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56)
256
덕수 씨는 말이 없었다. 오래 같이 있어서 알았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선생님, 그냥 우세요.”
“흐윽. 우, 우는 거 많이 고쳤는데도 말이죠. 크읍.”
음, 그러셨나? 아니, 진짜요? 그런 거치고는 일주일에 한 번쯤은 우시지 않았나요?
‘아니다. 예전에는 3일에 한 번이셨지.’
음, 많이 고치신 거 맞구나.
“공자. 크읍. 흐읍. 부탁입니다.”
울음소리가 적나라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무엇이든 말하세요.”
“크으흡. 저를, 너무 감동을 주지 마세요.”
음, 덕수 씨. 그건 제 탓이라기보다는 덕수 씨의 감성 탓인 거 같은데요.
‘뭐, 본인이 제일 잘 알고 계시겠지.’
나는 활짝 웃었다.
“싫어요.”
“네?”
“저, 좋은데요. 선생님께 감동을 주는 거요.”
뭐,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지금은 익숙해지기도 했고요.
‘그리고 감동하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그게 별로라면 사람들은 왜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미술관에 갑니까.
“선생님과 함께 있는 동안은, 선생님 감동을 제가 책임질게요.”
실컷 받으십시오. 까짓거, 뭐 어때요.
선생님은 아무 말 없었다. 나는 안전벨트를 늘려서 슬쩍 운전석을 봤다. 덕수 씨는 눈물을 흩뿌리면서 운전을 하고 계셨다.
저런.
나는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선생님 운전 중에는 자제할게요.”
안전 운전 중요하니까요.
“크읍.”
도대체 어느 부분에 감동하신 건지, 덕수 씨는 다시 입을 막고 우셨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10년이 넘게 함께 해서일까.
‘가족 같아.’
뭐, 언제까지 나랑 일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유치원 선생님이 꿈이셨지?’
요즘 말 안 하시던데, 그거 아직도 꿈이실까.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때도 지금도 내 생각은 같았다.
‘차라리 유치원을 세우는 게 빠를 거 같다.’
저런 선생님이라면, 어머님들께서 올 때마다 놀라실 테니까 말이다.
‘그래도 뭐 다른 방법이 없나?’
나는 진지하게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영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 * *
대본을 보자마자 생각했었다.
‘원종사 감독은 참 비를 좋아해.’
[소나기> 때부터 느꼈지만, 격정적인 장면은 비를 내리는 걸 좋아했다.나는 의상을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고풍스러운 셔츠였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긴바지라는 거야.’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작품 분위기에 따른 거라고 하지만, 진짜 비뚤어질 거 같은 의상이었다.
스탭들은 분주하게 비 내릴 준비를 했다. 나랑 같이 찍는 누나 역의 배우는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채였다.
원종사 감독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캬, 이번 씬. 비주얼이 아주 죽여줘요.”
그렇습니까. 저는 이런 의상 입으면 반항하고 싶은데요.
“공자 외모로 반은 먹고 들어가는 거 같다니까. 어이구. 우리 공자 예뻐 죽겠어.”
뭐, 내 얼굴이면 당연하긴 하지.
대본을 보며 점검하고 있던 누나 역의 배우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감독님. 늘 말하지만요. 공자 때문에 집중이 엄청나게 잘 돼요.”
“오, 지은 씨가 이런 말을 할 정도라니!”
“저, 외모에 민감하잖아요. 감독님께만 말하는 건데요.”
김지은은 아주 작게 속삭였다.
“저 미니시리즈 유창준이랑 찍었잖아요.”
“아, 그 배우.”
“솔직히 외모가 그렇게 뛰어나진 않고,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배우잖아요. 솔직히 연기력도 그렇게 뛰어난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음, 지은 씨. 지금 유창준에게 팩트로 뼈를 때리신 거 같은데.
“그렇지.”
“그런 주제에 온갖 꼴값을 다 봤어요.”
“아, 유명하지.”
“스탭에게 환영식도 요구하더라고요. 아니, 연예인이 왜 스탭에게 그런 걸 바라요? 솔직히 버는 돈 차이는 자기도 알 텐데 말이죠.”
원종사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벼룩의 간을 내먹는 거지.”
“진짜 그런 주제에 진짜 자기가 잘생긴 줄 알아요.”
김지은 배우는 더 작게 속삭였다.
“저는 배우라서요. 어떤 연기도 할 수 있지만요.”
“알지. 알지.”
“진짜 괴로웠어요. 아니, 외모야 눈앞에 있는 게 키아누 리브스, 톰 크루즈 젊었을 때다 필사적으로 최면을 걸면 됐지만요.”
김지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입 냄새는 괴로웠어요.”
와. 저건 진짜 불쌍하다.
“아니, 양치할 거 아니야.”
“무슨 염치인지, 절 냄새로 죽이고 싶은 건지. 헹구기는 하는데 양치는 안 하더라고요.”
와. 김지은 배우. 진짜 힘들었겠다.
“저 내내 역겨움을 참으면서 했잖아요. 저번 미니시리즈, 제 인간 승리였어요.”
솔직히 손뼉이라도 치고 싶었다. 그걸 참고 진행하다니, 이분도 정말 참 연기자였다.
김지은은 나를 살짝 보며 말했다.
“그래도 흥행했어요. 물론 공자의 [야망>보다는 덜하겠지만요.”
아니, 왜 갑자기 저에게로 시선이 돌려져요.
나는 살짝 웃었다. 뭐, [야망>이 엄청나게 흥하기는 했다.
“공자 연기력이 아주 훌륭한 작품이지.”
“그거 선우영재 PD님이 공자 데려왔다고 하셨어요. 와, 진짜 선견지명 대단하세요.”
“나도 그 연기 보고, 공자 바로 캐스팅했잖아. 물론 계속 찔렀지만 말이야.”
김지은 배우는 까르륵 웃었다.
“공자라면 어쩔 수 없죠. 저도 저런 얼굴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진짜 실컷 찍을 텐데 말이죠.”
김지은 씨. 모르시겠지만 제 전생의 꿈이 바로 그거였습니다.
“지은 씨도 잘 나가잖아.”
김지은은 주위를 둘러보며 아주 작게 속삭였다.
“뭐, 나쁘지는 않지만요. 저는 소속사부터 바꾸려고요.”
어라.
원종사 감독은 덩달아 작게 말했다.
“왜?”
“매니저도 마음에 안 들고. 코디부터 메이크업까지. 저한테 너무한 거 같아요.”
“어이구, 왜?”
“매니저, 좀 이상한 사람 같아요. 고집도 세고, 자꾸 중얼거려요.”
원종사 감독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습관인가?”
“몰라요.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어휴. 되게 불편해요.”
“바꿔 달라고 하지.”
“사장 친척이라고, 저보고 따듯한 마음으로 봐달래요. 그때 결심했어요. 계약 기간 다 되어 가니, 바꾸자.”
원종사 감독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괜찮겠어? 루머 퍼트릴 수도 있잖아.”
“그 정도는 아니길 바라야죠. 안 되면 저도 터트리죠, 뭐. 중얼거리는 거 녹음해 놨어요. 계약 기간 이제 6개월밖에 남지 않았어요. 심지어 좋은 회사에서도 연락 많이 왔고요.”
하긴 김지은이라면 어디든 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연기 잘하고, 싹싹하고, 성실하니까.’
딱 하나 별로라면, 말이 좀 많은 건데. 그래도 일을 그르칠 정도는 결코 아니었다.
나는 김지은을 보면서 방긋 웃었다.
“다 잘되실 거예요.”
“어, 어머나?”
김지은은 가슴에 손을 얹고 말했다.
“공자야. 갑자기 치고 들어오면 어떡해. 누나 마음이 설렜다.”
“지은 씨도? 나도!”
아니. 김지은은 그렇다 쳐도, 원종사 감독 당신은 왜?
“진짜 성진 그룹에서 공자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와, 그거 좋겠다. 내가 공자 20명 사서 영화 찍을래. 공자만 나오는 영화라니, 흥행 보장이네.”
엄청난 말씀을 하시는군.
“꽤 많은 감독이 그럴 거 같지 않아요?”
“그런가?”
저기요.
“저만 나오는 영화는 별로일 거 같은데요.”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CG가 있으니까요.”
“그런가? 하긴 가능은 하지. 공자가 무지하게 힘들겠지만 말이야.”
“성인 되면 도전해 보고 싶긴 해요.”
1인 15역 정도 하면 재미있을 거 같긴 했다.
원종사 감독은 감동했는지 신음을 내뱉었다.
“오, 그거 재미있겠다.”
“분장 때문에 시간은 걸릴 거 같지만요.”
“마공자로 15역이라. 이야. 그거 끌리는데.”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김지은 배우는 따라 웃다가 고개를 숙였다.
“어유. 소름 돋아.”
아니, 뭐가?
김지은은 눈빛으로 왼쪽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정말 작게 속삭였다.
“매니저가 보고 있거든. 아니 눈빛이 별로라니까.”
“그냥 외모가 불쾌하단 뜻이야?”
“그렇지 않아요. 눈빛은 생긴 거랑 상관없어요. 공자 매니저님도 겉모습은 험상궂지만, 눈빛은 따듯하잖아요.”
그, 그렇긴 하지.
“공자 매니저님, 오늘따라 좀 더 무섭긴 하지만요.”
아, 그건 울어서 그렇습니다. 눈이 지금 많이 부었어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좋은 분이세요.”
“아, 부럽다. 내 매니저도 좋은 분이었으면 좋겠어. 저 사람은 아니야.”
스트레스가 좀 심해 보였다.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힘내세요.”
“어, 어머?”
김지은 배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힘낼게. 힘 못 내면, 젖 먹던 힘이라도 끌어올게.”
그, 그 정도는 아니어도 되는데요.
김지은은 가슴에 두 손을 얹었다.
“진짜, 성진 그룹에서 팔면 바로 살 거야.”
아니, 안 판 데도요.
그때 스탭이 왔다. 그 뒤에 기다렸다는 듯 살수차가 물을 뿌렸다.
김지은 배우는 서둘러 대본을 의자에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타일리스트가 나와 김지은의 옷을 최종적으로 정리했다.
“자, 자. 비가 내리니까 빨리 갑시다. 지은 씨. 악을 쓰는 장면이니까, 고생 좀 할 거야.”
“괜찮아요. 제가 괜히 운동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배우는 체력이죠.”
든든했다. 원종사 감독은 나를 보며 말했다.
“공자야. 연습대로만 해. 믿는다.”
나는 방긋 웃었다.
“네!”
“자, 바로 가자!”
김지은 배우와 나는 바로 촬영 장소에 섰다. 스탭이 우산을 치우자, 바로 비가 쏟아졌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곧 기다렸던 소리가 들렸다.
“레디! 액션!”
나는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빗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천천히 웃었다. 카메라가 움직이고, 누나가 소리쳤다.
“뭐야! 너! 오지 마!”
나는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을 내리깔았다.
다시 빗소리가 들렸다. 빗줄기가 온몸을 적혔다.
“누나는 참 멍청해요.”
“뭐?”
“그거 알아요? 어머니도 누나를 싫어해요.”
나는 누나에게 한 발짝 가까이 갔다. 누나는 질린 얼굴로,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버지도 누나를 싫어하죠. 이 집에서 누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요.”
“아니야!”
“이유가 뭔지 알아요?”
나는 팔짱을 꼈다. 그리고는 즐거워 죽겠다는 듯 크게 비웃었다.
‘지문에는 악마처럼 하라고 했지.’
나는 누나의 목에 손을 얹었다.
“멍청해서요.”
누나는 내 손을 빼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걸 놓지 않았다.
“너무 멍청해서 그래요. 그래서 다들 누나를 싫어하는 거예요.”
“아니야! 엄마는 나를 사랑해!”
“뭐, 그럴 수도 있겠죠.”
나는 누나의 목을 쥔 손에 힘을 줬다.
“저 다음으로요.”
누나는 손을 떼려고 발버둥을 쳤다. 손이 피부에 파고들었다.
“아, 아니다. 훨씬 아래야. 군산댁보다, 아니다. 맥스보다, 아니, 아니야. 더 밑이야. 아!”
나는 활짝 웃었다.
“금붕어보단 더 사랑할 수도 있겠네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