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96)
296
“뭐가요?”
“라이락 감독이 연락 왔다. 작품도 얘기 안 해주고 다짜고짜 너랑 하고 싶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저 다친 것도 얘기했어요?”
“당연히 했지.”
“뭐래요?”
“상관 안 한대.”
그렇군.
“어떻게 할까, 살짝 튕겨볼까?”
나는 서 사장을 빤히 바라보았다.
“제가 무슨 대답을 할 거 같아요?”
“그, 글쎄. 공자야. 우리가 아무리 친해도 말이야, 속마음을 어떻게 다 아니.”
“아시잖아요.”
“알았어. 화끈하게 10번 튕겨볼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삼촌이라면 10번 튕길 거, 라이락 감독님이어서라고 너스레 떨면서 바로 같이하자고 하겠죠.”
서 사장은 눈을 깜박였다. 나는 피식 웃었다.
“맞죠?”
“맞, 맞긴 하지. 혹시 우리 회사에 또 쓰고 싶은 배우 없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말이야.”
“이번 작품은 안 되지 않을까요. 라이락 감독님이시잖아요.”
“그건 그렇지.”
서 사장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우리 공자가 나를 너무 잘 아네.”
“오래 일했잖아요, 삼촌.”
“그렇긴 하지.”
서 사장은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러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공자야.”
“네. 삼촌.”
“다치지 마라. 아프지 마.”
조금 웃음이 나왔다.
“다치고 아프고 싶은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
“그래도. 나는 네가 선한 일 많이 한 만큼 항상 건강했으면 좋겠다.”
음, 착한 일 많이 해서 선물 같은 후유증을 받았는데, 그건 말 못 하겠지.
“네.”
“아, 주책없이 눈물이 날 거 같네. 왜 너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 거냐. 연예계를 탈탈 털어봐도 공자 너만큼 착한 애 없을 텐데.”
음, 사실 착하진 않지만요. 자선 재단 세우면 착한 건가.
“착하게 살고 싶은 거지, 착하지 않아요. 알잖아요.”
“얘 봐라.”
“진짜예요. 저는 용서는 못 하겠거든요.”
“엥? 무슨 말이냐.”
나는 머리에 감은 붕대를 톡톡 쳤다.
“아, 너 그렇게 만든 사람?”
“네. 다쳐서 그런 거 아니에요. 잘못하면 엄마가 이렇게 되었다는 게 용서를 못 하겠어요.”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착하면 용서해야 하잖아요. 그런 거라면 저는 평생 착한 사람 안 할래요.”
서 사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오른쪽 뺨 때린다고 왼쪽 뺨 내미는 건, 신의 영역이다. 공자야.”
“그런데 그 정도 아니면 착하다는 말 못 하잖아요.”
“그렇긴 하지.”
서 사장은 턱을 괴고 중얼거렸다.
“우리나라만 그러는 거냐, 다른 나라도 비슷하냐. 착한 거 쪽으로는 유독 평가가 박한 거 같지 않니?”
“저도 모르겠어요. 단지 하나는 확실해요.”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착하게 살면 대가는 받는 거 같아요. 그때는 모르지만요.”
물론 하루하루 사는 인간이라, 그때가 언제인지는 잘 모르지만요.
서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물론 이렇게 말하고 내일 더러운 세상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요.”
“으하하! 그것이 인생 아니겠냐. 그래, 공자야. 나 이만 간다. 몸조리 잘해라.”
“네. 대본이랑 시나리오 있으면 주세요.”
“알겠다. 진짜 한시도 안 쉬는구나.”
서 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이제 희끗희끗한 머리를 가진 그를 보며 숨을 내쉬었다.
‘뭐랄까, 좋은 사람이야.’
엄마가 정말 사람 보는 눈이 좋았다. 그래서 생각하게 됐다.
‘전생에서 당신도 힘들었겠군요.’
엄마랑 아주 친했으니까요.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번 생에서는 엄마가 무사하고 건강해서 참 다행이었다.
* * *
일반 병실로 내려오는 건 빨랐지만 퇴원은 느렸다.
‘집보다 병원이 안전해서 그런가.’
좀 답답했지만, 이해는 하고도 남았다.
‘애초에 뒤숭숭한 거 같으니까.’
엄마는 요 며칠 병실에 들르지 못했다. 승계 과정이 까다로운 모양이었다.
‘아니다. 얼굴을 못 봤을 뿐이지, 내가 자는 모습 보다가 갔다고 했지.’
그럴 필요는 없는데. 그 시간에 집에 가서 한숨 더 주무시지.
‘할 수 있는 게 재활뿐인데.’
나는 열심히 재활에 힘썼다. 근력은 점점 세밀하게 조절하게 됐다.
‘액션 배우가 멀지 않았다.’
빨리 복귀하고 싶었다.
‘좀이 쑤셔.’
물론 의사 말대로 할 테지만, 이제 슬슬 카메라 앞에 서야지.
‘역시 배우는 연기를 해야지.’
다행히 아직도 나를 찾는 작품은 많았다.
‘시나리오를 선택할 수 있는 건, 행운이지.’
톱으로 올라가면 이런 게 너무 좋았다. 나가고 싶으면, 뭐든 할 수 있었다. 나는 시나리오를 넘겼다. 이왕 공백이 생긴 김에 좀 색다른 걸 나가는 것도 좋을 거 같았다.
‘특이해서 투자를 못 받는 걸 나가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내가 작품이 나올 수 있게 견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피식 웃으면서 시나리오를 넘기고 있을 때였다. 병실 문이 드르륵 열렸다.
슬쩍 고개를 빼니, 익숙한 사람이 들어왔다. 나는 간병인에게 말했다.
“친구네요. 죄송합니다만 잠시 자리 좀 비켜주세요.”
“어휴, 뭘 그렇게 간곡하게 부탁해요. 쉬면 나야 좋죠.”
인상 좋은 간병인은 바로 나가셨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정장을 쫙 빼입은 마신 녀석이 걸어왔다. 척 봐도 알았다.
‘항상 빠릿빠릿한 놈이, 비실비실하네.’
발걸음이 좀비 같았다. 나는 마신을 보며 말했다.
“왜 이제 와요?”
“아, 미안. 늦었지. 기다렸어?”
“그럼요. 기다렸죠.”
“와, 영광인데?”
영광은 무슨.
나는 마신만 보고 바로 질문하려다가 말았다.
‘애가 축 처져서 삶은 시래기가 됐네.’
항상 날카로운 분위기가 시들시들했다. 그러고 보면 눈가에 다크서클도 진했다.
‘아니, 그 전에 술 냄새나잖아.’
미미하게 홍조가 있기도 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물을 꺼내 줬다.
“드세요.”
“아, 바로 눈치챘네. 냄새나?”
“조금요. 취했어요?”
마신 녀석은 방긋 웃었다.
“조금. 내 편이랑 승리의 샴페인 좀 터트렸지.”
와.
“진짜 이긴 건 맞아요? 중간에 터트린 거 아니죠?”
“거의 다 끝났어. 나머지는 자잘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닐 텐데요. 법정 싸움 가면 오래가잖아요.”
“괜찮아. 다 거기서 거기 거든. 들어가는 돈이 다를 뿐이지.”
잘났습니다, 그려.
‘정경유착 참 더럽다.’
저거 뿌리 뽑아야 청렴한 대한민국이 될 텐데 말이야.
마신 녀석은 싱긋 웃었다.
“방금 정경유착 별로라고 생각했지?”
“네.”
“더럽긴 하지. 그런데 저쪽도 물고 늘어지니까. 그냥 법으로 개싸움 하는 거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죠. 신이 형, 저는 이왕 싸우려면 이긴 게 좋던데요. 형 이기셨어요?”
마신은 피식 웃었다.
“이겼어.”
“뭐, 잘하셨어요.”
마신은 내 침대에 엎드렸다.
“응. 나 잘했지. 할머니 갇히고, 너 이 꼴 됐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조금 출혈이 있긴 했네요.”
“조금이 아니야.”
마신은 작게 중얼거렸다.
“죽는 줄 알았어. 억지로 버텼지만. 이유경 참 대단한 거 같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적이가 축구 할 때요, 상대의 빈틈을 날카롭게 파고들잖아요.”
“그렇지.”
“어머니 닮아서인가 봐요.”
마신은 조금 웃었다. 덕분에 침대가 살짝 흔들렸다.
“진짜, 맞네. 내 약점을 잘 알고 있더라.”
“고생하셨어요.”
“공자야.”
마신은 취한 채 고개를 살짝 들었다.
“나 이번 일 겪으면서 알았잖아. 나 진짜 약하다?”
저기요. 세상에 약한 사람 다 어디로 갔답니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죠.”
“아니야. 진짜 약해. 불안과 초조, 불면증, 손 떨림, 눈 떨림.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어. 할머니가, 네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싶어서…….”
마신은 작게 중얼거렸다.
“나는 내가 항상 침착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오히려 고모가 잘 버텼지. 나는 그냥 불안할 일이 별로 없던 거였어.”
저런.
‘하긴 이 녀석 아직 20대지.’
이제 중반이 넘은 나이였다. 회사를 운영하고, 납치와 감금, 그리고 배신자까지 처리하기에는 새파랗게 어린 나이이긴 했다.
“고생했어요.”
“공자야.”
마신 녀석이 주섬주섬 고개를 들었다.
“미안해.”
엥?
“뭐가요?”
“내가 좀 더 능력이 있다면, 이런 거 안 겪었을 거야.”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신이 형. 음, 뭐 제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긴 했지만요. 알잖아요. 진정한 원인은 사생아 잔뜩 만든 성진 그룹 오너라는 걸요.”
어떻게 보면 마신도 피해자였다.
“하긴. 맞지. 하지만 내가 좀 더 잘했으면 괜찮았을지도 몰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직 형 어리잖아요.”
“나는 내가 뭐든 잘하는 놈인 줄 알았는데……. 와, 진짜. 운이 좋았던 거였어.”
한계를 많이 체험했나 보네.
나는 팔을 내밀어서 마신의 어깨를 토닥였다.
“고생하셨어요.”
“하하하. 고생이야 네가 많이 했지. 아팠지?”
나는 붕대를 한번 쓸었다.
“솔직히 고통은 모르겠어요. 후유증이랑 장애가 무서운 게 더 커서요.”
“아……. 정말, 다행이야.”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 그렇게 믿지는 않는데요. 이번 일은 좀 쓰고 싶어요.”
나는 마신을 보며 말했다.
“무사하잖아요. 형은 형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을 거니까, 죄책감 느끼지 마세요.”
마신 녀석은 말을 안 했다. 그냥 내 침대 위에 이마를 한 번 더 박을 뿐이었다.
“공자야. 엄마 돌아가신 거, 이유경이 한 짓이었어.”
“아, 그 교통사고요?”
“내 결벽증도 결국 그 여자가 만든 거였어. 나는 알아.”
마신 녀석은 팔을 쭉 내밀었다.
“심하게 다치면, 낫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큰 노력이 필요하단 걸.”
그, 그런가.
“가끔은 쉬워요.”
“보통은 어렵다는 말이잖아. 그거.”
그렇긴 하지.
마신은 긴 숨을 내쉬었다.
“그런 멍청한 여자 때문에, 우리 엄마가 죽고, 네가 다치고, 나는 이 꼴이고…….”
마신이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좀 더 일찍 태어났다면 달랐을까.”
마신 녀석이 침대를 툭 내리쳤다. 힘이 강하지 않아서 많이 흔들리지 않았다.
얘가 왜 이러는 걸까. 다 끝났는데 말이야.
아니다.
‘다 끝나서 이러는 거구나.’
이 녀석, 긴장 풀렸군. 얘 내일 몸살 오겠다.
나는 계속 어깨를 토닥였다.
“지나간 거 보면 뭐 해요.”
녀석은 미동이 없었다.
“잃은 건 안 돌아와요, 형.”
마신은 비틀거리며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푹 숙였다.
“알아.”
“형, 최선 다했어요.”
마신은 씩 웃었다. 마신은 눈을 깜박였다.
“공자야.”
“네.”
“다 끝났어. 응, 그런데 끝은 아니야. 또 시작이기도 해. 그래도 끝냈어.”
정말 취했군.
“그런데 엄마 보고 싶다.”
아이구야.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하긴 보고 싶겠지. 이제 끝났으니까, 더.
“그리고 진짜 미안. 다치게 해서. 너는 내 탓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미안해.”
고생을 단단히 한 모양이었다. 나는 또 아니라고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녀석은 내 침대에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