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93)
293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눈을 뜨려고 했지만, 할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몸 자체가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젠장.’
진짜 제대로 맞은 모양이었다.
‘이런 걸 대비하려고 덕수 씨가 잘 맞는 법도 알려줬는데 말이야.’
낙법도 어렸을 때부터 익혔는데, 중요할 때 못 썼네.
‘뭐, 상황이 어쩔 수 없긴 했어.’
범인은 왜 엄마를 노린 걸까.
‘솔직히 답은 쉽게 나오네.’
이유경에게 우리 엄마는 어떤 존재였던 걸까.
‘그래도 그렇지, 너무하잖아.’
생각은 하지만, 여전히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지금 며칠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나는 아마 그 뒤로 일주일간 이 상태일 것이다.
‘그런데 중환자실인가?’
기계음이 들렸다. 나는 내가 느끼는 감각을 실험해 봤다. 움직일 수 없었고, 촉각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지금 내가 느낄 수 있는 건 청각이 유일한 모양이었다.
‘이거 다 회복되겠지.’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공자야. 조금 있으면 면회 시간이야.”
음, 간호사 선생님이신가.
“아이고, 우리 공자가 빨리 나아야 여기 나가는데…….”
조금 웃음이 나왔다. 물론 웃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중환자실은 보호자가 없지.’
24시간 의료진이 상주하는 공간이었다.
삐삐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의사 양반이라도 오면 내 몸 상태에 대해 알 텐데, 아무래도 회진 시간이 아닌 모양이었다.
친절하신 간호사 선생님이 작게 속삭였다.
“공자야. 곧 면회 시간이야. 어머니 오실 거야. 힘내자! 아이고. 곰자인데 마음이 무너지네.”
저런.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다쳐서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게 없었다.
‘물론 그것마저 못 하지만.’
곧 면회 시간인지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나는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다. 그제야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감이 잡혔다.
‘엄마 구하느라, 머리 깨졌구나.’
굉장히 걱정하시겠지.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공자, 괜찮습니까?”
아, 덕수 씨로군.
많이 착잡해 보였다.
“역시 제가 일을 관두는 게 아니었나 봅니다. 제가 곁에 있었으면, 공자를 지켰을 텐데…….”
음, 덕수 씨.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성인이 되었는데도 지켜주시게요? 아니, 애초에 말입니다.
‘내가 힘 조절 못 하는 위험한 짐승이란 걸 자꾸 잊으시네.’
제가 좀 귀엽긴 했는데요, 언제까지 그 이미지로 기억하시는 겁니까.
덕수 씨는 계속 말을 이었다.
“가슴이 미어지는군요.”
말끝이 살짝 떨렸다. 보지 않아도 알았다.
‘우시는군.’
아마 사람 하나 묻을 거 같은 무서운 눈으로 눈물을 줄줄 흘리고 계시겠지.
그때,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괜찮아요.”
“죄, 죄송합니다.”
“아니요. 선생님은 항상 기쁠 때만 우시는 거 같던데, 슬플 때도 눈물을 흘리시네요.”
“큽. 흡.”
“참지 않으셔도 돼요. 하지만 알잖아요.”
엄마는 작게 속삭였다.
“우리 공자 일어날 거예요.”
“하지만…….”
“괜찮아요. 저는 공자를 알아요. 내 천사는 항상 기적과 함께했어요. 그러니까…….”
엄마는 덕수 씨를 안심시켰다.
“저는 믿어요. 장애가 있어도, 없어도 우리 공자는 우리 앞에서 웃을 거란 걸요.”
엥?
저, 저기요. 자막님. 이건 너무하잖아! 장애라니요!
‘아, 생각해 보니까 맞은 부위가 머리구나.’
게다가 교통사고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영구적으로 후유증 남기 딱 좋긴 했다.
‘그 뒤로 바로 병원 갔으면 좀 주의하고 끝났을 거 같긴 하다.’
자막은 문제가 없네.
‘아, 그러고 보니 대가로 중환자실 일주일이라고 했지.’
아이고.
‘이거 일어난 후에는 장애를 가질지도 모르는 건가.’
거참, 미치겠네.
‘어떤 장애가 생기는 거지?’
무서웠다. 몸이 떨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은 두렵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말입니다.
‘엄마 심정이 말이 아닌 거 같다.’
우리 엄마 죄책감 심하게 가질 거 같은데…….
‘가뜩이나 트라우마도 있으신데!’
아무래도 마루 형 일이 있으니까 말이다.
‘엄마는 지금 덕수 씨를 달래고 있지만, 나는 알지.’
지금 없는 용기, 있는 용기 벅벅 긁어서 버티고 계실 거다.
엄마는 강했다. 하지만 자식이 아픈 걸 견딜 만큼은 아닐 것이다.
‘거, 건강하게 일어나야 해.’
엄마를 죄책감이란 지옥 속에 둘 수 없었다.
‘그런데 건강하게 일어나려면 코인 엄청 써야겠지?’
아, 깡그리 탈탈 털었는데. 어떻게 가불 안됩니까. 자막님.
물론 자막님께서 대답해 주는 일은 없었다.
그때였다. 기계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누군가가 달려왔다.
‘엥, 누가 아픈가?’
엄마가 외쳤다.
“고, 공자야!”
“보호자님, 잠시만요. 환자분 상태가…….”
어, 어라? 나였어?
‘나 이승과 저승에서 널뛰기하는 건가?’
이런 미친.
침대가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선가 긴급 수술이란 말이 들렸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싶었다.
‘심각한가 보네.’
이를 어쩌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 * *
의사들 수술 과정을 듣는 건 고역이었다. 외국어가 잔뜩 들어 있는 말을 들었다.
‘의료진들 고생 많으시네.’
한참 그렇게 있다가, 다시 바퀴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중환자실로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도대체 나는 어떤 일주일을 보내는 거야.’
우리 엄마 애간장 끓다가 넘치겠네. 젠장.
‘안 되겠다, 진짜. 뭐든 해야지.’
몸도 몸이지만, 엄마랑 누나가 걱정이었다.
그때, 의외인 목소리가 들렸다.
“얘 위험한 거니?”
며칠 같이 있어서 목소리가 익숙했다. 할머니셨다.
“조금요.”
“고얀 것…….”
아니, 왜요.
“왜 아파. 왜 네가 아파. 세상천지에 이놈만큼 착한 놈도 없던데…….”
음, 이거 욕일까 칭찬일까. 높은 확률로 칭찬 같긴 한데 말이야.
“이놈은 지독한 놈이야.”
할머니가 계속 중얼거렸다.
“어두운 지하실에서 나를 챙겼어. 정도 없을 텐데…….”
할머니 말끝이 떨렸다.
“건빵 몇 봉지, 그냥 혼자 먹어도 됐어. 한창 클 나이인데 얼마나 배고프겠냐. 그런데 그거 다 나에게 맡겼어. 마공자. 나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안다.”
음, 주도권을 드리긴 했지. 안심하라는 의미였다.
“나는 너처럼 바보같이 착한 놈은 처음이다. 물도 주고, 식량도 주고…….”
할머니 목소리에 울음이 섞였다.
“처음에는 그래도 사람 하나 제압하기 힘들어서 회유하는 건가 싶었는데, 애초에 호신용품이 있더구나.”
“공자가 그랬어요?”
“이 녀석은 항상 나를 달랬다. 본인도 불안할 텐데……. 도대체 너처럼 바보같이 착한 놈이 왜 이렇게 된 거냐. 흡.”
할머니가 결국 우셨다.
“이런 녀석은 살아야 해. 잘돼서 훨훨 날아가야 해. 그곳에서 나와서, 몸조리하다 배우질이나 실컷 하지…….”
할머니는 말을 잇지 못했다. 울음소리만이 가득했다.
‘하, 할머니께서 우실 수 있는 분이시구나.’
조금 놀랍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였다. 엄마가 말했다.
“공자니까요.”
“큽. 뭐?”
“내 천사니까요. 당연히 그럴 수 있어요.”
할머니는 오열했다. 잘 모르지만, 가슴을 치는 거 같기도 했다.
“증, 증거를 보이고 싶다고 했다.”
할머니는 울음 때문에 숨이 가쁘셨다.
“자신이 수정이 너를 사랑한다는 증거를 말이다. 나는 안 믿었는데, 그걸, 이, 이런 식으로…….”
아, 그랬긴 했지.
할머니의 가슴 치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흡. 마공자. 네가 말했지. 수정이 아들이 된 이유가 있지 않겠냐고.”
그, 그런 말을 하긴 했죠.
“이건 아니다, 마공자. 이게 이유가 되어서는 안 돼.”
“공자가 왜 죽어요.”
엄마는 단호하게 말했다.
“제 아들은 절대 안 죽어요! 일어날 거예요. 전처럼 웃을 거예요!”
“수, 수정아.”
“날 구하라고, 널 데려온 거 아니야. 그냥, 너는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 기쁨이야. 공자 너를 만나서 내가 얼마나 구원받았는지 아니? 네가 엄마라고 부를 때마다, 내가, 내가…….”
엄마가 중얼거렸다.
“얼마나 큰 힘이었는지…….”
“수정아…….”
“내 아들, 내 새끼. 공자야. 엄마는 그냥 공자가 있어 주기만 하면 돼. 배우로서, 내 자랑이었지만 그런 건 없어도 돼. 그냥, 너면 돼.”
엄마가 작게 속삭였다.
“사랑해, 공자야. 내 아들. 사랑해. 엄마가 공자를 정말 너무너무 사랑해.”
엄마.
순간 울고 싶어졌다.
‘잘하고 싶었는데…….’
다치면 안 됐는데. 엄마를 지키면서 피하는 방법도 분명히 있었을 텐데.
‘엄마.’
수많은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강하고 아름다운 내 어머니는 한결같이 나를 사랑했다.
‘어떻게 이렇게 사랑할 수 있죠, 엄마.’
제가 아무리 귀여웠어도,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려고 노력했다고 해도.
‘그게 사랑할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키운다는 건 손해 보는 일이었다. 물질적인 것은 둘째치고라도, 아이는 어떻게 자랄지 모르는 법이니까.
당신은 그래도 나를 아들로 삼았죠. 항상 우리가 만난 건 운명이라고 하셨어요.
세상에 많은 아이가 있었다.
‘나는 알지.’
그 수많은 아이 중에 아주 일부만, 이런 사랑을 받는다는 걸 말이다.
얼마나 큰 행운일까요. 당신을 만난 게요.
‘저는 이 모든 게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천륜보다는 이런 운명이 더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한조일 때, 착한 일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귀한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마공자가 된 후 가끔 생각했습니다. 정말 한 것에 비해서 너무 많은 걸 받게 되는 거 같다고요.
‘저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이 제게 주는 사랑보다는 작을 거 같지만요.
엄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할머니가 위로하는 거 같았다.
간호사 선생님이 면회 시간이 끝났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며, 나는 숨을 골랐다.
눈을 뜨고 싶었다.
‘위로해 드리고 싶어.’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걸 못 하다니…….’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걸까. 얼마나 이렇게 있어야, 엄마를 볼 수 있는 걸까.
‘일주일이란 게 이렇게 긴 시간이었구나.’
지금쯤이면 나를 생각하는 모든 이들이 내가 아픈 걸 알았겠지.
‘다 걱정이다.’
마신 녀석도 어지간히 죄책감 느끼겠지. 그래도 이놈은 버틸 테지만, 적이는 아니었다.
‘경기 말아먹으면 안 되는데…….’
수윤이도, 우진 형도, 서 사장도 다.
‘일어나고 싶다.’
빨리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