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74)
274
그 말이 정답인지, 덕수 씨는 싱긋 웃었다.
“공자 바쁜 건 다 압니다. 너무 무리하셔서 오지 않아도 됩니다. 아, 나이가 드니 눈물이 느네요.”
오긴 오라는 말이군. 안 오면 울겠다는 협박도 살짝 섞여 있었다.
‘게다가 덕수 씨. 당신은 시도 때도 없이 우시지 않으셨나요?’
왜 인제 와서 많이 우는 척을 하십니까.
나는 이마를 짚었다. 원래 이런 사람 아니었는데, 왜 이러세요.
‘나이가 드셔서 그런가.’
그래도 나이 지긋하신 분이, 아니, 나이가 문제가 아니구나. 날 위해 많이 다쳤던 덕수 씨가 안 온다고 우는 걸 보는 건 좀…….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항복이었다.
“시간 내볼게요.”
“언제든 환영하겠습니다. 우리 애들도 좋아할 겁니다.”
“오늘 보니 밝더라고요.”
각각의 사연이 있는 아이들이었다. 그런 애들이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건 덕수 씨와 일하시는 분들의 노력이었다.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그럴 거예요.”
“요즘 진짜 이상한 사람이 많더군요. 저도 이 자리에 앉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사회의 편견과 시선 때문에 아이들이 많이 멍들더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을 행복해질 자격이 없다고 몰아갑니다. 뭐 하나 가지는 걸 안 좋게 봐서, 깜짝 놀랐습니다.”
“네 주제에?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죠.”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본인의 삶도 그다지 좋지는 않을 텐데 말입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악플이 비슷하죠. 저는 그냥 인간의 본능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착잡합니다.”
고생 많으셨나 보군.
‘덕수 씨밖에 없어서 이 자리에 오게 했지만…….’
솔직히 걱정이었다. 잘해주실 건 알지만, 이런 자리는 보통의 마음가짐으로는 힘든 법이니까.
‘남을 돕기는 쉽고도 어려워.’
하지만 말입니다.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선생님. 저는 그런 마음도 본능이라고 생각하지만요. 남을 돕는 것도 본능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나는 조금 웃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공감이란 게 발전할 리 없잖아요.”
가끔 세상이 약육강식이라는 분들이 계셨다.
뭐,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면, 인간은 자연 속에서 진작에 도태되어 죽지 않았을까.
“양쪽 다 본능이라면, 저는 돕는 쪽이 좋아요.”
덕수 씨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역시 공자군요. 제가 항상 배웁니다.”
“저는 선생님께 항상 배우는걸요. 사실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당신은 제게 선생님이시니까요.”
솔직히 험상궂게 생기셔도, 마음은 아가페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뭐, 그쪽으로는 모성원에 계시는 수녀님들이 최고이시지만요.’
가끔 생각했다. 그때 눈밭에서 얼어 죽었더라면, 이렇게 찬란한 곳에 오지 못했겠지.
‘내가 낮은 곳에서 도움받았으니까…….’
이번 생은 그렇게 돕고 싶었다.
덕수 씨가 나를 따듯한 눈으로 찬찬히 봤다.
“저는 공자가 기적 같은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음, 귀여워서 그런가.
“제가 좀 잘생기긴 했죠.”
“귀여움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공자 옆에 있으면, 평생 넘지 못하던 벽이 부서집니다.”
아니, 제가 뭘 부쉈어요.
“저는 제가 평생 유치원 교사가 못 될 줄 알았습니다. 그 꿈을 공자가 이루어줬으니까요.”
나는 살짝 턱을 긁었다. 조금 부끄러웠다. 힘든 걸 맡겨서 죄송했는데, 이렇게 받아드리시다니.
“공자는 반짝반짝 빛납니다.”
아이고야. 이러다가 종교 세우겠네. 나는 황급히 막았다.
“선생님! 여기까지 해요. 이런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니에요!”
“그만큼 공자가 귀중한 존재라는 겁니다. 그래서 걱정됩니다. 우리 공자가 어디에서 굶는 거 아닌가…….”
더, 덕수 씨! 우리 집 냉장고에 산해진미가 가득합니다!
‘안산댁이 내 몸이 허해서, 힘이 센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면서 보양식을 만드는걸요.’
말이 그렇지, 갓 성인이 된 애한테 장어라니요.
‘이런 거 안 먹어도 된다고 설득시키느라 힘들었지.’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말이지, 다들 왜 이러는지 영 알 수 없었다.
‘다 사랑이 넘쳐서 그런가.’
나는 생각을 하는 걸 포기했다.
“그래서 말입니다. 공자.”
“네.”
“공자를 바깥에서 재우는 게 가슴이 아픕니다. 오늘은 여기서 주무십시오.”
엥?
“친구네 집에서 주무실 거란 걸 압니다.”
“아, 원래는 그랬는데요.”
“네. 어머니께 들었습니다. 천장에 물이 새는 바람에, 그 집에 못 가신다면서요.”
아니, 언제 또 연락을 하신 거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오늘은 호텔을 갈까 했어요. 우진이 형이 자신의 집에서 자라고 했지만 주인 없는 집은 좀 그래서요.”
물론 이런 말 하면 한우진은 우리 사이에 그게 뭐가 어떻냐며 한소리 하겠지.
덕수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러니까 오늘 이곳에서 주무시고 가십시오. 원래라면 저도 저희 집에 공자를 데려가고 싶지만, 그 집이 리모델링에 들어갔습니다.”
하긴, 덕수 씨 부모님이 사시던 집이라서 낡았다고 들었다.
“그때 공자 말 듣고 안 팔기 잘한 거 같습니다. 집값이 정말, 매우, 많이 올랐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에 있는 단독주택은 팔면 안 돼요.”
괜히 수도가 아니라니까요.
“저도 공자 옆에 있어서 들어가지 않았으니까요. 전세로 준 지 꽤 됐었죠. 다행히 세입자가 그동안 깨끗하게 써주셨지만, 그래도 세월이 지난 건 어쩔 수 없더군요.”
덕수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때가 이래서 공자를 밖에서 재우게 되는 게 한스럽군요.”
누가 보면 제가 노숙이라도 하는 줄 알겠네요.
“선생님, 저 호텔 간다니까요.”
“호텔같이 누추한 곳에…….”
“별 세 개 이상으로 갈게요.”
덕수 씨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안 됩니다.”
“아, 아니 왜요!”
“적어도 다섯 개는 되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공자가 잘 곳인데요.”
저는 어디에다가 굴려도 대강대강 잘 잡니다.
“사실 별이 문제가 아닙니다. 공자, 공자는 알아야 합니다. 공자는 항상 경호원과 다녀야 해요.”
저기요. 덕수 씨.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저는 요즘 힘을 주체 못 해요.”
“압니다. 그게 항상 걱정입니다. 매번 기도도 하는걸요. 우리 공자 힘을 잘 다룰 수 있게 해달라고요.”
어라.
“종교 있으셨어요?”
“대강 아무에게나 다 빕니다.”
그, 그렇군요. 얻어걸리라는 건가.
“아무튼, 저는 위험한 짐승이에요, 선생님. 나에게서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니까요!”
나는 눈을 치켜뜨고, 턱을 들이밀었다. 카메라가 클로즈업할 때 이런 자세를 자주 했다. 주로 등장인물이 화났을 때 이랬다.
‘제가 언제까지 뿌뿌빠빠 하는 어린아이인 줄 아십니까!’
내가 사람 치면, 최소 골절이라니까요.
덕수 씨가 떨떠름하게 말했다.
“위험한 짐승이라고요?”
“네.”
“아…….”
덕수 씨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햄스터도 위험하긴 하죠.”
엥?
“귀엽지만 너무 작으니까요. 지켜줘야 합니다.”
“저 키가 185인데요. 선생님.”
이 정도면 장신 축에 들어가고 남을 키 아닙니까.
덕수 씨는 다시 나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나는 이번에는 무사를 연기할 때처럼 입술을 한일자로 만들었다.
물론 액션을 못 해서, 이 역은 무사라기보다는 여주인공에게 검을 배우는 문관 체질의 왕자님 역할이었다.
‘여주인공이 무사인 역이었지.’
여주인공이 화려하게 검술을 할 때마다, 이 왕자님은 치마폭에 숨었다. 그런 허당이었지만, 신분도 높고 돈이 많아서 활약할 때는 확실히 했다.
‘나름 여주인공과 가슴 아픈 사랑을 하지만 그건 둘째 치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어쨌든 근엄한 표정이었다. 덕수 씨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렇죠. 공자가 많이 크긴 했죠.”
맞아요. 그러니까 햄스터는 거두도록 해요.
‘애초에 제가 그런 존재로 보이는 겁니까? 선생님.’
하아. 너무 어렸을 때부터 봐서 이런 거겠지.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그때, 덕수 씨가 말했다.
“그래도 친칠라를 밖에서 함부로 재울 수는…….”
순간 나는 균형을 잃고 소파 등받이에 풀썩 내려앉았다.
“서, 선생님?”
아니, 왜 친칠라야! 그건 그나마 크긴 하지만!
“제, 제가 설치류처럼 생겼나요!”
사자나 호랑이는 아니더라도 표범이라든가, 퓨마 같은 애들도 있잖아요! 왜 친칠라인데!
내 반응에 덕수 씨는 헛기침을 했다.
“설치류는 강합니다. 공룡은 다 죽었지만, 포유류는 살아남았어요.”
“그건 저도 알아요.”
“한때 공자랑 [지구의 역사>란 TV 프로그램을 자주 봤죠. 그거 요즘 새로 나왔던데,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선생님, 말 돌리지 마세요.”
“크흠.”
덕수 씨는 다시 헛기침했다. 나는 그 모습을 떨떠름하게 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전 진짜 대강 자도 돼요.”
“그, 그러니까. 여기서 주무십시오. 조금 불편하겠지만, 안전은 보장합니다.”
“안 돼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상한 말 돌아요.”
“네?”
“가끔 세상 사람들은 이상한 말을 하더라고요. 저도 이제 성인이니까 아이들이 있는 곳은 피하는 게 좋아요.”
이런 건 아예 빌미를 주지 않는 게 좋았다. 덕수 씨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군요.”
“그러게요. 어쨌든 저는 호텔에서 자겠습니다.”
아니 애초에 이 나이에 호텔 가는 것도 엄청난 건데, 왜 물가에 내놓은 애 취급을 받아야 하지.
덕수 씨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말했다.
“언제 돌아가실 겁니까?”
“글쎄요. 그래도 일주일은 지나야 할 거 같아요.”
그 정도면 나도 누나가 만든 충격에서 좀 벗어나지 않을까. 솔직히 아직 힘들지만 말이다.
“그렇군요.”
“대학가 투룸 천장 공사 끝나면 바로 갈 거예요.”
“수윤 학생은 잘 데려다 놨습니까?”
“겨우요. 그 녀석 고집이 세서요.”
“저도 언제 한번 찬거리 들고 가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하지만 바쁘면 안 오셔도 돼요. 먹는 거야 대강 해결할 수 있어요. 우리 이제 성인인걸요.”
덕수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덕수 씨 스마트폰에 진동이 울렸다.
“잠시 코코아 톡 좀 확인하겠습니다.”
“네.”
별일이네. 덕수 씨 스마트폰 잘 안 보시는데.
덕수 씨가 액정을 보자마자 어깨를 움찔 떨었다.
어라.
‘뭔가 놀라는 일이 있었나?’
덕수 씨는 어쩔 줄 몰랐다.
“선생님?”
“그, 그러니까. 고. 공자!”
“네.”
“마리 학생이 일을 벌였습니다.”
누나가? 뭐가?
나는 눈을 깜박였다. 덕수 씨는 기사를 보여줬다.
-갑작스러운 일정에 송구함을 먼저 전해.
누, 누나? 무슨 짓이에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