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46)
246
‘본채 지하라니…….’
음, 지하가 있구나. 하긴 저렇게 큰 저택이니, 없는 게 이상했다.
“거기에 금괴랑 보석들 잔뜩 있어. 아! 명화들도 있다.”
어라.
‘저거 다 합법 루트로 들어온 걸까?’
나 방금 엄청난 걸 들어버린 거 같은데요?
“와인이랑 치즈도 있을걸? 할아버지께서 좋아하시거든.”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손가락 하나를 입에 댔다.
“쉿!”
“응?”
“다 얘기하지 마세요. 제가 어디 잡혀서 고문당하다가 다 말할지도 몰라요. 성진 그룹 저택 지하에 금괴 있다고요.”
마신은 피식 웃었다.
“말해도 돼.”
“네?”
“그거 모르는 사람 없을걸. 공자야. 다 알지만 잡지 못하는 게 바로 힘이야.”
와.
‘재, 재수 없어.’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거기서 살래? 굴 필요하다며?”
“싫어요.”
내가 왜 따듯한 내 방 두고 갑니까?
“하긴 지하실은 좀 그렇지.”
“공기가 별로니까요.”
“공기는 잘 관리되고 있어. 그래도 거기는 침실이 없으니까.”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닌데?
마신은 나를 보며 윙크를 했다.
“그럼, 내 방에서 살래?”
저기요?
“내 방 넓으니까, 너 하나 들여놔도 되겠다. 침대도 넓거든.”
“제 침대도 넓어요!”
“너랑 같이 살면 재미있겠다.”
아니, 누가 산대?
나는 고개를 필사적으로 저었다.
“싫어요!”
마신은 팔짱을 끼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피식 웃었다.
“아하하하하! 농담이야.”
저기요. 도대체 어디가 웃기고 재미있는 건데?
내가 이마를 짚으니까, 마신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내 방 좋아. 갈 곳 없으면 와.”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안 가요.”
“잘해 줄게. 먹고 싶은 거 먹고, 자고 싶은 만큼 자도 돼.”
진짜 재미없는 농담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앙드레를 바라보았다. 실컷 뛰었다 온 녀석이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앙드레에게 손을 내밀었다.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 튀어 올라왔다.
또 꼬리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나는 앙드레의 등을 긁어줬다. 녀석은 좋은지 계속 내 손을 핥았다.
“앙드레, 잘 있었어?”
멍!
“그래. 그래. 건강해 보인다.”
애가 여전히 기운이 넘쳤다. 앙드레는 하얀 털에 폭신폭신해 보였지만, 만질 때마다 근육이 느껴졌다.
‘이 녀석, 산책도 하고 온종일 마당을 뛰어다녀서 그런가.’
앙드레는 벤치 위에 아예 올라와서 내 손을 핥았다.
마신은 그런 내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마신이 나직하게 말했다.
“앙드레.”
앙드레의 행동이 딱 멈췄다. 마신은 앙드레 털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가서 놀렴.”
엥, 그걸 알아들어?
하지만 앙드레는 벤치에서 훌쩍 뛰어내려서 어딘가로 우다다가 달려갔다.
“앙드레 어디 가요?”
“놀러.”
아하.
“원래 여기는 앙드레 놀이 코스는 아니야. 너 때문에 여기로 온 거지.”
그, 그렇구나.
마신은 다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앙드레 좋아?”
“귀엽죠.”
“유독 널 좋아하네. 하긴 마공자는 다들 좋아하긴 하지.”
뭐, 내 이미지가 조금 좋긴 하지.
“심지어, 북한에서도.”
순간 다시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만 해요.”
“아니, 왜. 진심을 말한 건데. 댓글에 그런 말 많아. 마공자는 월북해도 잘 살겠다고 말이야.”
저기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갈 생각 없습니다.”
“왜?”
아니, 이걸 꼭 물어야 아나?
“거기 가면 영화 못 찍잖아요.”
마신은 눈을 깜박였다.
“그런 이유야? 거기서 평생 호화롭게 먹고살게 해준다고 해도 안 갈 거야?”
“당연하죠.”
“진짜?”
“네. 그리고 여기에는 엄마가 있잖아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다 여기 있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입니다.
“마신 형.”
“응?”
“형은 인터넷 안 되는 곳에서 살 수 있어요?”
“음, 불편하지. 네 말이 맞아.”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신과 만나면 묘하게 피곤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얜 왜 계속 선택을 하라고 하지.’
만난 지 몇 번 안 됐는데, 계속 ‘이럴 거야? 저럴 거냐?’를 반복했다.
‘선택 장애가 있나.’
아니면 그냥 습관?
나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털어냈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마신이 말했다.
“아직도 부끄러워?”
“당연히 부끄럽죠?”
“그래도 너 얻은 거 많아. 국내 여론이 마공자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거든.”
마신은 벤치 등받이에 편히 기댔다.
“아역배우 이미지 고착화는 피한 거 같은데?”
아.
나는 눈을 깜박였다. 그러고 보면, 마신의 말이 맞았다.
이유는 여러 개였다.
‘이연을 한 것도 크겠지.’
드라마는 순풍의 돛단 듯이 순행 중이었다. 시청률이 가파르게 올라갔다. 화제성도 컸다.
‘그 와중에 수윤이랑 캠핑가는 예능 찍었고, 남북공연 같이 갔고…….’
어쩌다 보니 성숙한 모습만 계속 보여줬다.
‘아, 일이 이렇게 되나?’
소 뒷걸음질치다가 쥐 잡은 느낌이었다.
‘이연이야 내가 한 거지만, 나머지 둘은 운이 좋았네…….’
나는 가슴을 폈다. 순식간에 세상이 밝아진 느낌이었다.
‘이제 슬슬 성인 역이 오겠지?’
오랫동안 사귀었던 아역 마공자야. 드디어 작별할 시간이 다가왔구나.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옆에 있던 마신이 피식 웃었다.
“좋아?”
“네!”
온몸이 날아갈 거 같았다. 마신은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진짜 순수하네.”
엥?
“제가요?”
“여기 너 말고 다른 사람 있어?”
아이고야. 나는 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다들 그렇게 믿고 있는 거 같은데요. 사실 아니에요.”
“음?”
“제가 얼마나 야비하고, 이기적인데요.”
진짜야. 네가 몰라서 그래.
마신은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는 갑자기 고개를 휙 돌렸다.
“신이 형?”
“풋!”
이 자식아. 왜 웃어!
“진짜예요. 저 남을 돕는 것도 그냥 역할에 지장 없으려고 하는 거예요.”
“아, 재단 세운 거?”
“네. 그거 세우고 남을 도우면, 제가 아무리 재수 없어도 역할 맡는 데 지장 없을 거니까요.”
실제로도 그랬다. 내가 자선 재단을 통해 활동하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겠지.
“정부 행사 나가는 것도 그 이유예요.”
“그래?”
마신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
“진짜예요.”
“그래?”
“네.”
좀 믿어라. 마신아.
마신은 나를 계속 주시했다. 그리고는 피식 웃었다.
“순수하네.”
아니라니까!
“하긴 마공자가 순수한 건, 대한민국 사람들이 거의 다 알지. 아니다. 세계적으로 아나. 그 속에 이제는 북한도 포함일 테고 말이야.”
저기요.
“마공자는 지켜줘야 한다고 난리더라. 그래. 음. 좋았어.”
마신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는 내 얼굴을 빤히 보면서 말했다.
“공자야.”
“왜요?”
“널 만져봐도 될까?”
뭐지, 이 변태스러운 발언은?
나는 양손으로 내 몸을 감싸고 슬금슬금 물러섰다. 마신은 바로 말했다.
“아니, 얼굴만.”
어라?
감싼 손이 툭 떨어졌다.
‘그러니까 피부와 피부가 닿겠다는 거지?’
결벽증이라고 하지 않았나?
“너라면 만질 수 있을 거 같아. 가지고 싶은 거 말해. 다 사줄게. 허락해 줘.”
엥?
“진짜요? 다 말해도 돼요?”
“성공하든 실패하든 사줄게.”
순간 한강뷰 아파트라고 말할 뻔했다. 나는 마신을 바라보았다. 녀석의 눈동자가 계속 떨렸다.
‘본인으로서는 도전인 거 같은데?’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됐어요.”
“어?”
“그냥 만져요. 팬서비스라고 생각할게요.”
저 녀석, 날 계속 검색해 보는 거 같으니까, 팬은 맞겠지 뭐.
나는 마신의 손을 보면서 말했다.
“눈 감고 있을까요?”
“아니, 뜨고 있어 줘.”
“네. 만지세요.”
마신의 손이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눈만 말똥말똥 굴렸다. 손 그림자가, 어깨 위로 천천히 내려왔다.
‘어라?’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왔는데도 마신은 손을 대지 못했다.
그림자가 흔들렸다. 마신 녀석의 숨이 가빠졌다.
툭-
결국 손이 떨어졌다. 녀석은 목을 쥐고 숨을 골랐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걸 보니, 퍽 안타까웠다.
“형, 괜찮아요?”
“하아. 하아.”
꼭 과호흡이 온 사람 같았다. 마신은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다. 마신의 숨이 점점 안정되어 갔다.
“아, 미안.”
“아니에요.”
“안 되네.”
마신은 한숨을 길게 토해냈다.
“될 거 같았는데 말이야. 순수한 마공자라면, 깨끗할 테니까 말이야.”
뭔가 좀 이상하네.
내가 눈을 깜박이자, 마신이 조금 웃었다.
“진짜 괜찮을 줄 알았어. 순수하니까.”
저기요. 그거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뭐, 따지는 건 나중에 하고…….’
녀석은 무지하게 힘들어 보였다. 나는 저절로 위로밖에 할 수 없었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언젠간 낫겠죠. 힘내세요.”
결벽증이라. 그런 병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 실제 환자를 본 건 처음이었다.
‘이거 생각보다 힘들어 보이네.’
정신적인 문제일 텐데, 이러면 마신 녀석 아플 때 어떻게 한 거지?
‘의사가 손을 대는 것도 못 참을 거 아니야.’
아니면 괴롭던가.
나는 녀석의 옷 위를 토닥였다.
“기운 내세요.”
마신은 나를 빤히 보다가 기운 없이 웃었다.
“하하하…….”
아이고, 애가 너덜너덜하네. 뭐 마실 거라도 줘야 하나. 그러고 보니 나올 때 선생님이 쥐여준 페퍼민트 차가 있긴 했다.
나는 보온병을 내밀면서 말했다.
“드실래요?”
“뭔데?”
“페퍼민트요.”
마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보온병 컵에 차를 부어줬다.
마신은 차 한 잔을 들이켰다. 나는 그 모습을 계속 바라보았다.
‘남이 손댄 걸 먹는 건 괜찮나 보지?’
결벽증은 이런 거 싫어하지 않나?
녀석은 내 생각을 아는 듯했다.
“이런 건 괜찮아. 단지 피부에 닿는 것만 힘들 뿐이야.”
신기하네.
녀석은 컵을 돌려줬다. 나는 다시 차를 부어서 한 모금 마셨다.
상큼한 민트향이 맴돌았다. 뒷맛이 개운해서 깔끔하게 끝났다.
차 때문인지, 조금 안정된 마신이 말했다.
“교통사고가 났었어.”
아, 이건 나도 들었었다.
“그때 엄마가 돌아가셨어.”
나는 마신을 바라보았다.
‘아니, 왜 갑자기 심각한 이야기를…….’
나는 몸가짐을 바로 했다. 민감한 얘기였다. 이런 것일수록 섣불리 행동하면 안 됐다.
‘게다가 마신은 예민해 보이니까 말이야.’
나는 진지하게 경청했다.
“트럭이 덮쳤어. 차가 빙빙 돌았는데, 옆에 앉았던 엄마가 나를 꽉 안았어.”
마신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를 지켜주려다, 죽었지. 덕분에 나는 생채기 하나 난 게 다였는데, 문제는…….”
마신 녀석의 손이 살짝 떨렸다.
“구급차가 늦게 왔거든. 그렇게 많이 늦지는 않았어. 한 30분? 근처에 공사가 많았다고 하더라. 밀리는 시간대이기도 했고 말이야.”
마신은 자신의 떨리는 손을 반대편 손으로 잡았다. 그래도 그 떨림은 가라앉지 않았다.
“30분 동안, 나를 힘껏 껴안은 엄마와 있었어. 그게 뭐 별거라고…….”
마신은 작게 속삭였다.
“나를 이렇게 하자품으로 만드는 거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