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299)
299 (외전2)
덕수 씨는 차에 시동을 걸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착잡한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정말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차는 부드럽게 움직였다. 덕수 씨는 긴 도로를 바라보았다. 출퇴근 때가 아니어서 도로는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종이가 뭉쳐서 꽉 찬 거 같았다.
덕수 씨는 방금 만나고 온 사람을 떠올렸다.
‘이번에는 외국인이던가.’
공자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다 보니까,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모양이었다.
‘나쁜 사람들.’
덕수 씨는 겨우 숨을 토해냈다.
‘벌써 몇 번째지?’
덕수 씨는 세다가 포기했다. 양 손가락은 이미 충분히 넘었다.
‘공자 부모라고 찾아왔던 사람들이 말이야.’
공자가 유명해지자, 꽤 많은 사람이 자신이 부모라고 찾아왔다. 그들은 하나같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고 했다.
‘반절은 우는 척을 했고, 반절은 진짜 울었지.’
억지로 신체 부위를 꼬집으며 말이다.
각자 사정은 의외로 비슷했다.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인지, 아니면 드라마를 베껴 온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혼했고, 돈이 부족했고, 그래서 아이를 버렸다.’
덕수 씨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뭐 그럴 수도 있긴 했다. 각자의 상황을 함부로 재단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그들 대부분이 원한 건 바로 ‘돈’이었다. 은근슬쩍 ‘마공자’가 얼마 버는지에 관심을 보였다.
‘버린 자식의 돈을 탐낸다라…….’
솔직히 기가 막혔다. 세상에는 인두겁을 뒤집어쓴 짐승이 넘쳐났다.
공자의 어머님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혹시 몰라서 다 DNA 검사는 하고 있어요. 하지만 역시 맞지 않네요. 그래서 아니라고 하면 거의 다 난동을 부리더라고요. 험한 말도 많이 하고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덕수 씨는 부탁했다.
-그 일, 제가 하겠습니다.
마수정은 매우 놀라며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덕수 씨는 이 일을 하기에 자신이 매우 적당하단 걸 알았다.
‘이 외모가 도움이 될 테니까 말이야.’
확실히 자신이 맡고 나니까 난동을 부리지 않았다. 덕수 씨는 그렇게 일 년에 몇 번씩 DNA 검사를 통보했다. 물론 공자가 스무 살이 넘어도, 친부모는 나타나지 않았다.
‘인기가 많아지니 외국인이 늘었긴 하지만…….’
공자는 딱히 부모를 찾는다고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당연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가끔은 돈 이상을 원하는 사람도 있었지.’
어떤 이는 언론사에 자신이 친부모라고 멋대로 발표한 적도 있었다. 물론 그 뒤로는 법적인 절차를 밟았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군.’
친부모도 아니었지만, 자식 버린 걸 세상에 알리고 싶은 건 도대체 무슨 심리일까.
덕수 씨는 고개를 저었다. 세상은 넓고, 악독한 사람은 너무 많았다.
덕수 씨는 계속 도로를 가로질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목적지였다.
덕수 씨는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연예인이 많이 산다는 아파트였다. 보안이 철저했지만, 이미 누군가가 조처를 해놓았다. 애초에 몇 번 와본 적도 있었다.
벨을 누르니 문이 열렸다.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미남 소리를 듣고 있는 중년 남자가 씩 웃었다.
“오랜만입니다.”
“네. 오랜만에 뵙습니다.”
“공자 안에 있습니다. 편한 자리여서 좀 많이 마셨습니다.”
덕수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진 씨와 수윤 학생과 있으니까요. 공자도 많이 마실 만합니다.”
한우진은 피식 웃었다.
“세월 빠르죠. 그 작았던 꼬맹이들과 술잔을 기울이게 될 줄이야.”
“네. 그렇지만 우진 씨는 여전하십니다.”
한우진은 히죽 웃었다.
“이야, 경호원 씨께서 이런 말을 해주다니! 우리가 오래 보긴 했나 봅니다.”
한우진은 어깨를 펴면서 말했다.
“좋은 말 해주셨지만, 확실히 예전 같진 않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공자가 영화 100편 같이 찍자고 했으니까요. 좋은 거 먹고, 운동하면서 유지하는 수밖에요.”
덕수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진 씨라면, 가능합니다.”
“어이구야. 오늘 비행기 자주 태워주시네요.”
“노력은 대가를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매일매일 애쓴다는 건, 굉장한 겁니다.”
한우진은 씩 웃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칭찬은 늘 듣기 좋았다.
두 사람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공자가 엎어져 있었다.
덕수 씨는 바로 눈치챘다.
‘자기 2시간 전이군.’
공자는 좀 취했다 싶으면 중심을 잘 못 잡았다. 그래서 어디 벽에 기대어 있거나 친한 동료 옆에 붙어 있었다.
‘지금은 소파인가 보군.’
공자는 쿠션에 머리를 대고 중얼거렸다.
“선생님 오셨네요. 어, 그런데 선생님이 왜 오셨지? 선생님은 이제 원장님인데?”
확실히 취한 거 같았다. 속마음을 그대로 얘기하고 있었다.
한우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네가 연락했잖아. 공자야.”
“아…….”
공자는 스마트폰을 넘기다 한숨을 내쉬었다.
“죄송해요, 선생님. 매니저 형 부른다는 게, 습관처럼 선생님께 연락했나 봐요.”
“괜찮습니다.”
“아이고, 이래서 사람이 취하면 안 되나 봐요. 사고를 치네.”
한우진이 피식 웃었다.
“공자 너 지금 네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지?”
“아니요. 아는데요.”
“너 취하면 말 안 거르잖아. 좋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물어보자.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한우진이 히죽 웃었다. 공자는 눈을 깜박이면서 말했다.
“가끔 멋있지만, 항상 촐싹대는 형?”
한우진이 어깨를 움찔했다. 옆에 있던 한수윤이 물었다.
“그럼, 나는?”
“너? 음. 안 해도 될 고생을 사서 하는 애?”
한수윤은 당황스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아니, 아…….”
공자는 배시시 웃었다.
“하지만 괜찮아. 내가 못 하게 할 거니까.”
한수윤은 마른세수하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 잘 부탁드립니다. 확실히 햇살 받으면서 공부하니까, 좋더라.”
“헤헤헤. 집이 얼마나 중요한데. 수윤아. 나 돈 많아. 친구 좀 이용해.”
“아니, 그러니까. 나도 염치란 게 있어.”
“괜찮다니까. 네가 어떤 애인지 내가 더 잘 알아, 수윤아!”
마공자는 쿠션을 덥석 안으며 외쳤다.
“나 한강뷰 아파트 생겼다!”
“어, 진짜?”
짝짝짝-
한우진이 손뼉을 쳤다.
“이번에 드라마 찍고 번 돈으로 샀니?”
“아니요. 할머니가 증여했어요.”
“서, 성진 그룹?”
“네. 며칠 갇혀 있어서 친해졌거든요. 그런데 화끈하세요. 저한테 세금 처리까지 끝난 집문서 주시면서 딱 한 마디 했어요.”
“뭐, 뭐라고 했는데?”
“오다 주웠대요.”
거실에 있던 사람들은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아, 아니 왜 그런 말을!”
“아마 할머니께서는 농담이셨을걸요. 물론 재미는 없지만요. 뭐, 그래도…….”
마공자는 쿠션에 이마를 콩콩 박았다.
“나름 절 생각하셔서 준 것일걸요.”
“알기 힘든 사랑이네.”
“그러게요.”
한우진은 물을 따라주며 말했다.
“공자야. 일단 물 마시자.”
“네.”
“저, 경호원 씨. 숙취 해독제 드릴까요?”
“아, 그건 공자 집에 있을 겁니다.”
마공자는 준 물을 다 마셨다. 한우진은 마공자를 일으키면서 말했다.
“이제 가라, 공자야. 이왕이면 자고 가면 좋은데…….”
마공자는 고개를 휙휙 저었다.
“안 돼요. 집 떠나면 고생이야.”
“얘 봐라. 한 번쯤은 괜찮아.”
“안 돼요. 저 납치당할 뻔했다니까요.”
덕수 씨는 마공자의 어깨를 잡고 일으켰다. 공자는 착하게도 잘 걸어갔다.
“그럼, 우진 형, 갈게요.”
“그래. 잘 들어가라.”
“수윤이도 나중에 보자. 너는 여기서 자고 가.”
“응.”
한우진은 현관까지 배웅했다. 마공자는 덕수 씨 어깨에 매달린 채 걸어와서 차 안에 앉았다.
덕수 씨는 운전석에 앉았다. 공자는 뒷좌석에 앉아서 이마를 차창에 댔다.
술 때문에 열이 오르는 모양이었다.
차는 다시 부드럽게 출발했다. 덕수 씨는 공자에게 말했다.
“공자.”
“네.”
“혹시 친부모가 보고 싶으십니까?”
공자는 피식 웃었다.
“아니요.”
“그렇습니까.”
“아직도 제 부모라고 우기는 사람 많나요?”
덕수 씨는 굉장히 놀랐다.
“언제 아셨습니까?”
“꽤 됐어요. 엄마가 따로 조치하는 것도요. 저 칫솔을 자주 바꾸잖아요.”
아, 이런.
“굉장히 많나 봐요. OTT 드라마가 인기가 많다던데, 잘하면 외국인도 있겠네요.”
차마 그게 맞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덕수 씨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조금 그렇습니다.”
“헤헤. 선생님 여전히 그거 처리해 주시는 거예요?”
“그것도 아시는군요.”
“알죠. 모르는 척하지만요. 엄마나 선생님 두 분 다, 제가 상처받는 걸 걱정하시잖아요.”
마공자는 뒷자리에서 중얼거렸다.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상처는 무슨. 저 이제 성인이에요.”
“이런 종류의 상처는 낫지 않습니다, 공자.”
마공자는 배시시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 저는요. 금수저예요.”
“그렇죠.”
“사실은 도금 수저이긴 하지만요. 금수저라고 칠게요.”
덕수 씨는 미간을 찌푸렸다. 표현이 너무 잔인했다.
“손에 온갖 것을 다 쥐고 있어요. 게다가 성공도 했어요. 저 모르는 사람 거의 없어요.”
그건 맞았다. 하지만 누구나 얼굴을 안다는 건, 어디든 함부로 돌아다닐 수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물론 어린 나이에 성공해서 힘들기도 했죠. 납치, 감금, 스토킹 골고루 겪었어요.”
“그렇죠.”
“그런데 견딜 만해요.”
덕수 씨는 눈을 깜박였다.
“연기하고 싶어서 바닥을 벅벅 긁던 나날에 비하면, 이 정도 무게는 가볍죠.”
그런 날이 있었던가? 덕수 씨가 알기로는 마공자의 그런 순간은 전혀 없었다.
“이렇게 가진 게 많은데, 친부모? 헤헤. 선생님.”
마공자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필요 없어요. 다이아몬드 왕관 쓰고 있는데, 쓰레기도 못 되는 찌꺼기가 과연 필요할까요?”
마공자는 차가운 창문에 이마를 비볐다.
“버리면 그냥 끝인 거죠. 뭐하러 궁금해해요. 저는 오히려 저를 지키려고 하는 엄마나 선생님이 훨씬 소중해요.”
마공자는 긴 숨을 내쉬었다.
“이게 뭐라고 아직도 숨기세요. 상처는커녕 자국도 안 나요.”
차가 모퉁이를 돌았다. 뒷좌석에 있는 마공자는 중심을 잃었는지 시트에 옆에 털썩 누웠다.
“정말 저를 너무 약하게 봐요. 뭐, 다 절 생각해서일 거 알지만 가끔은 의지해 줬으면…….”
마공자는 끝말을 잇지 못했다.
아마 잠들었겠지.
덕수 씨는 계속 운전을 했다. 까만 밤하늘에 가로등들이 사탕처럼 떠 있었다.
가슴이 따듯했다.
‘잘 컸구나. 진짜.’
공자가 강하다는 건 예전에 알았다. 증거는 널려 있었다. 애초에 그 꼬장꼬장한 할머니와 감금됐어도 거뜬히 버텨낸 아이였다.
‘하지만 그래도 상처받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말 소중한 아이였다.
덕수 씨는 공자 덕분에, 기쁨이 뭔지 알았다. 기적이 일상으로 다가왔다. 항상 즐거울 수 있다는 것도 공자를 만나서 알았다.
차는 계속 나아갔다. 아이가 잘 자란 게 기뻐서일까. 괜히 눈물이 나올 거 같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