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65)
265
마신 녀석은 슬쩍 눈을 피했다. 역시 맞구나.
“신이 형.”
“아주 가끔 숨이 죄어 와서 말이야.”
녀석은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스카이다이빙은 낙하산이 있지. 그래도 아주 가끔, 음. 아니다. 꿈을 꿨어.”
마신 녀석은 내가 잡은 옷소매를 보며 중얼거렸다.
“낙하산 없이 떨어지는 꿈을 말이야.”
이 자식 봐라.
‘사실 한계였겠지.’
그렇게 애를 조였는데, 과연 정상일까.
“그렇게 열심히 쌓아 놓고, 왜 부수려고 해요.”
“부순다기보다는, 내가 그만두려는 거 아닐까.”
“그렇긴 하네요. 그래도 요즘은 하지 않으신다면서요.”
“응. 네가 있으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상담받아서 아닐까요.”
“아, 그것도 있겠네.”
“현대 의학 얕보지 마세요.”
마신은 피식 웃었다.
“그러게. 상담도 좋긴 하더라.”
“상담 꾸준히 하는 건, 참 잘했어요.”
“음, 초등학생이 숙제 검사받는 거 같네.”
그래요. 대학생이 초등학생에게 숙제 검사받는 기분이 어떠십니까.
마신은 어깨를 떨면서 웃었다.
“그러니까, 내가 오토바이 타고 어떻게 돼?”
와. 기껏 어물쩍 넘어갔는데!
볼 안에 있던 도토리 하나가 벌써 사라진 기분이었다. 이 자식, 회사 일을 해서 그런가. 핵심을 정확히 알고 있어!
“오토바이가 위험하니까요.”
“죽으려면 이유가 필요 없던데. 위험하다고 말리는 거야?”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비장의 한 수를 또 내밀었다.
‘뻔뻔함이지.’
마신 녀석아. 그거 아니? 나 연기자다?
나는 방긋 웃었다.
“네.”
“진짜?”
속고 살았냐. 좀 믿어라.
‘뭐, 멀리 보면 맞긴 하지.’
나는 마신의 팔에 얼굴을 대며 다시 웃었다.
“네.”
“음…….”
마신은 마주 보면서 생글생글 미소 지었다.
“그렇게 믿을게.”
이 자식 봐라. 당부도 참 자기답게 재수 없게 받아들이네.
“고마워요.”
“뭐, 처음부터 들어주려고 했어. 아니, 애초에 이건 나를 위한 부탁이지?”
알면서 그랬냐.
“왜냐고 묻고 싶지만, 너잖아.”
마신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마공자 부탁이면 뭐든 들어줘야지. 그만두지, 뭐.”
“이왕이면 스카이다이빙도요.”
너 그러다 암살당한다?
“그거 너 만나고 한 번밖에 안 했다니까. 마공자, 넌 말이야. 이상한 변화를 불러와.”
그런가.
‘그런데 너희 집안은 좀 변해야 해.’
반절이 음모로 죽는다는 게 말이 되냐.
“그 변화가 좋아. 마적이 동생 이름처럼 말이야.”
아.
“이름 바뀌었죠.”
“할머니가 다시 지어줬지. 얘 이제 마수진이잖아. 그거 이제 신경 쓴다는 증거거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에요.”
“그거 알아? 공자야. 할머니 ‘빼어날 수’ 자를 좋아해.”
음, 정말 쓸데없는 정보였다.
“그래서 마수진이네요.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엄마 이름도 수정이네요.”
“응. 이런 이름을 받았으니까, 얘는 이제 안전할 거야.”
그렇구나. 마적이도 이거 알고 있으려나.
“공자 네가 가끔 와서 상처 확인 안 해도 돼.”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가끔 할 거예요. 마적이가 부탁했으니까요.”
마신은 피식 웃었다.
“착하네. 네 일도 바쁠 텐데.”
“요즘 한가하잖아요.”
아직 언론이 시끄러웠다. 덕분에 강제로 집 밖에 안 나가게 됐다.
‘금방 지나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가네.’
이대로라면 재판 결과 나올 때마다 언론이 뒤집힐 거 같았다.
‘뭐, 무관심보다는 나은 거 같기도 하고…….’
유리한 방향으로 잘 조절해 봐야 하나.
‘언론 전문가 조언도 받으니까, 잘 해봐야지.’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신은 나를 물끄러미 보며 말했다.
“고생하네. 너.”
“그러게요. 그런데 이제는 진짜 괜찮아요.”
“그래?”
마신은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래도 나에게 부탁할 게 있으면, 꼭 해.”
나는 녀석을 빤히 바라보았다. 예전 같으면 없다고 할 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말이야.’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생각나면 말할게요.”
“그래? 그런데 의외네.”
“뭐가요.”
“바로 한강뷰 아파트 부탁할 줄 알았는데…….”
그건 아직도 살짝 끌렸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수진이를 바라보았다. 아기는 발가락 빠는 게 지쳤는지 잠들어 있었다.
나는 수진이 귓가에 속삭였다.
“잘자, 수진아. 좋은 꿈 꾸렴.”
마신은 그 모습을 보며 픽 웃었다.
“왜요?”
“아니. 귀여운 애가 귀여운 짓을 한다 싶어서 말이야.”
바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나는 뭐라 말하려다가 그냥 관뒀다. 왜일까. 자꾸 말리는 기분이었다.
* * *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는 거 같은데, 여전히 정정하셨다.
“혼났다고 들었다.”
아직도 레몬그라스 향기를 찾으시는구나. 10년 넘게 꾸준히 만났는데, 아직 중독은 안 되신 건가.
‘이분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지.’
나는 할머님을 주시했다. 여전히 철옹성 같으신 분이셨다. 뭐랄까, 도저히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이제 전략을 다르게 할 때지.’
부드러운 그것이 안 되면, 거칠게 가야 할 때였다.
‘게다가 이제는 핑계도 있으니까 말이야.’
나는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저는 혼나지 않았어요. 제가 아니라 선생님께서 힘드셨죠.”
나는 할머님을 빤히 바라보았다.
“왜 그런 눈으로 보지?”
“음, 방금 할머니가 뭐라고 하실까 생각해 봤거든요.”
“그런데?”
“아랫사람은 당연히 그런 용도라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무 말 없으시네요?”
할머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 말 하려다가 그만뒀다.”
“음, 이유가 궁금해요. 물어도 될까요?”
“눈을 보니 알겠다. 반박할 모양이군.”
의외로 잘 알고 계시는군.
“네. 애초에 선생님은 아랫사람이 아니에요. 사람에 위아래가 어디 있어요.”
“사람 위아래는 존재해. 태초부터 있던 게 계급이다.”
나는 방긋 웃었다.
“제가 사회학은 잘 모르는데요. 그 계급이 탯줄로 결정되는 건 좀 재수 없는 거 같아요.”
“뭐?”
“엄마의 아들이 된 제가 이런 말 하면 우습지만요. 그런 식으로 살면, 그 나라와 체계는 곧 망하지 않을까요? 태초부터 그래서 수없이 망했잖아요.”
할머니는 말이 없었다. 나는 방긋 웃었다.
“항상 말하고 싶었어요.”
“오늘따라 네가 반항적이긴 하군.”
“사춘기거든요.”
살살 해주세요. 오늘부터 이 핑계 댈 것입니다.
“그렇군.”
“그리고, 이런 걸 더 좋아하실 거 같아서요.”
할머니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이지?”
“할머니께서 엄마를 제일 좋아하시니까요. 어떤 점을 그렇게 좋아하시는 걸까, 생각해 봤어요.”
할머니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솔직한 사람 좋아하시죠? 그래서 저도 이제 솔직해지려고요.”
할머니는 당황해서 말을 못 하셨다. 역시 이게 정답인 모양이었다.
‘괜히 돌아갔네.’
직진하면 되는 거였는데 말이야.
“하. 그건 수정이어서야.”
“알아요. 하지만 저는 엄마 아들이니까요. 솔직히 할머니께 항상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어요. 할머니, 너무 핏줄을 믿지 마세요.”
뭐. 나이 드신 분이니까, 바뀌지 않으실 건 압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그나마 핏줄이어서 믿는 거다.”
“그나마 핏줄이어서 믿다가 큰일 나시면 어쩌시려고요.”
할머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엄마라면 이렇게 말했을 거예요. 마적이 아버님 생각하시면, 답이 나오잖아요.”
“하…….”
할머니께서는 기가 막히신지 이마를 짚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제가 입바른 말 해도 사춘기니까 이해해 주세요. 하지만 이제 할 말은 하고 살려고요.”
할머니는 내 얼굴을 빤히 보았다. 그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엥? 그게 끝입니까?
‘진짜 혼날 거로 생각했는데…….’
할머니는 기가 막히신지 팔짱을 끼셨다.
“어디 해봐라.”
“의외로 시원하시네요.”
“하찮아서 그런다. 너 따위는 바로 치울 수 있으니까 말이야.”
나는 배시시 웃었다.
“다행이네요. 하찮아서요.”
할머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앞으로도 이런 저를 잘 부탁드립니다.”
“진짜 사춘기인가 보군.”
“맞아요. 어른이 될 시기죠.”
나는 고개를 위로 들었다. 오늘따라 맑은 하늘이 한눈에 들어왔다.
“자라기에 딱 좋은 날씨 같아요.”
“기가 막히는군.”
바람이 불었다. 나는 기지개를 켰다.
‘근력이 좋아지기까지, 5년.’
웅크려 있을 생각은 없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가볼게요. 할머님, 건강하세요.”
“바쁜 모양이구나.”
“대본도 더 봐야 하고, 오늘 누나 얼굴 보거든요.”
오디션에 합격한 누나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나마 오늘만 겨우 시간을 냈다고 들었다.
“TV에 자주 나오더구나.”
“이제 점점 보기 힘들어지겠죠.”
“수정이 딸이란 건 알려지지 않은 모양이더군.”
“일부러 숨겼대요. 그거 알려지면 오디션 국민 투표에 더 유리할 텐데 말이죠.”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우리 누나 진짜 멋있지 않아요?”
할머니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그렇다고 생각하고 계시는군.’
뭐, 애초에 마리 누나는 엄마를 쏙 빼닮아서 싫어하실 거 같지 않지만.
나는 다시 한번 인사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기분 좋은 바람이 귓가에 살랑거렸다. 할머니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뭐, 계속 애교 부려도 되긴 하지만 말이야.’
어차피 가는 길이 다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방식이 달라서 길이 겹쳐지지 않을 거야.’
영원히 평행선이겠지.
순간 깨달았다.
‘이래서 엄마랑 갈라졌구나.’
뭐, 갈등의 원인은 이거뿐만이 아니겠지만 말이다.
나는 계속 나아갔다. 전혀 아쉽지가 않았다.
* * *
“공자야! 내 동생!”
누나는 나를 안고 두 바퀴 빙빙 돌렸다.
‘아이고 누님.’
도대체 제가 몇 살인데 아직도 이러십니까. 아니, 그보다 돌린다고 돌아가는 내 몸은 뭔데.
‘그런데 누님이 좋아하시지.’
그럼 상관없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나는 돌아가는 몸으로 누님의 얼굴을 확인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척 봐도 피곤해 보였다.
“누나. 보고 싶었어요.”
“나도 공자야.”
“그런데 누님. 소속사에서 굶기나요?”
아니 왜 사람이 반쪽이 되었지?
누나는 웃으면서 나를 안아 들었다. 나는 이번에도 속절없이 들려 갔다.
“식욕이 없어.”
“아니, 먹어야 일을 하죠.”
“일이 너무 바쁘면 그렇더라. 곡도 만들어야 하고 말이야. 그런데 곡이 안 나와.”
저런. 평범하게 쥐어짜고 계시는군요.
“왜 안 나올까 생각했는데, 공자 보니 알겠다. 나한테 부족한 건 공자였던 거야. 좋아. 곡 하나 더 만들어야…….”
저, 저기요, 누님.
“곡은 안 돼요. 싫어요! 제발! 하지 마세요!”
누님, 그건 안 됩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