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37)
237
엄마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얼굴부터 목까지 빨개져 있었다. 사실 옷을 들춰보면 전신이 붉을지도 몰랐다.
“공자야. 괜찮아.”
“하나동 안 괜찮아요.”
아무리 둘러봐도 쥐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너털너털 걸어갔다.
“공자야, 어디 가니?”
나는 거실 커튼을 젖히고 닫힌 창틀에 앉았다. 왜일까. 이 순간 혹독하게 외로웠다.
사랑하는 누님.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신 겁니까.’
세상에 좋은 소재 많잖아요. 저 지금 부끄러워요.
나는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댔다. 하지만 얼굴이 식혀지지 않았다. 심지어 그 시간도 오래가지 않았다.
“공자야. 이런 데 있으면 위험해.”
딱히 위험한 건 없었다. 하지만 엄마는 쪼그려 앉은 나를 번쩍 들어서 다시 소파에 갔다. 내가 다시 도망가려고 하자, 엄마는 손가락에 깍지를 꼈다.
“공자야, 괜찮아. 숨을 일 아니야.”
“이겅 숨을 일 맞아용.”
하지만 엄마의 손은 단단했다. 나는 눈을 가렸다. TV에서는 심사위원들의 반응이 나왔다.
“어, 훌륭하네요.”
심사위원님. 진짜입니까?
“랩이 아주 쫀득해요. 리듬감도 좋고, 멜로디도 좋네요. 그런데 오마리 연습생.”
“네.”
“동생이 진짜 귀엽나 봐요?”
나는 고개를 들어 화면을 바라보았다. TV 속에서 누나는 햇살처럼 웃으며 대답했다.
“네! 세상에서 제일 귀엽습니다.”
“어머나. 얼마나 귀여우면 이럴까. 마공자처럼 귀여워요?”
순간, 엄마의 몸이 움찔 떨렸다.
“풋!”
엄마, 웃지 말아요.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로 귀여워요.”
“진짜 보통 귀여운 게 아닌가 봐. 혹시 마공자보다 귀여워요? 이거 대답 잘하셔야 해요. 국민 프로듀서분들 중에는 곰자도 계시니까요.”
아니, 아이돌 프로그램에 왜 제 이름과 곰자님이 나오나요.
누나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마공자랑 똑같이 귀엽습니다. 그리고 저도 곰자입니다. 팬클럽 넘버, 67,567입니다.”
그건 또 언제 가입하셨어요.
심사위원들이 입을 가리고 웃으셨다.
“그렇군요. 진짜 잘 봤어요. 정말 다이아몬드네요. 오마리 연습생 미래가 기대됩니다. 수고했습니다. 등급은 볼 것도 없이 A입니다.”
누나는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누나의 파트는 끝났다.
마적이가 말했다.
“누나 이제 다음 화까지 잘 안 나와.”
“아, 재미있다. 적아. 이만 꺼도 돼. 이거 나도 생방송으로 봐야겠는걸? 적이 너는 이미 봤었니?”
“너튜브에 이미 다 돌아요. 내 동생이 제일 귀여워, 조회수 엄청나요.”
아니, 그걸 왜 또 봐요.
“어떻게 알았는지, 마공자 테마송이래요.”
테마는 무슨.
“마리가 내 딸인 거 숨기고 나간다고 했거든.”
“계속 숨긴대요?”
“적어도 서바이벌 오디션에서는 말할 생각 없대.”
마적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거 말하면, 너무 쉽죠.”
“쉬워질지 어려울지 모르겠다만, 우리 마리 대단하네.”
엄마는 내 볼을 매만지며 말했다.
“잘하는지는 알았지만, 정말 잘하네, 우리 마리만 화면에서 보여.”
“마리 누나 데뷔하면 인기 많을 거 같아요.”
“자신을 믿어달라고 하더니.”
엄마는 내 뺨에 뽀뽀했다.
“내 애들은 왜 다 천재인지 모르겠다니까.”
“엄망…….”
나는 간절하게 말했다.
“저능 부끄러워용.”
엄마는 날 안고 웃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도저히 이 일을 믿을 수 없었다.
‘누나, 도대체 왜 그랬어요.’
어째서 그런 곡을 만들고 부른 거예요.
순간 눈가가 뜨거워졌다. 엄마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
“공자야, 우니?”
“흑, 큭.”
진짜 부끄럽습니다. 놔주세요. 숨고 싶어요. 쥐구멍 없으면 이번에야말로 마당에 구멍 팔 거예요.
엄마는 서둘러 나를 달랬다.
“공자야. 괜찮아. 공자인 거 모르잖아.”
“언젠강 알려질 겅잖아용.”
“그건 그때 가서 해결할 일이지. 공자야. 진짜 괜찮아. 이게 왜 부끄러워. 누나가 동생을 좀 귀여워한 것뿐인데.”
이건 좀이 아닌데요.
마적이가 말했다.
“마리 누나가 좀 오버했는데요,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동생이 마공자잖아요.”
“그렇지, 적아? 공자야. 괜찮아. 눈물 뚝.”
“제가 누나 입장이라도, 곡 하나는 뚝딱 만들었을걸요. 공자야. 너튜브 댓글 볼래?”
나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안 봥.”
마적이 이 녀석아. 너는 내가 수치사 하기를 바라는 거냐.
“아이고, 내 아들 빨개진 얼굴이 돌아오질 않네. 잘 안 우는 애가, 막 우네.”
누구나 이런 상황이면 웁니다. 엄마.
마적이는 멋대로 댓글을 읽었다.
“아, 여기 있네. 진짜 동생과 친한가 보다. 얼마나 귀엽길래 저러지. 진짜 마공자만큼 귀엽나. 사진을 보여주세요. 판단은 우리가 한다. 와, 동생이랑 진짜 좋나 보다 어떻게 껴안고 자지? 아니, 진짜 동생 맞아요? 나는 내 동생 존재 자체가 싫은데?”
현실 동생이면 저게 당연하죠.
마적이는 러그에 누워서 뒹굴뒹굴했다.
“누나 진짜 이 서바이벌에서 우승할 거 같다.”
“마리는 잘할 거야.”
“성정은 상광 없어용. 건강하기만 하면 돼용.”
저 오디션 되게 힘들어 보이는데, 몸 성히 잘 마쳤으면 좋겠다.
엄마는 웃으면서 내 등을 토닥였다.
“그러게. 엄마도 그런 건 상관없어. 아이고, 내 아들 얼굴이 계속 붉네. 공자야. 한숨 자자.”
엄마는 나를 들고 벌떡 일어났다. 마적이는 엄마가 남긴 팝콘을 먹으며 계속 너튜브 댓글을 봤다.
엄마의 토닥임이 일정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래. 땅을 팔 수 없으면, 이불 안에라도 들어가야지.’
최소 3시간은 거기 있어야 얼굴을 들 수 있을 거 같았다.
엄마는 나를 침실에 내려주고 시트를 덮어줬다. 나는 딱 10초 뒤에 잠들었다. 평소보다 늦은 건, 아무래도 부끄러워서였다.
* * *
마수정은 공자를 눕히고 문을 닫았다. 소파에는 덕수 씨와 안산댁, 그리고 마적이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마수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속삭였다.
“잠들었어.”
그때였다. 다들 멀쩡하게 각자 벽 잡고 미끄러졌다.
마수정은 배를 잡고 복도에서 뒹굴었다.
“아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크흡. 크하하하하!”
“호호호호홍! 호호호호홍!”
별채에 머무는 사람들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마수정은 숨을 헐떡였다.
“큽. 아니 마리도 그렇지, 왜 그런 곡을 만들어서.”
“공자가 귀여우니까요. 아니, 어쩌면 그렇게 진지하게 할 수 있어요?”
“공자라면 어쩔 수 없죠. 저는 마리 누나 이해한다니까요.”
“마리는 아마 자기 딴에는 진지했을걸. 아하하하. 아, 배야.”
마수정은 복도에서 몇 바퀴 더 뒹굴었다. 네 사람이 정신을 차린 건, 그렇게 5분간 각자 미친 듯이 웃고 나서였다.
안산댁은 머리를 정리하면서 진 빠졌다며 마실 걸 들고 온다고 부엌으로 갔다. 덕수 씨는 공자 스케줄 확인한다고 했고, 마적이는 너튜브 댓글을 보러 갔다.
마수정이 복도에서 심호흡하고 있을 때였다. 스마트폰 진동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마수정은 조금 웃었다. 자신의 딸은 양반은 못 되는 모양이었다.
“응, 사랑하는 딸.”
-엄마. 시간 조금 남아서 전화했어.
“방금 방송 봤어.”
잠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났다.
-엄마, 나 어땠어?
“우리 딸 멋졌어. 너만 보이더라.”
마리 말투에 살며시 웃음이 섞였다.
-열심히 했으니까.
“공자랑 같이 봤어. 아, 공자 바꿔주고 싶은데 방금 잠들었어.”
-공자가 뭐래?
“부끄러워서 등까지 빨개졌더라. 마리야. 기분은 이해하지만 조금 과했어.”
딸아이는 금방 풀이 죽었다.
-음악은 진실해야 한단 말이야. 그건 진짜 요즘 내 생각이야.
마수정은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이럴 때마다, 껑충 자란 마리가 아이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공자는 부끄러움이 많잖아. 커튼 사이로 파고들더라. 숨으려고.”
-아, 귀여웠겠다.
“말도 못 하게 귀여웠지.”
-엄마. 공자 보고 싶어. 엄마도 보고 싶어. 안산댁도.
마수정은 딸 아이를 달랬다.
“힘들지.”
-조금. 그래도 할 만해. 단지 공자가 무지 보고 싶을 뿐이야.
“사진 보내줄까?”
-응! 그런데 자주 못 봐. 스마트폰 반납하거든.
마수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마트폰을 반납했는데, 어떻게 전화했어?”
-유심 미리 빼놨어. 공기계 따로 넣어서 숨겨놨지. 바로 달아서 한 거야. 엄마, 끊을게.
“그래. 마리야. 사랑한다. 내 딸.”
-나도 사랑해!
통화가 끊겼다. 마수정은 어깨를 으쓱했다.
‘내 딸 수단도 좋지.’
이런 건 누구를 닮은 걸까. 역시 나일까?
마수정은 씩 웃으면서 걸어갔다. 딸아이가 나오는 방송이라서 그런가. 또 보고 싶었다.
‘그나저나 마리가 만든 곡, 어디서 안 파나.’
정식으로 음원 나오면 계속 돌려 듣고 싶었다.
‘아, 마리에게 그냥 달라고 하면 주겠구나.’
딸 아이가 만든 곡인데, 왜 팔 때까지 기다릴 생각을 했을까.
마수정은 피식 웃으며 다시 거실로 갔다. 발걸음이 가볍기 짝이 없었다.
* * *
제정신을 차린 건 일주일 뒤였다. 누나가 만든 곡을 극복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힘들었어.’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에는 부정했고, 그다음에는 타협했으며, 서서히 수용이 가능해졌다.
‘그래, 누나가 그럴 수도 있지 뭐.’
나를 너무 사랑해서 그래.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더웠던 계절도 가고 슬슬 가을이었다. 나는 큐시트를 훑어봤다.
‘그래. 일에 집중하자.’
오랜만에 하는 예능 게스트였다.
나는 밴에 앉아서 다리를 쭉 폈다가 내렸다.
‘예능은 영화 홍보차 들어갔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종류가 달랐다.
‘캠핑가는 프로그램이라니…….’
물론 그냥 캠핑은 아니었다. 나는 프로그램명을 보았다.
[친구와 함께>연예계에 친한 사람들끼리 같이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이었다.
‘꽤 인기 있었지, 이거.’
그래서 후속 시즌도 6까지 갔었다.
나는 조금 웃었다. 그러고 보면 마공자가 된 후에 친구랑 여행 가는 건 처음이었다.
‘뭐, 아직 어리니까 보호자 동반이 기본이긴 하지만.’
아니다. 여행 자체를 자주 안 가긴 했나.
‘바쁘기도 했고, 위험하기도 했고.’
나는 긴 숨을 내쉬었다. 뭐, 이것도 진짜 친구랑 가는 건 아니었다. 버스 두 대의 거대한 촬영진과 덕수 씨가 함께였다.
‘텐트 치고 불 피우고, 음식 먹는 걸 보는 프로그램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오래가진 않았어.’
나는 조금 웃었다. 그러고 보면 전생에서 이 프로그램에 나온 적 있긴 했다.
‘물론 그때는 인기 다 떨어진 시즌 6이긴 했지.’
그래서일까. 지금 나오는 게 좀 좋았다.
앞자리에 덕수 씨가 물었다.
“캠핑 기대하십니까?”
“조금요.”
“음식 직접 하셔야 할 텐데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덕분에 며칠 전부터 안산댁에게 특훈을 받았다.
“걱정입니다. 공자가 칼에 손 베일까 봐요.”
아이고, 덕수 씨. 그거 과보호입니다.
“잘할 수 있어요!”
“그렇습니까.”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기대돼요. 수윤이랑 가는 거잖아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