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72)
272
한수윤이 눈을 깜박였다.
“공자야. 내가 뭘 잘못 들은 거 같은데?”
“네 방이야. 나 룸메이트 필요하거든.”
“뭐?”
나는 팔짱을 끼며 방긋 웃었다.
“이거 엄마가 그냥 구해주신 거였어. 그런데 막상 잘 안 들어오게 되더라고. 그런데 같은 대학을 다니는 네가 있네?”
“고, 공자야. 아니, 그러니까. 나보고 여기서 살라고?”
“응. 룸메이트.”
나는 한수윤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내가 좀 더 커서인지, 아주 수월했다.
“거절은 거부한다.”
“공자야! 이러면 안 돼!”
“돼.”
나는 작게 속삭였다.
“내 마음이야.”
“이러지 마!”
“싫어.”
한수윤과 오랜 시간 함께 해와서 알았다. 이 녀석은 의외로 우기기에 약했다.
‘내가 평소에는 이런 짓 절대 안 하지만 말이다.’
이래 봬도 마수정의 아들이고, 마리 누나의 동생이라고.
‘억지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잘 부릴 수 있는지, 특허를 내도 될걸?’
그러니까, 여기서 살아라. 한수윤.
“고시원, 지옥 아니야. 나 불쌍한 놈 아니야.”
“알아. 누가 네가 불쌍하대?”
“이러지 마.”
“싫다니까. 그리고 고시원이 왜 지옥이야. 지옥이라고 생각 안 해.”
그렇게 생각하면 거기 사는 사람들에게 큰 실례다.
“이러면 안 돼.”
“된다니까.”
“공자야. 나는 목적이 있어서 돈을 아끼는 거야.”
“나도 목적이 있어서 너를 룸메이트로 만든 거야.”
한수윤이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어떤 목적인데?”
“너랑 같이 살고 싶었어.”
“어?”
“참고로 그냥 같이 살자는 거 아니야. 너한테 돈 받을 거야.”
물론 그 돈 그대로 다른 형태로 돌려줄 생각이지만.
“알아. 고시원, 힘들지만 살 수 있는 곳이란 거.”
살아봐서 알았다.
“그냥 내가 룸메이트가 필요할 뿐이야.”
그러니까 여기서 공부해라. 한수윤.
‘내가 친구를 위해서 이 정도 못 하겠냐.’
긴 싸움을 끝내고, 도약을 준비하는 녀석의 꿈은 과장 조금 보태면, 아름다웠다.
‘그러니까 도와주게 해달라고.’
딸린 식구가 많아도,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면 안 된다고 하겠지.’
결국, 회유를 해야 했다.
“다시 말하지만, 월세 받을 거야.”
녀석의 눈동자가 떨렸다.
“진짜야.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그, 그래도 이건 과해.”
하여간 너무 철저하게 사는 놈이었다. 나는 두 번째 수를 썼다.
“친구 집에 룸메이트로 사는 거뿐이야. 가볍게 생각해. 돈도 받을 텐데, 부담 느끼지 마.”
“아…….”
한수윤은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이런 곳에서 살아도 될까?”
“된다니까.”
녀석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속이 탄다.”
“아, 술 줄게. 속 탈 때는 술이지.”
나는 찬장에서 여러 가지 술을 꺼냈다. 그러자 한수윤이 갑자기 뚜껑을 열고 벌컥벌컥 마셨다.
“야, 너 그러다 훅 가!”
“가라고 마시는 거야. 맨정신으로 얘기하기 힘들어서!”
나는 허둥지둥 생수를 꺼내서 줬다. 한수윤은 냉수도 단번에 들이켰다.
‘음, 저러다 큰일 나는데…….’
나는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뒤졌다. 한수윤은 붉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나는 좀 더 고생해도 돼.”
“수윤아. 그거 안 해도 돼.”
“나는 해야 해. 공자야.”
한수윤은 마른세수하며 중얼거렸다.
“나 재판 결과 나올 때마다 그러더라. 고생 안 해본 놈이 키워준 은혜도 모른다고.”
이런 미친.
“그래서 해보려고 했어. 그 고생. 충분히.”
“그런 이유로 고시원에서 산 거냐.”
“돈 부족한 이유도 있었고.”
“너도 참 너다.”
아니, 애초에 굳이 그럴 이유가 있나.
“악플을 왜 들어줘.”
“큽. 하지만 나는 부모 고소한 놈은 맞으니까.”
“오죽했으면 했겠어. 하고 싶어서 한 일도 아니잖아.”
나는 한수윤을 안고 살살 쓰다듬었다. 생각 같아서는 토닥이고 싶은데, 그러면 아플 것이다.
“수윤아. 너도 잘 알지만, 사람들은 연예인에 대해서 아무 생각 없이 말해.”
그걸 왜 참고하는 거니.
“그, 그래도. 나는 이번 생에는 부모에게 소송 건 놈이야.”
“아니, 재판도 잘한 애가 왜 이래.”
“재판이야 이겨야지. 죽느냐 사느냐니까.”
“햄릿이냐.”
그러고 보면 햄릿도 가족 싸움이긴 했지. 아버지 죽이고, 엄마랑 결혼한 삼촌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술 먹고 눈물을 줄줄 흘리는 한수윤을 바라보았다. 바닥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 녀석, 아주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햄릿 좋지. 셰익스피어는 천재니까.”
“그래. 그래.”
“언젠가 연극은 다시 해보고 싶어.”
“연극 좋지. 그런데 연극이 제일 돈 안 되지 않아?”
“큽. 그건 그래.”
녀석의 눈물이 점점 강해졌다. 나는 애를 토닥이지 않기 위해 극도로 조심했다.
“수윤아. 고생 안 해도 돼.”
나는 간곡히 부탁했다.
“일부러 고생하지 마. 그런 말 신경 쓰지 마. 좋은 말도 많잖아.”
“흡. 큽. 크으읍.”
녀석은 눈물을 참느라 힘들어했다. 생각해 보면 그 일이 있고 난 뒤에 술을 먹은 건 처음이었다.
‘애초에 이 녀석, 울기라고 했을까.’
왠지 아닐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법대 가서 로스쿨 준비했겠지.’
그럼 얼마나 오랜 시간을 묵힌 응어리지.
‘너 그러다 병난다.’
젊어서 멀쩡한 줄 알아라, 이 녀석아.
물방울이 계속 떨어졌다. 녀석은 이제 정말 수도꼭지처럼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그래도 이건 너무 과한데?
나는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천장을 확인한 순간, 어깨를 움찔했다.
“공자야?”
“있지, 수윤아. 너 자취 해봤잖아. 고시원 들어가기 전에 말이야.”
“했지?”
“보통 뭐 확인하고 들어와?”
“변기 물 잘 내려가나, 채광 괜찮나. 벌레는 없나, 뭐 그런 거지?”
“이 집 말이야. 꼼꼼하게 확인하고 골랐을 거거든?”
물이 줄줄 떨어졌다. 한수윤은 눈을 깜박였다. 녀석의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려갔다가, 바닥에 닿았다.
“그런데 어떡하지?”
한수윤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더니 녀석도 황급히 물러났다.
“이, 이게 뭐야! 천장 젖었잖아!”
“그, 그러게. 이거 부실 공사?”
한수윤이 젖은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대학가 주변이 좀 그렇긴 하지.”
“이거 그냥 내버려 두면 안 되겠지?”
나는 서둘러 냄비를 찾아서 괴어 놨다. 그리고는 조용히 전화했다.
“너 몰랐어?”
“나 이 집에서 몇 시간 있던 게 다야. 그것도 술만 정리하고 갔다고.”
“하긴. 물도 지금 난리 난 거 같다.”
연결음이 들리자, 곧 상대가 받았다. 나는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엄마는 곧 사람을 보낸다고 했다.
한수윤이 진지하게 말했다.
“이거 보험 될걸?”
“아, 그래?”
“네가 아니라 위층 집주인의 보험이겠지만 말이야. 일상 책임보험이야.”
그러냐. 확실히 법을 배워서 다르네, 이 녀석.
“공자야. 이건 법이 아니라, 보험에 가까워.”
그, 그렇구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냄비에 퐁당퐁당 내려오는 물이 마치 꿈같았다.
“이제 어떡하냐.”
“공사를 해야겠지? 잠은 잘 수 있을 거 같아. 냄비 물만 갈아주면 말이야.”
“여기 관리인 있나?”
“모르겠어. 연락은 해봐야 하나.”
생각해 보니 관리비를 내가 안 내서 지로 용지가 없었다.
‘아, 진짜.’
순간 웃음이 나왔다.
“왜 웃어?”
“아니. 진짜 성인이 되었는데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구나 싶어서.”
술 마실 수 있는 게 유일하게 달라진 거였다.
한수윤도 같이 웃었다.
“뭐가 달라지겠냐. 나는 재판까지 했지만.”
앞뒤가 맞지 않잖아.
“공자 너 키가 185라고 했지?”
“응.”
“거대하게도 컸다.”
그야, 잘 먹었으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말랐어? 몸이 아이돌 수준인데?”
순간 나는 비틀거렸다.
“운동을 못 해서 그래.”
“아, 아직도 헬스장 기구 부숴?”
차마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저 이유가 맞았다.
“응.”
“그냥 액션을 포기해.”
“안 돼. 액션 배우는 내 꿈이라고.”
물은 계속 떨어졌다. 한수윤이 갑자기 소리 내어 웃었다.
“으하하하하하!”
왜 웃냐. 이 자식아.
“되게 웃기네. 천하의 마공자도 부실 공사는 어쩔 수 없구나!”
“당연히 무력하지.”
“이래서 법이 중요하다는 거라니까! 으하하하하!”
그건 맞았다. 나는 따라 웃었다.
“응원하는 거 알지?”
“알지.”
“사실 몰라도 돼. 네가 로스쿨 때려치우고 다시 연기해도 응원할 테니까.”
한수윤은 웃다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마공자답네.”
“뭐야.”
“항상 내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잖아, 너.”
얘 또 이런 말 시작하네. 저 드라마 대사 말하는 병은 영원히 낫지 않는 건가.
“네가 날 도와주는 걸 왜 모르겠어. 네가 먹인 나물이 몇 킬로인데.”
아는 놈이 사서 고생을 하냐.
“공자야.”
“왜.”
“나는 정말 네 자랑스러운 친구가 되고 싶어.”
이 녀석 봐라.
나는 한숨을 내쉬며 작게 속삭였다.
“이미 자랑스러워.”
뜻을 품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한수윤은 어려운 싸움을 했고, 극복해 냈다. 그리고 다음 계단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본인만 모르지.’
오히려 내가 걱정해야 한다, 한수윤.
‘나야말로 네게 괜찮은 친구가 되고 싶다고.’
내 주위는 왜 다들 이렇지. 무슨 병이라도 도나.
한수윤은 긴 숨을 내뱉으며 내 어깨에 이마를 댔다.
“너라면 그런 말 할 줄 알았어.”
“응.”
“고마워.”
“뭘.”
“아, 물 넘치겠다.”
한수윤은 물을 받으려고 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다시 스마트폰을 들었다.
“어디에 연락해?”
“아, 이삿짐.”
“짐 와?”
“응. 곧 온다고 하더라. 방은 괜찮으니까.”
“공사 끝나고 이사와도 될 거 같은데? 아니 애초에 네 짐은 아예 없어?”
나는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내 짐 아니야.”
“응?”
“당연히 네 짐이지. 나는 간단한 건 다 있거든.”
한수윤의 눈동자가 떨렸다. 나는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고시원에서 바로 오신대. 대강 다 싸달라고 했으니까, 짐 오면 네가 적당히 추려.”
“나, 아직 계약 기간 남았는데?”
“보름 남은 거 확인했어. 내가 그거 뺐어. 총무님이 환불해 주신대.”
한수윤은 말을 못 했다.
“아, 아니 누구 마음대로!”
“내 마음대로지?”
“아니, 그래도 너무 하잖아! 너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왜 없어.
“내 동의가 없는데, 총무가 방을 빼주셨어?”
“해주던데?”
“미치겠네. 왜지?”
“왜긴. 내가 마공자이기 때문이지.”
나는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이 얼굴이면 대부분 통과거든.”
“미치겠다.”
“네 집 준비해 놨다고 하니까, 바로 처리되더라. 어렸을 때 자주 붙어 있어서, 우리 친한 거 전 국민이 다 알잖아.”
한우진은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그거야, 당연하지. 천재 아역이었으니까.”
“그러니까. 다들 의심을 안 하더라고. 바로 내가 네 집 사줬냐고 묻던데?”
전 국민에게 내 이미지는 플렉스인 모양이었다.
“애, 애초에 내 선택지는 없던 거야?”
“당연하지.”
그걸 왜 묻고 그래.
한수윤은 비틀거리며 벽을 짚었다.
“그런 의미에서 잘 부탁한다. 하우스메이트.”
한수윤은 말이 없었다. 오랜 시간 저 녀석과 친구인 나는 알았다.
‘아마 나가진 않겠지.’
애초에 네가 거기 있는 걸 내가 참을 거 같냐. 이 자식아.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물 떨어지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슬슬 전기부터 내려야 할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