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38)
038
안산댁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게 너무 아파 보여서, 나는 나도 모르게 안산댁 옷자락을 쥐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안산댁은 통증이 좀 가라앉았는지, 재빨리 땀부터 닦았다.
나는 작게 물었다.
“이모, 마이 아파?”
안산댁은 깜짝 놀라며 돌아섰다.
“아, 공자야. 빨리 나가자.”
안산댁은 필사적으로 말을 돌리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물었다.
“아파? 아야해?”
안산댁의 눈에 순간, 물기가 어렸다.
‘이런 젠장.’
진짜 중병이네.
‘아니 아프면, 입원하셔야죠.’
왜 일을 하고 계세요.
나는 안산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솔직히 나도 알았다.
‘사정이 있겠지.’
제일 쉬고 입원하고 싶은 건 본인 아닐까.
안산댁은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이모 안 아파!”
안산댁. 그 변명은 아기라도 안 믿겠습니다.
‘어쩔 수 없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코인밖에 답이 없네. 엄마에게도 알려야 하지만.’
아, 코인.
어째 러브 앤 피스 코인이라서 그런가.
‘뭔가 건강에만 쓰는 느낌인데…….’
뭐, 이번 삶은 넉넉하니까. 주변 사람 건강 챙기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엄마 때랑 비슷한 상황이군.’
코인을 모으면 됐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총 코인!’
[총 코인: 23,453>열 일을 했더니, 제법 많이 모여 있었다.
‘자, 이렇다면 코인이 얼마나 드는지 확인해 봐야지.’
나는 오랜만에 속으로 중얼거렸다.
‘코인 사용!’
[러브 앤 피스 코인을 어떻게 사용하시겠습니까?>‘안산댁 건강해지기!’
[성실한 안산댁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100,000 코인이 필요합니다. 실행하시겠습니까?>순간 깜짝 놀랐다.
‘저, 저기요?’
아니, 왜 이렇게 인플레이션이 심해요!
‘뭐 했다고 십만인데?’
어째 점점 뭔가 힘들어지는 건 기분 탓인가?
끄응.
나는 이마를 짚었다.
‘뭐, 어쩔 수 없나.’
그 정도로 안산댁의 건강이 안 좋다는 말도 됐다.
‘모아야지.’
하지만 어떻게?
‘뭘 고민해. 연기를 잘해서 감동을 줘야지.’
그리고 그 기회는 앞에 있었다.
“공자야, 가자?”
“녜!”
아, 나 촬영장이지. 그것도 연기를 목전에 앞두고 있었다.
‘감독이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연기를 말이야!’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 장면을 후대에 길이길이 남는 명장면으로 남길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그러니까 한우진이 나를 안고 있는 장면이지?’
솔직히 이 장면은 한우진과의 케미가 중요했다.
‘케미는, 친해지는 게 최고인데.’
아기의 몸으로 어떻게 친해지냐고.
그때였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한우진이 어슬렁어슬렁 걸어왔다.
‘좋아.’
나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치자, 한우진은 나에게 다가왔다.
‘우리 기간 한정으로 친해집시다.’
한우진은 나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나는 바로 배시시 웃었다.
“오? 감독님! 아기가 절 보며 웃네요?”
“어, 진짜?”
“애가 제가 잘생긴 걸 아나 본데요?”
“아기는 원래 미인을 좋아한대.”
그건 아니야.
‘하지만 그렇다고 치는 게 낫겠지.’
나는 팔을 내밀었다.
“안아쮸뗴여!”
내가 말하고 내가 절망스러웠다.
‘수치스럽다.’
내가 이 나이 먹고 안아달라고 해야 하다니!
‘하지만 어차피 연기하려면, 한우진은 나를 안아야 하잖아.’
그럼 카메라에 넣을 그림도 미리미리 만들어 봐야 하니까.
‘게다가 한우진은 인기 많은 배우 치고는 까탈스럽지도 않지.’
같은 작품은 한번 한 적 있었다. 물론 같이 나오는 장면은 없었다.
‘그 작품에서 나는 여주인공 쪽 삼촌으로, 사기꾼이었지.’
그리고 저쪽은 주인공인 과학자였다.
‘뭐, 그래서 촬영장에서 만난 적이 없었지.’
그래도 듣긴 했다. 한우진은 워낙 긍정적이고 유머러스해서 현장 분위기를 좋게 만든다고 말이다.
‘그러니 아기인 나에게 까탈스럽게 굴진 않겠지.’
한우진은 나를 안고 살짝 흔들었다. 솔직히 불편했지만, 자기 딴에는 놀아주려고 하는 거겠지.
‘그럼 놀아줘야지.’
나는 팔을 파닥거렸다.
“꺄아! 싱나!”
“어? 신나?”
“녜! 싱나여!”
한우진은 나를 들고 약간 격하게 흔들었다. 뭐랄까.
‘흔들리는 깡통이 된 기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좋아해 줘야지. 저렇게 노력하는데.
나는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꺄아!”
그래서일까. 한우진의 흔들림이 멈춘 건, 꽤 시간이 지나서였다.
“헉, 헉!”
한우진은 숨을 헐떡거렸다. 나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보며 살짝 고개를 저었다.
‘내가 좋아한다고, 저렇게 열심히 하다니.’
진짜 착하네. 이 사람.
나는 까르르 웃으며 다리를 버둥거렸다. 한우진은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여?”
“어우씨. 진짜 귀엽네.”
한우진은 이제민 PD에게 외쳤다.
“PD님! 얘 깨물면 안 되죠?”
응, 안 돼.
“으하하하! 왜 그 정도로 귀여워?”
“네! 얘 보니까 나도 자식 낳고 싶어요.”
“그 정도로?”
“네. 봐봐요, 웃는 거. 볼때기랑 요 손!”
한우진은 내 손을 감독에게 보여줬다.
“이렇게 작은데 움직인다니까?”
와.
‘아이를 많이 좋아하나 보네.’
한우진은 내 손에 뽀뽀하다가, 입안에 넣으려고 했다. 그러자 감독이 서둘러 막았다.
“우진아. 아기 운다.”
“안 울걸. 봐봐.”
그래. 울진 않지. 아니 여기서 울면 안 되지.
꺄아-
나는 다리를 버둥거리며 웃었다.
“봐봐. 좋아하잖아.”
“어, 보통은 울 텐데.”
“보통 아기가 아닌가 봐.”
“예, 예능 보니까 범상치 않긴 했어.”
좋아. 판은 달구어졌다. 나는 한우진을 보며 말했다.
“아조씨 조아!”
“아, 아저씨? 내가?”
“녜! 조아!”
어라. 반응이 조금 이상하네. 한우진은 고개를 급히 저었다.
“아저씨 아니라, 형!”
“횽?”
“그래. 형. 아직 아저씨는 아니지!”
그, 그래. 뭐. 그렇다고 하자.
‘겉모습만 보면 아직은 형이긴 하지.’
그래도 내일모레 마흔이라며.
‘하지만 친해지려면 어쩔 수 없지.’
장면 잘 찍어야 하니까.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횽! 조아!”
그때였다. 눈앞에서 자막이 떴다.
[형 소리를 들은 배우:한우진이 좋아합니다.> [러브 앤 피스 코인 200 증가합니다.>와.
‘마, 많이도 올랐다.’
그게 그렇게 감동적이었구나.
순간 왠지 마음이 짠해졌다. 까짓거, 나는 계속 불러주기로 했다.
“횽!”
“그래. 그래. 어후. 심금을 울리네. 아가야. 그런데 네 이름이 뭐니?”
몰랐습니까?
“꽁짜!”
“엥? 공짜? 애 이름이 왜 이래?”
“아니! 꽁짜!”
“그래. 공짜. 마수정 씨 취향 이상하시네. 애 이름이 공짜야?”
보다 못한 이제민 PD가 말했다.
“우진아. 그게 아니라 공자야. 이름.”
“엥? 공자 왈 맹자 왈 할 때 공자?”
“응.”
“그럼 성까지 합쳐서 마공자?”
네, 그렇습니다.
한우진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음, 좀 특이한데 얘랑 잘 어울린다. 애가 귀여워서 그런가.”
“그렇지? 나도 듣자마자 비슷하게 생각했어.”
“어우씨. 되게 귀엽네. 낯도 안 가리고, 잘 웃고.”
“그래서 캐스팅했다니까.”
한우진은 나를 고쳐 안았다.
“얘가 내 아들이라고?”
“응. 네가 마지막에 보는 아들.”
“미치겠다.”
한우진은 나를 약하게 흔들었다. 나는 또 좋은 척했다.
“꺄아!”
감독은 그런 우리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한우진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눈에 밟혀서 어떻게 가. 물론 주인공한테 잘 부탁한다고 말은 하겠지만 말이야.”
“힘들어?”
“힘든 정도가 아니야. 삼도천을 헤엄쳐서라도 돌아와야 할 거 같아.”
이제민 PD가 히죽 웃었다.
“엔딩 바꿔?”
안 돼.
“바꿀까?”
바꾸지 마.
“푸하하하하하!”
이런.
‘농담이겠지?’
한우진은 나를 조금 흔들며 고개를 저었다.
“안 되지.”
“그렇지?”
“뭐, 더 절절하게 이입될 거 같은데. 아, 그 장면 말이야. 아기가 있는 방으로 가서, 아이 웃는 거 보는 게 다였지?”
“그렇지?”
“그런데 아기 역할이 공자라면, 안고 들어 올려도 될 거 같은데?”
감독은 턱을 쓰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횽! 조아!”
“으하하하하! 애가 날 너무 좋아하잖아.”
아니야.
‘하지만 그렇게 믿어라.’
촬영 끝날 때까지 말이야.
“나쁘지 않네. 그 있잖아. 우진아. 컷을 늦게 해볼게. 좀 더 찍어보자.”
“와, 피디님. 나를 너무 믿는 거 아니야?”
둘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와.
나는 조용히 손뼉을 쳤다.
짝짝짝-
박수 소리에 두 사람은 나를 보았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이 조아!”
현장 분위기가 좋은 이유가 있었다.
나는 다리를 버둥거리며 칭찬했다.
“아푸로도 친하게 지내요!”
기껏 칭찬했는데, 둘은 말이 없었다. 오히려 정적이 감돌았다.
‘아 좀 나간 반응이었나.’
살짝 후회할 때, 이제민 PD가 말했다.
“우리, 칭찬 들은 거야?”
“그, 그런 거 같은데?”
“아, 아기에게 칭찬…….”
“제민 형, 공자 몇 살이야?”
“2살쯤?”
“하, 하하.”
한우진은 나를 토닥이며 말했다.
“웃긴 건, 나름 기분이 좋다는 거야!”
그래, 그래.
“아이는 거짓말 못 하니까.”
“그렇지!”
좋게 해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우진은 나를 고쳐 안으면서 등을 토닥였다.
“공자야. 칭찬 고맙다?”
“녜!”
“아무튼, 그렇게 찍어 볼게.”
“그래. 준비해.”
“응!”
이제민 PD는 돌아서서 걸어갔다. 하지만 한우진은 나를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까의 대화로 얻은 게 많아.’
분명히 컷을 늦게 한다고 했지.
‘그러면, 내가 이 녀석과 맞춰주면 되는데?’
생각해 보자, 마공자.
죽어가는 의사가 마지막으로 아들을 보는 장면이었다.
‘어떤 모습이어야 하지?’
울까?
‘별로야.’
시청자가 울어야지, 내가 울면 안 되지.
‘그럼 웃을까?’
나쁘지는 않았다. 좀 평이했지만.
‘음, 울고 웃는 거보단 다른 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거 같다.’
씬의 상황 자체가 슬프긴 하지만, 사람들은 보통 공감이 느껴지면, 더 슬퍼지지.
‘공감은 주로 비슷할 때 느끼지?’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일상적인 게 좋겠다.’
보통 아이가 아빠를 보면 하는 그 행동을 하자.
‘뭐, 나야 아빠가 없어서 모르지만, 퇴근한 엄마와 만나는 상황은 잘 아니까.’
나는 고개를 살짝 치켜들었다. 한우진의 턱이 보였다.
‘엄마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씩 웃음이 나왔다.
‘촬영 기대된다.’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설 생각을 하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뭐, 합도 잘 맞을 거 같고 말이야.’
한우진은 촬영장을 가로질렀다. 방향을 보니 배우들이 있는 쪽이었다.
‘날 데려가는 걸 보니 친하다고 자랑하려나 보네.’
참 착한 사람이야.
‘뭐, 그러면 놀아 드려야지.’
코인을 200개나 준 사람이었다. 그 정도야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동료 배우들에게 가자마자 한우진이 말했다.
“얘 귀엽지?”
“어! 공자다!”
“아까 아는 척하고 싶었는데, 감독님 계셔서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는데 다행히 선배님이 데려오셨네요!”
“그래? 우리 친하다?”
“와, 벌써요? 진짜야 공자야?”
아니라고 하면 안 되겠지.
나는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녜!”
“아, 귀여워!”
“얘가 멋대로 날 형이라고 해.”
저기요?
“에이. 선배님께서 형이라고 하라고 우기신 거겠죠. 아저씨라고 했을 거 같은데?”
한우진은 진지하게 정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