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69)
269
“응?”
엄마의 동공이 살짝 떨렸다.
“가출할게요.”
“확실히 내가 나이를 먹었나 보다, 공자야. 이상한 말이 들려.”
“가출하겠다는 말 맞아요.”
엄마는 조용히 자신의 허벅지를 치셨다.
퍽-
갑작스러운 타격 소리에 나는 어깨를 움찔 떨었다. 엄마는 친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콕콕 누르며 말했다.
“잘못 들은 거겠지?”
크읍.
열두 살이었으면 바로 그렇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성인이었다. 자신의 의견은 말해야 했다.
‘나는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자, 가라. 스무 살의 패기!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네! 잘못 들으셨어요!”
엄마는 나를 마주 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럼 그렇지. 나도 요즘 나이를 먹었나 봐.”
“맞아요, 엄마. 집 떠나면 고생이에요.”
“그걸 아니 다행이다, 공자야.”
식은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가출은 객기지. 나는 엄마잖니. 엄마는 자식이 엇나가는 걸 보고 있으면 안 되지.”
그, 그렇군요.
“내 경험상 대부분의 엇나감은, 몸을 쓰면 거의 사그라들더구나.”
저, 저기요. 어머니.
“몸을 어떤 식으로 쓰게 하시게요?”
“글쎄? 우리 공자가 너무 올곧아서 별로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이제부터라도 고민해 봐야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살얼음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여기서 잘못 내디디면 무슨 일이 닥칠지 몰랐다.
나는 침착하게 말했다.
“하지만 저번에도 말한 거예요, 엄마. 그때 누나가 저에 대한 곡을 만들겠다고 하면, 가출이 아니라 여행가겠다고 했잖아요.”
“아, 그랬지.”
나는 양손을 앞에 모으고 공손히 말했다.
“소자, 여행을 떠나겠습니다.”
“어머나?”
“엄마, 약속해 주세요. 저의 목적지를 누나에게 말하지 말아 주세요.”
나는 방긋 웃으며 속삭였다.
“누님 맞춤형 가출이에요. 물론 여행이지만요.”
엄마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이셨다.
“옷 잘 챙겨 가렴. 공자야.”
“네!”
“그런데 갑작스럽게 결정된 여행인데, 갈 곳은 정해졌니?”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서울에 호텔 많아요.”
“어떻게 가게?”
나는 협탁 위에 있는 리모컨 키를 흔들었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우리 공자 운전할 줄 알지.”
“네. 어디든 갈 수 있어요.”
단지 말입니다.
‘차가 비싼 게 문제지.’
연예인의 필수 차, 밴을 탈 때는 이런 걸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내 승용차를 탈 때마다 절실하게 와 닿았다.
‘기름값 많이 들어.’
외국에서 온 애여서 그런가. 기름을 사정없이 태웠다. 물론 다른 건 좋았다.
결국 부담이 되어서 가성비 좋은 차로 바꾸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니까 마신 녀석이 중고차라면서, 또 다른 외제 차를 건네줬다.
‘기름값 때문인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부담 없이 타라고 했지만, 유지비가 부담이었다.
‘결국, 그냥 이걸 타게 됐지.’
그런데 좀 너무한 거 아닙니까.
‘미성년자가 외제 차부터 시작이라니요…….’
뭐, 지금 재정 상태로는 가능하고도 많이 남았다. 하지만 어쨌거나 부담스럽긴 했다.
“기름값이 비싸긴 하지만요…….”
엄마는 안전을 위해서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나는 기름을 도로에 퍼다 바르면서 다녔다.
‘이걸 알고 수윤이가 놀렸지.’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생각해 보면 평생 대중교통을 모르네.’
혈혈단신으로 나가본 지도 꽤 됐다.
새삼 인생 2회차 삶이 다르긴 했다.
“호텔에서만 묵을 거니?”
“다른 곳도 가봐야죠. 일단 가출의 기본은 친구 집이니까요.”
대한민국에 저 받아줄 친구는 있겠죠.
엄마는 맑게 웃으며 물었다.
“수윤이?”
“수윤이도요.”
“행선지가 좁아서 다행이구나.”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진실로 나를 두들겨 팼다.
“우리 공자, 친한 친구는 몇 없으니까 말이야.”
순간 어깨가 움찔했다. 안타깝게도 어머니 말은 사실이었다.
‘좀 그렇긴 하지.’
인간관계가 안 좋다는 말은 아니었다. 문제는 넓고 얇은 관계가 참 많았다.
“그건 그래요.”
“적이는 영국에 있는데, 영국 갈 거니?”
“일단 행선지는 국내로 할게요.”
“그래, 그래. 잘 다녀오렴.”
나는 주섬주섬 캐리어에 옷을 챙겼다. 엄마는 내 침대 위에 앉아서 그걸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우리 공자 의외야.”
“뭐, 뭐가요?”
“여행이란 건 여권이랑 지갑만 들고 가서, 현지에서 다 사는 건데 말이야.”
음, 그건 엄마만 그렇지 않을까요.
‘우리 엄마 스케일이 크긴 하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캐리어를 챙겼다. 스케줄도 비어 있겠다. 가출하기 딱 좋은 날이었다.
* * *
생각해 보면 마공자로 혼자 나와본 적은 굉장히 드물었다. 나는 일단 목적지를 백화점으로 정했다.
‘어떤 과일을 좋아하더라?’
한식을 좋아하는 건 알았다.
‘뭐, 한식이라기보다는 안산댁과 덕수 씨의 도시락을 좋아했지.’
나는 정성스럽게 포장된 과일 바구니를 들고 병원으로 내비게이션을 찍었다. 오늘따라 서울은 참 맑았고, 출퇴근 시간이 아니어서 도로가 막히지 않았다.
나는 익숙하게 병원 로비를 걸어갔다. 마스크를 쓴 채여서인지, 로비 직원 말고는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때였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살짝 고개를 돌렸다. 링거줄을 매단 아이가 내 옷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어머, 예주야. 왜 그래!”
“오빠, 잘생겼어!”
음, 마스크로 얼굴 반을 가리고 있는데 그게 느껴지니?
“어머. 죄송해요.”
“아니에요.”
“눈이 반짝거려! 보석 같아! 오빠…….”
아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아래위로 훑어봤다.
“마공자 닮았다!”
음, 닮은 게 아니라 본인이란다.
‘그런데 엄청난 눈썰미다.’
어떻게 알았지?
나는 방긋 웃었다.
“오빠, 나 곰자다?”
“그래? 고마워. 좋아하는 마공자 닮았다고 해줘서.”
“오빠가 뭘 좀 아는구나!”
범상치 않은 말을 하는 아이였다.
“예주는 마공자가 왜 좋아?”
“예뻐서! 그리고 힘든 사람들도 많이 도와서!”
나의 까임 방지권, 아직도 든든하군.
“그런데 그건 계기일 뿐이야!”
엥?
“사랑에 빠지는 건 이유가 없어!”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그, 그래?”
“좋은데 이유를 찾다니, 오빠는 바보구나?”
만난 지 일 분도 안 된 애에게 바보라는 말을 듣다니!
‘이거 꽤 유쾌한데?’
나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러게. 오빠가 바보였네?”
“아무튼, 오빠 잘생겼다.”
“고마워!”
“얘는! 죄송해요. 예주가 오늘 깁스를 풀어서 기분이 좋아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나는 나가면서 손을 살짝 흔들었다.
“아니에요. 그럼, 곰자님. 감사합니다!”
닫히는 문 사이로 예주가 손을 뻗으려고 했다. 아마 곰자라면 알 것이다. 이건 내가 너튜브할 때 가끔 하는 인사였다
‘곰자님들 아직도 연령대가 다양하구나.’
성인이 되면 좋아하는 나이대도 달라질 줄 알았는데, 아직도 그거 유지하네.
‘뭐, 애초에 엄마랑 자녀분들이 동시에 좋아한다는 말을 듣긴 했지.’
그래도 이십 년간 유지가 되다니.
나는 과일 바구니를 고쳐 들고 천천히 걸어갔다. 병원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슬쩍 돌아섰다. 머리카락이 뺨을 간질였다.
‘잘 가고 있는 거겠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왜일까. 십 대에도 겪지 않았던 사춘기가 오는 기분이었다.
* * *
“저 왔어요!”
대본을 보고 있던 한우진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더니 괜히 팔다리를 파닥거렸다.
“이게 누구야! 공자, 공자, 마공자 아니야!”
아니 왜 갑자기 이름을 세 번 부르지?
“네.”
“내 딸 같은 아들! 미선 씨, 보세요. 얘가 그 마공자입니다.”
이상한 인사네.
나는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일단 간병인께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마공자입니다. 우리 우진 선배님, 간병 힘드시죠?”
동글동글한 눈을 가지신 분이었다. 일단 인상은 좋아 보이셨다.
“어머어머! 아니에요. 우진 씨가 얼마나 좋은 분인데요.”
“살짝 까다롭지 않아요?”
“야, 인마. 내가 어디가 까다로워!”
나는 웃으면서 한우진에게 다가갔다. 한우진은 나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
“뭘 또 들고 왔어?”
“과일 좋아하시잖아요.”
“마공자답게 비싼 거 사 왔네. 포장 봐라.”
“백화점에서 제일 좋아 보이는 거로 사 왔어요. 빈손으로 올 수 없잖아요.”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우리 우진 형인데 말이에요.”
“캬. 마공자. 아프니까, 예쁜 말을 꾀꼬리처럼 하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간병인 아주머니는 자리를 피해주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아주머니께서 나가자 내가 물었다.
“간병인 괜찮으세요?”
“좋아. 저분, 잡기 힘든 분이야. 간병에 프로셔.”
“신원 확인 철저한 업체에서 구했는데, 혹시라도 영 아니면 말해요. 이런 건 확실히 해야 한다고 안산댁이 그러더라고요.”
한우진은 피식 웃었다.
“맨날 딸 같은 아들이라고 노래를 불렀더니, 이 녀석 진짜 자식 노릇을 하네?”
“이런 게 자식 노릇이면 그거 조금 쉽네요.”
한우진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마스크 벗어봐. 얼굴 좀 보자.”
“네. 잠시 손 좀 소독하고요.”
나는 손 소독제를 바르고 마스크를 벗었다. 한우진은 그런 나를 보면서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나는 침대 앞으로 갔다. 한우진은 링거 낀 팔로 내 손을 잡았다.
“안 와도 되는데. 너 바쁘잖아.”
“안 바빠요. 일주일간 휴가 받았거든요. 아니 그보다 바빠도 와야죠. 우리 우진 형이 큰 수술을 받았는데요.”
한우진은 피식 웃었다.
“오늘따라 너답지 않은 말을 하네?”
이 양반 보게.
“전 원래 이래요.”
“하긴, 뭐. 마공자는 원래 다정하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래요, 오늘따라. 우진 형답지 않게.”
나는 짠한 눈으로 한우진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수술을 해서인가, 살짝 약해 보였다.
한우진은 주섬주섬 나를 안았다.
“수술이란 걸 하니 생각이 많아지더라.”
“우진 형…….”
“말도 안 되지만, 마취에서 안 깨어나면 어쩌나 싶었어. 나 유언장도 적었다니까.”
저런.
‘하긴 수술이란 게 그렇긴 하지.’
나는 오래전에 안산댁을 떠올렸다. 심지가 굳은 분이셨지만, 수술을 견디는 건 고된 일이긴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힘든 수술 잘 견디셨어요.”
“다행히 잘 끝났어. 예후도 좋대. 곧 퇴원이야.”
나는 한우진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얼굴색이 좋지 않아도, 한때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생겼던 남자의 잘생김은 여전했다.
‘관리를 잘해서일 수도 있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 진짜 힘들었어.”
“네. 네.”
“내가 관리를 얼마나 잘했는데! 나 정말 너랑 영화 찍으려고 열심히 운동했단 말이야.”
그건 맞았다. 한우진은 최선을 다했다.
“공자야, 나 어떡하지?”
“뭘 어떡해요. 살아오셨던 대로 사시면 되죠.”
“하지만 이 옥 같은 몸에 흉터가 남잖아. 이건 말도 안 돼! 어떻게 대한민국 대표 미남 한우진에게 흉터가 생길 수 있냐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엄마라면 이런 말 하겠지.
‘호강에 겨워 뭐를 싼다고 말이야…….’
애초에 팔씨름이 문제였잖아요. 우진 형.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