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45)
045
엄마는 내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안산댁이 더 적극적으로 주장했어.”
어라? 왜요?
‘일자리 위협을 받는데, 왜!’
엄마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더 꽉 껴안았다.
“안산댁 말이야. 의욕을 잃었는데 공자 덕분에 나아진 거 같더라.”
엥?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안산댁이 이 조그만 아이가 자기를 기다렸다면서 막 울었어.”
나는 눈을 깜박였다.
‘그, 그러고 보면 그런 말 하긴 했지.’
그거, 아무 말 대잔치 아니었나?
“공자가 자기가 없어서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잤다고 하니까, 안산댁이 이제 기운 내겠대.”
이런. 미친.
‘거, 거짓말인데!’
꼭 안산댁이 아니어도, 저 밥 잘 먹고 잘 잤습니다!
“공자야. 엄마가 그냥 전해줘서 그렇지, 사실 안산댁, 잠든 공자 붙잡고 2시간이나 울었어.”
네? 저, 저기요!
이제는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들키면 안 되겠다.’
무덤까지 숨기고 가자. 이 정도면 그래야 해.
“우리 공자는 진짜 천사인가 봐. 사실 안산댁, 굉장히 힘들었어. 그런 안산댁이 몸조리 잘해서 오겠데. 나도 부탁했어. 공자에겐 안산댁이 필요하다고 말이야.”
할 말이 없었다.
‘뭐, 받아들이는 사람이 좋으면 다 좋은 거긴 한데.’
이래도 되는 걸까.
“물론 안산댁은 나도 필요하지만 말이야.”
“안산댁, 내 말 듣더니 또 울더라고요. 다행이야. 우리 공자 때문에, 기운 차린 거 같아서 말이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공자가 아녜여!”
잘 전해지려나. 나는 엄마 손에 얼굴을 비비며 말했다.
“마마 때문이야!”
애초에 병문안 간 것도 엄마잖아요. 배우 마수정이 얼마나 바쁜지, 제가 더 잘 압니다.
‘게다가 치료비도 지원하셨겠지.’
존경합니다. 어머니. 본받겠습니다. 아직 많이 노력해야 할 거 같지만요.
엄마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마마?”
“정말 천사야. 날 구원해 주러 온 천사.”
엄마는 나를 꽉 껴안았다.
“공자야. 엄마는 정말 공자를 만나서 다행이야.”
아이고. 어머니. 누가 할 말을 하시는 겁니까.
‘엄마 안 만났으면 저는 고아인 걸요.’
뭐, 그 고아원에서 자라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거 같지만요.
‘정 데레사 수녀님도 워낙 좋은 분이시니까.’
그러고 보면 수녀님은 잘 지내시려나. 후원금이 넉넉했으면 좋으련만.
엄마는 아직도 나를 안고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서 엄마 옷자락을 쥐었다. 엄마는 그런 내 손을 잡으면서, 앉은 자세를 고쳤다.
“공자야.”
“녜!”
“엄마는 공자를 웬만하면 광고에 내보이고 싶지 않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지 노출 때문이지.’
보니까 사람들 모일 정도로 내가 핫하긴 한 모양이었다.
‘뭐, 일반적인 배우라면 이때 들어오는 CF를 마다하지 않겠지.’
그건 솔직히 아역이라도 마찬가지였다.
‘다 마다하시는 엄마가 대단한 겁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돈을 마다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겠다는 거니까. 그만큼 날 믿는 거겠지.
엄마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런데…… 엄마도 거절이 힘든 분이 있어.”
어라.
“누구여?”
“정리리 선생님. 공자 돌잔치에도 오셨잖아.”
아, 그 범상치 않으신 분.
“엄마가 신세 진 분이라서 말이야. 안 된다고 하기가 쉽지가 않았어.”
나는 엄마를 토닥였다.
‘괜찮습니다. 엄마.’
사는 게 다 그렇죠.
“공자야. 미안해. CF 한번은 찍어야 할 거 같아.”
아이고. 어머니. 사과를 왜 하십니까.
‘솔직히 찍고 싶었습니다.’
하나쯤은 괜찮잖아요. 솔직히 세 개도 괜찮습니다.
‘아니야. 다섯 개, 아니, 아니. 열 개도 좋은데 말이야.’
엄마는 고개를 푹 숙였다.
“돈은 받아야 하는데, 받을 수는 없고. 다행히 정리리 선생님께서 출연료 대신 공자가 있던 고아원에 의류 기부로 지원해 주신다고 하더라.”
와.
나는 손뼉을 쳤다.
짝짝짝-
“공자야?”
“마마! 멋져여!”
다시 한번 존경합니다. 어머니.
‘진짜 최고이십니다.’
잘 모르지만, 디자이너 정리리 님의 브랜드면 저렴하지는 않겠죠?
‘그걸 고아원에 지원해 준다니.’
나는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마마 너무 조아!”
이런 딜을 하시다니. 귀찮고 번거로우실 텐데!
‘이거 다 나를 위해 한 거겠지?’
효도하겠습니다. 어머니.
엄마는 눈을 깜박였다. 내가 이런 말을 할지 몰랐던 모양이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엄마는 결국 입을 가리고 조금 웃었다.
“마마?”
“아, 진짜. 어쩌면 좋지.”
엄마는 나를 들어 올려서 뺨에 뽀뽀했다.
“진짜 너무너무 귀여워.”
아니요. 제가 뭘 했다고요. 헛소리하기밖에 더했습니까.
“꺄~”
나는 아이처럼 웃으며 다리를 흔들었다.
“공자야. 엄마는 공자를 너무너무 사랑해.”
아이고, 어머니.
‘나중에 제가 커서 반항하면 뒤통수를 치세요.’
진짜 제가 그러면 인간도 아닙니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우리 공자, 맘마 먹어야지.”
엄마는 나를 꽉 껴안고, 다시 걸어갔다. 조금 숨이 막혔지만 따듯해서 괜히 웃음만 나왔다.
* * *
CF 찍을 날짜는 순식간에 다가왔다.
‘그쪽이 좀 빠르게 잡은 거 같긴 하지만.’
엄마는 톱스타답게, 오늘도 촬영 스케쥴로 바빴다.
‘오늘 누가 날 데려다주나 했는데 말이야.’
나는 익숙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공자야! 삼촌이야. 오늘도 귀엽네.”
아, 네. 다시 뵙네요.
‘아니, 또 이분이야?’
서 사장님, 진지하게 묻습니다. 한가하세요?
‘아무리 소속 배우 아들이라고 해도, 계약도 안 했는데 이렇게 막 데리러 와도 되는 건가?’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서 사장은 그런 나를 안아 들고 한 바퀴 돌았다.
“아이고! 우리 공자! 공자야, 그거 아니? 드라마 끝나고 온 세상이 네 이름으로 뒤덮였다?”
어라. 그 정도였어?
‘뭐, 병원 일 때문에 대강 눈치채긴 했지만…….’
스마트폰도 없고, TV를 볼 수 없어서인가. 영 와닿지 않았다.
‘그렇다고 외출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아기의 몸으로는 정보 수집의 한계가 많았다.
“기사가 몇 개였는지 아니? 내가 전화 받느라 목이 다 쉬었어. 아주 훌륭한 영업을 했어요.”
아하하.
‘아, 아니 그런데 왜 사장님이 목이 쉰 거지.’
저, 아직 거기 소속 배우도 아니지 않나요?
정식으로 계약된 배우도 아닌데 무슨 영업을 한다는 거죠?
“아이가 필요한 모든 곳에서 공자를 찾더라. 이 복덩이! 아주 예뻐 죽겠어!”
서 사장은 내 뺨에 뽀뽀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남자의 입술 따위, 닿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말이야.
‘제가 그쪽 복덩이는 아니잖아요.’
서 사장님, 대체 왜 이러십니까.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 사장은 그제야 나를 겨우 내려놨다.
“우리 공자 때문에, 수민이 촬영 끼워 넣을 수 있었어.”
아하.
‘나 덕분에 떨어지는 콩고물이 있었군.’
내 일은 엄마가 허락해야 가능할 테니 조율한 건 아닌 거 같고.
‘말을 잘해서, 수민이란 사람을 끼워 넣은 건가?’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역시. 탑 라인이라고 해야 하나.’
영업왕이란 소리를 괜히 듣는 게 아니었다.
‘엄마가 괜히 여기에 소속된 게 아니야.’
보면 볼수록, 이 사람 능력이 와닿았다.
“공자야. 오늘 삼촌이랑 어디 가는지 알아?”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녜!”
“아는구나. 수정이가 말해주고 갔나? 공자야. 오늘 우리 공자 CF 찍으러 가요. 컨셉은 ‘메르헨’이더라.”
그랬군.
‘나이가 너무 어려 안 들어오는 정보가 한두 개가 아니야.’
아, 솔직히 CF 콘티 정도는 미리 알고 싶습니다.
나는 서 사장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게다가 말입니다.
“메르헤가 뭐예여?”
아이가 메르헨에 대해 알 리 없잖아요.
‘그냥 동화라고 하면 안 되나요.’
왜 외국어를 씁니까.
“아, 동화라는 뜻이야. 우리 공자가 말이야. 동화 속 토끼더라.”
엥?
‘무슨 컨셉이야. 이건.’
토끼 귀 달고, 재롱잔치라도 하나.
“게다가 오늘은 ‘연예가 산책’도 와요.”
저, 저기요?
‘연예 정보 프로그램?’
거기서 온다는 거야?
‘그런 건 보통 홍보하려고 영화 개봉 때 오는데?’
물론 스타의 CF 촬영장에도 가끔 오긴 했다.
‘그런데 그건 톱스타 한정이잖아.’
와.
나는 눈을 깜박였다.
‘혹시 나 진짜 뜬 건가?’
그 정도로?
나는 내 두 손을 내려다봤다. 크긴 했지만, 아직 다 자라려면 먼 손이었다.
‘뭔가, 영 와닿지 않네.’
코인이야 좀 오르긴 하던데. 이 정도로 인기가 많았을 줄이야.
‘으음. 뭐, 일단 연예가 산책은 좋지.’
인지도도 늘릴 수 있고 말이야.
그래서일까. 서 사장은 아주 신이 나 보였다.
“아이고, 오늘은 옷도 잘 입었네.”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거야 안산댁이 아니라, 엄마가 골라주고 갔으니까요.’
서 사장은 나를 번쩍 안았다.
“자, 삼촌이랑 즐거운 CF 찍으러 가자?”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녜!”
“목소리도 귀여워. 아, 짐 주세요,”
“아. 예!”
날 돌봐주시는 분이 미리 준비한 짐을 건넸다.
“잘 갔다 오렴. 공자야.”
나는 다리를 흔들며 대답했다.
“녜! 누나!”
“엥? 누나?”
서 사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나를 돌봐주시는 분이 고개를 푹 숙였다.
‘이, 이런.’
하지만 서 사장은 눈치가 빨랐다.
“어이구야. 너무 젊으셔서 공자가 누나라고 부르나 봐요.”
“아. 네. 그게 아줌마라고 해도 자꾸 누나라고 부르네요.”
아, 아니! 언제요! 그러시지 않으셨잖아요.
“허허허허. 동안이셔서 그런 거 같네요. 그럼, 공자 데리고 갔다 오겠습니다.”
“네. 우리 공자 잘 부탁드려요.”
나는 따듯한 배웅을 받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겠지.’
단어 하나로 사람 한 명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거로 된 거지.
‘일단 일에 집중하자.’
이게 얼마 만에 CF냐!
‘그것도 의류!’
전생에서는 주로 찍은 건 음식 CF였다.
‘특히 라면을 많이 찍었지.’
우연히 출연한 예능에서 해장 라면을 끓이는 씬이 있었는데 그게 터져서 얻어걸렸었다.
‘의류도 한번 찍어 보고 싶긴 했어.’
전생에선 못 생겨서 어림도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벌써 의류 CF라니!’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나는 어린애처럼 마구 손뼉을 쳤다.
짝짝짝-
“어, 공자야. 왜 손뼉을 치냐?”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조아서여!”
“엥? 뭐가 좋아?”
“일 하는 게여!”
“으, 응?”
“집에 있으면 머 해여! 일 하는 게 낫져!”
서 사장은 눈을 깜박였다.
“고, 공자야?”
“방에서 나이만 먹는 거 실어여!”
“아, 아니! 공자야. 허허, 얘 말하는 것 보게? 완전 어른스럽네? 너 잘 봐줘야 2살이야.”
아, 그렇지.
서 사장은 황당한지 눈만 깜박였다. 나는 배시시 웃으며 변명했다.
“깜박했어여!”
뭐,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하잖아요. 사장님.
“어, 어 그래.”
서 사장은 작게 중얼거렸다.
“역시 범상치 않아.”
그걸 이제 아셨습니까.
나는 카시트에 앉혀지며 배시시 웃었다. 솔직히 기대됐다.
‘스케줄 한번 끝내주고.’
매일 이렇게만 일하면 좋을 텐데.
‘하지만 엄마가 그렇게 만들지 않겠지.’
뭐, 이미지는 둘째 치고라도 애가 일을 한다는 건 이상하긴 하지.
‘아이라면 당연히 놀아야하지만.’
내가 보통이 아니니 이렇지.
‘아, 얼른 컸으면 좋겠다.’
나는 다리를 흔들었다. 빨리 자라서 좋은 작품에, 제대로 된 배역으로 잔뜩 나가고 싶었다.
‘지금도 어디선가, 좋은 걸 찍을 텐데.’
어려서 못 나가는 게 아쉬웠다.
그때였다. 서 사장이 말했다.
“공자야. 너 패치가 쫓는 거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