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43)
243
“그래. 그래도 아직 열두 살이잖냐. 부모 손길이 많이 필요한 나이라고.”
마수정은 씩 웃었다.
“그렇죠.”
“그런데 수정아. 나 궁금한데 말이야. 공자 원래 요리 좋아하니?”
마수정은 눈을 깜박였다.
“하는 거 본 적 없긴 해요.”
“그래?”
“하지만 공자잖아요. 대본 보다 겸사겸사 익혔나 보죠. 사장님, 저 일어날게요. 스케줄 있어서요.”
“그래. 잘 가라.”
“아시죠?”
마수정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
“다시 한번 공자 앞에서 그 춤 추면 저 가만있지 않아요?”
서 사장은 얌전히 두 손을 들고 벌을 섰다.
“자,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만 스케줄 가십시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믿어요. 그럼 갑니다.”
마수정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장실 밖으로 나갔다. 서 사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식을 대본 봤다고 그렇게 잘할 수 있는 건가?’
그 예능에서는 음식 순서까지 정확하게 숙지하고 있었다.
“애가 인생 2회차라도 되나.”
정답을 말한 서 사장은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후 4시. 댄스 연습 시간이었다. 서 사장은 요즘 탭댄스를 배우고 있었다.
막 건들건들 준비 운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스마트폰 벨 소리가 울렸다.
무심코 번호를 확인한 서 사장은 급히 자세를 바로 했다. 그리고 침을 한번 꼴깍 삼키며 액정을 그었다.
통화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서 사장은 연신 이마에 땀을 훔쳤다.
* * *
정장은 좀 오랜만이긴 했다. 나는 넥타이를 매고 짧아진 머리를 뒤로 넘겼다.
‘뭐 그래봤자, 아주 짧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길러서 아주 짧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헤어 디자이너 메리왕 선생님은 안 된다고 간곡히 말렸다.
‘그래서 여기서 타협했지.’
그래도 단발 기장에 약간 가깝긴 했다. 나는 거울을 보며 고개를 돌렸다. 확실히 선이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이게 성장이라는 걸까.’
슬슬 성인 역으로 한 걸음씩 가는 게 느껴졌다.
덕수 씨가 문 뒤에서 말했다.
“공자 다 입었습니까?”
“아, 네.”
나는 문을 열고 나왔다. 덕수 씨는 나를 보며 한걸음 물러섰다.
“공자가…….”
덕수 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선생님?”
“점점 커가는군요.”
아니, 당연한 말을.
덕수 씨는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쉽습니다.”
아니, 아쉬울 거까지야.
“아직 다 크려면 멀었어요.”
“더 멀었으면 좋겠습니다.”
저기요.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도대체 내 주위는 왜 이러는 걸까.
‘어제 엄마가 와서 대성통곡을 했지.’
안산댁은 옆에서 휴지를 건네주며 울었다. 물론 그걸 지켜보는 덕수 씨도 쿠션 껴안고 울었다.
‘누가 보면 큰일 난 줄 알았을 거야.’
이유는 하나였다.
‘내가 크는 거 같아서.’
저기요. 다들 너무한 거 아닌가요.
‘애가 자라는 건 당연하잖아요.’
왜 이렇게 슬퍼하시는데요.
다들 장장 5시간을 우셨다. 그 슬픔의 현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온 음료를 드리는 것뿐이었다.
‘물론 음료수 받고 또 우셨지.’
게임하고 있던 마적이가 나와서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내가 자라서 이런 거 같다고 하니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황당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하지만 마적이는 엄마 손을 붙잡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잘하면 같이 울 기세라서, 억지로 떼어서 게임기 쥐여주고 방 안으로 들여보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제 하도 울어서인지, 덕수 씨 눈은 부어 있었다.
그래서일까. 한층 더 무서웠다.
‘요즘도 길 가다가 아이가 보고 우는데…….’
저 모습이면 성인도 울지 않을까.
하지만 오래 본 나는 알았다. 부어서 반으로 작아진 눈에는 염려가 가득했다.
“걱정입니다.”
“괜찮아요. 선생님.”
“정말 괜찮겠습니까?”
나는 방긋 웃었다.
“진짜 괜찮아요.”
“하아. 공자. 옷은 든든하게 쌌습니다. 추운 곳으로 가니까요.”
저기요. 선생님.
“거긴 그냥 평양이에요. 러시아는 아니잖아요.”
“하아. 네, 평양…….”
선생님은 마른세수를 했다.
“지금이라도 거절하고 싶군요.”
“안 돼요. 가기로 했으니까요.”
제2회 남북 평화 협력을 위한 평양 공연이었다.
물론 원래는 내가 가는 게 아니었다.
‘주도원 씨가 갑자기 충수염이어서…….’
한마디로 대타였다. 그러고 보면 정부 주도 행사는 오랜만이었다.
‘마지막 행사는 청와대 간 거였지.’
물론 그 뒤로 대통령은 바뀌었다.
‘전 대통령은 이제 다크서클 좀 나으셨으려나.’
덕수 씨는 안절부절못했다. 하긴 평양이라니. 주의가 필요한 곳이긴 했다. 게다가 국가 행사였다. 행동 하나하나에 나라가 걸려 있었다.
“선생님, 무서우세요?”
“조금, 겁이 나긴 합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갑자기 평양에 가게 돼서요.”
덕수 씨는 고개를 휙휙 저었다.
“평양 가는 게 무서운 게 아닙니다. 국빈 자격으로 가니, 안전도 보장되어 있으니까요. 단지…….”
덕수 씨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공자가 이제 정장이 어울릴 만큼 자라서요.”
저기요.
“우리 공자가 이제 어린이용 정장을 입지 않는군요.”
아, 키가 160 넘어서 그렇구나.
나는 바닥을 보았다. 그래도 그동안 더 자라서일까. 한 달 전에 맞춘 건데, 기장이 지나치게 짧아져 있었다.
덕분에 덕수 씨는 오밤중에 스타일리스트에게 갔다 와야 했다.
“갑자기 결정된 거라서 두 분 다 고생하시네요.”
“그런 바지로 평양에 갈 수는 없으니까요. 스타일리스트가 여러 가지 옷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전해달라더군요.”
음, 뭘요.
“공자 머리를 잘라서 섭섭하다고요.”
저런.
“이제 기르지 않을 거예요.”
기부 때문에 열심히 길렀지만, 솔직히 불편하긴 했다.
“반 친구들이 슬퍼할 거 같지만요.”
“아, 담당이 있다고 했죠?”
“네. 돌아가면서 머리 묶어줬어요.”
음, 등교할 때 각오해야겠다. 아마 비명을 지르겠지?
덕수 씨는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이만 가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공항으로 갈 시간이었다.
‘이제 일거수일투족 카메라가 따라다니겠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솔직히 왜 내가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정부 관계자가 너무 간곡하게 부탁했다고 들었다.
‘뭐, 정부 일은 하는 게 좋긴 하니까.’
특히 이런 대형 행사는 말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뭘 잘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잘해야겠다.’
나는 천천히 걸어 나갔다. 평양까지 비행기로 가는 내내 하늘이 푸르렀다.
* * *
평양에 도착해서 알았다.
‘대강 예상은 했는데, 진짜였네.’
아무리 휴전선으로 막혀 있는 곳이지만, 영화와 드라마까지 막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알았다.
‘나를 몰라야 하는 사람들인데, 나를 아네.’
눈이 마주치자 일부러 표정을 딱딱하게 만드는 분이 많았다.
‘조금 안쓰럽다.’
나는 알았다는 듯 방긋 웃었다. 그러자 볼이 살짝 씰룩이셨다.
국빈 자격이어서인지, 가수분들이 많았다. 김진형은 나를 보자마자 손을 흔들었다.
“공자야!”
“진형 형! 공연하세요?”
“응. 솔로곡. 스타랑 헤븐. 젊은 세대의 곡을 보여줘야 한다고 해서 참여했어.”
좋은 일 하시네요.
“공자 너는?”
“몰랐는데요. 방금 알았어요. 아무래도 영화랑 드라마 때문인가 봐요.”
“아하.”
상황을 이해했는지, 김진형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공자야. 우리 본 지 몇 달밖에 안 됐는데 더 큰 거 같다?”
“네. 160 넘었어요.”
“와, 진짜? 진짜 많이 클 거 같다. 그런데 공자야. 우리는 수행원 없이 왔거든. 공자 너는?”
“저는 미성년자라서 선생님도 같이 왔어요.”
김진형은 덕수 씨와 나를 번갈아 봤다.
“인상은 거치셔도 눈빛은 참 맑으셨는데, 오늘은 좀 다르시네?”
“아, 눈이 좀 부으셨어요”
“왜?”
나는 아주 작게 속삭였다.
“슬픈 일이 있어서요.”
나는 차마 내가 자라서 울었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호텔에 들어가기 전,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서울에서 별로 멀지도 않은 곳이었다.
그때 카메라가 나를 비췄다. 카메라 담당이 물었다.
“공자야, 긴장되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무슨 생각 하고 있었어?”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가깝다는 생각이요. 여기, 참 가깝네요.”
나는 살짝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카메라는 그런 나를 남김없이 담았다.
‘뭐, 메시지는 이 정도만 해도 되겠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잖아요. 물론 복잡한 건 잘 모르지만요.
‘단지 분위기에 초 치면 안 된다는 것만 압니다.’
나는 묵례하고 수행원을 따라갔다. 덕수 씨가 내 옆에서 말했다.
“스케줄이 많습니다.”
“그렇네요.”
“화동을 또 하게 되는군요.”
뭐, 북쪽 어린이 무용단 한 분과 꽃을 전해줘야 했다.
‘남북한의 예술 꿈나무가 같이 나오는 뭐, 그런 거 같긴 한데…….’
늘 생각하지만, 의전은 참 힘들었다.
‘구색 맞추기인데, 그게 힘들지.’
항상 고생이 많습니다.
나는 옷을 갈아입었다. VIP 행사에는 덕수 씨는 갈 수 없었다.
“걱정되는군요.”
“괜찮아요. 별일 없어요.”
덕수 씨의 구겨진 미간은 펴질 생각을 안 했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물가에 내놓은 애 같은가?
‘음, 그런데 그 물가가 평양이지.’
걱정되시겠다.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
* * *
역시 북한도 사람 사는 곳이긴 했다. 북쪽 수행원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죠, 남쪽 아들은 다 저렇게 생겼습네까?”
“모르겠습니다. 어우. 곱다. 저 남쪽 아, 어머니는 안 먹어도 배부르겠습네다.”
“말 걸어보고 싶다야.”
뭔가 좀 날것의 반응이었다. 나는 애써 못 듣는 척했다. 하지만 옆에 있는 작은 아이의 말은 그렇게 하기 힘들었다.
머리에 커다란 꽃장식을 한 아이가 말했다.
“마공자 씨는 진짜 남쪽 사람입네까?”
음, 혼혈이냐는 질문이네. 볼이 유난스레 빨간 아이였다.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잘 몰라요.”
아이가 눈을 깜박였다. 뭐, 거짓말을 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고아여서요.”
“아아. 고생이 많았겠습네다.”
정말 생생한 반응이었다. 나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남한에서는 나올 수 없는 말이기도 했다.
‘신선하긴 하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좋은 집으로 입양되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걸 내 입으로 북한 사람에게 설명하게 될 줄이야.
‘역시 삶은 한 치 앞을 모른다니까.’
아이는 계속 말을 걸었다.
“나이를 물어도 됩네까?”
“열두 살입니다.”
“오마나!”
아이는 눈을 깜박였다.
“나이가 같습네다.”
어, 어라?
나는 눈을 깜박였다.
‘하긴 국가 행사니까 나이가 같은 아이로 했겠구나.’
문제는 내가 매우 크다는 거였다.
“오마나! 내가 이리 작았나?”
아이는 충격을 받았는지 동공이 흔들렸다. 나는 서둘러 위로했다.
“제가 큰 편이에요.”
“그렇습네까?”
“네. 제가 학교에서 제일 커요.”
음, 몇 명 있지만 그렇다 치자. 나라를 위해서는 거짓말해도 될 거야. 아마.
‘잘 모르지만 여기 있는 애도 높은 쪽 딸이겠지.’
회담이 길어지는지, 정상 내외들은 늦어지는 모양이었다. 옆에 앉은 아이는 배가 고픈지 제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에 놀라, 얼굴이 빨개져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때였다.
우당탕탕-
아이가 아무것도 없는 맨바닥에서 넘어졌다. 한복이 엉망이 되고, 머리에 붙은 꽃장식마저 바닥에 떨어졌다.
수행원 몇 명이 바로 다가왔다.
“신라 동무, 괜찮네?”
아이는 애처롭게 말했다.
“발목이 살짝 나간 거 같습네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