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67)
267
그들은 나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물론 방법은 몰랐다. 내가 한다고 해도, 어쩌면 상황이 안 받쳐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말은 쉽지만, 행동은 힘들다는 거 나도 알았다.
‘하지만 그래야 할 거 같아.’
나는 말없이 누나의 품에 안겼다. 누나는 내 어깨를 토닥였다.
“동생보다 애일 수는 없으니, 나도 힘내볼까.”
그러자 엄마가 진지하게 말했다.
“얘들아, 부탁인데…… 여기서 더 빨리 크려는 거야?”
엄마는 후다닥 다가와서 나와 마리 누나를 꽉 안았다.
“안 돼. 이제야 내가 키우게 됐는데, 훨훨 날아가 버리면 어떡해.”
“엄마, 나 이 집 온 지 꽤 됐는데?”
“연습생 하느라고 집에 잘 들어오지 않잖아!”
음, 평소에는 티 안 내셨는데. 역시 참고 있었던 건가, 저거.
“없이도 잘 살았잖아!”
“얘는! 없을 때도 잘 못살았어!”
“잘살아 보이던데…….”
누나는 슬쩍 중얼거렸지만, 입가가 미미하게 올라가 있었다. 나는 알았다.
‘엄마의 말, 마음에 들어 하네.’
요즘 누나는 엄마랑 친하지 않았던 때를 슬쩍슬쩍 말하곤 했다. 만약 두 사람 관계가 나아지기 전이라면 큰일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상처가 나아가고 있는 거니까…….’
그래서일까. 요즘 투덕거리는 게 많아졌다. 물론 아주 가벼운 잔소리들이었다.
‘두 사람이 모녀라는 게 잘 느껴져.’
엄마는 나와 누나에게 가볍게 뽀뽀했다.
“제발 부탁이야. 엄마 두고 가지 마.”
“엄마. 그래도 독립적인 자식이 좋지 않아?”
“좋아. 하지만 외로워. 가지 마!”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저는 엄마랑 누나에게 의존적이니까 괜찮아요.”
“어, 어머?”
“찰싹 붙어 있잖아요.”
엄마와 누나는 서로를 보다가 나를 확 안았다.
“어우. 귀여워. 붙어 있어, 공자야. 내 수액도 쪽쪽 빨아먹어도 좋아.”
아니, 제가 진딧물입니까.
“계속 매달려 있으렴, 공자야. 주머니 만들어 줄까? 캥거루처럼 들어가 있어도 돼! 엄마가 다 해줄게.”
큰일 날 소리 하시네요. 게다가 이 정도 자랐으면 주머니 찢어집니다.
‘아니. 이 양반들 보게.’
진짜 그러면 어쩌려고 이런 말씀하시는 거지.
가끔 생각하지만 말이야.
‘사람 하나 응석꾸러기로 만들기 충분한 환경이야.’
새삼 내가 인생 2회차라서 다행이었다.
누나는 그런 나에게 작게 속삭였다.
“그런데 공자야, 진짜 곡 만들면 안 돼?”
“누나…….”
“영감이 샘솟는데, 하지 말라니. 너무해.”
“가출할 거라니까요!”
“뭐?”
놀란 건 엄마였다. 나는 엄마 옷자락을 잡으며 황급히 변명했다.
“목적지 밝힐게요. 엄마에게만이요.”
“음…….”
엄마의 눈동자가 떨렸다. 아니, 뭐 이리 진지하게 고민하십니까.
“오케이. 그래, 공자야. 행선지를 밝힌다면야, 엄마가 허락할게.”
역시 짧은 의논과 시원한 합의가 최고이긴 했다. 나는 방긋 웃었다.
“네! 감사합니다!”
누나는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건 그냥 여행 아닌가?”
가출이라니까요.
나는 배시시 웃으며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우리는 안산댁이 저녁 준비가 되었다고 말할 때까지 시시콜콜한 얘기를 했다. 나는 방긋 웃었다. 12살의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좋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 * *
아침 햇살이 눈을 간질였다. 나는 알람보다 먼저 일어나서 기지개를 켰다. 어제 촬영을 밤늦게까지 해서인지, 눈가가 가물가물했다.
‘그래도 습관이란 무섭네.’
더 자야 했지만, 그냥 일어났다. 나는 팔을 쭉 뻗었다. 기분 좋은 공기가 느껴졌다.
나는 일어나서 커튼을 더 걷었다. 성진 그룹 저택의 정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참 예전 그대로의 곳이야.’
나는 숨을 길게 내쉬며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밤사이에 수많은 알람이 떠 있었다.
‘어라? 무슨 일 있나?’
나는 어젯밤을 떠올렸다. 12월 31일. 송년의 밤이라서, 촬영장 스탭들이 다들 포도주(스)로 건배했던 게 떠올랐다.
‘다들 술 못 먹이셔서 아쉬워하셨지.’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햇살이 눈에 아른거렸다.
이제 20살. 법적인 성인이었다.
‘뭐, 만으로 하면 좀 다르겠지만.’
늘 생각했지만, 앞자리가 바뀐다고 해서 일상이 변하지는 않았다. 나는 스트레칭을 하면서 일과를 시작했다.
‘먼저 이거지…….’
나는 안산댁이 어제 놓은 송판을 바라보았다. 이런 걸 매일 부탁하게 되다니, 정말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었다.
나는 몸에 힘을 적당히 주고, 손날로 송판을 내려쳤다.
퍽-
송판이 제대로 갈라졌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오늘도 안 되네.”
언제쯤 괜찮아지려나.
나는 조용히 내 손날을 바라보았다. 많이 크지만, 그렇다고 무도 가의 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송판이 갈라졌다.
‘물론 송판 좀 부쉈다고 힘이 강한 건 아니지.’
하지만 나는 좀 상황이 달랐다.
‘부수지 않으려고 했는데…….’
송판을 부수지 않을 정도로 힘을 줬었다. 하지만 조절을 잘못해서 그대로 갈라졌다.
나는 갈라진 송판을 주섬주섬 치웠다. 이건 진짜 내 잘못이었다.
‘자막님. 너무한 거 아닙니까.’
진짜 이건 공명의 함정이었어.
이럴 줄 상상도 못 했다.
그러니까, 근력이 강해졌다.
‘비실비실했던 내가, 하루아침에 괴력을 뽐내게 되었지.’
근력이 강해진 날, 나는 기뻐할 틈도 없었다. 디데이를 정해놓고 기다렸지만, 그날도 촬영이 바빴었다.
‘슬슬 근력이 강해졌거니 생각했을 때였는데…….’
매니저가 건네준 생수를 손에 쥐었을 때였다. 갑자기 페트병이 우그러졌다. 심지어 뚜껑마저 천장으로 솟아 버렸다.
동그란 뚜껑이 땅에 떨어져서 빙글빙글 돌았다. 나는 생수병을 들고 그대로 굳었다.
그러니까, 근력이 강해진 건 맞았다.
‘너무 세졌어.’
약한 거보단 강한 게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는 마른세수를 했다.
아니, 그래도 너무한 거 아닙니까!
‘조절이 안 된다니!’
나는 그대로 쪼그리고 앉았다.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었다.
‘코인 탈탈 털고, 유괴까지 당하면서 강하게 한 내 근육인데!’
이게, 이럴 줄이야!
자막아. 너 진짜 너무하잖아. 상상도 못 했다고. 내가 힘을 조절 못 할 줄은…….
나는 손을 쥐었다가 폈다. 솔직히 그 뒤로 난리였다. 나는 뭐든지 부수고 찢었다.
‘엄마는 당장 나를 병원으로 보냈지.’
코인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도 없었다. 나는 온갖 병원에서 최신식의 기계와 함께 며칠을 보냈다.
‘결과는 뇌에 문제가 아니다로 결론이 나왔지.’
당연했지만, 이걸 받고 엄마는 우셨다.
의사는 열심히 훈련을 받으면 나아질 거라고 했다.
‘그 뒤로 열심히 훈련했어.’
그런데 3년이 지나도 아직 성과가 없었다.
나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이봐요, 자막님아. 너 때문에 내 탄탄한 계획이 무너졌어.’
17살이 되면 각종 액션 영화를 찍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건 저절로 제외되었다. 상대 배우의 뼈를 부수고 싶지 않으면 자제하고도 남아야 했다.
‘그 이전에 내 몸에 손대는 것도 조심해야 했지만…….’
무심코 양손을 잡았다가, 멍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덕분에 언론에서는 내가 성진 그룹에 학대당한다는 설도 뿌렸다.
‘성진 그룹이 바로 수습했지만, 벌써 쏟아진 물이었지.’
나에게 호감이 있던 분들의 대부분이 그걸 믿었다. 덕분에 나는 재벌가에 입양되어서, 맞고 사는 애의 이미지를 얻어버렸다.
‘아니, 솔직히 말이 안 되잖아요.’
맞고 사는 아이가 재단을 만들고, 하고 싶은 걸 실컷 하고 살까요.
열심히 해명했지만, 그들의 선입관은 의외로 강했다.
‘행복하게 사는 입양아가 있을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거 같아.’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나는 머리를 쥐었다. 정말이지, 이런 거로 액션 연기를 못 하게 될지 상상도 못 했다.
한참을 송판 쥐고 절규하고 있을 때였다. 문이 살그머니 열렸다.
“공자야. 어머. 또 그러고 있니?”
나는 쪼그리고 앉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슬그머니 다가와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아들, 덩치는 커다래졌는데 두 살 때보다 풀이 죽었어.”
“오늘도 송판이 부서졌어요.”
“힘 조절이 아직도 안 되는구나.”
“아무리 힘을 약하게 해봐도, 이러네요.”
이 몸은 뭔가 망가진 건가.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잖니. 공자야, 이제 물건은 좀 덜 부수잖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았다. 일주일 전에 유리잔을 드디어 깨트리지 않았다.
‘강화유리였지만 말이야.’
물론 그전에는 강화유리도 열심히 부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엄마를 바라보았다. 몇 년이 지나도 근사한 나의 어머니의 눈빛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아, 효도만 하고 싶었는데…….’
갑작스러운 신체적 변화로 이런 불효를 하다니.
나는 자리에서 주섬주섬 일어나며 말했다.
“죄송해요, 엄마.”
“어머? 우리 공자가 또 사과하네. 내가 매일 말하잖니. 우리 공자가 날 닮아서 갑자기 강해진 거라니까.”
가끔 생각했다.
“나도 어느 날 갑자기 힘이 세지긴 했어. 이건 우리 집 내력인가 보다.”
존경하는 우리 엄마는, 가끔 아무 말을 하셨다. 아니, 그전에 그것도 제가 코인 쓴 것입니다, 어머니.
“우리 공자가 천사라서 그래.”
심지어 이건 연관도 없었다.
나는 방긋 웃었다.
“천사는 아니에요, 엄마. 20년 지났어도 땅에 잘 붙어 있잖아요.”
제발 그 날개 달린 종족들과 완전히 이별합시다, 어머니.
“나한테는 100년이 지나도 너는 천사야. 공자야.”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나는 그냥 웃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순간 조금 웃음이 나왔다.
“왜 웃니, 공자야?”
“아니요. 이제 성인인데 달라진 게 없는 거 같아서요. 제가 참 별거 아니네요.”
엄마 앞에서는 여전히 품 안의 자식이고, 근육 조절은 여전히 안 됐다. 덕분에 액션 연기는커녕 일반 촬영도 조심조심해야 했다.
“성인이 됐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다는 건 이미 알긴 했지만요.”
그래도 이렇게 적나라할 줄이야.
엄마는 씩 웃으며 나를 안고 토닥였다.
“책임감 있고, 뭐든지 잘하는 내 아들이 오늘따라 재미있는 말을 하네?”
무엇이 재미있으신가요, 어머니.
나는 영문을 알 수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마는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셌다.
“인의예지 재단은 점점 성장해서 이번에 가출 청소년 쉼터 만들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제에 굵직한 상은 다 받았지. 이제는 해외 상만 남았다며?”
제가 국내 활동 위주로만 하긴 했습니다.
“국가 행사에는 얼마나 불려 나갔니?”
그때 남북한 문화 행사 때, 제가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행사만 하면 계속 부르더군요.
‘애국하는 마음으로 시간이 되면 갔지만요.’
이제는 북쪽 수행원들 얼굴까지 얼추 익힐 지경이었다.
“이런 데 별거 아니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