보니까 진짜 춤 잘 추네요. 힘을 조절하는 게 기가 막혀. 바로 데뷔해도 되겠어. 이정윤 씨는 어떠세요?”
다른 심사위원이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오디션에선 안무 평가만 하는데, 편곡에 놀랐어요. 정말 다재다능하네요. 아니 그런데, 얼굴도 예쁘고 비율도 좋아요. 진짜 완벽하네요. 오마리 연습생은 보니 다이아몬드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네요.”
와.
잘 모르지만, 저거 엄청난 찬사 같다.
‘우리 누나 칭찬받네.’
나는 활짝 웃었다. 내가 다 기뻤다.
‘하지만 더 해줘요. 더 듣고 싶어.’
엄마는 계속 팝콘을 먹었다. 카메라는 누나의 모습을 비췄다.
다른 심사위원이 말했다.
“저렇게 완벽하니까, 나 다른 게 궁금해. 오마리 연습생. 포지션 뭐예요?”
누나는 마이크를 건네받고 말했다.
“다 합니다.”
순간 심사위원들이 펜을 탁자에 두고 자기들끼리 눈빛을 교환했다.
“B사가 아주 이를 갈았네요. 오마리 연습생, 혹시 자작곡 불러볼 수 있어요? 보컬도 좋고, 랩도 좋아요. 한번 해보세요.”
누나는 눈을 깜박였다. 그러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냥 제가 계속 가지고 다니는 MR이 있어요.”
누나는 의상 뒷주머니에서 USB를 꺼냈다.
“이걸 하겠습니다. 랩이에요.”
“어머, 무슨 곡인데 그걸 가지고 다녀요?”
“저에게는 네잎클로버 비슷해서, 항상 지니고 다녀요. 제목은 ‘내 동생이 제일 귀여워’입니다.”
순간 나는 눈을 깜박였다.
‘지금 내가 뭘 들은 거지?’
저기요. 누님?
엄마는 팝콘을 먹으며 말했다.
“공자야. 마리가 너에 대해 곡을 만들었나 봐.”
“그, 그런강 봐용.”
언제 곡을, 아니 그 이전에 말입니다.
‘아이돌 오디션 서바이벌에서 제가 귀엽다는 곡을 부른다고요?’
그것도 랩으로?
‘누, 누나! 무슨 짓을 하시는 거예요!’
엄마는 탄산수를 마시면서 소리 내어 웃었다.
‘아니, 어머니. 지금 웃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말리셔야죠. 아니다. 이미 말리지도 못하는구나.’
저 방송은 이미 나갔지. 그러니까 누나는 이미 저 곡을 부르고, 서바이벌을 하고 있었다.
나는 마른세수를 했다.
‘편집되라. 제발 결코 다시 편집!’
다행히 세상은 내 소원을 들어줬다. 누나의 곡은 보여주지 않고, 바로 다른 화면으로 넘어갔다.
‘아, 다행이다.’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을 때였다. 마적이가 말했다.
“이거 일부러 어그로 끈 거야. 누나가 부른 곡 다음 화에 나와.”
“아, 아닝 왜 그런 짓을?”
“시청률 때문이지, 뭐. 그나저나 이 프로그램, 진짜 편집이 더럽긴 하다.”
그러게요.
마적이는 화면을 빨리 돌리기 시작했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누나, 왜 그러셨어요.’
왜 이런 곡을 부른 것입니까. 누나 노래 잘하시잖아요. 그냥 무반주로 노래를 하셔도 될 거 같은데요.
마적이 말이 맞았다. 누나는 그 화에 더는 나오지 않았다. 다음 화로 넘어가는 CF가 나왔다.
“공자야.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다.”
그, 그렇습니까.
“우리 마리가 어떤 랩을 했을까.”
“고모, 제목이 ‘내 동생이 제일 귀여워’래요.”
“저런, 아주 당연한 제목이네. 내 아들이 세상에서 제일 귀엽긴 하지.”
적이와 엄마는 여유롭게 기다렸지만, 나는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아니, 누나 도대체 무슨 곡을 만드신 거예요.
다음 화가 시작되었다. 갑자기 비트가 쾅쾅 때렸다.
‘현장 MR이 이렇게 좋았을 리는 없지.’
그럼 이건 나중에 MR을 넘긴 거겠지?
누나는 카메라를 노려보며 어깨를 흔들었다. 그리고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 고개를 들었다. 누나의 수려한 이목구비가 화면에 가득 찼다.
누나는 그렇게 랩을 시작했다.
-시간 없다니까. 내 동생이 제일 귀여워. 그만 좀 달라붙어. 너랑 있을 시간 없어. 내 동생이 제일 귀여우니까.
누나는 걸어가면서 뒤에 달라붙은 것들을 털어냈다.
-집에 가서 동생 봐야 해. 뭐, 거짓말이라고? 어디 노는 거 아니냐고? 멋대로 생각해. 내 동생 귀여워서 보러 갈 거니까.
이 곡에 주제가 뭘까.
‘귀찮게 엉겨 붙는 사람들을 동생 핑계로 털어내는 건가?’
누나는 다리를 굽혀 앉으며 카메라를 향해 손짓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을 거면서, 왜 따라오는 건데? 꺼져. 따라오지 마. 동생 보러 가야 해.
랩이 끝나자, 후렴구가 나왔다.
-오늘 집에 가서, 동생 꼭 껴안고 잘 거야. 샴푸 향 솔솔 나는 애가 보고 싶었다고 웃겠지. 너 따위에게 쓸 시간 없어.
나는 멍하니 TV를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는 거 같았다.
‘누, 누나.’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이, 이 일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왜 이런 노래를 부르는 거야.’
후렴구가 끝나자 2절이 시작되었다. 나는 조용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순간 간절하게 필요한 게 있었다.
엄마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공자야, 왜 그러니?”
“찾공 있어용.”
“응?”
“쥐구멍이용.”
없으면 제가 팔 겁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