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61)
261
나는 턱을 괴고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났다.
“공자, 왜 그러십니까?”
“아, 어제요. 누나 서바이벌에서 탑 11에 들었잖아요.”
“네. 3위를 했죠.”
“솔직히 누나 데리러 가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납치당해서, 그것도 못 했잖아요.”
“위험하니까요.”
“꽃다발 준 게 다인데, 누나 그거 받고 울었어요. 서바이벌 3위 한 거보다, 제가 무사한 게 기쁘다면서요.”
나는 창문에 이마를 댔다. 아니, 그 좋은 날에, 우리 누나 나 때문에 실컷 기뻐하지도 못했다.
누나가 우니까 엄마도 우셨다. 결국, 나도 끌어안고 울 수밖에 없었다.
‘납치범 새끼. 왜 날을 잡아도 그때였냐고.’
차라리 누나 서바이벌 끝나고 일을 하던가.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리 학생은 기뻤을 것입니다.”
“그날은 오로지 기쁨의 눈물만 흘리고 싶었어요. 괜히 나 때문에 우리 누나 눈물 젖은 소라와 고동을 먹었잖아요.”
그래도 서바이벌 때문에 먹고 싶은 걸 제대로 못 먹은 모양인지, 누나는 저녁을 실컷 드셨다. 덕분에 나와 엄마도 평소처럼 먹었다.
“어제는 기쁜 날이었습니다. 마리 학생도 서바이벌 3등을 했지만, 범인도 잡혔으니까요.”
“아, 그렇다면서요.”
“야산에서 도망치다가 갑자기 하반신 마비가 왔다고 들었습니다.”
그거 코인 쓴 것입니다. 범인은 역시 그 스토커가 맞았다.
완벽한 계획범죄였다.
‘친척이 하는 야산의 방갈로를 털어보니까, 납치 도구가 우르르 나왔다고 하니까 말이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스토커 새끼는 야산에서 마비된 다리 때문에 눈물 콧물 짜고 있었다고 들었다.
‘늘 생각하지만, 이런 짓을 하는 놈들은 참 멍청한 놈들이야.’
범인은 그런 범죄를 저지른 이유를 신나게 싸질러 댔지만, 나는 일부러 기사를 읽지 않았다. 보나 마나 개소리일 게 뻔했다.
‘언론도 참 마음에 안 들어. 이런 건 무시를 해야지, 왜 실어 나르는데?’
아주 신이 난 거 같았다. 남은 죽을 뻔한 걸 가십으로 소모하다니. 역시 쓰레기란 소리를 듣는 기자들다웠다.
‘뭐, 전부 다 그렇지는 않겠지.’
안 그런 사람은 손에 꼽을 거 같지만 말이야.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진짜 한데 모아서 어디론가 보내 버리고 싶었다.
“공자, 괜찮습니까?”
“화나지만 괜찮아요. 뭐, 사는 게 다 제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덕수 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순간 아차 싶었다.
‘음 12살 애가 할 말은 아니긴 하다.’
덕수 씨 성격에 쓸데없이 죄책감을 느낄 확률이 높았다. 나는 조금 웃었다.
“진짜 괜찮아요. 오히려 촬영할 게 기대되는걸요.”
“어떤 장면을 찍습니까?”
“아, 오늘은 누나가 저를 옷장 안에 가두는 씬이네요.”
덕수 씨의 표정이 왈칵 구겨졌다.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왜 찍어도 하필 이런 거지?’
솔직히 어려운 씬은 아니었다. 그냥 누나와 동생이 실랑이하다가, 누나가 동생을 가두는 씬이었다.
‘애초에 이것도 누나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니까.’
누나는 동생을 가두고, 이제 악마는 나오지 않을 거라고 좋아한다. 하지만 동생은 그다음 날 멀쩡하게 아침 식사를 하러 나온다.
‘누나가 동생이 완전히 악마라고 생각하게 됐지.’
불안과 악몽, 환영에 시달리는 누나는 결국 집에 불을 질러 버린다.
‘뭐, [데미안> 내용은 그렇다고 치는데…….’
나는 앞 좌석을 힐끔 바라보았다. 덕수 씨 표정은 여전히 장난 아니었다.
‘저, 저런.’
나는 활짝 웃었다.
“선생님. 그냥 연기예요.”
“착잡합니다. 왜 하필 오늘일까요.”
“괜찮아요. 괜찮아. 동생은 제가 아니잖아요. 그냥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예요.”
“동생은 옷장에 갇히고 어떻게 됩니까?”
“누나에게 열어달라고 문을 두들겨요.”
덕수 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장면들이 독하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의사는 공자가 연기해도 괜찮다고 했지만, 불안합니다.”
“진짜 괜찮아요.”
“괜찮으면 좋겠습니다.”
뭐,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어린애도 삼재가 있는지 모르지만, 이번 해가 그런가 봅니다.
나는 다시 창문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길은 쫙쫙 뚫려 있었다.
* * *
원종사 감독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 괜찮겠냐?”
김지은 배우의 눈에도 염려가 가득했다.
“공자야, 괜찮겠어?”
나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진짜.”
“미안하다, 공자야. 이 씬을 좀 미루고 싶었는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남은 씬이 이거밖에 없잖아요.”
“그렇긴 하지. 이제 곧 누나가 이 집을 태우니까 말이야.”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뭐 어쩔 수 없었다.
“잘 찍을게요.”
“어휴, 진짜 괜찮겠어?”
“피한다고 씬이 없어지는 거 아니잖아요. 그리고 동생은 동생이고, 저는 저잖아요.”
“정말 어른이 부끄러울 정도로 똑소리 나는 대답을 하는구나, 공자야.”
나는 의상을 입은 채 카메라 앞에 섰다. 스탭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나는 장롱을 바라보았다.
‘저기에 갇히겠지.’
손이 살짝 떨렸다. 하지만 나는 심호흡을 했다.
‘이건 연기야.’
나는 ‘동생’ 역의 캐릭터였다. 이건 실제 상황이 아니었다.
‘장롱 속에 갇혀도, 스탭이 곧 열어줄 거야.’
심호흡하니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좀 나아졌다.
‘시간이 지나면 나중에는 떨리지도 않겠지.’
김지은 씨가 말했다.
“공자야. 나 잘할게. 딱 한 번만 가자.”
“잘 부탁합니다. 그런데 몇 번 다시 찍어도 괜찮아요.”
“어휴. 참 든든하다.”
슬쩍 고개를 돌리니, 카메라 조정이 시간이 좀 걸리는 거 같았다. 나는 김지은 씨에게 물었다.
“그, 매니저분은 이제 좀 괜찮아요?”
“갈수록 별로야, 공자야. 큰일 겪은 네게 할 말은 아니지만…….”
김지은은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진짜 이상한 사람 같아. 그냥 촬영장에 날 데려다주는 게 다야. 그 뒤로는 뭘 하는지 모르겠어.”
저, 저런.
“가끔 내 연기를 보기도 하는데, 나보다는 공자를 더 보는 거 같기도 하고. 음산해.”
음, 진짜 이상한 사람인가 보네.
“공자야. 혹시 모르니까, 꼭 그 경호원이랑 같이 다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경호원이 세 분으로 늘었어요.”
“큰일이었으니까. 다행이야. 범인도 잡히고, 공자도 무사해서.”
나는 방긋 웃었다. 김지은 씨는 내게 여러 가지를 묻고 싶었지만, 참는 거 같았다.
‘아픔을 자극하고 싶지 않아서겠지.’
배려가 참 감사했다.
나는 다시 한번 장롱을 바라보았다. 여러 사람의 걱정 때문일까. 장롱이 날 가둘 곳이 아니라, 이제 소품으로 보였다.
스탭이 준비하라고 외쳤다. 나는 세팅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그래. 연기지.’
별로 중요한 장면은 아니었다. 그냥 누나에게 당하는 동생일 뿐이었다.
‘잘할 수 있을 거야.’
이상하게 그런 믿음이 들었다.
스탭이 외쳤다.
“레디! 액션!”
누나가 나를 질질 끌고 갔다. 나는 저항했지만, 누나의 눈에는 광기가 어려 있었다.
“악마! 너는 악마야!”
“놔!”
“너 따위는 없애 버려야 해!”
누나는 장롱을 열었다. 그리고는 가차 없이 나를 넣었다. 나는 힘껏 저항했지만, 누나는 나를 넣고 장롱문을 잠갔다.
나는 문을 쾅쾅 다리로 찼다. 확실히 이건 트렁크와 비슷했다.
‘하지만 달라.’
훨씬 넓고 쾌적했다. 그리고 빛도 훨씬 많이 들어왔다.
‘진짜 다른 곳이라니까.’
인식한 순간, 그나마 남아 있던 불안함도 산화되어 사라졌다.
“퍼펙트! 끝!”
스탭들은 서둘러 문을 열었다. 나는 웃으면서 장롱에서 나왔다.
“그, 공자야. 괜찮니?”
“네. 괜찮아요.”
“어휴, 수고했다. 퍼펙트로 끝냈어!”
나는 김지은 씨와 함께 모니터를 보러 갔다. 가만히 보던 감독은 웃으면서 말했다.
“끝내도 되겠다.”
나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원종사 감독은 내 어깨를 잡았다.
“공자야.”
“네.”
“대단하다. 우리 공자.”
아니, 갑자기?
“트라우마 극복하는 거 쉽지 않거든. 기사 보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 게다가 찍을 씬이, 이런 거니까.”
트라우마 유발되기 딱 좋긴 했다.
“하지만 공자 너는 극복했네. 고맙다.”
“아니요. 당연한 거잖아요.”
“그렇지 않아. 이게 어떻게 당연하니.”
원종사 감독은 웃으면서 말했다.
“정말 대단한 거야.”
그, 그렇군.
“존경스러울 정도야. 나이를 다 떠나서, 인간으로서 말이야.”
아니, 무슨 존경까지!
“공자 너는 앞으로 훨훨 날아가겠지. 지금보다 더. 공자야.”
원종사 감독은 내 손을 잡고 흔들었다.
“응원한다.”
뭔가 조금 부끄러웠다. 조금 간지러웠지만, 이건 원종사 감독의 진심이었다.
문득 예전이 생각났다.
‘그때도 비슷하게 말했지.’
연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면서, 이렇게 악수하면서 말했었다.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때와 똑같은 말을 했다.
“감사합니다.”
당신은 모르겠지. 지금이 아닌 언젠가 다른 곳에서 내게 비슷한 말을 했다는 것을.
원종사 감독은 손을 놓고 내 어깨를 툭툭 치고 지나갔다.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그때, 감독님이 절 출연시켜 주지 않았으면 영원히 무명이었겠죠.’
부디, 이번 생이 저번보다 훨씬 좋은 삶이기를 바랍니다. 감독님.
‘찍고 싶은 작품, 다 찍으시고요.’
덕수 씨와 경호원이 다가왔다. 나는 덕수 씨 손을 잡았다.
“의상 갈아입고 집에 가죠.”
“네.”
“대기실은 미리 다 확인해 봤습니다. 공자는 이번에는 안심해도 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믿어요. 경호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선생님도 옆에 계시잖아요.”
“이번에야말로, 지키겠습니다.”
도란도란 얘기하며 갈 때였다. 멀리서 모자를 눌러 쓴 사람이 다가왔다.
‘아, 저 사람…….’
김지은 씨가 싫다고 한 매니저였다. 경호원이 긴장하는 게 느껴졌다. 덕수 씨는 다른 방향으로 걷게 했다.
남자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걷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기분 탓일까. 뭔가 불안했다.
경호원이 나를 둘러쌌다. 그때, 남자가 갑자기 달려왔다.
‘뭐, 뭐야.’
경호원 한 명이 바로 남자를 저지했다.
우당탕탕-
김지은 씨 매니저가 바닥에 엎어졌다. 덕수 씨는 나를 감싸 안았다. 나는 덕수 씨 품에서 소음만 들었다.
뭔가 저항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나를 감싸고 있는 덕수 씨의 몸이 움찔 떨렸다.
“큽!”
뭐, 뭐야.
덕수 씨의 팔은 단단했다.
“선, 선생님?”
이상한 냄새가 났다. 경호원이 바로 외쳤다.
“매니저님, 이 자식!”
“크윽…….”
뭐, 뭐야. 무슨 일인데.
덕수 씨의 팔이 풀렸다. 나는 내가 보는 걸 믿을 수 없었다.
덕수 씨의 등이 붉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