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39)
039
“아니야! 내가 어딜 봐서 아저씨야!”
“선배님…….”
주인공의 역의 배우는, 한우진 귓가에 속삭였다.
“선배님은 우주최강 미남이자, 대한민국 대표 미남 배우이시지만요.”
“응.”
“동안은 아니셔요.”
“컥!”
한우진은 가슴 부분에 손을 얹고 비틀거렸다.
“너무한다!”
아니요. 그건 맞습니다.
‘동안은 아니지. 하지만 그래도 잘 생겼잖아.’
하여간 있는 것들이 더 바란다니까.
한우진은 툴툴거리면서도 나를 내려놓지 않았다. 오히려 내 발을 만지작거렸다.
주인공 역할인 배우가 말했다.
“요즘 핫할 만하네요. 되게 귀엽네.”
“나 결혼하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야.”
한우진은 내 발을 계속 쪼물딱거렸다.
“이런 아들 낳는다면, 한번 생각해 봐야겠어. 진짜 귀엽지 않냐?”
“선배님.”
주인공 역할인 배우가 한우진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제가요. 그 육아 예능 보고 생각했는데요.”
“응.”
“이런 애는 진짜 희박해요.”
맞습니다.
“이런 천사 같은 애는 0.000001% 예요.”
아마 그게 인생 2회차일 확률과 비슷하지 않을까.
“공자는요. 일단 성격도 좋지만, 귀엽잖아요. 이렇게 미친 듯이 귀엽게 태어날 확률은 0.00000001%입니다.”
옳소.
‘죽어서 잘생기게 태어나게 해달라고 소원 빌 확률과 똑같지.’
한우진은 나를 고쳐 안으며 외쳤다.
“그, 나, 날 닮으면 외모는 괜찮지 않을까?”
와. 한우진 자연스럽게 자기 잘생긴 거 자랑했어.
“외모는 그렇지만요.”
“뭐야, 너 내 성격은 안 좋다는 거냐?”
“어휴, 아니요. 단지 공자처럼 천사 같다는 건 힘들지 않을까 싶은 거죠.”
“야! 나도 어렸을 때 천사 같다는 소리 들었어!”
“진짜요?”
한우진은 헛기침하며 말했다.
“잘 때만.”
두 사람 대화를 듣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입을 막고 웃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미, 미친.’
두 주연 배우님, 웃기지 말아 주세요.
‘히, 힘들다.’
아무리 내가 똑똑한 아기라도, 저 말을 알아듣고 웃은 건 이상하잖아.
심호흡하고 있을 때였다. 주인공 역 배우가 말했다.
“선배님, 저도 안아볼게요.”
“어이, 안 돼. 내 아들인데.”
“드라마 속 아들이잖아요!”
“그래도 안 돼. 손 타.”
한우진은 나를 내주지 않았다.
“너무하시네요. 나도 공자 보고 싶었는데!”
“안 뺏겨! 봐, 공자도 내 품에 얌전히 안겨 있잖아. 내가 좋은 거야.”
아니요. 딱히 상관없는데요.
‘뭐, 친해지기 위해서는 이런 것도 나쁘지 않지만.’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횽아! 조아!”
그러니 우리 연기 잘해봅시다. 이왕이면 길게 나오게 말입니다.
한우진의 동공이 떨렸다.
‘부족한가?’
나는 놈의 손을 잡고 다리를 버둥거렸다.
그때였다. 눈앞에 자막이 올라갔다.
[당신의 귀여운 목소리를 들은 배우:한우진이 좋아합니다.> [러브 앤 피스 코인 300 증가합니다.>와.
‘두 번째인데, 많이도 올랐네.’
한우진, 진짜 아이 좋아하는구나.
“나, 나 이런 아들 낳고 싶어!”
“선배님, 진정해요!”
“좋은 상대 찾을 거야!”
“그러니까, 확률을 생각하라니까요!”
한우진은 나를 꽉 안으며 말했다.
“내가 좋다잖아!”
와, 두 번만 좋다고 하다간 큰일 나겠다.
나는 한우진 품에서 꼼지락거렸다. 솔직히 꽤 답답했다.
‘아니, 그보다 내가 전생에 뭔 죄를 지어서…….’
남자 품에 안겨 있지. 젠장.
‘그래도 코인까지 올려준 놈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하는 수 없이 버티고 있을 때였다. 마침 스탭 한 분이 다가와서 말했다.
“한우진 씨, 다음 씬 준비해 주세요.”
“아, 벌써 시간 됐구나. 공자야. 가자.”
“녜!”
스탭은 그걸 보고 조금 웃었다.
“아기가 되게 잘 따르네요.”
“네. 저보고 형이래요.”
야.
“네?”
“제가 형처럼 보이긴 하죠. 공자야, 형아 해봐.”
나는 한우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걸 해, 말아.’
하지만 한우진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대한민국 대표 미남 배우. 한우진.’
유머러스하다는 평이 있긴 한데…….
‘이런 사람일 줄이야.’
그래. 뭐, 그까짓 거.
“횽아!”
“크읍.”
한우진은 맥주 한잔 먹은 신음을 내뱉다가, 바보처럼 실실 웃었다.
“얘가 날 좋아해.”
아닙니다.
“어떡하지. 헤어질 때 울면?”
안 울어.
“아기가 원래 잘생긴 걸 좋아한대요.”
“그렇지. 아마 공자도 태어나서 이렇게 잘생긴 사람은 처음 봤을 거야.”
아니야.
“이야, 생각 같아서는 내가 공자 집에 놀러 가고 싶네.”
“그 집, 마수정 씨 댁이잖아요. 스캔들 나면 어떡해요.”
“그, 그런가. 하긴, 공자가 수정 누님 아들이었지. 깜박했었다.”
갑자기 한우진은 천장을 바라보았다.
“공자 달라 그러면 나 이단옆차기로 날아가겠지?”
“그, 그렇겠죠?”
“빠따 휘두를지도 몰라.”
어, 어라.
‘우리 엄마 빠따질 하는 거, 어떻게 알지?’
언제 한번 휘두르셨습니까? 존경하는 어머니?
한우진은 씁쓸하게 웃었다.
“아쉽다.”
뭐가.
한우진은 계속 중얼거렸지만, 나를 계속 안고 갔다. 그렇게 촬영장에 도착할 때까지 난 벗어나지 못했다.
* * *
카메라가 즐비했다. 곳곳에 눈부신 조명이 보이자, 드디어 실감이 났다.
‘촬영이다.’
사전 촬영이 많이 있어서인가. 스탭들은 그렇게 지치지 않아 보였다.
이제민 PD가 날 보면서 말했다.
“안 우네요.”
서 사장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공자니까요. 아이고, 장한 놈.”
“아까도 말했지만, 전 많은 걸 바라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상하네요. 뭔가 좋은 게 올 거 같아. 준비됐죠?”
스탭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감독은 뒤로 가면서 말했다.
“일단 들어가는 씬이요.”
아하.
‘무슨 씬인지 알겠다.’
이건 한우진이 나오는 씬이 아니었다. 아마 카메라가 나를 향해 약간 움직일 것이다.
‘시청자가 보기에 카메라의 시선이 한우진의 시선이지.’
그러니까 말이야.
카메라를 한우진, 아니 극 중 주혁처럼 반겨야 했다.
‘응급실이 너무 바빠서 가끔 볼 수 있는 사람이니까.’
스탭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PD기 외쳤다.
“스탠바이, 큐!”
카메라가 다가왔다. 나는 카메라 렌즈를 등지고 있다가, 살짝 돌아섰다.
그리고 손을 내밀며 말했다.
“빠!”
솔직히 이 연기는 쉬웠다.
‘엄마를 보는 것처럼 하면 되니까.’
환하게 웃으며, 요람 난간에 매달려 일어섰다. 물론 살짝 다리의 힘을 빼서 엉덩방아 찧는 것도 잊지 않았다.
“빠아~!”
다시 한번 말하고 내가 요람 속에서 다시 일어난 한참 뒤에야 기다렸던 소리가 들렸다.
“컷!”
소음이 웅성거렸다. 서 사장은 입을 막고 나에게 다가왔다.
“와! 수정이가 천재를 데려왔구나!”
이런, 들켰네. 이제 아셨습니까.
사장은 나를 안으며 말했다.
“공자야, 너 진짜 최고다.”
당연하죠.
나는 서 사장 어깨 너머로 이제민 PD를 힐끗 바라보았다. PD는 턱을 쓸면서 모니터링 중이었다.
“아, 나도 공자 모습 다시 보고 싶다.”
서 사장은 나를 안고 야생마처럼 달려갔다.
“PD님! 어떠십니까?”
내가 다가오자, 이제민 PD는 턱을 쓸었다.
“어우씨. 강렬했네요.”
촬영진은 나를 보며 말했다.
“아니, 어떻게 저렇지?”
“이건 대단한 정도가 아니에요. 어떻게 애가 우리한테 딱 맞는 씬을 제공한 거죠?”
이제민 PD가 중얼거렸다.
“딱히 바라는 것도 없었는데 말이야.”
“우리가 물욕이 없어서 복 받았나 봐요. PD님.”
“진짜 그런가? 역시 아역은 보호해 줘야 해.”
아니야. 그건 아니야.
‘다른 건 몰라도 연기 지시는 해줘야지!’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촬영진들은 쑥덕거렸다.
“어쨌든, 이건 대박이야.”
“제가 시청자라도 울어요. 주혁이 문을 여는데, 아기가 이렇게 손 내밀고 빠빠 거리면, 큽! 벌써 눈물이 난다.”
이제민 PD는 나를 빤히 보다가 말했다.
“우리 다음 장면도 대박이면, 만세삼창 한번 하자.”
“주혁이 아기 안는 장면이죠?”
“응. 와 이거 등골이 짜릿하다. 좋아서.”
이제민 PD는 한우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때?”
“감상이요? 좋죠? 음…….”
한우진은 나를 보며 말했다.
“오히려 긴장돼요. 명장면 나올 거 같은데, 제가 못할까 봐요.”
“에이, 설마.”
“웃기죠? PD님? 그런데 진짜. 그래요,”
“음, 그러면 공자에게 다음 씬 잘 부탁한다고 당부를 해야 하나.”
와, 한우진.
‘생각보다 감이 좋네.’
촬영진들은 아마 모든 게 우연이라고 생각하겠지.
‘뭐, 씬이 잘 나온다면 상관없지만.’
우연히든, 행운이든.
‘입소문만 돌아도 상관없어.’
중요한 건 실리 아니겠습니까.
‘좋은 작품에 하나라도 더 나오는 거, 그게 중요하지.’
씩 웃음이 나왔다.
이제민 PD는 어깨를 풀면서 내게 다가왔다.
“음, 공자야. 다음 씬도 잘 부탁해?”
나는 한 손을 들며 해맑게 외쳤다.
“녜!”
“어우. 귀여워. 그런데 얘가 지금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까?”
압니다.
“어쨌든 슛 들어가요. 준비해 주세요.”
“옙!”
서 사장은 나를 다시 요람 위로 데려갔다.
‘이번 씬은, 주혁이 나를 안는 씬이지?’
나는 볼을 우물거리며, 얼굴 근육을 풀었다.
‘이런 연기는 지나치면 안 되지.’
평소처럼 가야 했다.
이제민 PD의 목소리가 들렸다.
“갑니다! 스탠바이! 큐!”
한우진, 아니 응급실의 ‘주혁’이 천천히 나를 들어 올렸다.
‘표정 연기가 괜찮은걸?’
죽어가면서 마지막으로 보는 환상 속의 아들이었다. 나는 활짝 웃으면서, 두 다리를 부딪쳤다.
주혁은 젖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살짝 내 볼을 쓸었다.
‘오, 좋네.’
주혁은 나를 따라 슬쩍 웃었다. 하지만 그건 볼이 파르르 떨리는, 어색한 미소였다.
‘이렇게 나와 준다면…….’
나는 꺄르르 웃으며, 손뼉을 쳤다.
마치 아빠가 웃어서 마냥 좋은 아이처럼 말이다.
주혁은 나를 꽉 안았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기다렸던 소리가 들렸다.
“컷!”
촬영장이 아까와는 달랐다. 굉장히 조용했다.
‘분위기가 왜 이러지?’
멀뚱멀뚱 눈만 깜박이는데, FD가 다가왔다.
“우진 씨, 컷 했어요.”
“아…….”
한우진은 숨을 고르면서 말했다.
“아, 네. 와. 끝난 건 아는데. 와.”
왜 계속 와와 거려.
“이거 여운이 안 가시네요.”
한우진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공자 계속 안고 있고 싶어요.”
“네?”
“이 뒤에 바로 심정지 소리 들리잖아요.”
“그, 그렇죠?”
“와. 어휴.”
“이런 아들을 남겨두고 간다고? 죽어도 못 죽겠는데요.”
그런 말 아까도 하지 않았냐?
한우진은 나를 꽉 안았다.
“어우씨. 미치겠네.”
나는 고개를 위로 들었다. 한우진은 눈을 비비고 있었다.
‘눈물 나는 거 참고 있군.’
생각보다 여린 분이었군.
저런.
나는 손을 뻗어, 한우진을 토닥였다.
“횽아. 울지 마.”
한우진이 눈을 깜박였다.
“울면 안 돼여!”
순간 다시 정적이 맴돌았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사방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