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79)
279
저기요.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뭐라고? 의지?
‘그걸 내가 왜…….’
말할 가치가 없었다. 마신이 가져온 물이나 마시자, 녀석이 살짝 뺨을 긁었다.
“왜 안 웃어?”
“농담이었어요?”
“응.”
나는 손을 들어서 마신의 어깨를 잡았다. 물론 그건 천 너머였다.
“신이 형. 어디 가서 농담하지 마세요.”
거참, 더럽게 재미없습니다.
“사람마다 재능있는 부분이 다른 거예요.”
“그 정도야?”
나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마신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도, 따듯한 농담인데.”
“너무 추워서 북극 같은데요.”
“요즘 더워서 북극 얼음이 많이 녹긴 했지. 다 나의 따듯함 때문일 거야.”
이런 미친. 얘가 왜 이러지?
‘한우진 닮아가나?’
내 주위에 개소리하는 사람 많은데, 그중에 제일은 우진이 형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지금 1위 쟁탈전 하나?’
하지만 말입니다. 제가 한우진을 한두 해 상대해 봅니까?
나는 순순히 동의했다.
“그래요. 다 형 때문이에요.”
“응?”
“환경 오염이 극심한 이유요.”
마신 녀석이 눈을 깜박였다. 자고로 개소리의 천적은 개소리였다.
‘물론 이렇게 하소연하면 한수윤이 그랬지.’
-공자야. 나는 개소리의 반대말은 고양이 소리 같아.
생각해 보면 똑같은 놈이었다. 지구상에 한 명만 있어도 되는데, 세월이 지날수록 바이러스처럼 증식하는 게 문제였다.
“음, 그거 내 탓 되는 거야?”
“네. 형 탓이 아니고 싶으면, 자연보호에 힘쓰시면서, 어디 가서 그런 말도 안 되는 농담 하지 마세요.”
나는 팔등을 문질렀다. 개소리에 몸이 아직도 소름이 돋았다.
“음, 성진 그룹은 대체 에너지 개발에 노력하고 있긴 해.”
이 자식이 말을 돌리네.
“그렇군요.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그렇게 넘어가지 말고. 그런데 나를 의지하란 건 진짜야.”
“저기요.”
나는 마신의 어깨를 다시 잡았다.
“형이 절 의지하면 모를까, 제가 형을 의지해요?”
얘가 왜 이러지. 뭐 잘못 먹었나?
“음, 그렇게 생각해?”
“네.”
마신은 눈을 깜박였다. 그러다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아하하하!”
이봐요. 뭐가 웃긴대?
도무지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얘가 후계 과정 진행하느라, 심적으로 매우 힘든 모양이었다.
“진짜. 너답다.”
“뭐가 저답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칭찬으로 알아듣겠습니다.”
“아하하하!”
마신은 턱을 괴고, 내 머리카락을 살짝 잡았다. 처음에는 이게 뭐냐 싶었지만, 지금은 알았다. 이건 마신 나름대로 애정 표현 비슷했다.
“기다려. 금방 해결해 줄게. 적어도 너에게 피해는 안 주게 말이야.”
마신 녀석은 조금 웃었다.
“아직은 내가 뭔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뭔가 고민이 많아 보였다. 솔직히 저쪽에 대해서 잘 몰라도, 대강은 느끼는 게 있었다.
‘복잡하겠지.’
평범하게 사이 안 좋은 집안에서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돈 천만 원에 칼부림이 났다. 그게 대기업이면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게다가 변수가 많으니까 말이야.’
전생에서는 마신은 여기까지 오기도 전에 죽었다.
나는 마신을 보면서 말했다.
“신이 형. 이겨요.”
“응?”
“이왕이면요. 지지 마세요.”
마신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고마워. 꼭 이겨야 하지만 말이야.”
“상황 불리해요?”
“아니. 내가 이겨. 그런데 지키는 싸움이랑, 뭔가를 얻으려는 싸움은 다르잖아.”
마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의미에서, 응원 좀 해줘.”
“여태 했잖아요.”
“그래도. 좀 더 해줘.”
이 녀석, 진짜 심적으로 힘들긴 한가 보군.
“신이 형. 져도 제가 먹고살게는 해줄게요.”
밥은 줄 수 있을걸. 아마.
마신은 다시 베개에 입을 막고 웃었다.
“아하하하하!”
“진짜예요. 그간의 정으로 밥은 먹게 해줄게요.”
“그거 굉장한 응원인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밥만 주는 건데…….’
어떤 밥일지는 모른다고. 고급 한정식 매일 준다는 거 아닌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신은 눈물을 흘려가며 웃었다.
“아, 진짜. 알았어. 열심히 할게.”
마신은 몸을 일으키며 중얼거렸다.
“마공자 밥 뺏어 먹으면 안 되지. 우리 공자는 남 돕느라, 재산도 몇 억 안 되는데.”
저기요.
‘몇 억이라는 게 중요하거든요?’
너 직장인이 1억 모으려면 얼마나 삽질을 해야 하는지 아냐?
‘스무 살인데 몇 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거라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마신은 방긋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 슬슬 일 좀 진행시키러 갈게.”
“네.”
“아, 공자야.”
마신은 방긋 웃었다.
“모든 일이 다 끝나면, 오히려 내가 해줄게.”
엥, 뭘?
“밥 먹여줄게.”
저기요.
순식간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괜찮습니다. 사양할게요.”
“왜? 돈 많은 백수. 좋잖아.”
순간 좋다고 하려다가 참았다.
“저 배우거든요? 그럭저럭 유명해요.”
마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럭저럭?”
“대한민국 대표 배우, 마수정의 아들이 되어서 노출이 쉬웠죠. 어렸을 때 귀여운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갔고, 그렇게 아역부터 시작했어요. 유괴, 납치, 스토커를 견뎌내고 아역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이제 성인이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 보니 과제가 많네요. 여태까지 제 연기나 모습에 대중은 굉장히 관대했거든요. 어렸을 때 보아온 정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겠죠.”
연기력 증명이야 수없이 했지만, 이제 어떻게 될지는 영 알 수 없었다.
마신이 물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네.”
“와, 공자야. 네 약점 많이 알았지만, 그중에 하나를 제대로 안 거 같아.”
엥?
“넌 정말, 뭐랄까. 그래. 네 위치를 모르는 거 같아. 겸손이 문제가 아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무슨 뜻이에요?”
마신 녀석은 환하게 웃었다.
“음, 비밀이야.”
다시 물을 새도 없었다. 녀석은 문을 닫고 나갔다.
‘저, 저 자식!’
사람을 열 받게 하는 방법의 하나가 했던 말 끊고 가는 건데!
나는 붙잡을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뭐, 다음번에 만나면 알려주겠지.’
시간이야 많으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약이 체내에 남아 있어서일까. 괜히 핑 돌았다.
나는 마신이 준 물을 마셨다. 뭔지 모르지만 빨리 체내에서 빼내는 게 낫겠지.
컵은 곧 바닥을 드러냈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이 더 필요했다.
* * *
“어머, 공자야. 가져다주려고 했는데!”
내가 나오자, 안산댁이 물잔을 들고 말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제가 나와서 마시면 되죠, 뭐.”
“몸 괜찮니?”
“네. 팔팔해요.”
살짝 휘청거렸지만, 그거 말하면 안산댁 걱정하겠지.
내가 살짝 웃으니까, 안산댁은 나를 꽉 안았다.
“우리 공자, 험한 일 많이 당해서 걱정이야.”
“괜찮아요.”
“어휴. 내가 우리 공자를 두고 은퇴할 수 있으려나…….”
어, 어라.
“이모 일 관두세요?”
“나이가 좀 있다 보니까, 좀 그렇지?”
아이고야.
나는 다리를 굽혀서 안산댁 어깨에 이마를 댔다.
“이모. 저 그놈들한테 당한 건 괜찮은데요.”
“응?”
“이모 은퇴하는 거에는 제대로 충격받았어요.”
물론 나도 알았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부쩍 팔 근육을 주무르는 안산댁을 볼 때마다, 슬슬 은퇴하시겠다 싶었다.
하지만 말입니다.
“막상 닥치니까, 더 슬퍼요.”
“공자야. 이모 이제 나이가 들었어.”
“그래도요.”
나는 조심스럽게 안산댁 등에 팔을 올렸다. 익숙한 반찬 냄새가 났다.
“우리 공자가 훌쩍 자란 만큼, 내가 나이를 먹었잖니.”
“아직 건강하시잖아요.”
“힘에 부쳐. 그런데 우리 공자가 무탈해야 할 텐데…….”
안산댁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애가 물병에 맞지 않나, 납치를 당하지 않나. 유괴당해서 맨날 법정에 서더니, 이제 좀 살 만한 줄 알았는데. 이게 다 무슨 일이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도대체 우리 공자는 무탈할 날이 오긴 하니?”
“오, 오겠죠. 뭐.”
안 오면 오게 하면 됩니다.
“너무 예쁜 아이라서, 초년 생이 험한가 했는데 이제는 성인이잖니! 왜 지금도 이런 일을 겪고 그러는 거야. 이모 속상하게.”
그, 그러게요. 주위가 저를 내버려 두지 않네요.
‘바꿔 말하면 그만큼 유명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동서양 막론하고 유명인은 힘든 법이었다.
‘뭐, 유명세보다 좀 험난한가 싶긴 하지만요.’
아직 가야 할 길이 구만리인데, 벌써 지진과 해일이 닥친 느낌이었다.
‘이제 시작인데 말이야.’
안산댁은 내 얼굴을 매만졌다.
“내가 이걸 두고, 잠이 오려나.”
“그러니까 그만두지 마세요.”
“안 돼. 이모 이제 팔 아파. 평생을 몸 쓰는 일 했더니, 뼈가 시려.”
나는 안산댁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주름이 확실히 예전 같지 않았다.
“그래도 아직 건강하시잖아요.”
“그야, 큰 병 앓은 뒤로는 몸 관리 열심히 했으니까. 그때 이후로 인생 2막을 사는 기분이었어.”
“이모, 120세 시대래요.”
“우린 아직 80세야, 공자야.”
슬픈 말씀 하시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그만두시더라도 여기 사시면 안 돼요?”
“그러면 안 되지.”
“그럼 근처에 어때요?”
혹시나 해서 물었다. 안산댁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공자야. 여기 집값 비싸.”
그, 그렇지. 여기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할 정도로 비싼 동네지.
“이모, 하나만 약속해 줘요.”
“뭐?”
“은퇴하고 사실 곳이요. 저랑 엄마가 정한 곳으로 하세요.”
“공자야. 이모 돈 별로 없어.”
“없으면 그 집 제가 살 테니까 전세로 들어오세요.”
제가 그럴 능력은 있습니다.
안산댁은 입술을 꽉 다무셨다. 오랜 시간 같이 살아서 알았다.
‘울음 참고 있는 거지.’
안산댁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공자야. 진짜 그러지 않아도 돼.”
“그렇게 말하면 엄마 섭섭해하세요.”
아마 안산댁이 앞으로 살 곳은 엄마가 다 마련해 두셨을 것이다.
“공자야. 이모를 염치없게 만들지 마렴.”
“이모. 이런 말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요.”
나는 간곡하게 말했다.
“우리 가족이잖아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