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76)
276
이게 무슨 뜻일까.
“마공자라는 이름 자체가 브랜드입니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맞는 말이긴 한데, 새삼스럽지만 제 이름이 마공자인 게 걸리네요.
‘개명하기에는 늦었지.’
한번 들으면 바로 기억하는 이름이라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에 브랜드를 붙이니까…….
‘부끄럽다.’
물론 수치스러운 게 한두 개가 아니지만 말이야.
“마공자라는 존재는, 정말 굉장합니다. 예의 바르고, 자선 재단도 하고 있으며, 각종 상을 받고, 성실하며, 여기에 이제 한국대생이죠. 엘리트적인 것도 강합니다.”
음, 진짜 엘리트가 들으면 화낼 거 같다.
“저는 환경이 너무 좋지 않았나요?”
“공자를 둘러싼 환경이 좋아서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왜죠.
“힘든 환경에서 성취하는 걸 더 좋게 봐야죠.”
“동경이란 이상한 감정입니다.”
“음, 하긴. 상속자라는 이유만으로 유명한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거로 사업에 성공한 건 또 다른 이야기지만요.”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도 진짜 좋게 보네요.”
물론 노력하긴 했지만요.
“공자가 얼마나 옆에서 애썼는지, 그건 지켜봐 온 제가 더 잘 압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일 년을 하루 같이 노력했습니다.
‘상도 많이 받고, 인정도 받긴 하지.’
그래도 말입니다.
나는 TV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정도는 아니라고요!”
도대체 이게 뭐라고!
“마리 학생도 유명하니까요. 공자는 아니라고 우기지만, 기자회견 자체를 뭐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선생님은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줬다.
-마공자가 동생이란 말에 앞의 거 다 까먹었어,
-오마리가 막타를 제대로 날렸다.
-그럼 엄마가 마수정이네? 그래서 마공자가 동생이고.
-그래서 동생 건드리면 다 죽인다는 거구나. 인정합니다.
-마공자 건드리면 나도 저럴 거 같긴 함. 그런데 마공자 건드린 나쁜 놈(?) 많잖아.
-유괴, 스토커 기타 등등.
-마공자 나름 강철 멘탈임. 저런 거 당하고도 배우 활동 꾸준히 함.
-잘 자라서 한국대 합격까지 했음. 솔직히 대한민국의 얼굴 아님? 뭔 홍보 영상에 계속 나와.
-나름대로 애국도 열심히 함. 평양 공연 때 생각하면 아직도 웃기긴 함ㅋㅋㅋㅋㅋ
뭐랄까, 평범한 기사 댓글인데 점점 추억을 회상하고 계셨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뭐라 말해야 할까.
‘누나의 가정사보단, 내 얘기가 우선이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누나는 내가 동생이란 걸 밝힐 생각이 다였겠지. 그리고 겸사겸사 아버지 얘기를 한 것일 거다.
‘보통은 아버지 일에 대해서 시끄러울 텐데…….’
하지만 내 이야기만 잔뜩 있었다.
“다행이네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해지는 것보다, 마공자가 동생인 게 훨씬 나을 테니까.
‘이미지 좋은 게 도움이 되는구나.’
다행이다.
덕수 씨는 그런 나를 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역시 공자는 착하군요. 누나에게 화가 났을 텐데…….”
“화요? 음, 좀 다른데요. 화가 나진 않았어요. 다만, 매우 창피할 뿐이에요.”
‘내 동생 건들면 다 죽여버리겠다’라는 제목의 노래를 하는 누나의 동생이 되어버렸으니까요.
“그리고, 또 한 번 결심했어요.”
“어떤 것을요?”
“이번 생은 정말, 착하게 살아야겠어요. 이런 곡을 만들 정도로 사랑스러운 동생이려면 말이죠.”
나 진짜 주머니에 영수증이라도 흘리면, 쓰레기 버렸다고 도덕성 논란 나겠다.
“그렇군요. 무겁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그렇군요. 그럼 이제 집에 들어가는 거죠?”
나는 방긋 웃었다.
“아니요.”
“공자! 밖은 위험합니다!”
“화는 안 났는데, 가출은 해야겠어요. 저 당분간 누나 얼굴 안 봐요. 연락도 안 할 거예요.”
최소 일주일간은요.
“이유가 뭡니까!”
“저 조금 삐지긴 한 거 같아요.”
애초에 나는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란 말입니다. 얼마나 계산적인데요.
“일단 일주일은 버틸 거예요.”
“안 됩니다. 위험해요.”
“선생님. 제가 이런 말까지 안 하려고 하는데요.”
나는 조용히 재킷 속 주머니에서 호신봉을 꺼냈다.
“저 이거 배운 거 아시잖아요.”
“그, 그렇죠.”
“심지어 직접 알려주셨잖아요.”
덕수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데 왜 그렇게 걱정하세요. 게다가 이제는 성인이에요.”
“공자는 아직…….”
덕수 씨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친칠라니까요.”
아놔. 미치겠네.
“선생님 때문에라도 일주일간 집에 안 가요.”
“안 돼!”
나는 후다닥 일어났다.
“그럼 다음에 또 올게요!”
“공자 안 됩니다!”
나는 훌훌 달려갔다. 뒤에서 덕수 씨가 내 이름을 불렀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와, 진짜 가출하는 거 같다.’
오랫동안 조깅을 해서일까. 아무리 달려도 지치지 않았다. 나는 계속 거뜬하게 뛰면서 보육원을 벗어났다.
나는 차에 올라타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생각해 보니까 기가 막혔다.
‘애초에 가는 곳 밝히는 게 가출이 아니잖아.’
게다가 이제는 힘도 강했다. 물론 그래서 조절을 못 하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새삼 깨달았다.
‘내 주위 다들 과보호네.’
어렸을 때 무탈하게 크면 좀 나아졌을 텐데, 유괴니, 스토커니 난리를 쳤더니 마음에 상처가 생기신 모양이었다.
‘뭐, 이해는 합니다만 좀 너무하잖아요.’
나는 액셀을 밟으며 고개를 저었다. 성인이 되었지만, 어째 더 심해진 느낌이었다.
* * *
마스크를 쓰고 호텔에 체크인했다. 그냥 모텔로 할까 싶었지만, 그래도 덕수 씨 부탁을 마냥 배제할 수는 없었다.
‘애는 강하게 키워야 하는데 말이야.’
이렇게 자라면 진짜 자기밖에 모르고 허약하며, 이기적인 애로 자랄 텐데 말이다. 교육에 안 좋았다.
‘애가 성인 되면 인격파탄자가 될 텐데.’
어라.
‘음, 생각해 보면 나 성인이구나.’
새삼스럽지만 다 자라 있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트렁크에 옷가지를 정리했다.
룸 안은 조용했다.
‘그러고 보니 마공자가 된 후에는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혼자 있는 적은 거의 없지.’
항상 경호원과 매니저가 있었다.
‘신기한 느낌이네.’
나는 챙겨온 대본과 시나리오를 꺼냈다. 익숙한 감독님 이름이 보였다.
‘뭐, 다들 잘하고 계시지.’
캐스팅된 작품은 다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다. 그러다 보니 앞다퉈서 출연료를 올렸다.
‘너무 올라가서, 내가 동결시켰지.’
제작에 들어가는 돈을 빤히 아는데, 그렇게 많이 받을 필요는 없었다.
‘솔직히 배우보다는 스탭들 처우 개선을 해야 하는데 말이다.’
한류의 영향으로 영화랑 드라마는 모두 세계로 뻗어갔다. 아시아권에서 한국 작품은 이미 오래전에 허들이 낮아졌지만, 이제는 완전히 세계로 향했다.
‘덕분에 나도 세계적으로 알려졌지.’
생각해 보면 재미있는 일이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되려면, 할리우드 진출밖에 답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류라는 새로운 방법이 나왔다.
‘항상 한류는 곧 사라진다고 했지만, 해가 갈수록 저변만 넓어진다니까.’
인지도가 좋아졌다. OTT의 흥행으로 더는 방송국이 중요하지 않아졌다. 솔직히 여기까지는 내가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삶이었다.
‘아니다. 좀 더 영향력이 커졌지.’
내 존재 때문인지 모르지만, 흥행작이 더 많아지긴 했다. 문화 사업에 대한 이익이 더 커져서일까. 북미 쪽에서도 아낌없는 투자가 이루어졌다.
‘예산과 시간을 주면, 좋은 작품이 나오기 마련이지.’
확실히 인기작 수가 많아졌다.
조금 웃음이 나왔다.
‘한 것도 없는데, 내가 뭘 할 기분이군.’
연기에 최선을 다했지만, 나는 그래도 연기자일 뿐이었다. 작품은 연기자 한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었다.
‘이쯤에서 스탭들 처우 개선 얘기하면, 괜찮으려나.’
좀 더 완전무결한 이미지가 있으면 달라질까.
‘이건 좀 생각해 봐야겠다.’
나는 대본을 폈다가 다시 닫았다. 이번 생에서 처음으로 한 가출이었다.
‘이럴 때는 역시 술이지.’
생각해 보면 마공자가 된 후에 혼자 술을 마셔본 적이 없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마스크와 스마트폰을 챙겼다.
‘아, 이거 빼먹을 뻔했네.’
나는 호신봉을 소매 안쪽, 주머니 속에 넣었다.
‘평소에는 재킷 주머니에 넣긴 하지만, 지금은 경호원이 없으니까 말이야.’
내가 유괴당한 후로, 내 옷 소매에는 이런 주머니가 생겼다. 물론 안산댁이 달아준 거긴 했다.
‘다 이렇지는 않지만 말이야…….’
물론 반소매엔 없었다.
‘그래도 이런 주머니 꽤 다셨지.’
나는 소매에 항상 호신봉을 넣고 다녔다. 솔직히 이건 나보다는 엄마를 위해서였다.
‘담대하신 척했지만, 누구보다 걱정하셔서일까.’
악몽을 꾸고 눈을 뜨면, 엄마가 내 옆에서 주무실 때가 꽤 계셨다.
‘나중에 누나한테 들었어.’
엄마도 악몽에 시달리고 계셨다.
‘지금까지 내게 내색은 안 하시지만 말이야.’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 효도 잘하는 건가.’
배우로서 자리는 잘 잡혔지만, 이게 효도인지는 갈피가 잘 잡히지 않았다.
‘엄마는 날 보면 항상 웃으시긴 하지만…….’
진정한 효도는 뭐지.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은데 말이야.’
어째 나만 행복하게 사는 거 같았다.
‘이것도 생각해 봐야 하나.’
나는 호신봉을 소매 속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그건 그거고. 지금은 일탈의 시간이지.’
무슨 맥주를 사면 좋을까. 아예 소맥을 말까? 나는 신분증을 챙기면서 깡충깡충 뛰어갔다.
‘그냥 호텔에서 혼자 맥주 사러 가는 게, 이렇게 신나다니!’
꽤 가성비 좋은 일탈이네, 이거.
나는 마스크를 쓰면서 호텔 문을 닫았다.
* * *
한밤중에 맥주를 사는 건 매우 즐거웠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게 있었다.
‘편의점이 멀다.’
룸서비스를 시킬까 싶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건 편의점 가서 고르는 재미가 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편의점이 좀 멀었다. 블록을 한참 지나서야 저 멀리에 보였다.
‘그런데 올 때는 몰랐는데 말이야.’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간판들에 낯선 외국어가 쓰여 있었다.
‘어느 나라 말이지?’
이건 매우 귀한 기회였다.
‘낯선 음식을 한국에서 먹을 기회라니!’
일단 맥주 사고, 이곳저곳 들를까.
나는 인적 없는 길로 들어갔다. 건물과 건물 사이여서 그런가. 어둡고 길이 평평하지 않았다.
‘가끔은 이런 곳도 가야지.’
그동안 너무 곧게 뻗은 길만 다녔다니까.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계속 걸어갔다.
도로 위에 차들이 헤드라이트가 빛났다가 사라졌다. 낯선 소음들이 들렸다.
‘이한조일 때는 이런 야경이 일상이었지만, 마공자로서는 처음인 순간이군.’
그간 얼마나 케어를 받았는지 사무쳤다.
‘뭐, 혼자 어디론가 간 적이 거의 없으니까 말이야.’
바람결에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기분이 매우 좋았다. 나는 웃으면서 걸어갔다.
‘정말 기분이 붕붕 뜨네.’
그냥 걸어가는 거뿐인데 말이다.
‘안 되지.’
나는 바로 마음을 다잡았다. 오랜 경험으로 알았다. 이렇게 이유 없이 즐거울 때, 위험한 것도 같이 왔다.
‘내가 얼마나 많이 당했는데.’
마공자의 인생은 좀 행복하다 싶으면 뭔 일이 생겼다.
‘그래서 설마?’
나는 혹시나 해서 슬쩍 뒤를 바라보았다.
‘어?’
생각보다 본능이 빨랐다. 나는 소매 속에 든 호신봉을 바로 손에 쥐었다.
휙-
검은 인영이 뛰어와서 덮쳤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