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38)
238
이번 예능 초대자는 한수윤이었다.
‘서 사장님, 그래서 한다고 했지.’
물론 모든 사람이 걱정했다. 수윤이도 아직 고등학생밖에 안 됐고, 나도 아직 초등학생이었다.
하지만 한마디로 해결되긴 했다.
‘수윤이랑 캠핑해 보고 싶어요. 친구랑 밤을 보낸 적이 없어서요!’
그러자 마적이가 내 옷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나랑 보낸 밤은 뭔데?’
순간 할 말이 없었다.
‘우리는 친척이잖아, 라고 하니까 언제는 친구라면서! 하면서 삐졌어.’
촬영 전날까지 화를 풀지 않았다. 심지어 자기도 가겠다고 징징거렸다.
‘아니, 그렇게 어른스러운 애가 왜 갑자기 애가 된 거야.’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수학여행을 가는 모든 이들의 핑계를 댔다.
‘기념품 사 올게!’
물론 사와도 화는 안 풀겠지.
나는 한숨을 내뱉었다. 좀 성장한 줄 알았는데, 도로 아기가 되었다.
나는 뺨을 살짝 긁었다.
‘뭐, 그래도 그게 적이랑 어울릴 거 같다.’
애가 너무 빨리 크면 아쉬울 테니까 말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거기 기념품 살 곳이 있나?’
휴게실 들르면 거기서 사야 하나.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용인 가는데도 휴게실을 들르나?’
하필이면 캠핑 장소도 용인이었다.
‘거기 유원지 있는 곳인데…….’
뭔가 한적한 곳으로 갈 줄 알았는데 거긴 너무 번화가였다.
‘뭐, 촬영진들이 죄다 움직여야 하니까 멀수록 안 좋긴 하지.’
나는 방긋 웃었다. 빨리 갔다 오면 편하겠지 뭐.
그래도 나는 덕수 씨에게 물었다.
“선생님. 휴게소 가나요?”
“중간에 있긴 합니다. 들를 수야 있습니다만, 이유를 물어도 됩니까?”
“기념품 사려고요.”
덕수 씨는 잠시 말이 없었다.
“기념품을 팔지는 모르겠습니다.”
나는 슬쩍 물었다.
“요즘 휴게소도 특이한 거 많잖아요. 거기도 뭐 있을까요?”
덕수 씨는 차선을 바꾸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기 친척이 살아서 어쩌다 보니 압니다만…….”
엥?
“휴게소에서요?”
신기하네. 일하시는 분인가?
덕수 씨는 고개를 슬쩍 저었다.
“아니요. 그 근처 아파트에 삽니다. 음, 죽전 휴게소 주위는 다 아파트입니다.”
아. 그렇구나.
“뭔가를 사려면 오히려 백화점이나 마트를 가는 게 낫습니다. 가깝거든요.”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친척 형은 거기 휴게소에 가끔 놀러 간다고 하더군요.”
“그, 그렇군요.”
“기념품은 아마 기대하기 힘들 겁니다.”
그, 그렇군요. 적어도 로컬 맛집은 없겠네.
“아파트 근처에 휴게소라니, 신기하네요.”
“친척 형은 가끔 급하면 가는 매점이라고 부르더군요. 가격이 비싸서 잘 가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들을수록 신기하긴 했다.
“마적이에게 기념품 사다 줘야 해서요.”
“그렇군요.”
“애가 토라졌어요.”
“공자랑 여행 가고 싶다고 했으니까요.”
“수영장이라도 같이 가야 하나 싶어요.”
덕수 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안 될 거 같습니다.”
엥? 나 그렇게 바쁜가?
“보안에 좋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스토커 일이 있으니까요.”
아, 생각도 못 했네.
“당분간 유원지나 수영장 같은 곳은 안 될 거 같습니다.”
“그렇네요.”
“답답하겠지만, 죄송합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이 왜 사과를 하세요. 스토커가 나쁜 거죠.”
“이런 건 재범률이 높습니다. 주의하는 편이 좋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죠. 경호원들도 두 분이나 같이 다니는데요.”
“공자가 매우 갑갑할 겁니다.”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선생님. 솔직히요.”
“네.”
“별로 안 답답해요. 저 집에 있는 거 좋아하니까요.”
집이 마당도 있고, 넓고 커서 그런가.
‘같이 사는 사람들도 많고 말이야.’
심지어 새로운 만남도 있었다.
“그렇군요.”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잖아요. 선생님, 신경 쓰지 마세요. 저는 괜찮아요.”
내가 밝게 웃자 덕수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 슬퍼하신다.’
음, 그럴 거까지는 없는데.
“오늘 캠핑, 기대하십니까?”
나는 대본을 치우면서 말했다.
“조금요. 그런데 저보다는…….”
나는 스마트폰을 들었다. 코코아 톡이 100개나 쌓여 있었다.
“수윤이가 더 흥분한 거 같아요. 뭘 챙겨 가면 되냐고 난리네요.”
“그렇군요. 저는 공자가 요리가 처음이라서 걱정입니다.”
“아마 밀키트 줄걸요.”
“그것도 처음인지라…….”
음, 덕수 씨?
“저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어요.”
덕수 씨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나는 눈을 깜박이다가 내 손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면 엄마 쿠키 돕는 거 외에는 부엌일을 해본 적 없구나.’
이번 생에서는 진짜 손끝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았군.
‘아아, 축복받은 삶이다.’
전생에서는 이 나이에 밥을 해 먹었는데 말이야.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코코아 톡을 확인했다. 일단 흥분한 수윤이부터 달래야 했다.
* * *
예능에 ‘리얼’은 없는 법이지만, 그래도 [친구와 함께>는 촬영진의 개입이 없긴 했다. 사전 인터뷰 외에는 큐시트를 건네받은 게 다였다.
‘대본도 있긴 하지만, 그냥 텐트 세우고 밥하는 거지.’
도착하자 보인 건, 달려오는 한수윤이었다. 촬영진에게 인사도 하기 전에 나는 들소처럼 달려오는 한수윤에게 깔렸다.
“공자야! 반가워!”
아이고, 얘가 왜 이렇게 흥분했지.
“수윤아…….”
“왔구나! 옷 든든히 챙겨왔어? 우리 오늘 부대찌개 해 먹는데!”
그, 그렇구나. 그런데 말입니다.
“수윤아. 무거워.”
“아, 미안!”
한수윤은 벌떡 일어나서 내 팔을 잡아끌었다. 나는 비적비적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윤아. 너는 예전에 그 가벼운 몸이 아니야.”
“아, 그렇지. 나 키 또 컸어.”
부러운 자식. 이 기세라면 180 찍고 남겠군.
“앞으로는 그냥 내가 널 안아 드는 게 낫겠다.”
나는 찌푸려지려는 미간을 애써 참았다.
“나도 큰데…….”
“응. 커질 거야, 공자야. 너 반에서 제일 크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수윤은 나를 아래위로 훑어봤다.
“이제 160 찍었겠다.”
“글쎄. 안 재봤어.”
한수윤은 갑자기 눈을 깜박이더니 나를 확 안았다.
“우리 공자가 키가 160이나 되다니!”
저, 저기.
“수윤아?”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 공자 아장아장 기고 있을 때가 눈에 선한데.”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아니, 배우들이 날 보고 저런 말 하는 건 흔하지만 말이야.’
그건 어쩔 수 없었다. 마공자는 대한민국에서 아기 때부터 봐왔던 존재였다. 그래서일까. 그냥 평범한 성장 과정만 보여도 괜히 감격에 겨워했다.
‘그건 그렇다 쳐도 말이야.’
수윤아. 왜 네가 거기에 참여하는데?
“수윤아. 우리 오랜만에 봤나?”
“조금? 3달 만이긴 하지.”
아니 그거밖에 안 됐는데, 왜 이러는 거야! 순간 한우진인 줄 알았잖아!
나는 볼 때마다 오두방정을 떠는 대한민국 대표 미남 중년 배우를 떠올렸다.
“수윤아. 너 우진 형 닮아간다.”
순간 한수윤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뒤에서 따라가던 나는 녀석의 등에 코를 부딪쳤다.
“아, 왜 갑자기 서.”
“공자야. 진짜야?”
한수윤은 내 어깨를 잡았다.
“으, 응?”
“정말 내가 우진 형 닮았어?”
한수윤의 동공이 떨렸다. 하지만 나는 진실을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조, 조금?”
“아, 안 돼.”
저런.
나는 녀석의 허리를 감았다.
“왜, 우진 형 멋있어.”
“멋있지. 나도 알아. 하지만…….”
한수윤은 카메라 앞에서 티끌 하나 없는 맑은 진실을 내보였다.
“닮고 싶지는 않아.”
음, 나중에 한우진 이거 보면 섭섭해하겠다.
안타깝지만 한수윤의 마음은 이해하고도 남았다. 그래서 나는 의리로 말했다.
“수윤아.”
“응.”
“우리 카메라 앞이야.”
한수윤은 천천히 돌아보고 신음을 내뱉었다.
“아!”
저런.
나는 녀석의 등을 토닥였다. 한수윤은 작게 중얼거렸다.
“우진 형에게 혼나겠다.”
응. 너 한동안 귀찮을 거야.
한수윤은 고개를 숙이고 나를 따라왔다. 그러더니 잠시 뒤 고개를 들며 활짝 웃었다.
“뭐, 그건 그때 가서 해결하자. 별거 아닌 일로 캠핑을 망쳐서는 안 되지! 공자야! 나 너무 신나! 캠핑하는 거 처음이야! 넌 해봤어?”
음, 순식간에 한우진은 별거 아닌 게 되어버렸군.
‘하긴 캠핑이 더 먼저지.’
나는 일단 고개를 저었다.
“나도 처음이긴 해. 캠핑도 처음이야.”
한수윤은 뭐가 좋은지 계속 입이 귓가에 걸려 있었다. 그래서 나는 수줍게 고백했다.
“그런데 수윤아.”
“응.”
“나 음식도 처음이긴 해.”
한수윤은 눈을 깜박였다.
“너, 해봤어?”
녀석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래. 네가 해봤으면 이상하지. 너도 연기하느라 바빴잖아.
나는 방긋 웃었다.
“괜찮아. 먹을 수만 있으면 되겠지 뭐.”
“그, 기준이 그거야?”
“우리 둘 다 초보잖아. 우리 먹을 수 있는 걸 만들어보자.”
“음, 그, 그렇지만…….”
한수윤은 턱을 살짝 긁으면 말했다.
“공자 너는 뭐든지 잘해서 말이야. 음식도 잘할 줄 알았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뭐든 잘한 적도 없고, 연기도 공부 많이 하는걸.”
“하긴. 공자 너는 노력도 많이 하지. 대본 너덜너덜하잖아. 처음에는 의외였어.”
음, 그건 당연한 게 아닐까요. 일단 외워야 하는데요.
‘그래도 이 머리, 나쁜 편은 아닌데.’
오히려 잘 외워지는 편이었다. 요령이 붙어서인지, 머리가 좋은 시기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수윤이 너도 완벽하게 대사 숙지하는 편이잖아.”
“음, 나는 어렸을 때부터 했으니까. 거의 습관이지.”
“그건 나도 마찬가지 아닐까?”
마공자는 뿌뿌빠빠 하는 한 살 때부터 화면에 나왔으니까 말이야.
한수윤은 눈을 깜박이다가 활짝 웃었다.
“그렇네, 음, 새삼스럽지만 그렇다. 우리 그렇게 어릴 때부터 이 일을 했구나.”
말투에 회한이 살짝 섞여 있었다.
‘고등학생이 회한이라니…….’
하긴 이 녀석, 한때는 곤약 젤리만 먹고 살았지.
나는 녀석의 등을 토닥였다. 한수윤은 산길을 좀 걸으며 말했다.
“조금 아쉽긴 하다.”
“뭐가?”
“음식. 좀 기대했거든. 그런데 왜 기대했지? 우리 둘 다 해본 적 없는 게 당연한데.”
나는 진지하게 물었다.
“맛있는 거 먹고 싶어?”
“응!”
나는 방긋 웃었다.
“알았어.”
숨겨왔던 내 실력을 보여줘야겠군. 마공자는 손에 물도 안 묻혀봐서 대강 넘어가려고 했는데…….
‘그런데 애가 먹고 싶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
한수윤은 조금 있다가 내 손을 꼭 잡았다.
“그런데 너와 단둘이 보내는 밤 자체가 좋은 거 같긴 해!”
무, 무슨 말이 이렇지. 나는 팔을 쓰다듬었다. 팔에 닭살이 돋아 있었다.
‘얘가 또 드라마처럼 말하네.’
이 병 나았다 싶었는데, 다시 도진 거니.
나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이래서 아이는 어렸을 때 놀아야지, 일하면 안 됐다.
한수윤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공자, 너는?”
음, 여기에서 아니라고 하면 상처받겠지.
‘게다가 나는 대외적으로 천사 소리 듣고 있으니까.’
나는 방긋 웃었다.
“나도!”
그렇다고 치자.
한수윤은 좋다고 계속 웃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왜일까. 캠핑은 시작도 안 했는데 조금 피곤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