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41)
041
“뭐?”
“욕하지 마여! 때찌야!”
할머니 눈이 파르르 떨렸다. 나는 씩 웃었다.
‘할머니, 그거 아십니까? 제가 의외로 주둥이 싸움은 잘합니다.’
자고로 이럴 때는 논리적인 사람이 진다는 걸 알거든요.
“누나 나쁜 입!”
“…….”
“나쁜 입은 아야해!”
“…….”
“누나는 아야 할지도 몰라!”
이래 봬도 3단 논법입니다.
‘너 그렇게 살다 큰일 난다를 순화한 것이지만요.’
할머니는 기가 막혀서 말을 못 했다. 나는 일부러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누나가 아야 하면, 공자가 요기가 아파여!”
손으로 가슴 부분을 꾹꾹 눌렀다.
“뭐?”
“공자는 누나 좋아! 아야 안 했으면 좋겠어여!”
나는 열 일하는 내 잘생김을 믿고, 환하게 웃었다. 할머니는 두 걸음 물러섰다.
‘좋다는 아기한테 아무리 할머니라도 막말은 못 하시겠지.’
왜 이러세요. 돌 반지도 챙겨주셨잖아요.
‘저 은근히 마음에 들어 하는 거 압니다.’
그러니까 심보 좀 곱게 써요. 좀.
‘이러니까 엄마랑도 사이 안 좋은 거 아니야.’
할머니는 입만 달싹이다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다가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애랑 말싸움할 수도 없고.”
그러십니까.
“어휴. 같이 살아서 그런가. 저게 왜 수정이를 닮아가지?”
그걸 몰라서 묻습니까?
“아들이니까여!”
할머니의 눈동자가 떨렸다.
‘애초에 아무리 당신이 뭐라 해도, 나는 엄마 아들입니다.’
할머니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다가 돌아섰다. 나는 뒷모습을 향해 말했다.
“내일 만나여!”
할머니는 잠시 멈춰 섰다가 다시 걸어갔다.
나는 방긋 웃으면서 승리를 만끽했다.
‘뭐, 저러고 안 오실 수도 있지만…….’
중독이란 게 그렇게 쉽게 끊을 수 있는 건 아니지.
‘대강 저항하셨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나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털어냈다. 도망가셨던 아주머니가 슬슬 다가오셨다.
“고, 공자야 괜찮니?”
걱정하셨나?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차나여!”
“사모님 무서운 분이셔. 어휴. 나는 심장 떨려서 혼났다.”
그런가.
“그런데 공자야. 나 할 말 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모님께 누나라고?”
아.
막 변명을 하려고 할 때였다. 아주머니께서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까 나보고 누나라고 했었지? 공자야, 네게 누나란 어떤 존재니?”
이, 이런.
‘비상사태다.’
등에 식은땀이 났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공자야! 설명해 보렴.”
아아. 주둥이 싸움으로 져본 적이 없는데.
‘승률 변경합니다.’
이건 안될 거 같다.
‘말 못 알아듣는 척하기에는 이미 늦었지?’
아주머니의 눈빛이 무시무시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다.
* * *
“수정아! 네 아들은 물건이야.”
마수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뜬금없네.’
서 사장이 갑자기 벤에 동승 하더니, 하는 말이 저거였다.
“천재일지도 몰라. 나 진짜 감탄했다니까? 수정아. 너 굉장한 아들을 데려온 거 같다.”
마수정은 스스로 팔짱을 꼈다.
“우리 공자 말하는 거죠?”
“당연하지! 너 아들 또 있냐?”
마수정은 피식 웃었다. 뭐, 갑자기 밴에 와서 하는 말치고는 황당했지만, 엄마로서는 기분은 당연히 좋았다.
“뭐, 돌림 노래지만 듣기 좋네요.”
왜일까.
서 사장은 자신을 볼 때마다 공자 얘기만 했다.
“수정아, 알지? 나 칭찬 함부로 하는 사람 아니다.”
마수정은 팔짱 낀 손을 까닥거렸다. 그것도 맞았다.
이런 칭찬은 이곳저곳에서 들었지만, 솔직히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
‘도대체 우리 공자가 뭘 했길래 다들 계속 난리인 거지?’
한우진이란 놈은 5년 만에 전화해서 애를 달라고 하지 않나. 서 사장은 한 달 전부터 저 상태로 볼 때마다 난리였다.
‘제일 황당했던 건 PD님 반응이었어.’
이제민 PD는 말투는 유했지만, 빈틈없이 정확한 성격의 사람이었다. 그는 촬영진과 배우들에게 바라는 게 항상 명확했다.
‘그런 PD가 전화해서, 생각지도 못한 장면을 건졌다고 했지.’
그 정도면 공자가 뭔가 대단한 걸 하긴 한 모양이었다.
마수정은 이제민 PD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수정 씨, 막 화 보면 전 국민이 눈물바다가 될걸?
이제민 PD는 아주 자신만만했다.
-왠지 알아? 나도 울었거든! 수정 씨, 다음 작품 할 때도 아드님 빌려줘!
마수정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보고, 서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가 특출 나면, 부모는 고민하는 법이지.”
“사장님도 저 같은 고민 해요? 참 희한해요. 마리도 남다르긴 했지만, 그래도 그때는 이런 고민은 안 했던 거 같아요.”
마리가 좀 특이하긴 했지만, 친딸이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공자는 확실히 다르다니까.’
특이하다고 말하기 부족할 정도로 범상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음, 하긴 하는데, 종류가 다르지? 우리 집 호랑이 같은 따님들은 귀여운 것만 보면 집에 데려오려고 해서 큰일이야.”
마수정이 쿡쿡 웃었다. 돌잔치에서 본 따님들이 확실히 범상치 않으시긴 했다.
“어제도 공자 데려오고 싶다고, 징징거리셨어.”
“제가 먼저 데려와서 안 된다고 하지 그러셨어요.”
“그랬는데, 납득할 수 없다며 승부를 내자던데?”
이건 또 뭘까?
“어떻게요?”
“가위바위보?”
“아하하하!”
마수정 빵 터져서, 배를 잡고 웃었다. 역시 서 사장의 따님들은 범상치 않았다.
“꽤 심각했어. 게네들.”
“진짜요?”
“가끔 생각한다. 누굴 닮아서 이러는 걸까.”
“사장님이시잖아요.”
“아니야. 나는 그렇지 않았어.”
서 사장은 고개를 들며 말했다.
“좋은 배우가 있으면 은근과 끈기로 설득을 했지.”
마수정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긴 했다.
“그런데, 마 배우님. 아니, 내가 남들보다 사람을 잘 보는데 말이야. 배우님 아들은 진짜 장난 아니야. 내 모든 게 알려준다니까. 그 애는 배우 시켜야 해.”
마수정의 한쪽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아직 생각 중이었지만, 그건 어느 정도 결론이 나 있었다.
“저도 알아요. 그래서 그쪽으로 방향 잡았어요.”
“엥? 진짜?”
“네. 제 아들인걸요. 보면 알아요. 애가 뭘 좋아하는지요.”
“그래? 그런데 왜 스케줄을 더 안 받아? CF도 잔뜩 들어왔잖아.”
“돈이 부족하지 않으니까요. 광고는 됐어요. 들어오는 돈도 다 기부하고 있어요. 아시잖아요.”
서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정 씨, 아역 시장도 꽤 넓고 깊어. 감독 마음에 들려고 지금 애 잡는 부모가 한둘이 아닌 거 알지?”
“알죠. 그러니까 더 아껴야죠. 공자 이제 2살이 될까 말까 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좋은 작품에만 나가게 할 거예요. 그 작품은 제가 고를 거고요. 작품, 촬영장 분위기 이거 다 수반되지 않으면 안 돼요.”
서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그런 거 안 따지잖아.”
“저는 안 따지지만, 공자는 따져야죠.”
“그래. 그럼. 매니저는 안 필요해?”
“매니저보다는…….”
마수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공자 돌봐줄 보모가 필요해요.”
“엥?”
“우리 안산댁이 입원했거든요.”
“어이쿠야. 심각해? 어떤 병인데?”
“심장이요. 돈이 무서워서 수술 못 받겠다는 거 병원에 넣어놨어요.”
“심장이면 산정특례 될 텐데?”
“안산댁, 저번 달에 겨우 빚 다 갚았거든요.”
남편의 사업 빚이 억대로 쌓여 있었다. 국가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병원비가 만만치 않았을 거다.
“돈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도 아마 나중에 다 갚겠죠. 안 그래도 되지만요.”
“흠……. 병세는? 많이 심각하셔?”
“수술만 받으시면 나을 거예요. 성공률도 높고요. 물론 충분히 쉬어야 하지만요. 근데 사장님도 아시죠? 저는 안산댁 없으면 안 돼요.”
마수정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안산댁은 오랫동안 함께 해온 이였지만, 무엇보다 믿을 수 있었다.
‘집주인께서는 이런 거 하찮게 취급했지,’
하지만 마수정은 달랐다. 경험해 봐서 알았다. 그 믿음이란 거 굉장히 중요했다.
“그, 빠른 쾌유를 빕니다.”
“전해드릴게요.”
“그,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마 배우님. 참 사람 아껴.”
마수정은 피식 웃었다.
“아껴야죠.”
“지금 매니저인 미진이랑도 오래됐지?”
“네.”
“사람들은 네가 화끈할 줄만 알지. 의리 있다는 건 모를 거야.”
“이게 무슨 의리에요, 도리지. 착한 일하면 복 받는 거예요.”
마수정은 턱을 괴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제가 복 받아서, 공자를 만났잖아요.”
차창 너머를 바라보는 여배우는 참 보기 좋았다. 서 사장은 턱을 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수정아.”
“네. 말하세요.”
“공자 말이야. 조금 부담되지 않니? 그, 너무 남다르던데.”
마수정은 조금 웃었다.
“아니요. 그래 보여요?”
“아씨, 실언한 거 같다.”
“상관없어요.”
마수정은 환하게 웃었다.
“우리 공자와 만난 건 운명이니까요. 전 괜찮아요. 건강하게만 커 준다면요.”
사장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우리 마 배우님이, 안 본 사이에 아주 커지셨어.”
“당연하죠. 엄마니까요.”
“존경스럽습니다. 수정아, 너 촬영장 가지?”
“네. 밤샘 촬영이요.”
“그럼 ‘응급실’ 보고 가자. 오늘 마지막 화야. 공자 나오는 화.”
“아, 알아요. 우리 공자, 드라마 데뷔잖아요.”
어차피 집에 가면 천천히 모니터링을 하려고 했었다.
사장은 바로 스마트폰을 들이밀었다.
“본방송이 묘미지. 너랑 보려고 내가 여기 탔잖아.”
마수정은 피식 웃었다.
“그런 이유였어요?”
“응. 이런 건 같이 봐야 재미있지. 혼자 보게 하지 마. 여기 타면 너랑 미진이랑 다 같이 볼 수 있잖아.”
이건 또 뭐지.
마수정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집에 가서 보시면 되잖아요.”
“거실에 TV 없어.”
서 사장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애들 책 읽게 한다고.”
“어머나.”
“거실에 책장밖에 없다. 우리 집 마님은 원래 TV 안 보시고.”
“애, 애들은요?”
서 사장은 슬슬 하게 말했다.
“책만 보더라. 아니 너무하지 않아? 아빠가 그래도 기획사 사장인데! 어떻게 TV를 안 보고 책을 볼 수 있어!”
뭘까, 이건.
‘아이가 책 읽는다고 슬퍼하는 아빠는 또 처음이네.’
서 사장은 금방이라도 울 기세였다. 마수정은 고개를 저었다. 새삼 저기도 특이했다.
“아, 이제 나오겠네. 거의 마지막이다. 아 기대되네. 어떻게 나올까?”
공자가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한 건 마수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사장은 씩 웃으며 말했다.
“내가 장담한다. 공자 연기 보면 수정이 너도 놀랄걸?”
“그 정도예요?”
“내가 현장에서 눈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니까.”
드라마는 절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 다 기다렸던 그 장면이 나왔다.
문이 열렸다. 하얗게 날린 화면이 천천히 초점을 맞췄다.
‘어머?’
요람에 공자가 돌아서 있었다. 마수정은 엄마라서 알았다. 그냥 공자의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공자는 천천히 돌아섰다. 그러더니 눈을 접으며 웃었다.
-빠빠!
귀여운 목소리가 울렸다.
순간 마수정은 입을 가리고 비명을 질렀다.
“미쳤다!”
“그렇지 미쳤지?”
“귀여워! 내 아들이 귀여움이 미쳤어! 악! 아까워! 저 모습 제가 집에 가면 항상 봐요!”
사장은 흥분한 마수정을 보며 눈을 깜박였다.
“아깝다! 나만 볼 수 있었는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