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37)
037
“음. 사장님? 저 옷이 그렇게 별로인가요?”
사장님은 단호했다.
“별로죠. 공자 얼굴이니까, 저 번쩍이는 우주 스타일을 소화하는 거죠. 아니 저런 스타일이라도 좀 귀여운 것도 있을 텐데요. 우주 괴물이 주머니에 붙어 있네요.”
그, 그렇긴 했지.
“귀, 귀엽지 않나요?”
“저 형광 괴물이요? 아니 뭐 귀여울 수는 있어요. 하지만 공자 피부 색깔과도 안 맞잖아요. 저런 건 오히려 약간 까무잡잡한 애들이 어울려요. 우리 공자는 아시다시피 백설기처럼 뽀얗잖아요.”
저, 사장님. 이 나이대 애들은 원래 사골 국물처럼 뽀얗습니다.
‘게다가 이 옷 입힌 게, 안산댁인데요.’
아니나 다를까, 안산댁 입매가 파르르 떨렸다.
“그, 그런가요?”
“네. 옷을 이렇게 알록달록하게만 입히면 안 되는데. 수정이가 이런 취향인가. 아닌데. 우리 수정이는 어디서든 옷 잘 입히기로 소문났는데?”
사, 사장님, 그만…….
“아동복이라고 그 센스가 퇴화할 리는 없을 텐데? 어쨌든 공자야. 너 그 꼴로 가는 거, 삼촌이 못 참아요. 누가 보면 수정이가 너 괴롭히는 줄 알 거야.”
사장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누가 이렇게 입힌 거야. 애 앞길을 막으려고 그러나. 공자야, 이거 네가 골랐니?”
여기서 아니라고 하면 큰일 나겠지.
나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녜!”
“이런…….”
사장은 안산댁을 보며 당부했다.
“앞으로 공자에게 옷 고르게 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안산댁의 눈이 점점 가늘어졌다.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서 사장님, 저는 할 만큼 했습니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화제를 돌렸다.
“삼촌! 궁금해여!”
“오, 그래 공자야. 뭐가 궁금하니?”
“우리 어디가여?”
물론 촬영장 가는 건 알고 있었다.
“아, 그게 궁금했구나. 카메라 많은 곳으로 가지. 그 좀 낯선 게 많아도 놀라지 마렴. 이따~만 한 조명이 있어서 눈이 부실지도 몰라.”
아이 눈높이에서 설명을 참 잘했다. 나는 양팔에 크게 원을 그렸다.
“이따~만 해여?”
“어이구 귀여워라. 심장 떨리네. 역시 예능 한방에 CF가 괜히 물밑 듯이 들어온 게 아니라니까. 공자야. 그거보단 조금 더 크단다.”
어라.
‘광고가 그렇게 많이 들어왔었어?’
그건 몰랐는데. 그럼 엄마가 다 거절했다는 뜻인가? 왜 거절한 거지?
서 사장은 차 문을 열면서 말했다.
“수정이가 많이 쳐냈지. 딱 하나만 한다고 해서, 지금 조율 중이란다.”
와. 어머니!
‘딱 하나라니!’
더 해도 되는데요!
“왜 그렇게까지 하나 싶지만, 수정이 마음도 이해가 가. 이미지 소비도 있으니까. 사실 공자는 돈이 부족하지 않으니까. 어차피 그 돈도 기부한다고 하지만.”
그렇군.
오래도록 배우의 길을 걸으려면 CF도 가려 받아야 한다. 스크린이 아닌 곳에서의 노출은 이미지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엄마는 진짜 멀리 보는구나.’
서 사장은 나를 능숙하게 카 시트에 앉혔다.
“그나저나 공자야. 삼촌은 네 예능을 보고 감동받았어.”
“진따여?”
“응. 캬. 내가 사장질을 좀 해봐서 알아요. 공자는 보석 중의 보석 같단 말이야.”
‘사람 볼 줄 아시는군요.’
그야 당연하죠.
“삼촌은 우리 공자가 어떻게 클지, 아주 많이 기대돼요. 그런 의미로 말이야.”
서 사장은 앞자리에 올라타며 말했다.
“옷은 중간에 사 입자. 공자야, 그 건 진짜 아니다.”
이런.
‘기껏 화제 돌렸는데 말이야.’
나는 살짝 옆을 보았다. 안산댁의 입매가 또 파르르 떨렸다.
나는 마음속으로 성호를 그으며 중얼거렸다.
‘나무아미타불.’
뭔가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지만 아무렴 어때? 난 무교인걸. 어쩔 수 없었다.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안산댁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나는 애써 고개를 돌렸다.
* * *
촬영장 분위기는 여전했다. 나는 서 사장에게 안긴 채, 안으로 들어갔다.
“어이구 안녕하십니까. 이제민 PD님!”
서 사장은 유쾌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이제민 PD는 악수하며 말했다.
“아니, 서 사장님께서 오셨네요?”
“회사에 남은 손이 저밖에 없어서요.”
“에이.”
“진짜예요. 회사가 작잖아요. 그래서 노력만이 살길입니다.”
역시 이 사람, 너스레가 장난 아니었다.
이런 사람이 사장이라서, 탑 라인이 잘나가나보군.
사장은 내 허리를 달랑 들어서, PD에게 내보였다.
“PD님! 공자입니다!”
나는 다리를 살짝 흔들며, 밝게 웃었다.
“안냐세여!”
“헉!”
별거 아닌 인사였는데도, 이제민 PD는 한걸음 물러섰다.
“카, 카메라가 잘못했네! 이야. 귀여워라. 이게 사람 맞지?”
무슨 표현이 저렇지?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갑자기 스탭들이 몰렸다. FD가 다가와서 수군거렸다.
“사람 맞아요. PD님. 요정 같지만요.”
“이야! 나 이렇게 생긴 애 처음이야. 세상에 눈 봐라.”
“코 봐요. 아니, 예쁜 애는 이 나이에도 콧대가 서네요.”
“그러게. 한번 만져 봐도 되나?”
그때, 안산댁이 외쳤다.
“아, 아니! 안 돼요! 다들 알콜 소독하시고 만지세요!”
와. 우리 이모, 끝내주시네.
이모가 알콜 손 세정제를 내밀었다.
“그럴 줄 알고 제가 준비해 왔어요!”
아, 안산댁!
‘비록 패션 감각은 이상하지만, 역시 훌륭한 분이야!’
뭔가 박력이 장난 아니었다.
스탭들은 쪼르륵 줄 서서, 손을 내밀었다. 안산댁은 친절하게 헤드를 눌러주기까지 했다.
그렇게 손 소독이 끝나자, 아까 말한 FD가 내 코를 살짝 쓸었다.
“어, 뼈다. 이 코는 진짜다.”
“와, 얘 자라면 코 진짜 예쁠 거 같지 않아요?”
“코만 예쁘겠냐. 이 얼굴로 그대로 자라면, 어우야.”
이제민 PD는 나를 보면서, 손가락으로 카메라 모양을 했다.
“이건 얼굴이 사기네.”
“주혁 역이랑 잘 어울리죠?”
“어울리는 정도가 아니야. 주혁이 이런 아들 두고 어떻게 죽냐.”
그때였다. 환자복을 입은 사람이 어슬렁어슬렁 걸어왔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싶었는데……!
‘와, 한우진!’
한때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생겼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었다.
‘자금 환자 역이라서 초췌하게 분장했네.’
하지만 잘생김까지는 가릴 수 없었다.
한우진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아, 얘가 제 아이예요?”
한우진은 팔짱을 끼고 나를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이야. 이거 나의 잘생김이 위협받겠는걸?”
이제민 PD는 한우진의 어깨를 툭툭 쳤다.
“내일모레 마흔인데, 이제 그 대한민국 대표 미남 자리에서 내려올 때 됐잖아?”
“아, 내려오기 싫어요. 어떻게 올라간 자리인데. 그런데 얘가 마수정 씨 아들 맞죠? 이야. 예쁘네.”
한우진은 안산댁 앞으로 가서, 손 소독을 하고 내 앞에 다시 섰다.
“예뻐도 너무 예쁜데. 얘 여자애 아니죠?”
아닙니다. 그나저나, 하도 분주해서 인사도 못 했네.
나는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안냐세요!”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기껏 인사했는데, 사람들이 말이 없었다.
어라.
‘왜 이렇지?’
고개를 갸웃거리자, 한우진이 손을 입에 물었다.
“와, 와. 이거 죽겠네. 귀여운 게 움직이니까 더 귀여워!”
그, 그런가.
“이야, 인사도 해. 이렇게 어린데!”
이봐요.
“목소리도 진짜 귀엽네요. 아니, 뭐 저런 애가 다 있어! 아씨. PD님이 아기 구했다고 춤출 때 뭐 그런 거로 오버하시나 했는데, 인정합니다. 댑따 귀엽네!”
생각보다 반응이 격했다.
‘아니, 나 말하는 건 예능에서 봤잖아.’
알고 캐스팅한 거 아니었어?
그때 서 사장이 너스레를 떨었다.
“원래 화면에서 보던 걸 실제로 보면 감동이 오는 법이죠.”
저기요.
‘이 사람들이 그 화면 찍는 사람들이잖아.’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만 이제민 PD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서 사장. 예능이 잘못했어. 이 얼굴을 제대로 못 담았네.”
“그런 거 같아요.”
“이렇게 귀여운 애가 올 줄이야. 이야, 우리 이번 장면 날로 먹겠네.”
한우진은 슬쩍 내 볼을 쓸면서 말했다.
“그러게요. 이런 애가 나오면, 캬.”
“시청률 30% 도전 어때?”
그들은 서로 말이 되냐며 왁자지껄 웃었다. 그때였다. 나를 들고 있던 팔이 벌벌 떨렸다.
‘아, 아직도 들고 계셨구나.’
사장은 나를 다시 유모차에 앉히고 중얼거렸다.
“팔 아파.”
저런.
서 사장은 팔을 쭈물거리며, 히죽 웃었다.
“그런데 우리 공자 인기 좋네. 캬, 이런 애가, 우리 회사 신입이 이 정도였으면 걱정을 안 하는데…….”
서 사장은 갑자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데 그럴 리가 없지.”
저런.
“수민이 생각나네. 애가 얼굴도 괜찮고, 연기도 못하는 건 아닌데 카메라 울렁증은 왜 있어서는. 에잉.”
수민이? 탑 라인에 그런 배우가 있었어? 기억 안 나는데?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이제민 PD가 다시 다가왔다.
“공자, 빨리 촬영하고 보내줘.”
“아, PD님 배려 좋으십니다.”
“아니요. 당연한 거죠. 아역에게는 당연히 이래야 해요.”
“안 그런 감독이랑 PD도 널렸어요.”
이제민 PD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놈들은 문제가 있는 거죠. 갈아입고 바로 찍죠.”
자, 잠깐!
‘지시 안 해?’
아니 아역이 왔으면 어떤 연기하라고 말해줘야지.
‘한우진이 날 안는 건 알아.’
아니, 그래도 웃거나, 울거나 어떻게 하라고 요청을 해야 내가 연기를 하지.
이제민 PD는 나를 아래위로 보더니 말했다.
“얼굴만 나오면 돼요. 안 우는 게 어디야.”
이런, 젠장.
‘요청이 없는 거 같네.’
이제민 PD가 원하는 건 그냥 아이가 안 울고 있는 게 다인 거 같았다. 즉, 나에게 바라는 게 없었다.
‘젠장. 안 돼. 나는 응급실의 마지막을 명장면으로 만들고 싶단 말이야.’
살다 살다 연기 기대치가 너무 낮아서 문제가 될 줄이야.
‘아니야. 근본적으로…….’
나는 내 손을 내려다봤다. 아직 작기 그지없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이제 겨우 한두 단어 말하는 애한테 무슨 연기 지시야.
‘내가 아기인 게 문제야.’
솔직히 아기에게 연기를 제대로 된 연기를 바라는 게 이상하긴 했다.
‘하지만 그건 보통 아기일 때고…….’
나는 명품 조연 이한조잖아.
‘내 이름을 걸고 막 찍을 수는 없다!’
열이 머리끝까지 올랐다. 그러자 내 옷을 갈아입히는 안산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공자야, 왜 그래? 덥니?”
아차차. 나는 바로 심호흡을 했다.
“아녀!”
안산댁은 내 이마에 손을 올렸다.
“약간 열이 있는 거 같은데? 공자 어디 아프니?”
“안 아파여!”
기대받지 못해서 마음은 조금 아픕니다.
“몸 아야 하면, 이모에게 말해야 한다?”
“녜!”
안산댁은 내 옷을 펴주며 중얼거렸다.
“이런 옷이 예쁜 건가.”
이전보다 한참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아까 사장님에게 패션 센스를 지적 당한 때문이겠지.
이런.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지금 내가 입은 옷, 귀여운 토끼 귀가 달린 민트색 후드티였다. 은갈치 옷에 비하면 양반이지.
‘뭐, 귀엽긴 하겠네.’
소재가 면이어서 움직이긴 편했다. 하지만 안산댁은 소매를 걷어주며 중얼거렸다.
“내가 고른 게 나은데.”
그건 아닙니다.
막 뭐라고 하려고 할 때였다. 안산댁이 갑자기 명치끝을 주먹으로 눌렀다.
‘어라?’
또 아프세요?
안산댁 이마에 식은땀이 났다.
‘통증이 상당해 보이는데?’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안산댁의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보니까 알았다.
‘저거 식도염 아닌 거 같아.’
그리고 생각보다 중병 같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