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87)
287
흔들거림은 곧 멈췄다. 할머니께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김 기사!”
“아, 죄송합니다. 도로 상황이 좀 이상합니다!”
뭐지. 일하신 지 얼마 안 되셨나?
나는 할머니를 힐끔 바라보았다. 다행히 화를 많이 내시지 않았다.
“10년 동안 한 번도 안 하던 짓을 하는군.”
“죄, 죄송합니다.”
기사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순간, 불길한 느낌이 났다.
‘이런 건 감을 따라가는 게 낫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할머니의 안전벨트를 채웠다.
“뭐냐?”
“안전제일이잖아요.”
“김 기사는 무사 경력 30년이야.”
“네. 그렇지만요, 만일이라는 것도 있고. 일단 도로 상황이 안 좋다고 하시니까요.”
불길한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이상했다.
‘전생에서도 엄마와 마신이가 왜 쉽게 당했지?’
그때도 지금처럼 주의했을 텐데?
나는 백미러를 통해서 운전사 눈만 바라보았다. 운전사의 이마에 땀이 흘렀다.
‘젠장.’
나는 바로 코인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운전사가 입술을 꽉 무는 게 더 먼저였다.
끼이익-
머리가 부딪쳤다. 안전벨트에 몸이 튕겼다. 나는 어렸을 때 탔던 롤러코스터를 떠올렸다.
나는 정신없이 흔들리며 배낭을 꽉 안았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다.
퍽-
돌았던 차가 멈췄다. 차가 뒤집혔는지 시야가 뒤집혔다. 이마 위로 끈적한 것이 흘렀다.
의식이 흐릿했다.
‘이대로 눈을 뜨면, 병원이면 좋겠는데…….’
왜일까. 그건 아닐 거 같아.
나는 의식이 남아 있을 때 속으로 말했다.
‘코인 사용! 나와 할머니 무사하게 해줘!’
[마공자와 나화진이 무사하기 위해서는 30,000코인이 필요합니다.> [대가로 낯선 곳에서 눈을 뜹니다.>남은 코인과 대가를 고려할 틈이 없었다.
“실행!”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피 냄새가 났다. 어그러진 시야 사이로, 자막이 둥실 떴다.
[건승을 빕니다.>어라.
자막에 저런 거 뜬 거, 진짜 오랜만인데…….
‘그런데 이 상황에서 어떻게 건승해요.’
진짜 너무하다.
그게 내가 한 마지막 생각이었다. 눈을 떴을 때는, 확실히 낯선 곳이긴 했다.
* * *
생각해 보면 병원은 익숙했다. 내가 입원할 때도 있지만, 가끔 문병도 많이 갔다.
‘촬영할 때 그만큼 부상이 많다는 말도 되지.’
뭐, 그만큼 피로가 잦은 작업이기도 했다. 확실히 장수하기는 힘든 분야였다.
‘그런데 자막에서는 낯선 곳이라고 했지.’
그냥 천장만 낯선 대학 병원이길 바랐다. 하지만 자막님이 괜히 건승을 빈 게 아니었다.
‘여기는 어디지.’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제일 먼저 나를 반긴 건 두통이었다. 솔직히 구토감도 들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러니까 지금 여기는…….’
빛 하나 없는 까만 공간이었다. 나는 주머니 속에 든 휴대폰을 들었다.
“아…….”
사고 날 때 껴안았던 가방이 바닥에 굴렀다. 스마트폰 액정은 금이 가 있었다.
‘통화권 이탈이네.’
통화 표시가 뜨지 않았다.
나는 몸을 일으켜서 팔과 다리를 움직였다. 다행히 멀쩡했다.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두통만 있을 뿐인가.’
사고 났을 때, 나는 분명히 코인을 썼었다.
‘무사하게 해달라고 말이야.’
나는 몸 상태를 점검했다. 충격을 받은 거 같지만, 심각해 보이진 않았다. 나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더듬었다. 피가 말라붙은 흔적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병원 가서 CT를 찍어봐야 했지만, 겉가죽만 찢긴 거 같았다.
‘하긴 뇌출혈이면 의식이 깨지도 못했겠지.’
나는 숨을 골랐다. 두통과 구토감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는 어디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스마트폰 액정으로 주변을 비춰봤다. 하지만 나는 장소를 확인할 수 없었다. 신음이 들렸기 때문이었다.
나는 서둘러 달려갔다. 할머니께서 쓰러져 계셨다.
‘이런 미친!’
나는 손가락을 할머니 코에 댔다. 그리고 가슴을 바라보았다. 흉곽이 움직였고 다행히 숨은 쉬셨다. 나는 할머니 고개를 뒤로 젖혀 기도를 확보했다.
나는 혹시나 해서 가슴에 귀를 댔다. 다행히 심장 박동은 일정했다.
‘물론, 내가 의사가 아니라서 어떤 게 정상인지 모르지만 말이야.’
그래도 할머니는 그럭저럭 무사한 거 같았다.
‘자막님이, 정확하긴 하지.’
나는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고령이라서 걱정이었다. 더 나은 방법을 검색하면 좋겠지만, 통화도 안 되는데 인터넷이 될 리 없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재킷을 벗어서 할머니 목 뒤로 대줬다. 이러면 좀 더 안전할 것이다.
다시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왔다.
‘여기 진짜 어디지?’
차 사고가 났는데, 이렇게 먼지 많은 곳에서 눈을 뜨다니.
‘평범하게 병원에서 일어나게 해달라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벽면을 확인했다. 콘센트가 있었지만, 전등은 없었다.
슬슬 이곳이 어디인지 알 거 같았다.
‘창 자체가 없네. 그러면 여기는 지하인가?’
그래서인가, 공기가 별로 좋지 않았다. 나는 벽을 더듬었다. 작은 문이 있어서 열자 웃기게도 화장실이 나왔다.
‘와, 이거 뭔지 알겠다.’
교통사고 후, 납치와 감금.
‘거기에 방치까지 추가네.’
화장실을 주시다니, 짜증 나게도 자비로웠다.
그런데 아무도 없는 걸까?
‘보통 영화에서는 카메라로 보고 있던데…….’
나는 조용히 천장을 바라보았다. 혹시나 작은 카메라가 있나 찾아봤지만,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다.
‘지금 카메라를 걱정할 때가 아니긴 하지.’
나는 화장실을 둘러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범인의 목적부터 생각해야지. 왜 나와 할머니를 이곳에 뒀을까.’
게다가 화장실이 있으면 식수는 해결이었다.
‘물론 이 물은 그냥 수돗물이겠지만…….’
그래도 물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잖아.
‘한 가지는 확실해.’
일단 몸이 무사하다고 쳐도, 여기 오래 있으면 안 됐다. 나는 바로 확인했다.
‘코인 확인.’
자막이 떠올랐다.
무사한 거로 3만 코인을 써서일까. 참 애매한 개수였다.
‘좀 모아놨어야 했는데, 쓸 일이 계속 생겼어.’
그동안 덕수 씨 흉터 지웠고, 마적이 부상을 회복시켰었다.
‘그래도 일단 여기에서는 나가야지.’
나는 재빨리 코인을 사용했다.
‘코인 사용! 내가 여기 있다는 거 바로 엄마에게 알려줘. 대가에 따른 코인 양도!’
[대가를 알기 위해 코인 10개가 소모됩니다.> [마공자가 마수정에게 지금 있는 위치를 알게 하려면 124,727코인이 필요합니다.> [대가로 마공자가 3일간 중환자실에 입원합니다.>저기요. 자막님.
‘코인도 없지만, 중환자실도 좀…….’
입원 정도면 괜찮은가. 그런데 중환자실이라면 진짜 꼴딱꼴딱 넘어간다는 거 아니야.
나는 숨을 고르며 다시 코인을 사용했다.
‘코인 사용! 내가 여기 있다는 거, 이틀 뒤에 엄마에게 알려줘. 대가에 따른 코인 양도!’
[대가를 알기 위해 코인 10개가 소모됩니다.> [마공자가 마수정에게 지금 있는 위치를 알게 하려면 98,727코인이 필요합니다.> [대가로 마공자가 5일간 중환자실에 입원합니다.>저기요.
아니 저 애매한 코인 개수와 대가는 뭡니까.
‘지금 여기 물밖에 없다니까요.’
그것도 할머니랑 이틀을 버텨야 하는데, 이러기입니까.
하는 수 없었다.
나는 코인을 다시 사용했다.
‘코인 사용! 내가 여기 있다는 거 나흘 뒤에 엄마에게 알려줘. 대가에 따른 코인 양도!’
[대가를 알기 위해 코인 10개가 소모됩니다.> [마공자가 마수정에게 지금 있는 위치를 알게 하려면 34,516코인이 필요합니다.> [대가로 마공자가 일주일간 중환자실에 입원합니다.>아, 젠장.
중환자실 일주일 입원이라니. 언제 실행될진 알 수 없지만.
‘엄마가 너무 걱정하지는 말아야 할 텐데 말이야.’
방법이 없었다.
나는 착잡한 마음으로 중얼거렸다.
“실행.”
[실행되었습니다.>급한 불은 끈 셈이었지만,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나는 조용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빛이라고는 여전히 내 스마트폰뿐이었다.
‘그런데 여기 전기는 통할까.’
배터리가 그렇게 넉넉한 편이 아니었는데 말이야. 애초에 충전기가 없잖아.
‘아, 그러고 보니 나, 가방 꽉 안고 있었는데?’
나는 다시 제자리로 가서 가방을 뒤졌다. 충전기가 물론 있었다.
‘콘센트가 아까 있었지?’
폐쇄된 지하실이지만, 역시 있었다. 나는 조용히 충전기를 꽂았다. 스마트폰이 충전된다는 화면이 떴다.
‘불행 중 다행이다.’
나는 가방을 뒤져서 이것저것 꺼냈다. 물건들을 보는 순간,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하하하! 죽으라는 법은 없어!”
나는 역시 운이 좋다니까!
‘그럭저럭 할머니와 나흘은 버틸 거 같다.’
나는 이 순간, 세상의 모든 신에게 감사했다.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님, 세상에 각종 신님. 다 감사합니다.’
나는 스트레칭을 하면서 물건들을 정리했다.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 * *
할머니가 신음을 내뱉었다. 나는 가서 부드럽게 어깨를 잡았다.
“할머니, 정신이 드세요?”
할머니는 눈을 깜박이셨다. 잘 쓰시는 나비 안경은 이미 깨져 있었다. 위험해서 내가 미리 벗겨놨었다. 그래서 아마 잘 보이지 않으실 것이다. 나는 다시 한번 말했다.
“괜찮으세요? 제가 누구인지 아시겠어요?”
할머니는 작게 중얼거렸다.
“수정이, 아들…….”
음, 역시 다행이었다. 나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네. 맞습니다. 천천히 일어나세요.”
할머니는 눈을 깜박이며 일어나려고 했다. 나는 최대한 힘을 조절하며 할머니를 부축했다.
할머니는 이마를 감싸 쥐었다.
“뭐냐.”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이런 건, 간결하고 빠르게 설명하는 게 낫겠지.’
아마 충격을 받으실 것이다.
“사고 난 거 기억하세요?”
“차? 아, 김 기사가…….”
“음, 그분 아무래도 사고를 일부러 일으킨 거 같아요. 일단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요, 할머님.”
할머니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미간을 왈칵 구겼다.
“뭐냐, 여긴. 갇힌 거냐?”
와, 상황 판단 빠르시다.
“네, 아무래도 그런 거 같아요.”
“나갈 방법은?”
“없어요. 완전히 갇혔어요. 손잡이 분리해 보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고요. 누군가 찾아주길 바라는 수밖에요.”
나흘 뒤면 엄마가 우릴 찾을 겁니다.
“먹을 건?”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없죠. 화장실에서 수돗물은 나와요.”
“그럼 너랑 여기 갇혀서 물만 먹고 살아야 하는 거냐? 잘하면 죽겠군.”
우리 상황을 한 줄로 요약하셨네.
“네. 그런데요. 제가 챙겨온 게 있거든요. 할머니, 보이세요?”
나는 손으로 USB 충전 무드등을 가리켰다.
“사실 여기 빛도 없거든요. 등이 없어요. 그런데 제가 자취방에 놓으려고 이것저것 챙겼었잖아요. 가방이 그대로 있더라고요.”
“이런 걸 챙겼었나 보군.”
“네. 그래서 등이 있어요. 아, 옷도 있어요. 할머님, 옷 갈아입으실래요? 그거 불편하실 거예요. 제 옷이지만 편한 게 좋으시잖아요.”
할머니가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애써 밝게 말했다.
“그리도 우리 나흘간 쫄쫄 굶지 않아요. 제가 건빵이랑 과자 좀 챙겼거든요. 건빵 12봉지랑 약과가 있어요.”
잘 모르지만, 약과는 고칼로리 아닐까.
“두 사람이 버틸 수 있어요. 게다가 제일 중요한 건 여기 있어요!”
나는 감금 생활에서 획기적으로 쓰일 물건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