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81)
281
“저도 몰랐는데, 제가 어디 가나요?”
왜 놓지 않는다고 하지?
“공자 너 가면, 대학원에서 노예 생활하는 우리 딸들 쫄쫄 굶는 거 알지?”
“아, 누나들 건강하세요?”
“건강이야 하지. 애들이 노예 생활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지.”
어이구야.
“저는 두 분께서 학문으로 나가실 줄 몰랐어요.”
“우리 살쾡이 같은 공주님들은, 원래 꽂히면 아무것도 안 보는 분들이시니까.”
그래도 연구 분야가 좀 재미있었다.
“장내 미생물 연구니까요.”
“어렸을 때 변비로 고생을 많이 해서 말이야.”
“야채 드시고, 물 많이 마셔서 나으신 거 아니었어요?”
“그건 시작이었지.”
서 사장은 고개를 푹 숙였다.
“어렸을 때야 그거로 끝났지.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엄청난 게 닥쳤어.”
스트레스 때문인가.
“고생하셨죠. 진짜.”
“응. 먹는 거만큼 중요한 건, 나오는 거라는 걸 나도 처음 알았단다, 공자야.”
서 사장은 고개를 들었다. 안경에 감춰진 두 눈에 물기가 촉촉했다.
“그렇게 열이 받으셨는지, 두 분 다 학과를 장내 미생물 연구로 정하셨더라. 내 따님들 다 유산균이 낳은 괴물이 되었어.”
그건 무슨 괴물이지? 다른 건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수, 숭고해.’
두 분 다 남다른 만큼, 한번 정하면 쭉 밀고 가는 끈기가 있으셨다. 잘 모르지만, 갑자기 공부한 거치고는 위로 팍팍 올라가셨다.
‘합격하셨을 때 놀랐지.’
괜히 서 사장이 출장 뷔페 부르고 잔치를 연 게 아니었다.
“괴물은 아니죠.”
“약간 재앙 같긴 해.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어.”
“그, 그럼 평소에 뭐로 막는데요?”
“간장 반 양념 반 치킨?”
제물을 바치나 보네. 치, 치킨이 위대해서 다행이었다.
“아무튼, 어쩌다 보니 두 분 다 대학을 잘 가게 되어서 말이야. 가끔 비결을 묻는 사람에게 말하기가 참 그렇단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냥 두 분 다 열심히 공부하신 거잖아요.”
“댁의 자제분도 지독한 변비에 걸려보시라고 할 수는 없잖아.”
그, 그런가.
“저는 범죄만 아니면, 어디로 가든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수능 잘 봐서 좋은 대학 가신 거면, 계기는 상관없지 않을까.
“하긴. 그래도 우리 딸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정정당당하게 좋은 대학에 간 거니까! 자, 그런 의미에서! 공자, 너는 못 준다!”
뭐, 달라는 사람이라도 있었나. 왜 이러시지?
“무슨 일 있어요?”
“너와 나의 계약 기간이 있지.”
아.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전적으로 어머니에게 맡길 거예요.”
“수정이는 공자 뜻대로 하라던데?”
“의논해 볼게요.”
나는 아역 때부터 함께 한 탑 라인이 좋았다. 어쩌다 보니 20년 동안 한 회사에 있던 셈이었지만 말이다.
“공자야. 네가 우리 회사에 70% 벌어온단다.”
많이 벌긴 하군.
“그렇군요.”
“네가 가면 우리 개털이야.”
나는 조금 웃었다. 말만 저렇게 하지, 굵직한 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소속 배우들이 다른 회사로 잘 안 가잖아요. 서 사장님 인품 보고요.”
“내가 열심히 하긴 하지. 공자 덕분에 회사 건물도 바꾸고 그랬지.”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하세요.”
“그래도 가면 안 되니까. 놓치지 않을 거야. 우리 공자. 내 보물!”
저러면 괜히 다른 마음 드는데 말이야.
나는 방긋 웃었다.
“삼촌. 저 삼촌이랑 오래 일하고 싶어요.”
“그렇지? 공자야?”
“그런데 긴 인연을 위해서 한번 나갔다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요!”
“안 돼!”
서 사장은 내 옷자락을 잡았다. 운동복이라서 그런지 쭉쭉 잘 늘어났다.
“공자야. 그러면 안 된다. 네가 우리 회사 70%라니까.”
“좋은 배우들 많은 거 알아요. 단지, 제가 조금 많이 벌 뿐이죠.”
“안 돼! 세상에서 제일 나쁜 게 줬다 뺏는 거야!”
나는 방긋 웃었다.
“서로를 위해서 잠시 이별할 수도 있잖아요.”
“공자 너 자꾸 이러면 말이야! 나 가만있지 않을 거야!”
어라, 협박?
내가 눈을 깜박이자, 서 사장이 작게 중얼거렸다.
“나, 나는 할 수 있다고!”
말끝이 사정없이 떨렸다.
“뭐 하시려고?”
“뭐든 네가 힘들겠지!”
진짜 협박이었다.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또 춤추시게요?”
서 사장은 갑자기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그, 내 춤이 그렇게 별로니?”
“네.”
솔직히 시각 테러를 형상화하면 그런 형태가 될 거 같긴 했다.
‘건전해서 더 대단하다니까.’
어떻게 노출 하나 없이, 그런 형용할 수 없는 일을 벌이는 걸까.
“큽. 주위가 다들 말려서, 나 그만뒀어. 내 제2의 꿈은 댄서였다고.”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세상은 취미로만 하는 게 좋을 때가 있는데, 사장님의 춤이 그런 거 같아요.”
서 사장은 내 옷을 붙잡고 절규했다.
“꾸, 꿈은 꿀 수 있잖아!”
음, 진짜 춤에 뜻이 있었나.
‘하지만 세상에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있으니까.’
행위로 구토를 유발할 정도면, 영원히 봉인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말입니다.
“사장님. 제가 간곡하게 부탁드려요.”
“뭐, 뭘?”
“한우진과 만나지 마세요.”
둘이 같이 있으면 어떻게 될지, 안 봐도 뻔했다.
‘한 명은 탭댄스, 한 명은 씰룩씰룩…….’
나는 조용히 이마를 짚었다. 그런 비극은 지구상에 일어나면 안 되지 않을까.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지 마세요.”
“공자야. 너, 너무하다. 나 진심으로 상처받았어.”
“많은 사람이 사장님 춤을 보면, 진심으로 마음의 트라우마가 생길 거예요. 솔직히 저도 안 본 눈 사고 싶은걸요.”
서 사장은 고개를 푹 숙였다.
“네가 그런 말을 하니까 내가 할 말이 없잖아.”
“그렇군요. 하지만 삼촌. 하나는 얘기해 주셔야죠.”
“뭐, 뭘?”
나는 방긋 웃으며 물었다.
“뭐 하려고 하셨어요?”
서 사장은 한걸음 물러섰다. 그리고는 갑자기 운동기구에 기댄 채 중얼거렸다.
“우, 울려고 했지.”
그렇군.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건데!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우는데, 그거 너한테 쓴다니까!”
“아, 네.”
“그렇게 지나가지 말고!”
나는 땀을 닦으며 지나치려고 했다. 그러자 서 사장은 내 팔을 잡았다.
“나 버리고 가면 열 걸음도 못 가서 발 냄새가 날 거다!”
엄청난 저주였다.
“네. 네.”
“나만큼 너를 잘 아는 사람 없다! 너 지금 이 사람 왜 이렇게 주책이지? 라고 생각했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엥? 아니야?”
“네. 그냥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서 사장의 팔이 떨어졌다.
“뭔가 긴장되는 일인가 봐요. 삼촌, 농담 많이 할수록 큰일이 벌어진 거잖아요.”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말해봐요. 각오했어요.”
서 사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공자야. 네가 성인이긴 한가 보다. 내가 탈탈 털리네.”
“이제 와서요? 얼마 전에 포도 주스로 축하해 주셨잖아요.”
“그래도 야. 확 느껴져.”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서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참, 잘 자랐다.”
뭔가 참 새삼스럽군요.
“복근도 좋고.”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확실히 잘 먹고 운동해서 그런가. 몸 상태는 쇠라도 씹어먹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건강하게 해달라는 소원은 이루어진 거 같단 말이야.’
서 사장은 내 팔뚝을 주무르며 말했다.
“공자야. 너 할리우드에서 부른다.”
그렇군.
“안 놀래?”
“아니. 올 게 왔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몇 달 전에 OTT로 나온 드라마는 꽤 인기몰이했었다. 그때 외국어 인터뷰도 요청이 꽤 많이 들어왔다.
“엄청나게 유명한 곳인데? 무려 히어로야.”
“어떤 히어로인데요?”
“그, 새로운 거던데.”
나는 습관적으로 전생의 기억을 뒤져보다 고개를 저었다.
‘또 이러네.’
지금은 벌써 내가 있던 미래가 아니었다. 비슷했지만 확연히 다른 결과가 벌어졌다.
‘그때도 한류가 거세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왜 북미가 한국 콘텐츠에 익숙해진 걸까.
“솔직히 올 게 왔다고 생각해요.”
“야, 그래도 한때는 국내 모든 배우의 꿈이었어.”
“지금은 딱히 그렇진 않을걸요. 영어 공부하는 배우들은 많을 테지만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게요. 그런데 그쪽이 제 몸에 대해서는 모르죠?”
“알걸. 스턴트맨 얘기하던데.”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스턴트 없이 액션 찍는 거 제 꿈인데, 현실이 받쳐주질 않네요.”
“가끔 보면 공자 너는 액션에 엄청나게 집착하더라.”
“꿈은 꿀 수 있잖아요. 어렸을 때는 몸이 팔랑거려서 안 됐고, 지금은 근력이 강해서 안 되고…….”
나는 운동기구에 이마를 댔다.
“무슨 이유가 이렇게 극과 극이죠?”
자막님, 당신은 중도라는 게 없어요?
서 사장은 내 어깨를 토닥였다.
“공자야. 그래도 예술적인 역을 많이 맡아서인지, 네 연기력 가지고 지, 아니 난리 치는 것들 다 사라졌잖니.”
“삼촌.”
“응?”
“이제 욕 쓰셔도 돼요. 저 성인이잖아요.”
“크, 흠.”
서 사장은 헛기침했다.
“그, 그래도 네 앞에서는 평생 말조심하련다.”
“뭐, 이왕이면 욕은 안 쓰는 게 낫죠. 하긴 연기력 논란, 아주 징글징글했어요.”
영화랑 드라마를 몇 번을 성공해야 그 말 좀 안 하는지, 영 알 수가 없었다.
“아직도 있긴 해.”
“이쯤 되면 그냥 마공자는 연기 못한다고 믿고 싶은 거 아닐까요.”
“공자야. 내가 장담한다. 대한민국에서 너만큼 연기 잘하는 아역은 내가 못 봤다.”
나는 고개를 들고 싱긋 웃었다.
“제가 연기를 좀 잘하긴 했죠. 그런데 그게 아역의 범위였나 봐요.”
간다, 나의 성인 연기.
“이미지 변화하고 싶어요.”
“그거 너무 억지로 할 이유는 없는데. 공자야. 그렇다고 해서 벗는 건 안 된다.”
나는 방긋 웃었다.
“성인 연기하면 왜 벗는 걸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보통 그걸 상상하잖냐.”
“그런 배역 엄청나게 들어왔죠?”
서 사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응. 세상에 돈 많은 사람 많더라.”
나는 조금 웃었다.
“금액 세게 불렀나 봐요.”
“깜짝 놀랐지.”
“제가 새하얀 눈밭 같은 이미지잖아요. 누구나 발자국 꾹 남기고 싶나 봐요.”
내 얼굴을 망가트리고 싶은 사람도, 비슷한 생각이었으려나.
나는 습윤밴드 겉을 살짝 매만졌다. 다행히 며칠 있으면 잘 아문다는 얘기를 들었다.
“절대 그런 데 너 안 내보낸다.”
“알아요. 그래서요.”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저 안 나가요.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하나예요. 이상한 거 추천 안 해주시잖아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