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73)
273
공사는 곧 시작되었다. 수윤이는 그동안 도서관에서 공부한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물이 떨어질 수 있지.’
수도관을 잠그니까, 물은 금방 그쳤다. 하지만 공사는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애초에 물이 나올 정도면, 곰팡이도 있겠지.’
엄마는 그냥 집을 옮기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솔직히 그게 편할 거 같긴 했다.
‘뭐, 이거야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나는 어깨를 펴면서 차부터 주차했다. 긁히면 꽤 깨지는 외제 차에서 내리니, 파란 하늘이 보였다.
나는 마스크를 내리고 재킷을 고쳐 입었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이네.’
잘 계셨을까.
나는 피식 웃으면서 걸어갔다. 지나가는 많은 이들이 내게 인사했다.
“공자다!”
“형이다!”
아이가 해맑은 목소리로 외쳤다.
“예뻐!”
음, 성인인데 아직도 예쁘니? 슬슬 멋있을 때도 된 거 같은데 말이야.
아이들이 내 허리와 다리에 달라붙었다. 나는 애들을 끌고 앞으로 나아갔다. 애들은 그게 재미있는지 정신없이 꺄르륵 웃었다.
여기에서 봉사하시는 분이 서둘러 뛰어왔다.
“어서 오세요! 원장님 뵈러 오셨군요!”
“네.”
“어휴. 얘들아, 형 좀 놔줘라.”
“싫어요!”
“이제 가면 언제 붙어 있을지 모르잖아요! 요즘 왜 안 왔어?”
나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일이 바빴어.”
“요즘 영화 안 나오잖아.”
나는 가슴을 부여잡고 아픈 척했다. 실제로도 살짝 아팠다.
‘얘가 나를 팩트로 철썩철썩 치네.’
대입도 있어서인지, 공백기가 좀 있긴 했다. 물론 영화 개봉이 밀리기도 했다.
‘드라마를 안 해서 그런가.’
준비하는 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방송국이 아니라, OTT였다.
‘드라마가 OTT로 선공개되는 시대가 됐으니까.’
나는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준비하고 있어. 진짜야.”
“기다리고 있다고!”
음, 진취적인 팬이시군.
그러자 다리에 매달려 있던 아이가 확 쏘아붙였다.
“야! 공자는 좀 놀아도 돼! 그동안 얼마나 바쁘게 살았는데!”
“요즘 안 나오잖아!”
“대학 갔잖아! 대학 가기 얼마나 힘든데!”
확실히 쉽지는 않았지.
‘정시로 갔으니까 말이야.’
물론 면접 부분에서는 이득을 많이 받았겠지만.
“맞다! 마공자 한국대 갔다고 했어!”
“공부도 잘한다고 TV에 계속 나왔어!”
나는 긴 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최선을 다했단다.”
어쩌다 보니 이미지가 한없이 좋아졌다. 연기 천재란 타이틀 때문일까. 내가 공부를 못 하면 전 국민을 기만하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죽어라 공부했지.’
연기 틈틈이 시간을 내는 건 확실히 힘들었다.
‘아니, 부러지는 펜이 더 문제였지.’
덕분에 펜 쥐고 글 쓰는 힘의 강도를 제일 먼저 익혔다.
“공자 형은 왜 그렇게 뭐든 잘해요?”
“형은 다 잘하지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하던데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비밀인데 말이야.”
“네!”
“나는 어떤 선생님도 원하는 시간에 만날 수 있거든.”
엄마가 붙여준 과외는 상상을 초월했다. 확실히 돈을 많이 줘서일까.
‘새벽에도 과외를 해주셨지.’
다들 나에게 대입의 비법을 물었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과외라고 말이야.’
대중 반응은 생각보다 시끄러웠다.
‘고깝다는 의견이 20% 됐지.’
물론 그 댓글은 곰자님에게 폭격을 당하셨다.
-아, 뫄뫄님은 해도 안 되잖아요.
-응. 마공자는 과외하고 영화 찍고, 틈틈이 봉사활동도 하면서 한국대.
-이런 댓글 쓸 시간에 공부나 해라. 괜히 열등감 폭발하지 말고.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수험생이라면, 비슷한 생각을 했을 거 같기도 하고 말이야.’
남들보다 축복받은 환경인 건 맞으니까.
“와, 그거 좋겠다.”
“저는 공부 못해요! 어떻게 하면 잘해요?”
내가 이런 질문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공부는 아마 하면 될걸? 학습이란 건 습관과 의지니까 말이야.”
“하기 싫어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 마음을 참으면서 하면 될 거야. 아마.”
“참기가 싫은데요.”
“음, 공부해야 할 이유가 부족한 거구나. 이건 어쩔 수 없어.”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이유가 생기길 기다리는 수밖에.”
아이가 눈을 깜박였다. 나는 방긋 웃었다.
“그런데 그때 되면, 내가 왜 안 했을까 싶긴 할 거야.”
“진짜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학업을 열심히 안 했던 사람이면 누구나 하는 후회가 그거다?
‘생각해 보면, 나 이번 생에서는 공부 열심히 했구나.’
물론 호화로운 과외도 같이 했지만 말이다.
‘욕먹는 거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살짝 억울하네.’
아이들은 한참 내 허리춤에 매달려 있다가 떨어져 나갔다. 나는 아이의 머리카락만 살짝 만져줬다. 두피에 손을 대지 않기 위해 노력했건만, 녀석들이 먼저 들이밀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비비기만 했다. 한참 그렇게 있던 아이들은, 밥 먹으라는 말에 튀어 나갔다.
용수철처럼 달려가는 아이를 보면서, 나는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내리눌렀다. 거친 소리를 냈지만, 다행히 부서지지 않고 문이 열렸다.
“어서 오십시오.”
오랜만에 듣는 익숙한 목소리였다. 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들었다.
“네. 보고 싶었어요.”
“저도…….”
덕수 씨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뵙고 싶었습니다.”
“그럼 보러 오시지 그러셨어요.”
“공자가 아주 바쁠 테니까요. 대학 합격한 얘기는 잘 들었습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과외를 많이 했어요.”
“한다고 다 오르진 않죠. 공자는 자신의 노력을 폄하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아무나 이런 기회를 얻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래서 별거 아니란 말 들으면 화는 조금 났어요.”
덕수 씨는 무섭지만 따듯하게 웃으면서 소파에 앉았다.
“선물을 한 아름 들고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빈손으로 오기 그래서요.”
“그러시지 않아도 됩니다. 특별한 날도 아닌데요.”
“특별한 날로 만들면 되잖아요. 아이들이 좋아하면 됐어요.”
덕수 씨는 맞은편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 잘 컸습니다.”
새삼스러우시군.
나는 방긋 웃었다.
“선생님께서 잘 키워주셨죠.”
“공자는 어디서든, 누구랑 함께 있든 잘 컸을 것입니다.”
정말 여전하신 분이었다.
“일은 괜찮으세요?”
“오랜 꿈을 이루어서 매일 꿈꾸는 기분입니다.”
덕수 씨는 아직도 흥분되는지, 숨을 골랐다.
‘정말 변하지 않는구나.’
유치원 원장님이 되고 싶다는 덕수 씨의 꿈을 이루어준 건 나였다.
‘뭐, 약간 다르긴 하지만.’
아니, 많이 다른가.
“저에게 이런 귀한 자리를 맡겨주시다니…….”
유치원은 아니었다.
‘내 재단에서 아동센터를 세웠지.’
센터 소장을 구하는 건 힘들었다. 적당한 이가 이렇게 없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덕수 씨였지.’
자격이 되신다는 말에 다짜고짜 맡겼다. 덕수 씨는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수락하셨다.
‘원래 내 옆에 있기에는 아까우신 분이었지.’
덕수 씨는 정말 운영을 잘하셨다.
‘처음에는 조금 힘드셨지만 말이야.’
아이들이 덕수 씨 얼굴만 봐도 운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건 시간문제였다.
‘덕수 씨가 선량한 건, 결국 느껴지니까 말이야.’
두 달 후, 덕수 씨는 이제 아이들이 자길 보고 도망 안 간다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셨다.
“힘든 자리를 맡긴 거 같아서, 항상 죄송한걸요.”
“아닙니다. 저는 매일매일이 꿈 같습니다.”
이 자리를 이렇게 좋아하는 이도 드물 텐데.
‘역시 덕수 씨는 너무 선량해.’
이분이랑 십여 년 같이 보낸 건 나에게 굉장한 행운이었다.
“물론 꿈 같지만, 이것도 현실이기에 한 가지 아쉬운 건 있습니다.”
“아, 예산 부족하세요?”
“아니요. 매일 매일 공자를 못 본다는 건, 조금 슬픕니다.”
저기요.
“정말 정성스럽게 키운 공자와 한 지붕 아래 없다는 건, 슬픈 일이더군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아침마다 방긋 웃는 공자가 없다는 게, 처음에는 믿기질 않았습니다.”
덕수 씨는 고개를 숙였다.
“제 삶의 지극한 기쁨이었으니까요.”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혹시나 다른 사람이 들을까 무서웠다.
“자라는 공자를 이제 영상통화로밖에 볼 수 없다니. 가끔 그 사실이 사무쳐서, 악몽을 꾸곤 합니다.”
이런, 그래도 악몽은 심하잖아.
“서, 선생님. 그건 좀…….”
“제 욕심이 과한 거 압니다. 사람은 모든 걸 가질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런데도 서글픈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목소리에 물기가 가득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덕수 씨는 손수건으로 눈가를 문질렀다. 센터 소장님이 된 지 2년이 넘었는데, 정말 여전하셨다.
하지만 나는 이제 성인이었다.
‘덕수 씨에게 효과적인 말을 알지.’
나는 천천히 정답을 얘기했다.
“자주 올게요.”
덕수 씨는 손수건을 쥐면서 활짝 웃었다. 눈빛은 맑지만, 여전히 험상궂었다.
“네. 자주 오십시오.”
안 오면 큰일 나겠군.
직원분이 들어오셔서 음료수를 건네주셨다. 나는 녹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좀 마르신 거 같습니다.”
“체중은 변화 없어요.”
“그래도 얼굴색이 살짝 어둡습니다. 고민 있으십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여전해요. 힘을 조절할 수 없으니까요.”
“의사는 뭐라던가요?”
“그냥 기다려 보라는 말밖에 안 하세요.”
“고생하시는군요.”
뭐, 이건 내가 코인 쓴 탓이니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내 발등에 도끼를 떨어트렸어.’
코인은 내 능력을 개발시키는 건 한없이 매정했었다.
‘그걸 생각해야 했는데 말이야.’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좀 더 신중할걸.
덕수 씨는 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어머니께 들었습니다. 가출하셨다면서요.”
와. 갑자기 치고 들어오시네.
“네. 누나가 제 헌정곡을 만들어서요.”
“마리 학생이 공자를 굉장히 찾는다고 들었습니다.”
“아하하하. 누나에게만 연락 안 하고 있어요.”
나는 덕수 씨가 다음에 할 말을 알았다.
‘집에 들어가라고 하시겠지.’
하지만 나온 말은 좀 의외였다.
“공자도 여행이 필요한 나이이긴 하죠.”
어라?
“적당한 시기입니다. 공자가 예전 같으면 말렸을 것입니다. 지금도 힘을 조절 못 하시지만, 강해진 건 맞으니까요.”
그, 그건 맞았다.
“단지…….”
덕수 씨는 다시 손수건으로 눈가를 찍었다.
“공자가 컸다는 게 슬플 뿐입니다. 아장아장 걷던 게 엊그제 같은데…….”
또 우시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돌렸다.
“선생님 건강하시죠?”
“공자, 너무하시는군요. 저에게 건강을 물으시다뇨.”
“아니, 물을 수도 있죠.”
뭔가 좀 이상했다.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한 지붕 아래서 살 때는 이런 거 묻지 않으셨으니까요.”
아니, 그건 당연하죠.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이렇게 멀어졌군요.”
이, 이런.
나는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자주 찾아올게요.”
그러지 않으면, 큰일이 날 거 같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