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70)
270
사건의 발단은 평범한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팔씨름했지.’
그냥 남자 아이돌과 하는 가벼운 팔씨름이었다. 하지만 이 양반이 예전에 집을 나간 승부욕을 불러왔다는 게 문제였다.
‘그렇게 화르르 타오르는 타입은 아닌데 말이야.’
왜인지 모르지만, 한우진은 죽자 살자 팔씨름을 했다. 그리고 그 일이 벌어진 것이다.
‘팔이 부러졌어.’
팔씨름을 했을 뿐인데 왜 ‘견열골절’이 일어났는지 영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이 양반은 응급실로 왔지.’
그 뒤로는 다 알고 있는 사태였다. 수술하고, 이렇게 침대에 눕게 되었다.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우진 형.”
“응?”
“도대체 팔씨름을 왜 이렇게 열심히 하신 건데요.”
“공자야. 남자는 물러서야 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는 거야.”
나는 이마를 한우진의 다치지 않는 어깨에 콩 받았다.
“쓸데없다니까요. 이게 뭐예요. 흉터 생기고! 아프고! 수술받고!”
“으하하. 결국은 이겼잖아.”
“이긴 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거 도대체 무슨 예능이었는데요!”
한우진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 양반 보게.
“왜 대답을 안 해요.”
“아니, 기뻐서?”
미치겠네.
“뭐가요.”
“공자가 내 걱정하는 게 너무 좋다.”
아니, 또 왜 생각이 그렇게 튀는데?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한우진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우진 형.”
“나 괜찮아. 흉터가 걱정이지만.”
“크게 난대요? 속상하게 진짜.”
한우진은 웃으면서 내 어깨를 토닥였다.
“생각해 보니까 대한민국 대표 미남은 흉터 하나쯤은 괜찮지 않을까?”
“아니, 아까는 걱정이라면서요.”
“이왕이면 없는 게 낫지만, 나처럼 잘생기면 하나쯤은 괜찮지.”
변덕이 죽 끓듯 했다. 나는 그냥 고개를 저었다. 이 사고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아팠어요?”
“조금. 에이. 나 엄살 심하잖아.”
알긴 아는군.
“아이고, 우리 공자가 뭘 가져왔나 보자. 어이쿠야. 비싼 과일만 모아놨네.”
“말 돌리지 마시고요.”
“으하하. 안 그래도 수윤이 그 자식도 잔소리 엄청나게 하다 갔어.”
그야 그렇겠지.
“바쁠 텐데 찾아왔더라.”
“안 그래도 이따 만나려고요.”
“오랜만에 보겠네.”
나는 쓰게 웃었다.
“그렇죠.”
“너나 수윤이나, 진짜 보기 좋아.”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뭘 새삼스럽게요.”
“으하하. 그러게.”
침울했던 게 무색하게, 한우진은 예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영화는 어떻게 됐어요?”
“촬영 스케줄이 여유가 있어서, 괜찮을 거 같아. 다행히 액션은 아니어서 말이야.”
“조심하세요.”
“그래야지.”
한우진은 다치지 않는 팔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맙다. 별거 아닌데 와줘서.”
“다친 게 왜 별거 아니에요.”
“그래도 뭐, 목숨은 지장 없잖니.”
그렇긴 했다.
“병원이란 공간은 참 그래. 살려고 왔는데, 가끔은 죽는 사람이 더 많은 거 같아.”
“병원이니까요.”
“맞아.”
한우진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랑 내가 만난 게 의학 드라마였지. 너 그때 옹알이했었다?”
그야 그렇겠지.
“그런 녀석이 이제 과일 사서 병문안을 오네. 그런데 공자야. 너 어떻게 왔냐? 경호원 안 보이는데?”
“운전해서 왔어요.”
한우진은 다시 웃었다.
“이야. 내 딸 같은 아이가 이제 운전을 하네. 가슴이 찡하다.”
아니, 그럴 거까지야.
“공자야.”
“왜요?”
“나는 잊지 않았어. 우리 영화 100편 찍는 거다.”
왜 단위가 늘었지?
“너무 많지 않아요?”
“요즘 수명이 120세라고 하더라.”
“그렇군요.”
“그렇게 따지니까, 지금 내가 너무 젊어서 말이야. 본전을 찾으려면 너랑 100편은 찍어야겠어.”
순간, 웃음이 나왔다.
“그러게요.”
“걱정시켜서 미안하다.”
“알긴 아시네요.”
한우진은 내 어깨를 토닥였다.
“많이 걱정했냐?”
“조금요. 뼈 이상하게 붙으면 고생하잖아요.”
“너, 정형외과 의사 무시하냐?”
“그래도요.”
나는 병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프지 마세요.”
“오냐.”
“새삼스럽지만요. 병원 좀 질려서요.”
한우진이 쓰게 웃었다.
“하긴, 너 일이 많았지. 네 경호원은 요즘 어떠냐?”
음, 덕수 씨는 경호원 아닌데.
‘보모 겸 매니저라고 100번은 더 말한 거 같은데…….’
왜 아직도 경호원이지.
나는 방긋 웃었다.
“꿈을 이루셨죠.”
“아, 맞다. 그랬지!”
“무슨 기적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화상도 아주 말끔하게 나으셨어요.”
물론 그건 내가 코인 쓴 거였다.
‘덕분에 좀 바쁘게 살았지.’
학업과 연기 생활을 줄곧 병행했다.
‘두 배를 위해서는, 세 배가 필요하단 말이 맞는다니까.’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수능까지 힘들긴 했다.
“공자 네가 한국대 연영과 합격했지?”
“네.”
“그것도 정시라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네. 사실 수시도 되지만요.”
“영화제 상이 몇 개인데, 어떤 학교가 너를 거부하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너무 현장만 경험했잖아요.”
“너도 참. 시간 낭비 같은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러면 조기 졸업해 버리는 거고요.”
“너 다 계획이 있구나?”
“저한테 대학이 중요하지 않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말입니다.
“전 고전극은 잘 몰라서요.”
한우진이 눈을 깜박였다.
“시학부터 쭉 훑고 싶었어요. 대학 가면 이거 하잖아요.”
“그런 것도 하냐?”
“네. 서사에 대해서도 알고 싶고요. 매번 대본 분석하고 정신없이 찍고 있긴 하지만, 막상 근본은 잘 모르잖아요.”
물론 그게 꼭 필요한 건 아니었다.
“새삼 느끼지만, 너 연기에 진심이구나.”
“당연하죠.”
나는 조용히 일어나서 방긋 웃었다.
“저는 다시 태어나도 배우 할 거예요.”
이미 하고 있지만.
“그러냐.”
“네.”
한우진은 나를 빤히 보다 씩 웃었다.
“진짜 100개 찍을 거 같다니까.”
나는 과일 바구니를 뒤적거리며 말했다.
“아, 영화 100개 말인데요. 우진 형.”
“그래. 너무 많지?”
“저는 뭐든 괜찮아요.”
“응?”
나는 열대 과일을 보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할리우드도, 독립영화도 다 좋아요. 영화라는 형식이면 돼요. 극장에 걸리든, OTT로 가든, 너튜브에서만 나오든 상관없어요.”
한우진은 쿡쿡거리며 웃으려다가 참았다.
“마공자가 독립영화? 아, 팔 떨려서 웃으면 안 되는데…….”
“음, 저 저예산은 꽤 나왔던 거 같은데요.”
“넌 대본이랑 연출 좋으면 영화 안 가리긴 하지. 하지만 공자야.”
한우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더 멀리 가라.”
“어디로요?”
“할리우드 좋잖아. 가.”
한우진은 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우리 때는 솔직히 상상도 못 했던 땅이야. 그런데 요즘은 그게 아닌 거 같더라.”
“한류가 거세요.”
“참 재미있어.”
한우진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한류 처음 나올 때는 곧 망한다고 난리였지. 그런데 지금 벌써 몇 년이냐.”
“부정적인 말은 누구나 하죠. 쉽기도 하고요.”
나는 체리를 씻으러 가면서 말했다.
“하지만 거기서 꿈을 이루는 사람은 따로 있잖아요.”
“그렇긴 하지.”
“좋은 기회가 있으면 가야죠.”
한우진이 등 뒤에서 말했다.
“너 이미 월드 스타 아니냐?”
“영화제는 많이 갔지만, 그건 아니죠.”
“해외 감독 거도 찍었잖아.”
“그건 경험 삼아서 해본 거예요.”
뭐, 나쁘지 않긴 했다. 영어로 대본 외우는 게 힘들긴 했지만 말이다.
“차근차근 저변을 넓히고 있구나.”
“그러면 좋죠. 그런데요, 우진 형. 조금 이상하네요.”
나는 씻은 체리를 쟁반에 들고 오면서 말했다.
“나만 가요?”
“엥?”
“형도 가요.”
“야야야! 내 나이가 몇인데!”
나는 배시시 미소 지었다.
“아직 젊잖아요.”
한우진이 눈을 깜박였다.
“젊었을 때 고생해야죠. 더 나이 들면 힘들잖아요.”
“공자야…….”
“기회가 오면 잡아요. 뭘 망설이세요.”
한우진의 눈동자가 떨렸다.
“상상도 못 했던 건, 실제로 하는 게 제일 재미있잖아요.”
한우진은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려다가 참았다.
“큽. 나 웃으면 안 돼. 크읍. 그런데 얘가 날 회유하네.”
한우진은 다치지 않은 팔로 머리를 쓸어 올렸다.
“도전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응. 외국말 안 맞아서.”
“하지만 우진 형. 이렇게 한류가 계속 뻗어 나가면 좋든 싫든 넓은 세계가 와요.”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준비만 있으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니. 참 좋은 시대 같아요.”
“그 준비가 문제잖아.”
“하면 되잖아요.”
한우진은 계속 웃음을 참으며 중얼거렸다.
“말이 쉽지.”
“하지만 넓은 세상을 포기하면 바보죠.”
한우진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준비해 봐야지. 쉴 틈이 없네.”
“영어 선생님은 제가 준비해 드릴게요.”
한우진은 눈을 깜박였다.
“너 선생도 미리 구해놨냐?”
“제 선생님 구하면서 겸사겸사요.”
“무서운 자식!”
나는 미소 지으며 한우진에게 체리를 물려줬다.
“좋은 분 많으세요. 우진 형은 배우기만 하면 돼요.”
“미치겠네…….”
나는 계속 체리를 한우진 입에 넣어줬다. 한우진은 투덜거리면서도 잘도 먹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배우 한우진은 도전하는 게 자연스러워.’
전생에서 한우진은 국내에 안주했었다.
‘뭐, 해외로 간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건 아니긴 해.’
하지만 한국의 콘텐츠들이 세계로 가는 날은 점점 다가왔다.
‘그럼 준비한 사람만 적응하게 되겠지.’
한우진은 종이컵에 열심히 체리 씨를 뱉었다.
‘같이 가요.’
의외로 잘 맞을지도 모르잖아요. 한우진 씨는 적응도 잘하시고요.
나는 방긋 웃었다.
한우진은 체리를 열심히 먹으며 말했다.
“공자야. 그만 가라.”
“저 시간 많아요.”
“오래 붙잡으면 엄마가 걱정하잖니. 수정 선배님은 여전히 무섭다니까.”
“아, 괜찮아요. 저 당분간 집에 안 들어가거든요.”
툭-
한우진은 먹고 있던 체리를 놓쳤다. 동글동글한 체리가 떨어져서 바닥으로 굴렀다.
“뭐?”
“아, 제가 말 안 했나요?”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출했어요.”
뭐, 가출이란 이름에 여행이긴 합니다.
한우진의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 이렇게 당황하지?’
나는 체리 두 개를 넣어주고 직접 입을 닫아줬다. 확실히 비싸게 주고 사서인지, 달고 맛있었다.
한우진은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