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77)
277
처음 호신봉을 배울 때 덕수 씨가 말했다.
‘모든 무술은 동작을 반복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 루틴부터 반드시 익혀놓으세요.’
무슨 말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런 내 궁금증이 깨지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나는 그날 몸풀기 외에는 죽어라 같은 동작을 반복해야 했다.
‘처음에는 한 손 휘두르기였지.’
연습용 호신봉을 휘두르는 걸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팔 근육이 격통을 호소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땐 또 하필이면 코인이 별로 없을 때였지.’
덕수 씨 흉터를 싹 지운 시점이라서, 코인도 쓸 수 없었다.
‘가끔 생각하지만, 이 코인 말이야. 진짜 필요할 때는 없다니까.’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물론, 이건 내가 코인을 싹싹 긁어서 쓴 탓이었다.
‘하지만 코인은 내가 꼭 필요한 건 깡그리 가져간단 말이야.’
인생이 쉽지 않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건가.
‘물론 이번 생은 뭐든 쉽긴 하지만…….’
어쨌든 회복도 없이 동작을 익힐 때는 굉장히 힘들었다.
하지만 땀은 배신하지 않는 법이었다. 어렵게 얻어서 그런가. 나는 자다가도 이 동작을 할 수 있었다.
일단, 체중을 실은 몸을 피하는 것부터 먼저였다. 나는 오른쪽으로 중심을 이동했다.
휙-
팔이 날아왔다. 그때 턱이 살짝 따끔했다.
‘이런 젠장.’
나는 그제야 남자가 흉기를 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흉터 생기면 안 되는데!’
감히 국보로 지정해야 하는 이 얼굴을!
나는 바로 팔을 움직였다. 호신봉이 나를 덮친 남자의 무릎을 후려쳤다.
“큭!”
남자는 짧은 비명을 지른 채, 다리를 부여잡았다. 나는 다시 자세를 돌리고 주위를 둘러 보였다. 다른 한 명이 주춤거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다니는 모양이었다.
‘일단 총은 없나 보네.’
나는 덕수 씨에게 배운 대로, 상대방이 든 무기부터 가늠했다. 다행히 이 남자도 칼이었다.
두고 볼 필요가 없었다.
나는 호신봉으로 칼을 든 쪽 관절을 내려쳤다.
콱- 우득-
관절이 어긋나는 소리가 들렸다. 별로 좋은 울림은 아니었다.
그들은 외국어로 외쳤다. 솔직히 들어도 어디 언어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적어도 메이저한 언어는 아닌 거 같네.’
그런 거라면 내가 알았을 테니까 말이야.
그들은 고통에 겨워했다. 나는 호신봉으로 정확하게 목덜미를 내려쳤다. 물론, 이건 힘 조절을 잘해야 했다.
‘잘못하면 사람 하나 골로 보내니까 말이야.’
무릎을 다친 사람이 그대로 쓰러졌다. 동료가 쓰러지자, 다른 쪽은 막무가내였다. 그는 다른 팔로 칼을 휘둘렀다.
‘호신봉이 더 길지.’
나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다시 호신봉을 휘둘렀다.
탁-
경쾌한 소리와 함께, 상대의 팔뼈가 또 어긋났다.
‘아, 이번에는 힘이 너무 들어갔네.’
덕수 씨가 이러면 안 된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바로 목 뒤를 쳤다. 그러자 괴한은 바로 기절했다.
툭-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갑자기 적막이 내려앉았다.
‘아, 이런…….’
그러고 보면, 사람을 실제로 친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일까. 손이 떨렸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나를 칼로 찌르려는 사람이었어.’
봐줄 이유가 없었다.
찬 바람이 머리카락을 흐트러트렸다. 나는 침착하게 내가 해야 할 일을 했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했다. 엄마가 위험할 때 전화하라는 번호였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들, 호텔 잘 들어갔니? 그런데 말이야. 빨리 오는 게 좋을 거 같아.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엄마. 저 사고 친 거 같아요.”
-뭐?
나는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말했다.
“사람 둘을 기절시켰어요. 물론 저쪽이 먼저 칼 들고 덮쳤어요.”
스마트폰 너머로 엄마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짧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나를 혼내겠지?’
나는 쓰러진 사람들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지만 엄마의 말은 의외였다.
“어디니? 지금 뜨는 위치가 맞니?”
“네.”
“공자야. 이 뒤는 내가 해결할게.”
어라.
“엄마. 아니, 그러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어. 전담반 보내줄게.”
저, 전담반? 그런 게 있어요?
나는 눈을 깜박였다. 하지만 엄마는 단호했다.
“이미 프로토콜 다 짜놨어. 우리 공자가 격투기를 배웠을 때부터 말이야.”
엥?
-CCTV 있니?
“근처 가게는 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여기를 비추는지는 모르겠어요.”
-괜찮아, 공자야. 일단 거기 그대로 있어. 통화는 끊지 말고.
“네.”
먼지 섞인 바람이 불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에어컨 실외기만 보였다.
‘이렇게 으슥한 곳이었구나.’
이 사람들은 그럼 뭘까. 평범한 강도일까?
‘그런데 외국이면 모를까. 서울에서 칼 든 강도라니?’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왜일까. 머리가 좀 어지러웠다.
‘뭐지…….’
큰일을 겪고, 긴장이 풀려서인가. 그런데 많이 놀라긴 했지만, 기운 없을 정도는 아닌데?
뭔가 좀 이상했다.
엄마가 말했다.
-공자야?
“엄마. 진짜 옛말이 맞아요.”
-뭐?
“집 나가면 고생이에요.”
모르진 않았지만, 이런 식으로 확인하게 되다니.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저 갑자기 눈이 가물가물해요.”
-공자야!
“칼 맞았는데, 그 칼에 뭐가 있었나 봐요. 이 사람들, 우발적인 범죄는 아니네요.”
하긴, 나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옷차림도 지금은 평범했다. 가출할 때 고가품은 다 두고 왔었다.
의식이 가물가물했다.
‘이거 누가 의뢰한 거겠지?’
이 외국인은 사주받고 한 걸까.
‘진짜 이럴 수가 있나?’
여기 대한민국 아닌가요?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의식이 점점 꺼져갔다.
“엄마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공자야!
“집 밖은 진짜 위험하네요.”
맥주 한번 마시려고 하다가, 골로 가겠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나는 뇌진탕을 방지하고자, 벽면에 주저앉았다.
바람은 여전히 시원했다. 눈앞이 곧 까매졌다.
‘설마 눈을 뜨면 낯선 천장인 거 아니겠지.’
12살 때 피한 유괴를 성인 되어서 당하면 너무 낯 팔리는데. 아니다. 이건 납치인가?
그게 내가 한 마지막 생각이었다.
나는 스마트폰을 꽉 쥔 채, 그대로 기절했다.
* * *
시야가 흐릿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눈을 깜박였다. 일단 천장을 확인해야 했다.
“아…….”
나는 벌떡 일어났다. 사실 천장을 확인하지 않아도 알았다. 익숙한 방이 한눈에 들어왔다.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다, 다행이다.’
익숙한 집이었다.
‘일단 납치당한 건 아닌가 보네.’
나는 팔다리를 움직여 봤다. 다행히 거동에는 문제없었다.
‘아, 맞다. 내 턱!’
나는 손으로 턱을 매만졌다. 습윤밴드가 느껴졌다.
‘흉터 생기려나.’
뭐, 그러면 코인으로 고치자.
‘자막님이 모은 코인을 또 깡그리 긁어갈 테지만 말이야.’
그나저나 이 얼굴을 공격하다니.
‘내가 얼마나 금이야 옥이야 아끼면서 사는데!’
이 외모는 인류의 보물이란 말이다!
‘진짜 열심히 아껴도, 이런 일이 생기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도 몸이 무사하다는 걸 알아서, 겨우 안심이 되었다.
솔직히 정신이 없었다. 무심코 이마를 짚다가 알았다. 링거가 달려 있었다.
‘내 방에서 링거라니…….’
왜 병원에서 깨지 않았는지 알 거 같았다.
‘아예 의사를 불렀구나.’
나는 천장에 매달린 수액을 바라보았다. 뭔가 특수한 약품이 있는 거 같지는 않았다.
‘음, 아직 정신이 흐릿한 건 괴한 칼에 묻어 있던 약 때문인가.’
아무래도 심각한 건 아닌 모양이었다. 만약 그랬더라면 깨어난 건, 정말 병원이었을 것이다.
그제야 이 생각이 들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나는 다시 이마를 짚었다. 열은 안 나는 거 같은데, 아직도 머리가 멍했다. 생각이 명확하지 않아서일까. 솔직한 바람이 입 밖으로 나왔다.
“엄마 보고 싶다.”
내가 말하고, 내가 부끄러웠다. 아니, 왜 성인이 되었는데 사고를 당하니 엄마가 보고 싶지.
‘이렇게 의존하면 안 되는데…….’
너무 사랑받고 자라서인가. 내 독립심이 매우 작고 연약했다.
‘앞으로는 독립심 좀 키우자.’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반성하자, 마공자. 이제 성인이니 네가 효도를 해야지.
‘든든한 아들이 되고 싶은데, 갈수록 사고 치는 자식이 되는 거 같다.’
나는 괴로움에 신음을 뱉었다. 부끄러워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때였다. 갑자기 문이 열렸다. 나는 고개를 빼고 들어온 이를 바라보았다.
“어?”
쟁반에 물잔을 들고 온 건, 좀 의외인 사람이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형이 왔어요?”
“뭐야. 나는 오면 안 돼?”
“아니, 형 바쁘잖아요.”
마신은 친절하게 컵에 물을 부었다. 그러더니 방긋 웃으며 말했다.
“마셔. 물 많이 마시래. 약 기운 빠져나가려면.”
“아, 역시. 이거 약이었군요.”
나는 마신이 준 물을 조용히 삼켰다. 마신 녀석은 내 침대에 올라와서 앉았다.
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신이 형. 저기 의자도 있는데요.”
“침대 넓어.”
“아니, 그렇긴 한데…….”
마신 녀석은 계속 생글생글 웃었다. 나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요. 그냥 앉아 있어요.”
“공자는 판단이 빨라서 좋아요.”
“그래서 포기도 빠르죠. 그런데 왜 형이 물을 가져왔어요? 집에 사람 없어요?”
마신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안산댁이 너 엄청나게 걱정했어. 고모야 뭐 말할 것도 없고. 마리한테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건 다행이었다.
“아무리 누나라도 지금 조금 힘들 거예요. 기자회견이란 거, 피곤하잖아요.”
“음, 그런 이유는 아닌데?”
엥?
“너 다친 거 알면 마리가 난리를 칠 거 같아서 일단 숨길 거야.”
그, 그런 이유라니.
“이왕 난리 치려면, 범인한테 난리 치는 게 나으니까.”
저, 저기요?
“다행히 이번 일은 범인은 빨리 잡혀서 말이야.”
“누구예요?”
“사주받은 거였어. 그 사람들은 불법체류자더라.”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예 비자도 없어. 인천을 통해서 들어왔거든. 비자 받고 일하다가 불법체류자가 된 케이스는 아니야.”
나는 이마를 짚었다. 생각보다 본격적이었다.
“그러니까, 절 해치려고 그런 사람들을 외국에서 불법으로 고용해서 한국까지 배달했다는 거네요?”
“그렇지?”
이런 미친.
“왜요?”
“글쎄. 왜일 거 같아?”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마신을 바라보았다.
“아니, 이러기에요?”
“응. 이러기야.”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마신 녀석은 날이 가면 갈수록 나잇값을 못 했다.
‘어쩔 수 없지.’
이럴 때는 협박이 최고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