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5)
025
“뭘 입히지?”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요람에 누웠다. 안산댁은 진지하게 꿀벌 옷을 내 몸에 가져다 댔다.
“꽃을 주니까 꿀벌이 좋으려나?”
저기요. 안산댁.
“그래도 무난하게 개구리가 좋나?”
이런.
안산댁은 열심히 옷을 내 몸에 대었다. 나는 발을 만지면서 반 바퀴 굴렀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안산댁은 좋은 분이지.’
일을 참 잘하셨다. 청소 같은 건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날 잘 돌봐주셨다.
‘이유식도 맛있고 말이야.’
매우 성실하신 분이었다. 왜 엄마가 이분을 믿는지 알 거 같았다.
‘그런데 말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단점을 알아버렸다.
안산댁은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사마귀 옷이 좋으려나?”
이런.
‘센스가 꽝이야.’
이 완벽한 얼굴에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
‘무난한 게 최고라고!’
사마귀 옷이라니! 아니, 애초에 사마귀 옷이 왜 있는데!
“고민되네.”
아, 미치겠다.
‘안산댁, 당신은 모르겠지만 저는 오늘 다 계획이 있단 말입니다.’
나는 다리를 버둥거렸다.
‘시사회를 통해서,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라고요!’
빨리 셀럽 돼서 잘나가고 싶은데! 사마귀 옷이라니!
안산댁은 고심하며 중얼거렸다.
“역시 귀뚜라미가 낫나?”
안 돼!
나는 적극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뿌야뿌!”
“응, 좋다고?”
아닙니다!
나는 이마를 짚었다. 나의 계획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귀뚜라미 옷을 입고 갈 수 없었다.
“뿌아 뿌아!”
코인 사용!
[러브 앤 피스 코인을 어떻게 사용하시겠습니까?>‘백곰 옷 입게 해줘!’
저번에 보니까 그게 제일 낫더라.
나는 힐끗 옆을 바라보았다. 하얀색 배낭이 보였다.
‘저게 시사회 때 내가 멜 배낭이지.’
행사를 기획한 회사에서 저걸 직접 가져왔다.
나는 안산댁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귀뚜라미와 사마귀 중에서 고민 중이었다.
‘아니, 왜 그중에 하나야.’
내 귀여움을 살리려면 단색으로 맞추는 게 낫잖아!
그때 자막이 변했다.
[백곰 옷을 입기 위해서는 500코인이 필요합니다. 실행하시겠습니까?>와, 비싸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사마귀 옷을 입고 신문을 장식하기 싫었다.
“뿌야!”
실행!
자막이 다시 변했다.
[실행되었습니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코인을 쓴 대가로 1분간 재채기를 합니다.> [총 코인: 28,720>매우 묘한 대가였다. 하지만 생각할 틈이 없었다. 나는 정신없이 재채기했다.
“에초! 에초!”
안산댁은 내 몸에 옷을 대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머?”
“에초!”
“우리 공자가 왜 갑자기 재채기하지? 알레르기라도 있나?”
“에초!”
하도 재채기를 하니 눈물이 나왔다. 안산댁은 수건으로 내 눈가를 닦아주며 일단 귀뚜라미 옷을 치웠다.
“천이 이상한가. 저번에 입었던 건 괜찮던데. 아, 여기 있다!”
안산댁은 옷장에서 백곰 옷을 대줬다. 그러자 마법같이 재채기하지 않았다.
“어, 이건 괜찮네.”
아하하하. 그렇습니까.
안산댁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예쁜 거로 입히고 싶은데, 백곰이라니. 이건 너무 흔한데.”
흔한 게 원래 베스트인 법입니다. 안산댁.
“어쩔 수 없지.”
안산댁은 내 옷을 갈아입히며 말했다.
“공자야. 오늘 우리가 가는 곳은 아가씨 영화 시사회장이야.”
잘 압니다.
“거기 가면 영화 때문에 시끄러울 거야. 음, 시끄러울 테니 귀도리도 가져가야겠다.”
그럴 리가요. 그런 거 필요 없어요.
‘저는 좋습니다.’
소음도 제겐 음악 같을걸요.
얼마 만에 영화관이야.
‘보고 싶다. 스크린.’
배우이기 전에 시네필입니다, 저.
‘뭐, 좋은 작품이라면 브라운관이든 스크린이든 가리지 않고 보지만요.’
명작은 장르를 가리는 게 아닐 테니까 말이다.
‘중요한 건 작품이지. 뭐, 그래도 좋다.’
아마 가서도 영화 자체를 보지는 않겠지. 하지만 오랜만에 가는 영화관 자체가 좋았다.
나는 복슬복슬한 백곰 옷 소매를 파닥거리며 웃었다.
‘자, 이제 시작이다.’
나는 머릿속으로 계획을 떠올리며 웃었다.
오늘이 그날이다.
‘최종점검이다. 마공자.’
나는 조용히 자막을 띄웠다.
“뿌아우!”
총 코인!
[총 코인: 28,722>아까 500코인을 사용했어도 아직 코인이 많이 남아 있었다.
‘삼만 코인까지 가까이 왔어.’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파파라치와 잡지가 큰일 했지.’
야금야금 올라서 여기까지 왔다.
‘개봉부터 꽤 올랐지.’
흥행에 성공했는지, 벌써 2차 시사회였다. 나는 흐뭇하게 자막을 바라보았다.
[죽은 자들의 도시를 본 관객34가 당신의 귀여운 모습에 감동합니다>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다들 내 모습에 감동을 받았나 보군.’
씨 뿌려서 수확하는 기분이었다.
‘이 속도로 간다면 삼만 코인은 바로 넘겠지.’
신이 났다. 나는 양발바닥을 부딪치며, 파닥거렸다.
‘바로 이걸 노렸습니다.’
나는 소리 내어 웃었다.
“쀼아!”
오늘 화려하게 수확해야지.
안산댁은 이것저것을 가방에 넣으시며 말했다.
“어머, 공자야. 오늘따라 잘 웃네. 인제 낮잠 자야지. 오늘따라 왜 자지 않는 걸까?”
그야 신나니까요.
안산댁은 내 손을 한번 흔들고 다시 일하셨다. 나는 다시 다리를 부딪쳤다. 흥분되어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 * *
“아가씨!”
안산댁이 부르니 엄마가 돌아서서 웃었다. 나는 바지 정장을 입은 엄마를 보며 손을 내밀었다.
“마마!”
“공자야! 내 천사!”
엄마는 나를 안고 등을 토닥였다.
“어, 공자 왔어요?”
“공자야, 누나 기억나?”
물론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팬 서비스는 중요한 법이었다.
나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웃었다.
“뺘아아!”
“헉, 공자가 날 보며 웃었어.”
“와, 오랜만에 봐도 장난 아니네.”
“어쩜 이렇게 예뻐요? 이렇게 생긴 아이는 진짜 처음 봐요.”
엄마는 내 뺨을 살짝 매만지며 말했다.
“우리 천사가 좀 예쁘지.”
“이건 좀이 아니에요!”
“영화보다 더 귀여워.”
다들 순조롭게 내 외모에 감탄 중이었다.
‘아, 좋다.’
더 칭찬해 주십시오.
외모 칭찬은 언제 들어도 좋았다.
‘늘 새롭고 말이야.’
그때 감독이 들어왔다. 엄마는 나를 안고, 허봉팔 감독 앞에 섰다.
“아, 우리 쏘 핫 셀럽!”
오, 평가 한번 죽였다. 나는 까르르 웃으며 손뼉을 쳤다.
“빠아!”
“와.”
허봉팔은 어깨를 으쓱하며 나를 이리저리 살펴봤다.
기분 탓일까. 허봉팔 감독의 꼬막 눈이, 제법 날카로워 보였다.
“그때도 생각했지만, 수정 씨 아들은 진짜 남다른 거 같아.”
당연합니다. 어떤 아기가 이렇게 예뻐.
엄마는 웃으면서 물었다.
“어떤 점이요. 천사라는 게요?”
“뭐, 천사처럼 귀엽긴 하지.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야. 뭐라고 해야 하나.”
허봉팔 감독은 나와 눈을 마주쳤다.
“수정 씨, 이 아기 말이야.”
“네.”
“좀 담대한 거 같지 않아?”
엄마는 눈을 깜박였다.
“그래요? 우리 공자가요?”
“수정 씨, 보통 아이는 말이야. 내가 다가오면 울어.”
옆에 있던 스탭이 대답했다.
“아, 알 거 같아요.”
“엥?”
스탭은 감독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감독님 좀 무섭잖아요. 얼굴도, 몸도, 그 해골 의상도요.”
“유정아. 너 너무한다? 나를 세 번 죽였어!”
“맞잖아요. 인정하세요. 엄연한 현실이에요. 오늘 시사회인데 또 그렇게 입고 오셨잖아요.”
감독은 고개를 푹 숙였다.
저런.
나는 웃으면서 감독 머리를 툭툭 쳤다.
“꺄아!”
감독은 작게 중얼거렸다.
“락은 살아있다. 메탈은 영원하다.”
이런.
나는 계속 토닥거렸다. 허봉팔 감독은 그런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날 위로해 주는 건, 아기밖에 없네.”
엄마는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공자가 착하죠? 천사라니까요.”
“인정합니다. 수정 씨. 그런데 말이야. 공자가 착한 것도 착한 거지만, 신기하다니까?”
엄마는 나를 어르면서 물었다.
“어떤 점이요?”
“촬영할 때도 느꼈는데, 애가 일단 카메라를 좋아해.”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 같긴 해요.”
“개봉하고 나니까, 다른 감독이 묻더라. 그 촬영 어떻게 했냐고. 어떻게 아기가 안 울고 방긋방긋 웃었냐고.”
음, 무슨 말 하는지 알겠군.
‘촬영장이 좀 살풍경이긴 하지.’
확실히 거긴 아기가 웃을 공간은 아니었다. 게다가 CG 때문에 온통 초록색 천인 곳이었다.
‘보통의 아기라면 울지 않으면 다행이지.’
가끔은 웃는 아기도 있겠지만 말이야.
“그래요?”
“다들 나를 부러워해. 축하 전화 중에 아기 얘기가 한번은 나온다니까!”
엄마는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우리 공자가 나오는 장면이 머릿속에 많이 남긴 해요.”
“솔직히 별로 중요한 장면은 아니었는데 말이야. 이 아기가 너무 예뻐서 굉장히 밀도 있는 장면이 됐어.”
“갑자기 확 온다고 하더라고요.”
감독은 턱을 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좀비가 들끓는 현실이 갑자기 훅 느껴지지.”
“공자가 나오는 씬은 짧은데 유독 길게 느끼더라고요.”
허봉팔 감독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방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보면 볼수록 이상하단 말이야.”
감독은 손가락을 내밀었다. 나는 잡고 살짝 흔들었다.
“그러니까, 우리 공자에게 뭔가 재능이 있다, 이 말씀인 거죠?”
“그래, 맞아. 뭔가 그 장면에서 너무 천진했거든. 아기가 원래 그런 표정으로 다니는 아이라면, 별생각 없을 거 같은데…….”
어라.
‘허봉팔 감독 은근히 예리한걸?’
조금 들켰나?
“지금 보니까 그건 아니란 말이야. 뭐랄까. 일부러 연기한 듯한 느낌이랄까.”
“그래요?”
“아하하하! 뭐, 말도 안 되지. 설마 이 아기가 천진한 장면을 연기했겠어? 아하하하하!”
그거 맞습니다.
나는 허봉팔 감독의 손가락을 흔들었다.
“만약 그렇더라면 이 아기는 천재겠지.”
와.
‘평가 죽이네.’
더 해주세요. 감독님.
허봉팔 감독은 턱을 긁으며 말했다.
“아무튼, 씬 스틸러로서는 만점이었어. 훌륭했다고.”
나는 씩 웃었다.
‘음, 비밀을 들킨 기분이군.’
나야 당연히 상황에 맞춰서 연기했을 뿐이지만, 아직 연기를 펼치기엔 한참 어린 나이라는 점을 잠시 잊었던 것 같다.
뭐, 그래도 결과만 좋다면야.
‘성공적이야.’
나는 다리를 파닥거리며 웃었다.
“빠아아!”
허봉팔 감독은 나를 보며 말했다.
“좀 오버 했나? 아 시간 됐다. 나가자!”
“아, 네!”
허봉팔 감독은 손을 뗐다, 엄마는 서둘러 나를 안산댁에게 맡겼다.
“안산댁 부탁해.”
“네, 아가씨.”
메이크업 담당자가 서둘러 엄마에게 다가갔다. 안산댁은 나를 안고 돌아서서 나갔다.
“공자야. 우리 나가자.”
나는 생긋 웃으면서 다리를 흔들었다.
‘아, 칭찬 좀 더 듣고 싶지만 말이야.’
나는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기다려온 무대가 준비 중이었다.
씩 웃음이 나왔다.
* * *
영화가 끝났는지, 주위가 부산스러웠다. 스탭은 나와 안산댁을 제일 가까운 관객석에 데려다줬다.
스탭이 안산댁에게 말했다.
“기획서도 이미 보셨지만, 한번 더 설명해 드릴게요. 사회자가 마수정 씨를 위해서 선물을 준비했다고 하시면, 저에게 아기를 건네주세요. 그러면 제가 아기를 마수정 씨에게 데려갈 거예요.”
안산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하얀 배낭에는 장난감 꽃이 대롱거렸다.
‘이게 엄마를 위한 꽃다발인가.’
나쁘지 않은 기획이었다.
‘하지만 부족합니다.’
기획서를 본 순간 생각했다.
‘MSG가 필요해.’
나를 데려다주는 건 괜찮았다. 하지만 이 기획으로는 만족할 만한 관심을 받을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일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준비했다.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뿌아뿌!”
코인 사용!
곧 자막이 떠올랐다.
[러브 앤 피스 코인을 어떻게 사용하시겠습니까?>‘스탭이 날 시사회 무대 바닥에 놓게 해줘.’
[오늘따라 피곤한 스탭이 마공자를 바닥에 놓기 위해서는 300코인이 필요합니다. 실행하시겠습니까?>뭐, 이 정도는 적정 가격인가.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뿌야!”
실행!
[실행되었습니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코인을 쓴 대가로 1시간 뒤에 10시간 잠이 듭니다.>대가가 나쁘지 않았다. 아기라면 그 정도 잘 수 있겠지.
나는 안산댁에게 안겨서 다리를 접었다가 폈다. 미리 준비 운동을 해둬야 했다.
사회자의 진행은 계속됐다.
‘이제 곧이야.’
아니나 다를까, 바로 스탭이 외쳤다.
“아기 주세요!”
“여기요.”
그때 사회자가 외쳤다.
“마수정 씨를 위한 선물입니다!”
준비했던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