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36)
036
순간 옷자락 잡고 절할 뻔했다.
‘이, 이렇게 좋은 길을 열어 줄 줄이야!’
내가 드라마 속 한우진의 아들이라니!
‘그 자체만으로도 주목받겠다!’
손이 부르르 떨렸다. 이 모든 것을 해낸 아름다운 어머니께서는 통화를 계속 이어가셨다.
“우리 공자, 무리시키면 아시죠?”
-어휴, 알지! 이야. 다행이다. 적당한 아역이 없어서 고민했는데, 동아줄이 내려오네! 키얏호!
“어머나, 이 감독님 흥분하셨어요.”
-보자마자 이 애다 싶었어! 한우진의 삶의 이유가 아들인데, 그러려면 사랑스러워야 하잖아! 그런데 귀여운 아역들은 많아도 사랑스러운 아역들은 별로 없단 말이야.
음, 감독님. 그게 그거 아닌가요.
‘귀여운 게 사랑스러운 거지.’
아니나 다를까, 엄마도 둘의 차이를 확실히 모르는 것 같았다.
“그게 많이 달라요?”
-달라. 아주 달라. 귀여운 거야 외모가 귀여우면 되는 거지만, 사랑스러움은 행동에서 나오거든. 수정 씨 아들이 딱 그렇더라고. 어쩌면 애가 저 째깬한 몸으로 남을 지켜주려고 해?
엄마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
“공자가 좀 그래요. 전 그게 더 걱정이고요.”
-아니, 뭐가?
“너무 착한 거 아닌가 싶어서요.”
와.
‘엄마 다른 건 몰라고요,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그렇게 착한 놈 아닙니다.
엄마는 나를 보며 웃었다. 나는 속마음을 숨긴 채 따라 웃었다. 이상하게 양심이 콕콕 찔렀다.
‘천사 같은 이미지 만들려고 한 건데 나를 너무 착하게 보는 거 같다?’
이거, 혹시 자충수 되는 건 아니겠지?
내 마음을 모르는 엄마의 손길은 부드럽기만 했다.
“그럼 일정 조절해 주세요.”
-오케이! 연락해 줄게.
“네. 다음에 뵈어요. 감독님.”
엄마는 통화를 끊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엄마. 갑자기 웬 한숨?’
무슨 걱정이신가요.
내가 잡은 손에 얼굴을 비비자, 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가 작게 중얼거렸다.
“큰일 났다.”
네? 뭐가요!
“내가 이걸 생각 못 했네. 우리 공자 촬영장에 누가 데려다주지?”
아.
‘이, 이런 문제가!’
그러고 보면 아역들의 촬영장 스케줄과 진행은 보통은 부모님들이 했지?
‘근데 우리 엄마는 바쁘잖아!’
게다가 나는 어디 소속되어 있지도 않아서 당연히 매니저도 없었다.
‘크, 큰일이네.’
엄마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안산댁이 바로 끼어들었다.
“제가 갈게요! 뭘 걱정하세요?”
“어, 안산댁이 가주게?”
“네. 시사회 때도 제가 갔잖아요.”
“고마워. 그래도 걱정되니까, 누구 하나 더 가는 게 나을 텐데. 으음…….”
엄마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이런, 죄송합니다. 엄마.’
엄마는 한참 동안 팔짱을 풀지 못했다.
‘나 벌써 불효하네.’
바쁜 배우, 신경 쓰게 해드리네요.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때였다. 숙인 고개 사이로, 가슴을 누르는 안산댁의 손이 보였다.
‘어라?’
이상해서 고개를 들자, 안산댁은 연신 숨을 내쉬었다.
‘가슴이 아픈가?’
나는 바로 소파 위를 기어가서, 안산댁 손을 잡았다. 그러자 안산댁은 화들짝 놀랐다.
“아, 깜짝이야!”
생각보다 너무 놀란 거 같아서, 나는 바로 사과했다.
“이모? 미얀!”
“어? 아니야. 공자야. 내가 좀 놀랐어.”
“안산댁?”
안산댁은 급히 변명했다.
“아니에요. 생각에 좀 빠져 있었어요. 어머나, 우리 공자 때문에 드라마 촬영장 구경하겠네!”
억지로 밝은 척했지만, 좀 수상했다.
촉이 알려줬다.
‘이거 뭔가 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안산댁?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녀는 서둘러 말을 돌렸다.
“어휴. 저 빨래 널러 갈게요. 공자야 이따 보자!”
안산댁은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마가 작게 중얼거렸다.
“좀 이상한데? 그렇지 공자야”
“녜!”
나는 소파 위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며 말했다.
“이모답지 않아요!”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가슴을 눌렀던 걸 떠올렸다.
‘명치 쪽이었지?’
그쪽에 뭐가 있더라? 폐? 위?
‘인터넷 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명치 쪽 증상이라고 검색하면 쭈르륵 나오던 것이 그리웠다.
엄마는 바닥에 내려온 나를 안아 들며 말했다.
“이따 물어봐야겠다. 영차. 우리 공자 무거워졌네!”
“컸어여!”
“그러게. 우리 공자. 하루가 다르게 크네.”
엄마는 나를 꽉 껴안으며 말했다.
“같이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
뭘 그런 걸 가지고.
“괜찮아여!”
“어휴. 내 천사.”
엄마는 내 등을 토닥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다리를 흔들며 환하게 웃었다.
* * *
‘응급실’에 나온다니.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요람 속에서 양쪽 발을 부딪치며, 히죽 웃었다.
‘이 작품, 다시 보기 엄청나게 했었는데.’
드라마 속 한우진의 역 ‘주혁’은 주인공의 스승이자 멘토였다.
‘뭐, 다정하진 않았지.’
하지만 주인공의 노력에 서서히 마음을 열기도 했다. 그리고 막판에 와서는, 진정한 스승이 되었다.
‘그러다가 주혁이 불치병에 걸리지.’
주혁은 당연히 살고 싶었다. ‘응급실’의 주인공도 스승인 주혁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결국 죽었어.’
아직 그 장면이 선했다. 죽어가는 주혁은 마지막에 주마등을 본다.
‘은은한 OST가 깔리고…….’
주혁이 사랑하던 것들이 하나하나 스친다.
‘응급실, 죽은 아내. 그리고 이제 고아가 될 아들.’
그렇게 웃다가, 장면은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삐-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가 이 장면을 보고 얼마나 울었는데!’
이 장면에 내가 나온다니.
나는 까르르 웃으면서 손뼉을 쳤다. 이 무슨 어린애 짓이냐 싶지만, 계속 심장이 두근거렸다.
‘좋은 작품에 나오고 싶은 건, 배우의 본능이라고.’
나는 심호흡을 했다.
그래. 진정하자.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침착함이다.
‘자, 마공자. 생각을 또 해보자.’
이 역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할 필요가 있나?’
사랑스러운 아들을 연기하면 됐다.
‘애초에 사랑스러움 때문에 나를 찾았다고 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어떤 애가 사랑스러운데?
‘젠장. 이거 난제네.’
나는 요람에서 벌떡 일어났다.
‘솔직히 모르는데.’
그냥 웃으면 되나? 아니면 손 내밀며 다가오거나?
‘왠지 그건 사랑스러움과는 다른 거 같기도 하고.’
예전에 봤던 ‘응급실’ 장면에서 아이의 모습은 살짝 스친 정도였다.
‘애초에 분량이 몇 초였지. 다시 생각해 보니까 감동적인 장면치고는 평이했어. 임팩트도 없고.’
돌이켜 보니, 주혁과 아이의 유대가 부족해 보이긴 했다.
‘이거, 아역이 홍역에 걸려서였구나.’
적당한 대타 못 찾았던 거군. 아무리 몇 초짜리 장면이더라도 배우 컨디션이 안 좋으면 다 티가 나는 법이다.
하지만 내가 한다면?
‘명장면으로 만들고 싶다.’
시청자들 눈물 좀 빼게 해드려야, 명품 조연 배우 이한조답지.
‘음, 사랑스러운 걸 원하는 감독이라. 뭔가 추상적인데.’
솔직히 감독이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몰랐다. 그걸 알아야 디테일을 살릴 수 있는데.
‘전화해서 물어볼 수도 없고 말이야.’
나는 씩 웃었다.
‘뭐, 현장에서는 알려주겠지.’
아역과 촬영 꽤 해봐서 알았다. 아역에게는 감독이 연기 지시를 아주 구체적으로 해준다.
‘화장실 가고 싶은 표정을 해보라고 하든가, 발가락을 찧은 얼굴을 하라든가. 잘 몰입할 수 있게 맞춤형으로 해주지.’
아마 이제민 PD도 마찬가지겠지.
‘이건 현장에서 맞춰보자.’
쓸데없이 지금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팔을 파닥거렸다. 언제 촬영장에 가게 될지 모르지만, 또다시 흥분되었다.
‘그나저나 진짜 날로 먹는 인생이군.’
전생에서는 역할 하나 따려면 오디션은 물론이고, 온갖 곳에 사바사바 하는 게 일이었는데.
‘엄마 잘 만나서 이게 한 번에 해결되다니.’
조력자가 있고 없고 이렇게 차이가 크구나.
와, 이한조. 아니, 마공자.
‘엄마 포함, 주변에 잘하자.’
전생에서는 그거 잘 못 했으니까.
‘뭐, 할 상대도 없긴 했고.’
하지만 지금은 다르니까.
‘아씨, 주변 하니까…….’
나는 가슴을 움켜쥔 안산댁을 떠올렸다.
‘큰 병은 아니겠지?’
식도염이나 뭐 그런 거도 거기 아프다고 들은 것 같은데.
‘조금 걱정되네…….’
혹시 문제가 생긴다면야.
‘코인 써야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날 먹여주고 재워주는 안산댁인데!
‘물론 돈 받는 일이긴 해.’
하지만 손길에는 애정이 있다고!
나는 요람에서 양팔을 파닥거렸다.
‘저번 생에서 못 가졌던 거, 기필코 다 가진다!’
닦아주신 탄탄대로 시원하게 나가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결심하고, 일단 다리 운동부터 했다. 일단 신체부터 잘 다루는 게 중요했다.
‘많이 나아졌긴 해.’
이제 손가락도 뜻대로 잘 움직였다. 하지만 아직은 식사까지는 무리였다.
‘뭔가 리미트가 걸리는 거 같은데.’
지금 시기에 말하는 것도 상당히 이르긴 하지만.
‘이것도 생각은 좀 해봐야겠다는 걸.’
나는 숨을 들이마시며, 다시 다리를 움직였다. 일단은 운동해야 했다.
* * *
“공자야, 삼촌 왔다!”
“아, 안냐세여!”
이, 이런.
나는 눈앞에 있는 사람을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엄마, 나 촬영장에 데려다주는 사람이…….’
이분이야?
“공자야, 삼촌 기억하지? 돌잔치 때 만났잖아!”
그야, 당연히 기억은 합니다.
‘톱 라인의 서 사장님 아니십니까.’
저기요. 돌잔치야 뭐 어찌 보면 경조사니까 시간을 한번 냈다고 치는데요.
‘무슨 사장님이 소속 배우의 아들 촬영장을 따라가?’
그 회사, 일 없어요? 한가하세요?
내 생각을 모르는 서 사장은 히죽 웃었다.
“아니, 수정이가 적당한 사람을 원하길래, 내가 왔지.”
보통은 믿을 만한 매니저를 보내지 않나요?
“요즘 내가 일이 없거든.”
어라.
“내가 너무 직원을 잘 뽑았나 봐. 걔네가 일을 너무 잘해. 내가 할 일이 없다니깐. 하긴…….”
서 사장은 나를 안아 올리며 말했다.
“월급이 나랑 똑같아서 그런가.”
엥?
“능력이 있어 보여서 돈을 미끼로 데려왔거든. 공자야. 삼촌이 인생 경험 공짜로 알려줄게. 인재를 데려올 때는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해. 비록 자신의 월급이 깎이는 한이 있어도 말이야!”
‘맞는 말 같긴 한데…….’
제 월급을 깎아 직원을 준다. 어찌 보면 존경의 범위까지 갈 수도 있긴 했다.
‘그래도 이건 좀 아니잖아요!’
내 촬영장에 사장님이 왜 와요!
그때 안산댁이 끼어들었다.
“아이고 사장님. 오랜만이에요.”
아, 구면이신가 보다.
“네! 이모님은 더 젊어지셨네요.”
“호호호. 사장님도 여전하세요. 공자 데리러 오신 건가요?”
“넵! 마담도 모시러 왔습니다. 자, 유모차 주세요. 제가 모시겠습니다.”
와. 이 양반, 너스레가 장난 아니네.
‘저래서 영업왕 소리를 들었나.’
사장은 내 유모차를 밀었다. 나는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뭐, 생각해 보니까 엄마 빼놓고 보면 현재로서는 제일 능력 있고 안전한 사람이긴 하네.’
사장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히죽 웃었다.
“공자야 삼촌 반갑니?”
그렇다고 해두자.
“녜!”
“캬, 오늘도 귀엽다. 그런데 옷이 왜 이러냐. 누가 그런 걸 입혔니? 너무 개성적이잖아. 은갈치 같은 옷이라니 일부러 고르기도 힘들 텐데.”
아, 사장님 그건!
“그런데도 귀엽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공자야. 삼촌이 옷 사줄까?”
나는 슬쩍 눈치를 봤다. 아니나 다를까, 안산댁 눈이 도깨비처럼 번뜩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