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50)
050
와. 3대째 이어지는 분식집이라니.
‘나름대로 역사와 전통이 있어 보인다.’
맛있나 보네. 아, 갑자기 떡볶이 먹고 싶다.
“아, 그렇군요. 음. 이력서 좀 다시 볼게요.”
“네.”
엄마는 차근차근 이력서를 읽었다.
“유아 교육과를 졸업하셨네요?”
“네, 그렇습니다.”
와.
‘그렇구나.’
김덕수는 차근차근 대답했다.
“유치원 교사가 꿈이었습니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유치원 교사라. 하는 일은 힘들지만, 되는 게 힘들진 않을 텐데.’
엄마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아, 그런데 왜 유치원 교사 쪽으로는 안 가신 건가요?”
“아, 아무도 저를 고용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해했다.
“제 얼굴이 이렇다 보니 아무래도 힘드셨나 봅니다.”
와. 사연 한번 딱했다.
“그렇군요.”
“그래도 저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돈을 모았습니다.”
와. 이건 또 신선하네.
‘돈을 모아서 어떻게 하려고?’
김덕수가 바로 대답했다.
“교사가 될 수 없으면, 유치원 원장이라도 되고 싶었습니다.”
와.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순간,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 그래요?”
엄마의 입술도 미미하게 떨렸다.
“네. 가리지 않고 일을 했습니다.”
유치원 교사가 되게 되고 싶었나 보다.
‘그런데 유치원 원장도 자격이 필요하지 않나?’
돈이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였나?
김덕수는 담담하게 고백했다.
“아이를 좋아합니다.”
음, 저거 이상한 의미는 아니겠지?
“그렇군요.”
갑자기 김덕수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더니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제가 좀 약골입니다.”
네?
저기요. 그 약골이 제가 알고 있는 단어가 맞습니까?
“몸도 마음도 다 심약합니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면, 이 한 몸 부서져도 상관없습니다.”
엄마는 눈을 깜박였다.
“건장해 보이시는데요.”
“아닙니다. 약골입니다.”
와.
‘보아하니 거짓말할 사람은 아닌 거 같고…….’
정말 약한가 보다.
‘신기한 사람이다.’
얼굴과 몸은 조폭인데, 약골에 유아 교육과 출신이야.
엄마는 이력서를 다시 보며 말했다.
“아이를 돌보는 건 체력이 필요한데, 너무 약하시면 곤란해요.”
“그래서 운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덕분에 체력은 좀 키웠지만, 그래도 약골입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감기에 걸립니다.”
저런.
“이겨보고자, 환절기 때마다 홍삼을 먹고 있습니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렇군요.”
“공자를 알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꿈만 같습니다.”
“우리 공자를 보고 싶었나 봐요.”
“그, 그런 것도 있지만…….”
김덕수 씨는 고개를 푹 숙였다.
“절 보고 안 우는 애는 처음이라서요.”
저런.
‘하긴 보통은 울겠지.’
아니, 울기만 하면 다행이지. 다른 애 같았으면 도망갔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눈을 깜박였다.
“어머나. 이상한 게 저랑 비슷하네요.”
“네?”
“저도 아이들이랑 상성이 좋지 않아요. 저만 보면 울더라고요.”
어라?
‘하, 하긴 그랬지.’
그래서 엄마가 굉장히 신기해했었지.
“그, 그러십니까?”
“네. 음…….”
엄마는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공자가 보통 아이와는 달라요. 저는 우리 공자가 하고 싶은 걸 하게 하려고요.”
“어떤 것을 말입니까?”
“연기요.”
와, 어머니!
‘역시 알고 계셨군요.’
제가 연기하고 싶은 걸 말입니다.
“그렇군요.”
“그래서 보통 아이와는 다르게, 촬영장에 동행하실 수도 있어요.”
“가능합니다. 오히려 동행하고 싶습니다. 안 좋은 환경에서 공자를 지켜주고 싶습니다. 식사도 챙겨야 하고요.”
어라?
‘이거, 날 돌본다는 말이겠지?’
애초에 보모가 애를 돌보는 사람은 맞지만.
“어머, 그렇군요. 그리고 저도 바빠서 집을 비울 때가 많아요. 그래서 입주 보모를 구했는데, 가능하시겠어요?”
“오히려 좋습니다. 안 그래도 지금 집을 정리할 예정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두 달 전에 작고하셔서요.”
“어머, 그렇군요.”
“집이 수유리 쪽이라 출퇴근은 가능할 거 같지만, 입주가 더 좋습니다.”
자, 잠깐.
‘수유리라면, 서울이지?’
그걸 정리한다고?
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하지 마여!”
나는 김덕수 씨의 보이지 않는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큰일나여!”
엄마가 물었다.
“뭐? 뭐가, 공자야?”
“저 사람이 보모 되는 게 큰일 난다는 거니?”
이런.
나는 고개를 세게 저었다.
“집 정리여!”
“엥?”
“그러지 마세여!”
서울 집값이 얼마나 높아지는데, 그걸 정리하십니까.
‘그냥 두십시오.’
버티는 자에게 복이 있을지어다.
덕수 씨는 말이 없었다. 나는 간곡히 부탁했다.
“안 돼여! 정리하면 나중에 울 거예여!”
몇 년 후에 오른 집값 보고 피눈물 흘리지 마시고요.
덕수 씨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라. 웬 존댓말?
“가족의 추억이 있던 집이라서, 저도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공자를 봐서라도 팔지 않을게요.”
나는 덕수 씨의 어깨를 툭툭 쳤다. 왜 존댓말을 하는지 모르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했다.
‘몇 년 후에 저에게 절하고 싶을 겁니다.’
서울에 있는 집을 함부로 팔려고 하다니. 작고하신 어머님께서 벌떡 일어나실걸요.
“존댓말을 하시네요?”
“아, 오랜 바람이었습니다.”
덕수 씨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제가 돌보는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꼭 쓰고 싶었습니다.”
와. 나름의 보육 철학인가?
‘유치원 꿈, 진심인가 보다.’
들으면 들을수록 감탄이 나왔다.
“그렇군요. 음, 덕수 씨. 저는 당신을 고용하고 싶어요. 그런데 우리 공자 의견도 중요해서요.”
와. 어머니, 존경합니다.
‘그런데 저 2살 좀 넘은 거 같은데, 괜찮습니까?’
엄마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저보다는 공자와 있을 시간이 길 테니까요.”
아, 그렇긴 하구나.
“공자야. 어떠니? 이제 덕수 씨와 함께 있을 거야. 괜찮니?”
나는 덕수 씨를 빤히 바라보았다.
‘음, 뭐 사람됨은 나쁘지 않아.’
겉모습은 조직에 몸담고 계신 분 같지만 말이야.
그런데 말입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아직 멀라여!”
“어, 뭐가?”
“횽아, 얼굴이여!”
선글라스 안 벗었잖아.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구나. 덕수 씨, 선글라스 좀 벗어보세요.”
“아, 저…….”
김덕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거 벗으면, 놀라실 텐데요.”
“괜찮아요. 아까 이미 다 놀랐어요.”
이건 위로일까, 디스일까. 김덕수는 조심스럽게 손을 안경에 가져갔다.
‘아, 손 떨린다.’
무슨 메두사 눈도 아닌데, 저럴 거까지야.
곧 안경이 벗겨졌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와.
‘숨기고 다닐 만하다.’
뭐랄까. 눈이 굉장히 날카로웠다.
‘눈빛은 맑은데 말이야.’
그런데도 눈매 때문일까.
‘아까보다 더 조직 폭력배 같다.’
김덕수는 초조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하긴, 보통 아이라면 울었겠지.’
난 아니지만.
나는 방긋 웃었다.
“횽아. 괜찮아여. 가리지 마여. 안 무서워!”
김덕수는 미동도 없었다. 그저 눈만 깜박였다.
그렇게 삼 초가 지났을 때였다. 갑자기 날카로운 눈매에 물기가 어렸다.
‘어, 어라.’
김덕수는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처, 처음입니다.”
저런.
“아이가 안 운 것도, 괜찮다고 한 것도!”
눈물이 줄줄 흘렀다. 나는 김덕수의 양복 주머니에서 아기 수건을 꺼내서 건네줬다.
김덕수는 아기 수건에 눈을 문질렀다.
‘고생이 많았나 보네.’
그랬을 거 같지만.
“어머나.”
“죄, 죄송합니다. 너무 좋아서요. 정말 천사 같은 아이군요.”
“그건 맞아요!”
엄마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공자는 천사예요. 가끔 날개 있나 찾아본다니까요.”
어, 어머니.
‘과장이 심하십니다.’
김덕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저도 가끔 살펴보겠습니다.”
보지 마. 없어.
“아. 솔직히 면접, 몇 분 더 보려고 했는데요.”
엄마는 팔짱을 꼈다.
“이거 안 되겠네. 꼭 덕수 씨여야 하겠어.”
덕수 씨가 눈을 깜박였다. 그럴 때마다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감이 말해주네요. 덕수 씨, 좋은 분이라고 말이에요.”
“가, 감사합니다.”
“애초에 사장님이 이상한 사람을 소개해 줄 리도 없지만요. 항상 희한하게 사람을 잘 봐.”
그, 그런가.
‘하긴 직원들 잘 뽑아서 한가하다고 했지.’
믿을 만한 사람을 잔뜩 쌓는 것도 굉장히 희귀한 능력이긴 했다.
엄마는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공자 잘 부탁드려요, 덕수 씨.”
와, 역시 우리 엄마.
‘화끈하시다.’
덕수 씨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귀한 자제분, 열심히 돌보겠습니다.”
“그럼, 언제 오실 건가요?”
“바로 출근 가능합니다. 원래는 집을 정리하려고 했지만…….”
덕수 씨는 나를 빤히 보다, 고개를 저었다.
“그냥 전세를 알아보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지금은 의아해도 나중에 크게 감사할 것입니다.
“네. 그러면 월급은 약정한 대로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엄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면접은 이만 끝낼게요.”
“네. 내일 뵙겠습니다.”
“어머, 이렇게 빨리 가시려고요?”
“사실은 조금 있다 가고 싶습니다.”
덕수 씨는 침을 삼키며 말했다.
“공자가 귀여워서요.”
와.
‘진짜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네.’
엄마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래도 내일부터 출근하세요. 입주 보모인데 이것저것 챙겨 가지고 오셔야죠. 아, 짐 들고 오기 힘드실 텐데요. 기사 보내드릴까요?”
“아니요. 제 차로 오겠습니다.”
“아, 그러시구나. 공자야, 이제 보내드리고 맘마 먹으러 가자!”
아, 그러고 보니 나 아침도 안 먹었구나.
엄마는 나를 품에 안았다. 나는 웃으면서 엄마 손에 볼을 비볐다.
덕수 씨는 인사하고 바로 돌아갔다. 엄마는 부엌으로 가면서 말했다.
“재미있는 분이네.”
그, 그런가요.
“좋은 사람 같지?”
“녜!”
“음, 그래도 공자야. 뭔가 이상하면 엄마에게 바로 말해야 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나를 보고 있던 아주머니가 말했다.
“제가 지켜볼게요!”
어라?
아주머니는 앞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말했다.
“아가씨는 좋게 보셨지만, 저는 지켜볼 거예요!”
음, 의심하시네.
‘하긴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게 좋긴 하지.’
마냥 믿을 수만은 없는 것도 충분히 이해했다.
“음, 그것도 부탁해. 아닐 거 같지만 말이야.”
“맡겨주세요!”
아주머니는 팔짱을 끼며 숨을 골랐다. 엄마는 나를 보며 말했다.
“우리 공자는 걱정하는 사람이 참 많은 거 같아.”
그러게요.
‘그럴 필요는 없는데.’
엄마는 내 뺨을 살짝 쓸면서 말했다.
“물론 공자 걱정은 내가 제일 많이 하지만.”
하긴, 그렇죠. 소처럼 일만 하시는 분이 제가 스마트폰을 갖게 되면 영화 3편을 안 하실 정도니까요.
‘스마트폰을 기필코 멀리하겠습니다.’
아, 인터넷 반응은 그럼 어떻게 보지?
‘보고 싶은데 말이야.’
2회차 인생에서 겨우 인기인이 되었는데, 어째 영 누릴 수가 없었다.
‘뭐, 인기가 도망가는 건 아니니까.’
떨어질 수는 있지만 말이야.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일하고 싶다.’
어디 작품 없나요? 할 일 없이 나이만 먹기 싫습니다. 제 연기력, 더 썩히기 싫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