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47)
247
정말 무거운 이야기였다. 마신은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뒤로 닿는 게 끔찍해.”
뭐랄까. 이거…….
“그, 상담 치료 받으시죠?”
마신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너는 내가 상담사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왜 못 해요?”
“나는 성진 그룹 후계자야. 하자마자 정·재계에 다 퍼져.”
“정신과 의사한테 해도요?”
마신은 피식 웃었다.
“당연하지.”
“의사잖아요.”
“돈 앞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 따위는 아무것도 아닐걸?”
마신은 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얼마나 물어뜯기 좋은 먹잇감이야.”
나는 눈을 깜박였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걸 느껴 버렸다.
‘이렇게 돈 많은 애가 불쌍해 보이다니…….’
적이도 그렇고, 마신도 그렇고…….
‘성진 그룹에 행복한 사람은 매우 드문 거 같다.’
마신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덕분에 나는 하자품이야.”
음, 아까부터 저 말 하던데.
“사람이 접촉 좀 못 한다고 하자품이 되나요?”
“당연하지.”
“아닌 거 같은데요.”
나는 벤치에서 다리를 쭉 뻗었다.
“우리 엄마요. 완벽하신데요, 요리는 쿠키 굽는 거밖에 못 하세요.”
마신이 눈을 깜박였다. 나는 천천히 고백했다.
“우리 선생님, 절 살뜰히 보살펴 주는데요. 벌레를 못 잡아요.”
나방 보고 그 큰 몸이 화들짝 놀래서 내가 잡아준 적이 몇 번 있었다.
“우리 누나요. 진짜 세상에 무서운 거 없는 멋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래도 버섯 종류는 다 싫어해요. 미끈거리는 식감이 싫대요. 아, 그리고 균이라서 싫대요. 균을 왜 먹어야 하냐고 하던데요.”
물론 모든 발효 음식은 균이라는 건, 누나도 알아서 굳이 얘기하지 않았다.
“그건 그냥, 기호의 차이잖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세상에는 계란 못 먹는 사람도 있어요. 알레르기 때문에요. 온갖 알레르기가 다 있잖아요. 갑각류, 땅콩, 우유, 심지어 햇빛도요.”
나는 마신 녀석을 바라보았다.
“그런 사람들이 다 하자가 있을까요? 그냥 못 할 뿐 아닌가요?”
아니, 애초에 사람한테 하자라는 말을 쓸 수가 있나?
“다들 조금씩 하자품인 거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완벽한 사람이 뭐죠? 알레르기 없고, 뭐든지 잘하면 완벽해요?”
마신이 눈을 깜박였다.
“하자나 완벽이나 상대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달라지는 개념인데, 거기의 얽매여 있는 거 우습지 않아요?”
물론 마신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알 거 같았다.
‘할머니 때문이겠지.’
나에게 잡종 소리 했던 분이면, 손자한테도 어떤 압박을 줬을지 안 봐도 빤하긴 했다.
“이런 거 원래 제가 말하면 안 돼요. 아마 상담받았으면 저랑 비슷한 말 했을걸요?”
이렇게 야매로 할 얘기가 아닌데 말이야.
“못 믿는 거 알지만, 그래도 전문가 상담을 추천드립니다.”
병은 의사에게 가야지.
마신은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
“그래도 나는 극복해야 해.”
어라. 얘 봐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신이 형.”
“응.”
“상처를 어떻게 극복해요?”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뭐, 궁극적으로는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수술하고, 꿰매고, 붕대 두른 뒤 재활 치료까지 마쳐야 극복하는 거죠. 신이 형은 일단 수술도 안 했고, 그냥 방치인데요.”
잘도 극복하겠습니다.
“치료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마신은 아무 말 없었다.
‘그러니까 전문가에게 가십시오.’
그 넘치는 정보력으로, 환자 비밀 발설 안 하는 진짜 의사도 찾을 수 있잖아요.
‘북한 동향도 아는 능력이면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거 같은데…….’
나는 딱한 눈으로 마신을 바라보았다.
‘아마 그 생각을 못 하는 거겠지.’
그래도 제대로 된 의사도 있겠지. 아마 있을 거야.
마신은 눈을 깜박였다.
“비슷한 말을 수정 고모가 한 거 같긴 한데…….”
마신은 쓰게 웃었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지.”
음, 엄마는 나랑 비슷한 말을 했구나. 역시 엄마야.
풋-
마신의 가슴이 떨렸다. 그러다가 입을 가리고 소리 내며 웃었다.
“진짜. 피는 통하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비슷한 말을 하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신이 형. 보통은 다 비슷한 말을 할걸요. 물론 저는 엄마 닮았지만요.”
“진짜 아들 아니잖아?”
와. 이 자식 봐라.
‘내가 인생 2회차 아니었으면, 입 틀어막고 서러워서 울었을 거다.’
기껏 위로해 줬더니. 애가 싸가지가 없네.
나는 어깨를 폈다.
“피가 통해도 안 닮은 부모 자식 많아요. 그런데 저는 닮았어요. 이게 뭘 뜻할까요?”
마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와 제가 사랑한다는 얘기죠. 사랑하는 사이는 서로 닮게 되거든요.”
봐라. 이게 나와 엄마의 원더풀한 사랑이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나는 더 자랑했다.
“전 엄마랑 닮았어요. 먹는 거, 특기, 취미도요.”
뭐, 엄마도 나도 먹는 건 딱히 가리는 건 없고, 특기는 둘 다 배우라서 연기고, 취미는 운동이지만 거기까지는 얘기하지 말아야지.
“사랑이라는 건 이런 거예요.”
이것이 디스에 대한 나의 대답이다, 이 싸가지 없는 자식아!
마신 녀석은 나를 빤히 보다가 피식 웃었다.
“엄청난 자신감이네?”
왜, 부러워?
“부럽다.”
엥?
나는 순간 깜짝 놀라서 어깨를 움찔 떨었다.
“진짜 부럽네. 마공자 때문에 고모는 진짜 죽는 날까지 행복하겠어.”
축복이야, 디스야.
“공자야.”
“네.”
“나는 자꾸 생각나. 나를 안고 있던 엄마의 피부가 말이야. 너무 슬픈데, 숨이 막혔어. 피 냄새가 가득한 움직일 수 없는 공간이, 꾸역꾸역 위 속으로 들어오더라. 토하고 싶었는데, 숨쉬기도 힘들었던 거 같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심지어 엄마를 살려달란 말도 못 했어.”
패닉 상태였나 보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냥 그 순간이 너무 끔찍했어. 그거 알아? 우리 엄마도 전형적인 재벌가 며느리였어.”
마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화랑을 운영하셨지.”
음, 고상한 일을 하셨네.
“자금 세탁하려고.”
엥?
“재벌가에서 화랑을 운영하는 건, 다 이런 용도야. 미술품만큼 자금 세탁하기 좋은 게 있을까?”
아. 들어본 거 같긴 했다.
‘하긴 대기업들이 괜히 화랑을 운영하지는 않았겠지.’
합법이지만, 참 더러웠다.
“너랑 고모처럼, 그렇게 각별한 모자는 아니었어. 하지만 나를 지켰어.”
마신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왜일까?”
“소중했으니까요?”
“그렇게 사랑하는 모자는 아니었어.”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굉장히 사랑했을 수도 있잖아요. 원래 사람 속은 잘 모르는 거예요. 좋은 쪽으로 의외일 수도 있잖아요?”
마신은 눈을 깜박였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가리고 웃었다.
“아하하하!”
도대체 내 말에 웃긴 요소가 있던가.
마신은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그러다가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다.
“나 악수는 겨우 할 수 있게 됐어.”
다행이군요.
“물론 컨디션 안 좋을 때는 이것도 끔찍하긴 해. 하지만 할 수 있었어. 기억이 있었거든.”
마신은 머리를 가리켰다.
“엄마랑 악수했던 기억.”
순간,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열심히 떠올려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가 나를 껴안았던 적은 없더라.”
마신은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그리고는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 기억이 있다면, 극복했을까?”
극복하지 말고 일단 치료부터 하라니까.
‘확실히 복잡한 일이긴 하네.’
매우 혼란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마신의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는 살짝 내 머리카락을 잡았다.
“부드럽다. 길었을 때 만질걸.”
그러게요.
“만져보고 싶었거든. 개털이랑은 다르다.”
같겠냐.
“가끔 머리카락 만져도 돼?”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돼요.”
그게 뭐 별거라고.
마신은 작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너라면, 만질 수 있을 거 같다. 역시 할머니 말이 맞았어.”
마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한번 만나면 이미 늦었던 거야.”
저기요. 사람을 마약 취급하지 말아주실래요?
“난생처음으로 마리가 부럽네.”
이건 또 무슨 말이지?
나는 눈을 깜박였다. 마신은 피식 웃으면서 내 머리끝을 매만졌다.
“마공자 같은 동생이 있었으면, 극복하고도 남았겠지.”
아이고야.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치료부터 하라니까요?”
내 말에 마신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볼게. 할머니 몰래 의사를 구해야 하는데, 신경을 좀 써야 하거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 도움 필요하면 말하세요.”
마신은 눈을 깜박이다, 또 입을 가리고 웃었다. 진짜 이 녀석이 왜 웃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 * *
‘의상이 이상한데?’
나는 눈을 깜박였다. 천 조각들이 흘러내렸다.
‘난해한 컨셉에는 익숙하긴 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할 줄이야.’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척 봐도 빤했다.
“또 그리스 컨셉이네요.”
덕수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향수 이름이 큐피드니까요.”
나는 그리스식 의상을 잡아당기며 컨셉 아트를 봤다.
“그러니까, 제가 에로스죠?”
“그런 거 같습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보니까 이미 날개도 달린 거 같았다.
‘그나마 날개는 합성이네.’
컨셉 아트에는 풀밭에서 기대어 누워 있는 에로스가 보였다.
‘바닥에 있는 화살통에는 화살 대신 향수가 들어 있구나.’
굉장히 고전적인 컨셉이군. 아니, 에로스니까 실제로도 그런가.
‘그래도 좀 다르긴 했다.’
옛날에도 비슷한 걸 많이 찍어봤었다. 하지만 그건 귀여움과 깜찍함만 강조했었다.
‘그런데 이건 좀 달라.’
아이의 귀여움보다는, 중성적인 외모를 강조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난해하고 닭살 돋긴 하네.’
굉장히 미학적이었다. 내가 한숨을 내쉬자, 스타일리스트가 머리에 쓴 화관을 다듬어줬다.
“정말, 잘 어울린다. 우리 공자.”
“감사합니다.”
이미 몇 번 같이 작업을 해본 분이었다. 스타일리스트는 몇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공자, 조금 있으면 어른 되겠다.”
나는 활짝 웃었다.
“네!”
“어휴, 공자는 좋지만 우리는 아쉬워. 우리 공자는 크고, 나는 늙네.”
나는 스타일리스트를 보며 싱긋 웃었다.
“아직 젊으신데요.”
“어머. 공자야. 심장 아프게 웃지 말렴. 누나 방금 진심으로 떨렸어.”
스타일리스트는 가슴을 쥐어 잡으며 말했다.
“우리 공자는 계속 귀엽고 예쁘다가, 갑자기 멋있어지겠네. 음, 아쉬운데. 매우 아쉬운데…….”
스타일리스트는 솔직하게 말했다.
“좀 기대도 되거든.”
다, 다행이네.
“이게 누나 마음이야. 공자야.”
“감사합니다?”
“그럼, 그럼.”
그녀는 계속 내 머리를 손질했다. 다른 분들은 의상을 다듬어주셨다.
“잘 컸어. 아주.”
나는 방긋 웃었다. 와. 드디어…….
‘드디어 이 말을 듣는구나.’
진짜, 내가 이 말을 얼마나 고대했던가.
‘음, 아직 얼굴에 앳된 끼가 많이 나와 있긴 한데…….’
잘하면 내년부터 바로 아역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때였다. 경호원 한 분이 덕수 씨에게 손짓했다. 덕수 씨는 바로 문을 열고 나갔다.
‘어라.’
무슨 일 있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