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39)
239
캠핑장은 산 중턱에 있었다. 방갈로가 있는 걸 봐선 실제 운영 중인 곳 같았다.
‘하긴 스탭들도 머물러야 하니까.’
솔직히 텐트 치는 거부터 각오했었다. 하지만 우리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스탭에게 물었다.
“미리 쳐주신 거예요?”
조연출이 웃으면서 말했다.
“공자도 군대 가면 실컷 칠 텐데요. 미리 할 필요 없죠.”
자비로움이 느껴지는 이유였군.
한수윤은 텐트 안을 살피다가 나왔다.
“공자야, 잘 때는 보온 매트 스위치 누르래.”
“아, 응.”
충전 매트인가. 나름 캠핑이라서, 전기는 못 쓰는 모양이었다.
‘뭐, 그래도 구색 맞추기이지.’
나는 모니터에 연결된 전선을 바라보았다.
‘리얼은 절대 리얼이 아니라니까.’
만약 진짜 리얼이라면, 대본이 있을 리 없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아이스박스를 열었다. 부대찌개 재료와 각종 채소가 잔뜩 있었다.
‘와, 둘이 먹을 양이 아니네.’
우리가 어려서 이렇게 준 건가? 다른 출연자도 이렇게 주나?
나는 아이스박스를 뒤적거리며 말했다.
“수윤아. 밥이야, 면이야?”
“응? 둘 다도 돼?”
“알았어. 둘 다 하자.”
나는 일단 냄비에 쌀을 넣고 물을 담았다. 그리고는 살살 씻었다. 한수윤이 나와서 말했다.
“쌀 씻는 거야?”
“응.”
“퐁퐁 필요해?”
순간 다리를 삐끗할 뻔했다.
“수윤아. 쌀은 세제로 안 씻어.”
“어, 진짜? 몰랐어.”
나는 한수윤을 보며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바로 결심했다.
‘그래, 애가 한 번도 이런 야외 활동을 해본 적이 없구나.’
밥 먹고 일만 잔뜩 했겠지.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방긋 웃었다.
‘적당히 나가서 놀아야, 애가 정서가 좋아질 텐데.’
이 녀석 얼마나 뻑뻑하게 살았을까.
‘오늘 내가 방과 후 활동시켜 준다고 생각하자.’
나는 일단 주위를 둘러보며 장비를 찾았다. 다행히 눈에 띄는 게 있었다.
“수윤아. 앞치마 하자.”
“응?”
“모든 것은 장비부터 갖춰야 하는 법이야.”
한수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캠핑장에 있는 앞치마를 입었다.
‘앞치마가 좀 그런데?’
큼지막한 노란색 병아리가 그려져 있었다.
한수윤은 주섬주섬 앞치마를 하고 나도 해줬다. 나는 고개를 숙여서 무늬를 확인했다. 중간에 분홍색 토끼가 웃고 있었다.
‘남자애 둘에게 왜 이런 걸…….’
뭐, 익숙하긴 했다.
순간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공자야, 왜 그래?”
“아니, 별거 아니야.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
“뭐가?”
나는 앞치마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이런 거 익숙해져도 되는 걸까?”
순간 스탭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지만 청소년 정서에 좋을 거 같지는 않았다.
나는 쌀을 씻고 잘 담가뒀다. 그리고는 일단 화기를 보고 고민에 빠졌다.
‘제작진이 왜 이러십니까.’
화기는 많았다.
‘휴대용 가스레인지 두 개, 바비큐 굽는 그릴,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하는데…….’
한쪽에는 벽돌 아궁이와 가마솥이 있었다.
‘이걸 도대체 누가 쓴다고?’
안을 슬쩍 보니 장작과 불쏘시개가 보였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였다. 한수윤이 부산스럽게 말했다.
“공자야. 이거 뭐야?”
“가마솥?”
“와, 써보고 싶다.”
이, 이걸?
나는 한수윤을 빤히 바라보았다. 녀석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하긴, 어렸을 때는 큰 게 멋있어 보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써본 적이 없긴 했다. 하지만 아이 정서를 위해서도 한번 해보는 것도 좋았다.
나는 한수윤에게 물었다.
“수윤아. 휴대용 선풍기 가져왔어?”
“응!”
“좋아. 큰 거 써보자. 그런데 이거 쓰면 음식 양도 많아질 텐데?”
“많이 하자!”
우리 둘만 먹을 텐데?
나는 카메라에 대고 물었다.
“많이 하면, 조금 드실래요?”
카메라가 앞뒤로 움직였다. 스탭들이 다시 웃는 게 느껴졌다.
‘그래. 뭐 그렇다면야.’
나는 내 손을 내려다봤다.
‘그간 감춰오고 있었지.’
나는 씩 웃었다.
‘이한조는 손이 컸지.’
왜냐하면,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으니까!
‘인상 별로라고, 주로 주방에서 일했지.’
나는 한수윤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은 순수하게 웃고 있었다.
‘오늘 이 녀석에게 보여줘야지.’
숨겨왔던 나의 손맛을 말이야.
나는 큰 국자를 한 바퀴 돌렸다. 그리고 속으로 외쳤다.
‘형제 식당의 영광을 위하여!’
사장님이 저에게 주신 노하우, 아낌없이 사용하겠습니다.
‘그래도 양념은 비밀로 할게요.’
나는 한수윤을 바라보았다.
“수윤아.”
“으, 응?”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어?”
“어……?”
“그럼, 한 번만 되뇌어봐. 주방은 전쟁이다.”
“주방은 전쟁이다?”
“그래. 좋아. 다른 거 한 번만 더.”
나는 도마와 칼을 씻으며 돌아봤다.
“칼은 무기다. 베이면, 피가 난다.”
“칼은 무기다. 베이면 피가 난다!”
“좋았어. 가자. 따라와!”
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아궁이로 왔다. 제작진은 살포시 성냥을 건네줬다.
‘이왕이면 라이터 주지.’
내가 성냥을 들자마자, 스탭 몇 분이 소화기를 들고 대기했다. 안전에는 신경 쓰는 듯했다.
한수윤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나 성냥 처음이야. 공자 너는?”
“나도 처음이야.”
이번 생에서는 말이야.
나는 장작에 불쏘시개를 놨다. 한수윤이 말했다.
“불은 그래도 내가 할게.”
나는 눈을 깜박였다. 한수윤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내가 나이 많으니까.”
음, 그런 이유였군.
‘그런데 아마 못 할 텐데?’
나는 그냥 내가 할까 하다, 생각을 바꿨다.
‘뭐든 체험해 보는 게 좋지.’
한수윤의 정서를 위해서 말이야.
나는 성냥을 건네줬다. 한수윤은 주섬주섬 불을 붙이려고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이거 힘들다.”
성냥들이 쓰레기가 되어버렸다. 한수윤은 열심히 했지만, 긴장해서일까. 더 힘든 거 같았다.
한수윤은 나를 보며 말했다.
“공자야. 미안해.”
“사과하지 마. 처음이잖아.”
한수윤은 눈을 깜박였다. 그러더니 활짝 웃었다.
“맞아. 공자는 이런 애였지.”
한수윤은 계속 성냥을 그으면서 말했다.
“공자야. 난 너의 이런 점이 너무 좋아. 나를 항상 기다려 줘.”
얘가 또 이러네.
순간 또 닭살이 돋았다. 나는 필사적으로 웃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애가 일단 해봐야 하는 게 교육의 목적이니까.’
한수윤은 이마에 땀을 흘리며 열심히 하고 있었다.
‘아니, 우리 애가 이렇게 열심히 하면 됐지!’
나는 따듯한 눈으로 조금 웃었다. 한수윤은 열댓 개의 성냥을 쓰레기로 만들고, 물기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조용히 달라고 했다. 한수윤은 떨리는 손으로 성냥을 다시 줬다.
칙-
성냥은 속도가 중요했다. 내가 바로 불을 붙이니까, 한수윤의 눈동자가 커졌다.
나는 바로 불쏘시개에 성냥을 넣었다. 그리고 한수윤에게 손짓했다.
“수윤아, 선풍기 좀.”
“아, 아. 여기.”
한수윤은 앞치마의 병아리 머리에 있던 선풍기를 건네줬다. 바람을 쏘이니까 바로 불씨가 살아났다.
나는 제작진에게 물었다.
“가스레인지도 써도 되죠?”
촬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바로 씻고 담가둔 쌀에 손등을 넣었다.
‘음 손등이 얇으니까 좀 더 높여야겠지.’
진밥이 좋나, 고두밥이 좋나.
나는 한수윤에게 물었다.
“수윤아.”
“으, 응.”
“어떤 밥이 좋아? 죽 같은 게 좋아, 씹히는 게 좋아?”
“진밥!”
“알았어.”
나는 물을 섬세하게 맞추고 뚜껑을 닫았다.
밥은 따듯한 게 좋으니까, 조금 이따 할 예정이었다.
‘그러고 보면 냄비 밥은 오랜만이네.’
이제 부대찌개를 끓일 차례였다. 나는 급히 수윤이를 불렀다.
“수윤아. 가마솥 같이 들자!”
“아, 응!”
나와 한수윤은 가마솥을 아궁이에 얹어 놨다. 순간 깨달았다.
‘이거 화력이 장난 아니다.’
나는 급히 말했다.
“수윤아, 물 좀 붓자.”
“어? 응!”
애가 정신을 못 차렸다. 한수윤은 열심히 생수를 가마솥에 부었다.
나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천천히 하자.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잖아.”
“아, 응.”
물이 제법 찼다. 나는 한수윤의 손을 붙잡았다.
“이제 육수부터 내자.”
“부대찌개도 육수 내?”
“모든 국물은 육수 내면 더 맛있어.”
나는 한수윤을 끌고 채소부터 씻었다. 그리고 파뿌리를 깨끗이 씻어서 양파망에 넣었다.
“망에 왜 넣어?”
“나중에 건져내게.”
뭐, 멸치까지는 필요 없겠지. 나는 망째 가마솥에 넣었다.
촬영진의 감탄이 나왔다. 한수윤은 쭈뼛거리며 말했다.
“공자야. 넌 어떻게 이런 거까지 해? 음식 안 해봤다며.”
이럴 줄 알아서 변명을 미리 준비해 놨지. 나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TV랑 집에서 봤어.”
“응?”
“우리 집에 손맛 좋으신 분이 계시거든. 이모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어. 공자야. 모든 국물은 육수가 중요해. 잘 보렴, 파뿌리랑 양파란다.”
뭐, 이건 사실이긴 했다. 물론 안산댁이 날 업고 다닐 때긴 하지만.
“집에서 배웠구나.”
“그런데 나에게 시키지는 않았어. 그냥 기억만 해. 내 칼질 되게 서툴걸?”
나는 양파를 보며 말했다.
“이거 자를 때 막 튈 거야.”
“나는 이게 자를 때 튄다는 것도 몰라.”
애가 기가 팍 죽은 거 같았다. 아니, 못 할 수도 있지!
“수윤아.”
“응?”
“이제부터 알면 되지, 뭐. 우리 아직 어리잖아. 안 해봤던 걸 어떻게 처음부터 잘해.”
한수윤은 눈을 깜박였다. 나는 녀석의 어깨를 툭툭 쳤다.
“우리 오늘 쉬러 온 거잖아. 괜찮아. 해보는 게 중요하지. 그런 의미에서 채소부터 다듬자.”
한수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어깨를 펴면서 숨을 길게 내쉬었다.
‘교육이란 참 힘든 거야.’
나는 산더미 같은 재료를 바라보았다. 제작진은 아마 못 할 거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둔 거겠지. 그래서일까. 지금 신나는 게 눈에 보였다.
나는 넣을 것을 정리해 뒀다.
‘뭐, 애초에 부대찌개는 뭘 넣어도 맛있긴 하지.’
깔끔해도 맛있긴 하지만, 나는 형제 식당의 후예였다. 자고로 모든 음식은 MSG의 가호를 조금 받아야 맛있는 법이었다.
나는 라면 스프를 보며 활짝 웃었다. 인류의 역작이자, 자본주의 보물이었다.
나와 수윤이는 열심히 채소를 다듬었다. 수윤이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공자야. 양파를 자르면 눈물 나는지 처음 알았어.”
그래.
“가끔 연기 안 될 때, 양파 이용하시는 분 계시지 않아?”
“아, 그래?”
“진짜 눈물 안 날 때, 최후의 방법이긴 해. 솔직히 인공눈물이 더 좋잖아.”
한수윤이 피식 웃었다. 양파 때문에 울던 애가 웃으니까 좀 귀엽긴 했다.
육수가 보글보글 끓었다. 나는 양파망을 건지고 채소를 넣었다.
이제 대충 나머지 재료들을 넣기만 하면 됐다. 나는 이번에는 가스레인지에 불을 켰다.
‘달랑 밥이랑 찌개 먹기는 좀 그런가.’
나는 남은 재료들을 살펴보았다. 통조림이 많았다.
나는 한수윤에게 옥수수 통조림을 주며 말했다.
“이거 뚜껑 좀!”
“응!”
한수윤은 힘이 좋은지 금방 땄다. 나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잘한다.”
“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게 맞았다. 한수윤은 기쁜지 배시시 웃었다.
나는 프라이팬에 콘샐러드를 넣고 조금 구웠다. 그리고는 마요네즈를 넣고 섞은 뒤, 피자치즈를 뿌렸다.
뚜껑을 닫고 미리 상에 올려뒀다. 잔열로 익을 테지만, 치즈가 덜 녹으면 가마솥 뚜껑에 몇 분 얹어 놓을 예정이었다.
“수윤아, 먹고 싶은 거 있어?”
“추, 충분해.”
“그래? 그럼 나 내가 만들고 싶은 거 할게.”
“응. 뭔데?”
“계란말이.”
한수윤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맛있겠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다시 요리를 시작했다. 다행히 요리 용구도 많고 화기들도 많았다.
반찬은 하나둘씩 만들어졌다. 그렇게 거의 완성됐을 때쯤이었다.
탁-
일이 벌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