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90)
290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영광이네요.”
“너는 이유경이 우릴 가둔 목적이 뭐라고 생각하지?”
나는 천장을 보면서 대답했다.
“물은 있고, 지하실에 할머니와 저 단둘만 있네요. 우리가 사이가 좋을 리가 없으니까, 음. 비극을 기대했을 거 같아요.”
“사람이 물만 마시고 이틀만 지나도, 미치지.”
“그렇죠. 서로 뜯어먹는 좀비 같은 걸 기대했나 봐요.”
“그랬겠지. 우리가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겠군.”
“나흘이라니까요.”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좀 믿으세요. 절 믿으시면 결코 손해 보지 않을 거예요.”
“손해 안 보는 거, 내가 참 좋아하긴 하지.”
“네. 뭐 좀 드실래요?”
나는 건방 한 봉지를 할머니에게 전해드렸다. 할머니는 천천히 봉지를 까고 천장을 보며 우물거리셨다.
“이유경이 언제 우릴 찾을 거로 생각하니?”
“글쎄요. 그런데 전 엄마와 신이 형을 믿어요.”
“이유경이 오기 전에 우릴 찾을 거로 생각하니?”
“아니요. 이유경이 우릴 가지고 협박하다가 뭔가 단서를 흘릴 테고, 그거로 역추적하는 걸 믿어요. 비슷한 시간에 둘 다 도착하지 않을까요?”
마신이면 그러고도 남을 거 같았다.
‘그래서 나흘이겠지.’
마신아. 내가 할머니 심장 무리 안 가게 나흘 동안 잘 케어할게. 적당히 이유경 처리하고 와.
할머니가 조금 웃으셨다.
“신이답긴 하구나.”
“그렇죠? 할머니. 저는 이런 일이 닥칠 때요, 제일 큰 복수는 멀쩡한 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할머니 팔을 살짝 잡았다.
“이 순간으로 나중에 악몽 좀 꾸시겠지만, 언젠간 웃으면서 추억할 때가 올 거예요.”
할머니는 말이 없었다. 얼굴을 돌리지 않아도 시선이 느껴졌다.
“꼭 미래를 보고 온 거처럼 말하는구나.”
“저는 마공자잖아요.”
“그게 무슨 말이냐.”
“대부분 저를 천사라고 하죠. 그러니까 제가 하는 말 믿으세요. 복이 와요.”
할머니께서는 냉정하게 말했다.
“힘든 일 겪어서 살짝 미쳤나 보다.”
“아, 역시 할머니에게는 안 통하네요. 엄마랑 누나는 제가 너무 귀여워서 대강 넘어가는데 말이죠.”
덧붙여 덕수 씨랑 안산댁도 마찬가지였다.
‘음, 그래도 이제는 못 쓰지.’
벌써 성인이니까. 이제 귀여움이랑은 작별할 때가 됐어.
“수정이는 네가 아무리 패악을 부려도, 귀엽다고 오냐오냐할 거다.”
“에이. 그 정도는 아니에요. 우리 엄마는 저를 물리적으로 겸손하게 만들걸요.”
“그럴 리가.”
“할머니는 엄마를 너무 모르세요. 엄마는 선 넘으면 바로 응징에 들어가는 사람이에요. 음, 다른 말이긴 한데요. 전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무서워요.”
“왜지? 강해서?”
“사랑하니까요. 사실 항상 두려웠어요. 다칠까 봐요.”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누워 있어서인지, 잠이 왔다.
“그래서 걱정했는데, 오히려 제가 자꾸 걱정만 끼치고. 이렇게 매번 납치만 당하고…….”
나는 잠결에 중얼거렸다.
“효도가 힘들어…….”
할머니는 아무 말 없었다. 잠은 기다렸다는 듯 쏟아졌다. 나는 옷을 껴안았다.
* * *
마수정은 팔짱을 꼈다.
“찾을 거예요.”
마신은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자신은 초조한데, 고모는 의외로 화를 내지 않았다. 그냥 서늘한 얼음처럼 상황을 주시할 뿐이었다.
“그래.”
“죄송해요, 고모.”
“화 안 내. 이런 짓을 벌일 줄 몰랐으니까.”
“사람 붙였어요. 아마 이유경은 할머니와 공자가 있는 곳으로 직접 갈 거예요. 보고 직접 조롱하려고요. 그렇게 할 거라는 정보가 이미 왔어요.”
“그거, 추적만 하면 된다는 거구나.”
“네. 미리 주소를 빼내려고 했는데, 그건 실패한 모양이에요.”
마수정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마신은 초조함에 이마를 짚었다.
“죄송해요.”
“죄송하단 말 그만해도 돼.”
“고모 심정이 어떠실지 알아요. 죄송해요. 일이 꼬였어요.”
“신아.”
마수정은 여전히 팔짱을 낀 채 말했다.
“힐난은 언제 어디서든 해도 돼. 중요한 건, 방법을 찾고 일을 해결하는 거지.”
마수정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유경 그년, 삶아 먹는 거나 방해하지 말렴.”
“제가 먼저 불피우고 있을게요.”
“감히 내 아이한테 교통사고 내는 것도 모라자서, 납치까지 해? 그 귀여운 보석 같은 아이를?”
마수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 국민의 귀요미를 감히! 이거 알려지면, 한국에서 고개 못 들고 다닐걸?”
“한국에서만이 아니에요. 요즘 공자 인기가 세계적이거든요.”
“역시 다들 보는 눈이 있구나. 아주 전 세계적으로 매장이 되어도 싸. 감히 내 새끼를 건드려?”
마수정은 고개를 숙였다.
“그래. 그게 문제지.”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
“도대체 우리 공자가 무슨 죄가 있다고, 걔를 건드려. 건드리려면 나를 건드리지.”
마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고모에게 제일 상처 되는 게 뭔지 아니까요.”
“뭐, 그걸 아는 게 이유경의 유일한 재능이긴 했어.”
“그런가요.”
“그래서 더 짜증 난다는 거야. 우리 공자가 지금 사모님과 함께 갇혀 있는 거잖아.”
“공자랑 할머니, 싸울까요?”
마수정은 마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신아.”
“네. 고모.”
“너는 몇 년을 같이 있어도 우리 공자에 대해 모르는구나.”
마수정은 마신의 어깨를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정글에 가면 치타랑 친구가 되는 아이야.”
“네?”
“코끼리랑은 가족이 되고. 치타랑 가족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딱 하나야. 육식이니까. 아무리 공자라도, 이빨 날카로운 애들은 피하거든. 마음에 거리감을 느끼나 봐.”
마신은 눈을 깜박였다.
“앵무새는 타고 놀걸?”
“아, 그러니까. 친화력이 좋다는 거죠?”
“친화력도 좋지. 나는 공자의 제일가는 힘은 말이야, 세상 모든 사람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
마수정은 진지했다. 그래서 마신도 덩달아 심각해졌다.
“공자가 좀 그런 면이 있죠.”
“사모님? 그 양반이 쓸데없이 히틀러라서 그렇지, 사실 애초에 넘어갔을걸. 우리 공자를 싫어하는 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거든.”
마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다들 좋아해요.”
“아끼던 다기를 항상 펼쳐 놓잖아. 별거 아닌 거 내놓는다고 하지만, 그런 건 별거 아니어도 다 비싼 것들이잖아.”
“공자 왔을 때 내놓는 거, 장인의 유작이래요.”
“거봐. 그런 양반이 우리 공자와 있으면, 뭐 하겠니. 힐링이나 하지.”
마신은 눈을 깜박였다. 듣다 보니 그럴듯했다.
“둘이 있는 건 걱정하지 마. 서로가 힘이 될 테니까. 사모님은 상황 판단은 빨라. 단지 내가 걱정되는 건, 그들이 밥은 줬을까야.”
마수정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교통사고는 괜찮을까. 우리 공자 머리라도 다쳤으면 큰일일 텐데.”
마수정은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렸다.
“공자야. 엄마가 간다. 조금만 기다려.”
마신은 그제야 알았다.
‘불안감을 숨기시느라 말을 많이 하신 거군.’
그리고 자신을 위한 배려이기도 했다.
‘사실 나를 원망하셔도 되는데…….’
일이 이렇게 된 건, 자신이 무능하기 때문이었다. 수읽기에서 져버렸다.
‘배신자를 걸러내지 못했어.’
언제 그들에게 회유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결국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다.
마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빨리 찾아낼게요.”
“그래. 사실 네게도 방법이 별로 없다는 걸 알아.”
“죄송해요.”
마수정은 옅게 웃었다. 숨이 점점 무거웠다. 순간순간이 견디기 힘들었다. 사실 지독한 악몽에 있는 느낌이었다.
“사실 믿기지 않아. 내 천사 같은 아들이 지금 나 때문에 지옥에 있다는 게 말이야.”
마수정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중얼거렸다.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새끼를 지키려는 어미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법이었다. 마수정은 숨을 토해냈다. 걱정되어 미칠 거 같았다.
* * *
나는 내 옷을 주물럭거렸다. 빨랫비누가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할머니는 웃기게도 조용히 물을 부으시며 빨래를 헹구셨다. 좁은 화장실에 습기가 가득 찼다.
“제가 할게요.”
“이 정도는 내가 하게 해줘라.”
하긴 할 일이 없긴 하지.
나는 조금 웃었다.
감금 3일째.
나는 할머니와 빨래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보다 덜 고생하네요.”
“네가 가져온 게 많아서겠지.”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하긴 안산댁이 챙겨준 건 정말 대단했다.
“고구마말랭이가 있을 줄 몰랐어요.”
“그것도 진공포장이 되어 있더구나. 건어물도 있고 말이야.”
“술안주로 먹으라고 챙겨주신 거 같아요.”
할머니와 나는 할 일이 없었다. 카드놀이도 곧 질렸다. 그러다가 발견했다. 가방 속주머니에 있는, 고스톱이라는 또 다른 만찬을 말이다.
“내일까지는 넉넉하게 버틸 거 같아요.”
“내일까지 사람이 안 오면, 너는 혼날 줄 알아.”
“온다니까요.”
나는 다시 빨래를 했다.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아서 기운은 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이거 하고, 다시 카드나 한판 하자.”
“안 해요. 할머니랑은 더는 안 할 거야.”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굉장히 놀랐다.
‘전생에 타짜셨나?’
카드가 할머니 손에 쫙쫙 달라붙었다. 10판을 내리 진 나는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눈만 깜박였다.
‘왜 이렇게 잘하시나 싶었지.’
그러자 할머니는 대답했다.
‘모임에서 뭐 하는 거 같냐고 말이야.’
높으신 분들이 격조 높은 토론을 하는 줄 알았는데, 카드였었나? 아니다.
‘고스톱일 확률이 높지.’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진짜 날아다니는 패들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물론 처음에는 실력인 줄 알았지.’
실력은 맞았다. 하지만 또 다른 실력도 있으셨다. 나는 빨래를 하며 투덜거렸다.
“카드 뒷장에 손톱으로 표시하는 거 너무 했어요.”
“하면서 언제 알아채나 싶었다.”
“그건 사기잖아요.”
할머니는 피식 웃었다.
“당한 사람이 바보인 거지.”
“사기도박 근절해야 해요.”
“건 것도 없잖니. 판돈이 있어야 죄가 되지.”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모임에서도 이러세요?”
“비슷한 짓을 많이 하지. 그래서 한판 할 때마다 새 화투만 사용한단다.”
이야. 대단하다.
“새로운 법칙이 있어야 재미있는 거야. 꾼과 꾼이 만나야 승부가 되지 않겠니? 다들 암묵적으로 타짜에게 기술을 익혔단다.”
사기꾼 나오는 만화 같은 말씀을 하시네. 모임에서 이기려고 개인과외를 받다니.
“시간 낭비 아닌가요?”
“노는 건 낭비하는 게 아니지.”
아니, 할머니.
“농담이다.”
“재미없어요.”
“너 재미있으라고 하는 농담이 아니야.”
할머니는 물을 부으면서 말했다.
“내가 재밌으라고 하는 농담이야.”
네네. 뜻대로 하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빨래를 한 건 좋은데 널어놓을 곳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길게 핀 건빵 봉지 위에 놓았다.
나는 지하실 문을 슬쩍 바라보았다. 아직도 인기척이 없었다.
“들어가서 쉬자꾸나. 발 헹구고 오렴.”
“네.”
할머니는 굉장히 잘 버티셨다.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고 있었다.
‘이쯤 되면 슬기로운 감금 생활 같다.’
빨래를 널어놓을 때 할머니가 말했다.
“언젠가 별장에 초대하마.”
“어디인데요?”
“평범하게 강원도다. 관리인이 있지. 거기서는 빨래하지 말고, 해먹에서 쉬면서 대본 볼 수 있다.”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일 시켜서 미안하다는 말이네.’
하여간, 말을 이해하기 어려운 분이셨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