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35)
035
‘화제성 있다는 건데, 좋은 거겠지?’
나는 심드렁하게 다시 고개를 들었다. 화면은 다시 인터뷰 장면으로 변했다.
-공자에게 용서받은 기분이 어때요?
김진형은 자리에 고쳐 앉으며 말했다.
“사실 그냥 용서가 아닌 거 같아요.”
뭐, 그렇게 거창한 거 아니지.
별거 아닌데 얘네들이 너무 신경 쓴다니까.
“공자가 괜찮다고 하는 순간, 진짜. 와. 막 눈이 시큼했어요.”
그, 그랬니?
‘애들이 확실히 사춘기는 사춘기네.’
아니면 고생을 많이 했던가.
김진형은 담담하게 고백했다.
“저희가 이제 기회가 없을 거란 말을 많이 듣거든요.”
애는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저거 순화했지만, 사실은 더 질 낮은 말이었겠지.’
대중들의 시선은 엄격하다. 조연 배우로서 온갖 설움을 겪은 나이기에 더 잘 알았다.
어린 애들이 감당할 게 참 많네.
‘조금만 참아.’
곧 엄청나게 뜰 테니까.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너희는 뜨지만, 문제는 나지.’
뭐, 없나요. 저 한가합니다. 매일 먹고 자고만 있습니다.
화면은 계속 변했다. 곧 내가 짧은 팔로 김진형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안는 장면이 나왔다.
‘와, 이거 나지만…….’
뭔가 되게 귀여운 장면이긴 했다.
‘키, 아니 몸집 차이가 상당해서 그런가.’
얼굴을 감쌌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팔을 얹었다는 느낌이 강했다.
나는 팔을 쭉 뻗어봤다.
‘짧다.’
TV에 나오는 것보단 길어진 거 같긴 하지만.
나는 스마트폰 게시판을 새로 고침 했다. 임팩트가 강했는지, 다들 신나 있었다.
제목 : ㅋㅋㅋ 공자한테 지킴당함
└ 귀여워서 사망하겠닼ㅋㅋ 귀염사합니다ㅋㅋㅋㅋㅋ
└ 난 이미 죽었음! 아아, 좋은 죽음 이었다ㅋㅋ
└ 22222
└ 33 여기 한 명 추가여!
└ 미친ㅋㅋㅋ 아씨 저게 뭐예요ㅋ미치겠다 보호받은 기분이 좋대ㅋㅋㅋㅋㅋ
└ 좋긴 하겠죠ㅋㅋㅋ
└ 공자(아기)한테 보호받은 최약체 김진형ㅋㅋㅋㅋ
└ 아니! 살다 보면 보호받을 수도 있죠ㅋㅋㅋ
└ 님, 진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ㅋㅋㅋ
└ 그런데 공자가 왕자님 같네요ㅋㅋㅋㅋ
└ 그러게 지켜주네요ㅋㅋㅋ 애가 떡잎부터 왕자임ㅋㅋㅋ
└ 지금 아기인데도ㅋㅋ 형을 지켜주는데ㅋㅋ 자라면 장난 아닐 듯요ㅋㅋ공자야 나도 지켜줘ㅋㅋㅋ
└ 님 나이 몇인대요ㅋㅋㅋ 님아 자제좀ㅋㅋㅋㅋ
나는 조용히 스마트폰을 내렸다.
‘욕이 없네?’
아까 있던데, 금세 사라진 건가?
‘아니면 화력에 밀렸나?’
뭐든 좋았다. 다시 TV 화면으로 고개를 돌릴 때였다. 인기척이 들렸다.
‘누구지?’
확인할 필요 없었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사장님, 안된다고 했잖아요.”
엄마는 통화하며, 나와 눈이 마주쳤다.
“마마!”
“공자야! 엄마 왔어! 끊습니다. 저 우리 공자랑 3일 만에 눈 마주치거든요? 방해하면 알죠?”
엄마는 통화를 끊자마자 나에게 달려왔다.
“공자야! 내 천사! 엄마 왔어!”
“마마! 조아!”
“엄마도 공자 봐서 좋아!”
나는 손을 뻗었지만, 엄마는 고개를 저었다.
“씻고 와야지. 음, 공자 뭐하니?”
아, 이런.
‘TV랑 스마트폰 보고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호환, 마마, 전쟁 등이 제일 무서웠지만, 현대 어린이들에게는 스마트폰 액정이 제일…… 아, 여기까지.
‘이거, 사실대로 말하면 안 되겠지.’
이럴 때는 넘어가는 게 좋았다. 그것도 빠르게 말이다.
나는 활짝 웃으며 화면을 가리켰다,
“공자가 나와!”
“어, 그래? 지금은 광고 중인데?”
순간 등에서 땀이 났다.
‘아니 왜 광고예요?’
이럴 때 필요한 건, 스피드였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어? 공자 없어졌다!”
나는 슬쩍 눈치를 봤다. 엄마는 웃으면서 말했다.
“곧 있으면 다시 해. 공자 자기가 나온 거 보고 있었구나.”
“웅!”
“하긴 엄마도 차에서 보면서 왔어.”
아하. 밴에서 봤구나.
“덕분에…….”
그때였다. 갑자기 스마트폰 벨소리가 들렸다.
“난리네. 진짜.”
엄마는 번호를 확인하더니, 왼쪽으로 그었다.
‘앗, 저거 안 받고 차단했다.’
엄마는 갑자기 이를 뿌드득 갈았다.
“이것들이 제정신인가?”
어, 엄마?
“내 번호는 어떻게 안 거야? 번호 또 바꿔야 하나. 남의 집 귀한 아들 가지고 뭐? 선거를 도와 달라고?”
엄마는 손부채로 얼굴을 식혔다.
“화제성 노리고 별스러운 게 다 연락 오던데. 어휴. 진짜.”
아하.
‘왜 아무도 반응이 없나 했더니, 아니었구나.’
중간에서 이상한 건 엄마가 차단했다는 것에 가까워 보였다.
‘뭐, 엄마 눈에 영 아닌 건, 진짜 아니겠지.’
아, 엄마.
순간 또 눈가가 뜨거웠다. 나는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또 울 수는 없었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아가씨 오셨어요?”
“응. 나 왔어!”
“어서 씻고 오세요. 아, 내 폰이 어디 있지?”
안산댁은 소파에 있는 스마트폰을 짚었다.
“내 정신 좀 봐. 여기 있네.”
앗! 리플 보고 더 보고 싶었는데!
안산댁은 잔인하게 스마트폰을 앞치마에 쏙 넣었다.
“여기 두고 갔어?”
“그랬나 봐요.”
“음, 그래?”
엄마는 생긋 웃었다.
“그랬구나. 공자야. 엄마는 공자가 TV 그만 봤으면 좋겠는데?”
어, 어머니! 안됩니다!
“공자가 저기 나오는데!”
“그래도 안 돼요.”
안산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아가씨는 자신이 나온 드라마는 철저하게 보시잖아요.”
“그건 봐야지. 모니터링이니까. 공자도 공자가 나온 작품이면 보게 해줄게.”
아, 논리적이십니다.
‘뭐라 할 말이 없다.’
엄마는 리모콘으로 TV를 끄면서 말했다.
“저건 예능이잖아. 아직 이런 건 보면 안 돼요.”
“저는 못 봤어요. 어때요?”
안산댁의 질문에 엄마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왜요? 이상했어요?”
“안산댁, 우리 공자 말이야.”
“네.”
“진짜 날개 없는 천사 아닐까?”
안산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아니. 뭐랄까. 나는 솔직히 조금 익숙해졌거든. 그런데 나, 지금 코코아톡도 못 들어가. 메시지 폭발 중이거든.”
엄마는 나를 보며 방긋 웃었다.
“공자가 아이돌들을 돌봤대.”
“네? 돌봐요? 편집을 그렇게 한 거 아닐까요?”
“아기랑 나랑은 대본 자체가 없었어. 헤일로가 우리 집에 와서 공자를 돌본다는 기획이 다야. 설사 대본이 있더라도 공자는 아직 연기자가 아니잖아?”
안산댁은 나를 바라보았다.
“음, 그렇죠.”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진 거겠지. 그렇지. 그리고 이제는 확실히 알 거 같아.”
엄마는 내 뺨을 살짝 쓸었다.
“내 천사를 위해서, 내가 뭘 해야 할지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음, 비밀.”
엄마는 나를 보며 한쪽 눈을 감았다가 떴다.
‘서. 설마!’
뭔가 눈치를 챈 건가?
“역시 감이 맞았어.”
어머니!
나는 엄마를 보며 눈을 깜빡였다. 존경심 때문에 가슴이 벅찼다.
“솔직히 이 결심 때문에 나중에 공자가 나를 원망할 수도 있지만…….”
엄마는 내 뺨에 뽀뽀하며 말했다.
“그거 각오할게. 공자야.”
아니, 아닙니다!
‘원망이라니요!’
두고두고 절할 겁니다!
‘와씨. 효도 안 하면 나는 인간도 아니다.’
효도하자. 꼭 효도하지. 이한조, 아니, 마공자!
한참 감동의 강에서 헤엄치고 있는데, 안산댁이 말했다.
“공자 계속 내보일 거예요?”
“응. 내가 업계를 잘 알아서 다행이야. 엄선해서 내보일 거야. 적어도…….”
엄마는 반짝이는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지금 난리 난 이 사람들은 아니야.”
“별로인가 봐요.”
“응. 적어도 아역 보호를 해주는 곳이어야지.”
엄마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험하잖아. 이 업계.”
“그렇죠.”
“이상한 감독과 현장이면 내가 피하게 해줘야지. 내가 공자 엄마니까.”
아, 어머니.
‘나중에 제가 효도하지 않으면, 제 뒤통수를 치세요.’
그러면 정신 차릴 거예요.
안산댁은 조금 웃으면서, 나를 안아 들었다.
“좋은 곳에서 연락 오면요?”
“그러면…….”
그때였다.
띠띠띠-
엄마의 스마트폰의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엄마는 상대를 확인하며 말했다.
“고려해 봐야지. 이렇게.”
엄마는 머리를 한쪽으로 넘기며, 전화를 받았다.
거실이 조용해서일까. 통화 소리가 다 들렸다.
“이 PD님, 안녕하세요.”
-어, 수정 씨! 오랜만이야.
“이번에 작품 들어가셨단 얘기 들었어요.”
-응. 시청률 잘 나오고 있어.
“알아요. 역시 이 PD님이시란 얘기 듣고 계시잖아요.”
-칭찬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이 PD?
‘누구지?’
PD 중에 이 씨가 한둘인가. 하지만 꽤 작품 잘 찍는 이씨 성의 PD면 얘기가 달라진다.
-바빠서 본론으로 갈게. 수정 씨, 도와줘.
“어머나? 특별 출연 원하세요?”
-특별 출연도 해주면 좋지만, 그게 아니야. 어휴.
엄마가 통화하는 상대는 심호흡했다.
-내가 의학 드라마 찍는 거 알지?
“당연히 알죠.”
바로 누군지 알았다.
‘이제민 PD였군.’
시청률 20.8%. 후에 OTT로 넘어가지만, 지금은 IBS겠군.
‘전생에서 한번 작업하긴 했지.’
사극 찍을 때, 엑스트라로 한번 굴러 봤었다.
‘거지 23이었나.’
나는 예전 장면을 떠올렸다. 감자를 먹다가, 적군에게 몰살당하는 역이었다
‘꽤 노련했었어.’
깐깐하지만, 연출력이 나쁘지 않았다.
‘사람도 괜찮았지.’
그래서 촬영장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이거 그 사전 촬영이 20화나 있거든.
“감독님 다우시네요. 사전 촬영 많으면 좋죠.”
-그렇지. 내가 사전 촬영 이 분량 안 빼주면 안 된다고 난리를 쳐서 받아놨으니까. 그런데 이게, 주인공이 나중에 죽어.
“어머? 감독님. 저 그 작품 잘 보고 있는데, 스포일러잖아요.”
무슨 작품인지 바로 알았다.
‘응급실’이다.
캬.
‘이거 명작인데.’
26부작. 응급실 의사 둘이 주인공인 작품으로, 환자의 사연 하나하나가 감동적이었다. 게다가 이 드라마의 백미는 주인공 중 한 명이 불치병으로 죽을 때였다.
‘항상 엄하던 스승이 결국 죽었지.’
하필이면 이 스승의 아들은 이제 막 돌잔치가 지난 아이였다.
‘그래서 나중에 눈물바다가 됐었어.’
한류 바람 타고 해외 수익도 상당했다고 들었었다.
‘그 드라마가 지금 촬영하고 있었구나.’
몰랐네.
-미안, 미안. 그런데 아역이 마땅치 않아. 원래 촬영하려고 했던 아이가 홍역에 걸려서.
“어머나?”
-마땅한 아이 없나 보다가, 예능을 봤어. 수정 씨, 공자 좀 쓰게 해줘.
와. 엄마!
‘이건 잡아야 합니다!’
스승의 아들이라니!
‘명장면이라고요!’
이건 나와야 해! 내가 합니다!
나는 엄마를 빤히 바라보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우리 공자 말이죠.”
-제발 부탁해. 응?
“오늘 예능 때문에 제 스마트폰 불나거든요. 그만큼 제 천사가 굉장했나 봐요.”
-보다 보니까, 스승역이 ‘한우진’이랑 닮았더라고.
와. 한우진.
‘지금은 30대 후반이긴 하지만, 여전히 잘생긴 배우지.’
10년이 지나도 잘생겼다고 하면 바로 이름이 튀어나오는 게 한우진이었다.
“우리 공자 나이 아시죠?”
-알지. 알지.
“촬영장 분위기 험하면 안 되는 것도 아시죠?”
-나 지침 잘 지키는 거 유명하잖아.
엄마는 씩 웃었다.
“알죠. 그러니까 승낙하는 거예요. 아셨죠?”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