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40)
240
“아, 뜨거워!”
계란말이를 뒤집다가 기름이 튄 모양이었다. 나는 바로 한수윤 손을 붙잡고 수돗가로 갔다. 그리고 곧바로 흐르는 찬물에 한수윤의 손을 넣었다.
그렇게 많이 튄 거 같지는 않았다.
“많이 뜨거워?”
한수윤은 눈을 깜박였다. 그러다가 나에게 말했다.
“공자야. 너 아까, 드라마 재벌 3세 실장님 같았어.”
저기요.
촬영진들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뭐야. 수윤이 너는 무슨 역인데?”
“재벌 3세랑 얽히고설키게 되는 여주인공?”
“으음, 그러면 다그쳐야 하나? 한수연 씨는 왜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십니까.”
“실장님, 그냥 기름이 튄 거뿐이에요.”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예쁜 손을 다치지 않았습니까.”
한순윤은 빵 터져서 배를 잡았다.
“푸하하하하하하하! 아, 너무 웃겨.”
“네가 먼저 시작했잖아.”
“아하하하. 아, 배야.”
“그런데 괜찮아?”
나는 녀석의 손을 봤다. 바로 찬물에 넣어서인지 괜찮아 보이긴 했다.
“응.”
“다행이다. 원래 주방은 위험한 곳이야.”
“그러게. 몰랐어. 음식이란 거 아프고 위험한 거구나.”
한수윤은 씩 웃으며 말했다.
“여태 그렇게 만든 음식을 먹은 거구나.”
음, 수윤아.
‘다 위험하지는 않은데?’
전자레인지라는 훌륭한 물건이 있으니까 말이야.
나는 애써 말하지 않았다.
‘음, 뭐랄까…….’
한수윤은 별을 보고 있었다. 진짜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다.
‘내버려 두자.’
사춘기 같으니까.
그래서일까, 우리 둘의 모습을 카메라들이 열심히 찍고 있었다.
* * *
음식은 당연히 많이 남았다. 나는 촬영진에게 맛 좀 보시라고 상을 차려 드렸다.
‘말 그대로 맛을 봐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촬영진들은 갑자기 소수의 인원만 남기고 미친 듯이 흡입을 했다.
“공자야, 뭘 만든 거야.”
“마약 탄 거 아니지?”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평범한 육수예요.”
카메라 없는 곳에서 형제 식당의 비장의 양념을 넣긴 했지만요.
“진짜 맛있다.”
“부대찌개가 이렇게 맛있었나?”
아니, 다들 굶으셨나요? 식사하시고 오지 않았어요?
촬영진들은 아예 둘러앉아서 먹었다. 나는 한수윤을 보며 말했다.
“많이 만들길 잘했다.”
“그런데 공자야, 진짜 맛있었어.”
“응. 운이 좋았지.”
한수윤은 나를 빤히 보다가 피식 웃었다.
“공자 너도 참 겸손해. 뭐, 그런 면도 좋지만.”
한수윤은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음식 잘 먹었다고, 우리 선물 준대.”
“그래? 다행이다.”
한바탕 음식을 해 먹고 나자 저녁이었다. 슬슬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숲속이라서 불어오는 바람이 달랐다.
촬영진은 내가 넉넉하게 만든 음식을 텅텅 비우고 있었다. 소란 속에서 나는 하늘을 보고 생각했다.
‘아, 적이 기념품 뭘 주지.’
안 사 가면 더 삐지겠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역시, 쉽지 않았다.
* * *
‘제작진의 선물이 모닥불이었군.’
나는 흔들리는 붉은 불길을 바라보았다. 타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때 잠 안 올 때 많이 들었던 ASMR 같다. 한 시간짜리 잘 듣던 거 있었는데…….’
실제 모닥불은 좀 다르긴 했다. 한수윤은 기지개를 켜면서 말했다.
“좋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좋긴 했다.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 그리고 모닥불이라니.
‘이래서 사람들이 캠핑하러 오는구나.’
나는 간이 의자에 앉아서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한수윤이 말했다.
“옛날에 인디언은 모닥불이 TV였대.”
나는 조금 웃었다. 예전부터 알고 있던 거였다.
“이 불길은 어떤 극일까?”
“흔들리는 모양을 보니까, 내 아들과 헤어지라고 외치는 거 같다.”
나와 한수윤은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한수윤은 불을 보면서 말했다.
“연극은 제사가 기원이래. 신에게 비는 거로 시작했다고 들었어.”
우리 수윤이가 연극에 대해 공부했나 보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은 모르지만, 알 거 같기도 해. 연기란 모방이니까. 그냥 그때 생각했어. 사람의 행위가 신의 모방이라면, 범죄도 그럴까.”
아이고, 수윤아.
나는 녀석을 빤히 바라보았다.
‘대학 때 이러면 그냥 술 먹여서 재우면 됐는데…….’
이건 방송이고, 하필이면 미성년자라서 술도 안 되네.
‘얘가 날 왜 캠핑하는 프로그램에 끌어들였는지 알겠다.’
이런 사춘기 감성 가득한 대화를 하려고 했구나.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긴 한수윤이 한참 사춘기이긴 했다.
‘우리 마적이도 그렇고.’
이럴 때 잘 토닥여야 애가 엇나가지 않지.
나는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애들이 사춘기 상담을 할 때 제일 좋았던 건 ‘잘 들어주기’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악신도 있고 악마도 있으니까, 맞지 않을까.”
“그런가.”
불꽃이 흔들렸다. 한수윤은 웃으면서 말했다.
“인디언들은 불꽃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음, 내일 뭘 먹어야 하나. 어딜 가면 사냥감이 있을까. 농사는 잘될까. 이런 거 생각하지 않았을까.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니까.
한수윤이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러자 불꽃이 살짝 흔들렸다.
“공자야. 나 오늘 생각했어.”
“뭘?”
“내가 안 해본 게 참 많은 거 같아.”
나는 피식 웃었다.
“양파 진짜 처음 잘라봐?”
“응. 맵더라.”
보통은 학교에서 한번 해볼 텐데, 아, 이 녀석 학교 잘 안 갔지.
“혼자 살게 되면, 처음 해보는 일도 많겠지?”
“그렇겠지?”
“공자야. 요즘 진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 연기도 좋지만, 이것만 하고 싶진 않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부모님에게 소송 걸고 나서 그 이후를 생각하는 거네.’
네가 고생이 많다.
‘나야 연기를 하고 싶어서 하지만, 이 녀석은 아니었을 테니까 말이야…….’
한수윤은 계속 사춘기 감성 가득한 말을 했다.
“집에서 독립하고, 길을 잃으면 안 되니까 말이야.”
나는 슬쩍 팔을 쓰다듬었다. 너무 간지러워서 닭살이 돋았다.
‘그래도 이걸 잘 들어줘야지.’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는 한수윤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하늘을 보고 있었다.
나는 한수윤을 따라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 대기가 괜찮은지 별이 많이 보였다.
한수윤이 말했다.
“그런데 길을 잃어도 별이 보이면 괜찮을 거 같아. 별이 길을 알려줄 테니까 말이야.”
정말 하프라도 켜야 할 거 같은 말이었다. 말에 버터를 칠한 거 같았다.
‘느끼해.’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수윤은 계속 말했다.
“내 별잡이는 너야, 공자야.”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일어나서 한수윤 어깨를 잡았다.
“수윤아.”
“응?”
“진짜 아까부터 생각했는데…….”
“응.”
진짜 눈물이 날 거 같았다. 나는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담백해지자. 지금 미친 듯이 느끼해.”
“어?”
“제발. 아니, 수윤아. 웬 별잡이. 사람을 하늘에다 박지 말아줘.”
“그, 그게 그냥 비유인데…….”
“다른 비유 부탁드려요. 수윤아. 나 진짜 아까부터 김치가 먹고 싶었어.”
한수윤은 눈을 깜박였다.
‘이 자식아. 방송에서 너 이런 거 후회할 거야.’
아마 천 년 동안 박제되어서 흑역사로 돌아다닐 거다.
‘내가 차마 그 꼴은 못 보겠기에 말린다.’
여기까지 하자.
한수윤은 말을 못 했다. 나는 녀석의 손을 꼭 잡았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그, 그게 연기 말고 뭘 할지 생각 중이야.”
“좋아. 수윤이 너는 성실하니까 뭐든 잘할 거야. 너는 할 수 있다. 말해봐. 나는 할 수 있다.”
“나, 나는 할 수 있다.”
“응, 좋아.”
이제 그만하자.
나는 녀석의 손을 두고 숨을 헐떡였다. 좀 살 거 같았다.
“음, 공자야.”
“왜?”
“너는 왜 사람들을 도와?”
정말 많이 받았던 질문을 하는군.
‘내 대답은 한결같았지.’
공자는 행운아니까요. 다 공자 같은 행운아가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돕고 싶어요.
‘100점 만점에 120점인 대답이라고 생각하지만…….’
계속 그 말만 하면 지겨운 법이었다. 약간의 변화가 필요했다.
“불공평해서?”
“응?”
“우리 재단을 통해서 들어온 건데.”
한수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천천히 말했다.
“아직 한 살짜리 애인데, 빚이 10억이 될지도 모른대.”
“아니, 어떻게?”
“아버지 쪽이 빚을 지고 돌아가셨나 봐. 어머니는 깜깜무소식이고.”
한수윤이 눈을 깜박였다.
“보호자가 한정승인이란 걸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아이가 성인이 되면 빚이 10억이 넘는 거지.”
“그건 너무 한 거 아닌가?”
“그렇지? 그래서 엄마가 변호사를 소개해 줬어.”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수윤이 네가 생각해도 불공평하지?”
“너무한데?”
“그렇지? 나는 그래서 남을 돕는 거 같아.”
나는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본주의 가득한 천사 같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도와야지. 아니, 나라도 도와야지. 나는 정말 운이 좋은 거니까.”
나는 살짝 상념에 빠진 듯 연기했다.
“누군가가 불공평하다면, 나 하나쯤은 도와도 되잖아.”
내 까임방지권이 점점 튼튼해지는 게 느껴졌다.
‘오늘 이거로 철판은 깐 거 같다.’
앞으로 오리하르콘으로 덧대는 게 목표였다. 나는 마지막으로 준비한 대사를 했다.
“물론, 해봤자 아주 작겠지만 말이야.”
다탁-
ASMR 소리는 계속 들렸다. 불꽃은 계속 움직였다. 불멍 하던 한수윤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부끄러운 듯 몸을 움츠렸다.
“아, 좀 간지럽다.”
“공자야.”
“응?”
한수윤이 나를 보며 말했다.
“나 방금 네 말로 결심했어.”
뭐, 뭘?
나는 눈을 깜박였다. 한수윤은 환하게 웃었다.
“나 변호사가 될래.”
아니, 갑자기? 왜?
“변호사가 되면, 나도 그런 불공평한 일을 도울 수 있을 거 같아.”
“그, 그래?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항상 나도 너를 따라가고 싶었거든. 넌 나의 별이니까!”
앗! 제발! 한수윤아! 그만해! 느끼하다!
“그래. 변호사였어. 이거 어떻게 하면 되지? 이거 되면, 네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겠지?”
“저기…….”
나는 녀석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우리 이미 친구 아니었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