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64)
264
눈물이 다시 뚝뚝 떨어졌다. 나는 덕수 씨와 엄마를 보았다. 고개가 저절로 떨구어졌다.
“공자, 그만 우십시오.”
“눈물이 안 그쳐요. 선생님.”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연기하고 싶은 건 제 욕심이에요. 알아요. 넘치도록 많이 받고 있어서, 이 삶에는 연기가 그렇게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아요.”
이한조일 때 연기를 한 건, ‘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어.’
내가 아닌, 다른 이가 되고 싶었다. 관심받는 것도, 나를 모르는 다른 이들이 좋아하는 것도 다 좋았지만, 나는 그랬다.
‘내가 싫었지.’
그래서 배우 일이 좋았다.
‘비록 그 끝이 비중 있는 조연뿐일지라도 말이야.’
얻어터져도, 맞아서 아파도, 뼈가 뒤틀려도 그냥 그 자체가 너무나 좋았다.
물론 알았다.
‘언젠가 행복해지면, 이 열망이 사그라들 거라는 거.’
등 따시고 배부르면, 슬슬 연예인 병도 걸린다는 걸 말이다.
‘뭐, 연예인 병에 ‘ㅇ’도 못 보고 죽었지만 말이야.’
그러면 마공자는 어떨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나는 손으로 볼을 꾹꾹 눌렀다. 젖은 살결이 손가락에 닿았다가 사라졌다.
‘이 얼굴은 독보적이지.’
뛰어난 외모는 호감을 샀다. 심지어 역할도 잘 맡았다. 물론 엄마라는 치트키도 있었다. 하지만 오랜 경험으로 알았다. 설사 내가 고아였더라도, 이 얼굴은 언젠가 주목은 받았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유명한 이는 못 되었겠지만 말이다.
‘물론 한번 주목받고 잊힐 수도 있지만…….’
나는 엄마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알았다. 엄마로 인해, 나는 전생에 바랐던 것을 다 이루었다.
‘굳이 자선 재단이 아니어도…….’
존재 자체로 사랑받았다. 이런 건 처음이다.
하지만 나는 연기를 했다. 그것도 나름대로 필사적으로 말이다.
나는 다시 덕수 씨를 바라보았다. 이목구비는 폭력만 쓸 거 같은 사람인데, 눈빛은 굉장히 맑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렇게 연기한 이유는…….
“제 욕심이에요.”
더 높이 가고 싶었다. 아무도 오르지 못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만족감은 멀었다. 지금의 위치가 대단하단 걸 알아도, 그건 식사나 마찬가지였다.
‘돌아서면 배가 고파.’
아무리 그득그득 채워져도 결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제 욕심마저 괜찮다고 해주시네요.”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그러시면 안 돼요.”
덕수 씨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유가 뭡니까.”
“버릇없어진다니까요. 욕심쟁이가 되어서 자기밖에 모를 수도 있어요.”
“공자가요?”
덕수 씨가 짧게 웃었다.
“그거 기대되는군요. 공자는 오히려 좀 그래야 합니다.”
“저는 충분히 욕심이 많아요. 여기서 더 욕심부리면, 정말 나쁜 사람 될걸요?”
덕수 씨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제 생각엔, 공자는 좀 나빠져도 됩니다. 지금은 걱정스러울 만큼 남밖에 모르니까요.”
이 양반들 보게.
나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저 진짜 나빠요. 저는 항상 주위에 잘 보이려고 연기하고 있어요.”
“그렇습니까?”
“소름 끼치지 않아요?”
덕수 씨는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다들 그렇습니다. 저도 그래요. 오히려 그런 연기를 안 하는 사람이 저는 무섭습니다.”
아, 진짜. 이 사람들은 어쩌려고 이렇게 사는 걸까.
눈물이 다시 뚝뚝 떨어졌다. 나는 덕수 씨 옷자락을 잡았다.
“이런 저랑 있어 주셔서 감사해요.”
“저야말로, 제가 옆에 있는 걸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나는 다른 손으로 눈가를 비볐다.
“다치지 마세요. 더는 안 돼요.”
와, 진짜.
‘엉망진창이다.’
코인 대가도 없는데, 말이 앞뒤가 맞지 않았다. 진짜 열두 살짜리 어린애가 된 기분이었다.
덕수 씨는 은은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슬쩍 내 머리에서 손을 뗐다.
“우리 공자는 항상 어른스럽군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항상 애 같은걸요.”
나잇값도 못 하고 말이죠.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하도 울어서 눈가가 쓰라렸다.
“하지만 이제 어른이 될 나이 같아요. 이제 자라야죠.”
“그렇습니까. 공자. 잊지 마십시오.”
덕수 씨는 내 손을 꼭 붙잡고 말했다.
“제가 언제, 어디에 있든 항상 등을 밀어드리겠습니다. 앞으로 가세요. 공자는 그래도 됩니다.”
나는 피식 웃었다.
‘이 자리도 충분히 앞인데…….’
여기서 더 앞으로 가면 제가 뭘 하게 될 거 같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 열심히 달릴게요.”
가벼운 말이 아니었다. 어디까지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달려갈 것이다.
‘당신들이 항상 날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어.’
그래야 조금이라도 수지맞을 거 같으니까.
이 넘치는 사랑을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었다.
나는 활짝 웃었다. 어깨가 무거웠지만, 기분이 좋았다.
나는 팔을 내밀어 덕수 씨를 껴안았다. 등이 아플 거 같아서 손을 두르지는 못했다.
‘소독약 냄새가 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슬슬 일해야 할 때였다.
‘일단 덕수 씨 부상부터 싹 낫게 해야 하니까.’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왜일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사춘기적 감성이 좀 섞였나?’
무거운 어깨에서 날개라도 돋을 거 같았다.
* * *
마적의 동생은 귀여웠다. 나는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이는 발가락을 입에 대면서 귀엽게 웃었다.
“꺄아!”
나는 마적의 동생 수진이의 팔을 살짝 흔들었다. 별거 아닌데, 수진이는 굉장히 좋아했다.
한동안은 수진이를 볼 때 몸부터 확인했다. 혹시나 상처나 멍 자국이 없나 보는 게 일이었다. 다행히 수진이는 그런 건 없었다. 아이는 잘 먹고, 잘 놀 뿐이었다.
나는 수진이를 보며 속삭였다.
“수진아, 그거 알아? 적이가 네 걱정 많이 해.”
나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대고 말했다.
“그러니까 오빠 보라고 손짓해 보자!”
“까아!”
아이는 팔을 휘적거리며 침을 흘렸다. 나는 준비한 수건으로 침을 닦아줬다. 아이는 그것마저 좋은지 다시 발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
나는 마신을 보며 말했다.
“잘 찍혔어요?”
마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얘는 계속 발을 먹는데? 먹을 게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이래?”
“아이는 원래 다 이래요.”
“진짜?”
“네.”
마신은 심드렁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도 그랬을까?”
“그러지 않았을까요?”
“상상이 안 되는걸.”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다 어릴 때는 이랬을걸요. 노인도 아기 때는 이러고 놀았을걸요.”
“그렇네. 음, 대통령도 어렸을 때는 이랬겠지.”
아니, 왜 갑자기 대통령이 나와.
“좀 징그러운데.”
“왜 쓸데없는 생각을 해요.”
“그렇지?”
마신은 스마트폰 영상을 보면서 말했다.
“수진이 얘는 잘 먹고 웃는 거밖에 하는 일이 없네.”
아, 진짜. 아이에게 뭘 바라는 겁니까.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줘봐요. 보내게.”
“응. 그런데 잘 먹는 영상 벌써 다섯 개는 넘어가지 않아?”
“적이는 매일 봐도 새롭겠죠.”
“이해가 안 돼. 이게 뭐라고 매번 확인하는 거지.”
그게 정이란 겁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더럽게 까탈스러웠다.
“마적이가 이렇게 동생을 좋아할 줄이야.”
“애틋하겠죠. 세상에 단둘이니까요. 책임을 느끼기도 하고요.”
“하긴. 마적이가 든든한 후계자였으면, 숙모가 그렇게 힘없게 부러지지는 않았겠지.”
음, 우리 적이가 성진 후계자…….
나는 조용히 마신을 바라보고 고개를 저었다. 우리 마적이는 축구 하자. 저 인간이랑 대적할 수 있니, 적아.
‘뭐, 전생에서는 네가 물려받았을 거 같긴 한데…….’
그때의 적이와 지금의 적이는 너무 달라서 잘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전생에서 마신도 허무하게 당했지.’
나는 마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거 같은 인간이, 오토바이 사고로 허무하게 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냥 넘어갔었는데, 그 사고 아무래도 누군가가 사주한 거겠지?’
그거 높은 확률로 마적이네 어머니였고 말이야.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뭐랄까. 마신 녀석, 철두철미해 보이는데 어떻게 그런 걸 당한 거지?
나는 마신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신이 형. 한 가지 부탁할게요.”
“두 가지 부탁해도 돼. 왜? 한강뷰 아파트 가지고 싶어?”
순간 그렇다고 하려는 걸 필사적으로 참았다.
“그거 말고요. 형, 오토바이 좋아해요?”
“아니? 글쎄. 타면 좀 시원할 거 같긴 하지만.”
“타지 말아요. 위험하잖아요.”
“뜬금없네. 응, 안 탈게.”
“속도감을 느끼고 싶으면 차라리 놀이공원 롤러코스터를 형 전용으로 한 대 만드세요. 아니다. 성진 그룹 이미 유원지 있긴 하니까 프리패스로 들어가세요.”
마신 녀석은 피식 웃었다.
“롤러코스터 좋아하긴 해. 그거 시원하지. 정해진 레일을 따라간다는 게 마음에 안 들지만. 그러고 보면 레일 없는 속도감을 느끼고 싶긴 했어. 아, 오토바이라.”
마신 녀석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나 스카이다이빙 좋아해.”
그, 그걸 왜 좋아하지. 이 자식, 싹수가 있었어.
“무섭지 않아요?”
“글쎄. 위험하긴 하지만 안 죽던데?”
이 자식, 오토바이도 똑같은 마인드로 탔구만.
‘아니야. 생각해 보면 마신 녀석, 전생에서 그만큼 답답했을 수도 있겠다.’
만약 그 결벽증 안 고쳤으면 어떻게든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을까.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죽진 않지만 위험하잖아요.”
마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위험해서 재미있는 거지. 그러고 보면 예전에는 진짜 주기적으로 스카이다이빙 하러 갔는데, 요즘 뜸했네. 언제부터 안 갔더라…….”
마신 녀석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널 만난 후부터 점점 하지 않은 거 같다.”
아니, 이건 또 무슨 상관관계야.
“네가 스카이다이빙보다 재미있나 봐.”
아니 도대체 뭐가.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제가 아주 짜릿짜릿한가 봐요?”
“그렇다기보단,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보여줘. 그만큼 상황도 이상해지고. 그런데 그게 좋아. 이래서 할머니가 만나지 말라고 했나 싶을 정도로.”
와, 이거 내가 알지.
‘재벌 3세 나오는 일일드라마가 이런 식으로 여자 주인공을 좋아하던데 말이야.’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말이지, 이 자식은 뭐가 문제일까.
나는 한마디 하려다가 집어넣었다.
‘그래. 어디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되지.’
나는 마신의 옷자락을 쭉 잡아당겼다.
“아무튼, 하지 말아요.”
“음……. 뭔가 이상하네.”
마신 녀석은 나를 빤히 보며 말했다.
“이쯤 되면 내가 아는 마공자는 밤송이처럼 튀어 올라야 하는데 말이야.”
뭐지.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튀어 오를까요?”
지금이라도 할 수 있었다.
“아하하하!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런데 진짜 이상하네. 나 오토바이 타면 무슨 일 생겨?”
와. 이 자식.
‘눈치가 빨라.’
하지만 마신 녀석아. 그거 아니? 나는 어른이다? 자고로 어른이면 민감한 주제는 어물쩍 넘기는 방법쯤은 다람쥐처럼 입 안에 넣고 산다고.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네.”
“어? 진짜?”
“네. 무슨 일 생겨요. 그러니까 타지 말아요. 웬만하면 스카이다이빙도 하지 말아요. 아, 생각해 보니까 웃기네.”
“응?”
나는 마신의 소매를 쭉 잡아당겼다. 녀석은 힘을 주고 있지 않은지 약간 비틀거렸다.
“아니, 당신 후계자라면서요. 위험하지도 않아요? 그런 거 안전 장비 구멍 뚫어 놓으면 한 번에 가는 거잖아요.”
마신 녀석이 눈을 깜박였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뭐, 형이 그걸 모를 리는 없겠죠.”
알았겠지. 그런데 스카이다이빙을 했다는 건, 마신 녀석이 그만큼 힘들었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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