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51)
051
아주머니는 진짜 덕수 씨를 지켜보셨다. 하지만 그건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한 삼 일 갔나.’
얼굴만 보면 의심하고 싶지만, 이걸 보면 아니겠지.
“맘마 먹을 시간입니다.”
“녜!”
나는 열심히 수저를 놀렸다.
‘드디어 스스로 밥 먹는다!’
물론 지금은 조절이 안 돼서 엉망이긴 했다.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말이야.’
나는 앞에 있는 사람을 보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덕수 씨 탓도 있지 않을까.’
덕수 씨는 안산댁 대신 이유식을 만들었다. 뭔 영양 성분까지 재가면서 하는 걸 보고, 역시 전문가는 다르구나 싶었다.
‘솔직히 맛도 있어.’
하지만 말입니다.
“큽. 공자는 언제나 맛있게 먹는군요.”
바로 저게 문제였다.
‘부담스럽다고!’
조폭 같은 인상의 남자가, 내 앞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고 있었다.
‘도대체 왜 맨날 우느냐고!’
누가 보면 제가 큰 병이라도 걸린 줄 알겠습니다, 그려.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물었다.
“어머, 덕수 씨 또 울어요?”
“네, 큽.”
“이번에는 또 뭐가 감동적이세요?”
“공자가 너, 너무 크흡. 귀엽습니다.”
젠장.
‘그런 이유로 울지 좀 마!’
부담스러워!
“공자가 귀엽죠.”
“그리고 저렇게 밥도 잘 먹어요. 귀여운데 밥투정도 안 하다니, 감동적입니다.”
김덕수는 앙증맞은 병아리 무늬 손수건으로 눈물을 연신 찍어냈다.
‘솔직히 공포야.’
하지만 하루에 두 번은 꼭 봐서일까. 어쩔 수 없이 익숙해졌다.
“공자, 잘 먹죠. 맛있니?”
솔직히 맛있었다. 안산댁 것보다 더.
“녜!”
“에구, 귀여워라. 덕수 씨, 그만 그쳐요.”
“네. 죄송합니다. 하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이런, 미친.
‘그렇다고 감동해서 우는 사람에게 저리 가라고 할 수도 없고.’
나는 모르는 척 수저를 입에 가져갔다. 이유식이 조금 흐르자, 덕수 씨가 바로 닦아주었다.
‘뭐 매번 저러니까 익숙해지긴 하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려나.
“공자는 잘 먹어서, 건강합니다.”
“어머, 그래요?”
“네. 머리도 비상한 거 같습니다. 공자가 어떻게 자랄지 생각하면, 큽…….”
김덕수는 다시 눈물을 훔쳤다.
“아주 바르고 건강한 어린이가 되겠죠.”
아니, 좋은 얘기를 하는데 왜 울어.
아주머니는 그런 덕수 씨를 보며 조금 웃었다.
‘하긴, 저래서 모든 의심을 거뒀지.’
내가 뭘 할 때마다 감동해서 우는 사람을 경계할 필요가 있겠어.
‘게다가 철저하기도 하고.’
유아 교육과를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덕수 씨, 그만 울어요. 공자 밥 먹는 거 계속 봤으면서요.”
“아직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아이고, 멀쩡한 총각이 이러면 어떡해요. 오늘, 손님도 오신다면서요?”
엥, 웬 손님?
‘엄마는 그런 말 없었는데……. 가 아니구나.’
우리 엄마 지금 촬영 때문에 3일간 못 들어왔구나.
‘보고 싶지만, 엄마는 일하셔야지.’
게다가 지금 촬영하는 영화도 8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였다.
‘지금까지 엄마 영화는 내가 다 알고 있긴 한데. 음, 이제는 조금 달라지려나.’
나는 열심히 수저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때였다. 덕수 씨가 의외의 말을 했다.
“영화 관계자분이 온다고 하셨습니다. 어제 공자 어머님과 통화했습니다.”
어라?
‘중요한 일이었잖아!’
아니, 그걸 이제 알려주면 어떡해요!
“공자, 또 TV 나오나 봐요.”
“네. 그런데 이번에는 영화 쪽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머머!”
“꼼꼼히 살펴볼 예정입니다. 우리 공자는 아직 아이니까요.”
와.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하지만 아역 배우의 환경은 매우 중요하긴 했다.
‘확실한 사람을 뽑긴 했구나.’
서 사장 보는 눈이 좋다더니, 진짜네.
‘뭐, 이제 몇 주 지났을 뿐이지만.’
나는 마지막 이유식을 먹었다. 내 빈 그릇을 확인한 덕수 씨가 다시 입가를 닦아주더니, 나를 유아용 의자에서 내려주었다.
“이 뽀득뽀득합시다.”
“녜!”
“착합니다. 진짜.”
아주머니는 양치하러 가는 우릴 보며 고개를 저었다.
‘뭐, 좀 이상한 장면이긴 하지.’
어둠의 세계에서 일할 거 같은 사람이 이럴 줄이야.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적응은 하고 있었다.
* * *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아싸!’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한 번 봤던 사람이었다. 나는 밝게 웃었다.
‘월척이다!’
정체를 확인한 순간,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이진환 감독!’
돌잔치 때 봤던 분이었다.
‘반갑습니다.’
어서 오세요. 내심 기다렸습니다.
‘바람이 닿을 때죠?’
아직 캐스팅이 정해지지 않았나 보군요.
‘좋은 영화였지.’
망했지만.
‘시나리오는 괜찮았지만 배우들 연기력이 영 아니었어.’
이유는 나중에 들었었다.
‘투자.’
대강 알 거 같았다.
이진환 감독의 첫 작품이기도 했고, ‘판타지’ 장르이기도 했다.
‘약간 난해해서 그랬겠지.’
나는 활짝 웃었다.
‘돌잔치 때부터 살살 미끼를 흔들었더니,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우리 잘해봅시다.
감독과 다른 한 사람이 거실로 들어왔다. 나는 예의 바르게 먼저 인사했다.
“안냐세요!”
“어, 공자야. 나, 기억하니?”
기억하다마다요.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안 되겠지?’
보통은 아닐 테니까.
이럴 때는 어물쩍 넘어가는 게 좋았다.
“반가워여!”
“어, 그래. 공자야, 나도 반가워. 어휴, 미모는 여전하구나. 그때보다 많이 컸네.”
그야 당연하죠. 벌써 몇 개월 전이잖아요.
‘이맘때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크니까요.’
뭐 막상 나는 내 몸이라서 그런가, 잘 모르겠지만.
“감사해여!”
감독은 얼굴을 들이밀면서 말했다.
“어휴. 여전히 말도 예쁘게 하네. 그런데, 이분은?”
“김덕수라고 합니다.”
덕수 씨가 선글라스낀 험악한 얼굴을 들이밀면서 말했다.
“대리인입니다.”
어라?
‘언제 나 대리인이 생겼어?’
이진환 감독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넹?”
“마수정 씨에게 전권을 위임받았습니다.”
아니, 저기요?
‘누가 보면 변호사인 줄 알 거 같은데요.’
내 생각이 어떻든, 덕수 씨는 말을 이었다.
“미리 연락드렸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랬죠. 그랬던 거 같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덕수 씨가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나는 똑똑히 봤다.
‘이진환 감독, 이마에 땀이 흐른다.’
하긴 어딜 봐도 조폭 같은 사람이 저러면, 무섭긴 하지.
이진환 감독은 마지못해 악수를 했다.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저런.
나는 감독님 옷을 잡아당겼다.
“괜차나여.”
“으, 응?”
“덕수 씨 차칸싸람이예여!”
저래 봬도 몇 시간 전에 제가 밥 먹는 거 보고 울던 분입니다.
“어, 그, 그래?”
“녜!”
이진환 감독은 같이 온 사람과 잠시 눈을 마주쳤다. 그러더니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공자를 출연시키고 싶습니다.”
김덕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 영화는 제가 오랫동안 준비한 작품입니다.”
“그렇군요.”
“제 정식 데뷔작입니다.”
“아, 데뷔하시는군요.”
덕수 씨는 별말 안 했다. 하지만 이진환 감독은 가슴을 부여잡았다.
“좀 빨리하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군요. 저도 압니다.”
덕수 씨 입가가 미미하게 올라갔다.
어라.
‘저거 웃는 거겠지?’
그런데 덕수 씨여서 그런가.
‘솔직히 음산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진환 감독은 침을 꼴깍 삼켰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죠.”
저런.
매우 좋은 말이었다. 하지만 당황한 이진환 감독이 외쳤다.
“그렇죠! 가는 데는 순서 없죠!”
저런.
‘그 말 아닙니다.’
덕수 씨가 차분하게 다시 말했다.
“그 뜻이 아닙니다.”
“네! 어쨌든 공자가 필요합니다!”
점점 더 두서없는 대답이 이어졌다.
“왜죠?”
“네?”
“우리 공자가 귀엽고 깜찍하고 착하고 밥도 잘 먹고, 건강하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왜 공자여야만 하는 거죠?”
왜 저런 말을 하는데 압박감이 느껴지는 걸까.
그래서일까. 이진환 감독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떨렸다. 당황한 감독이 바로 외쳤다.
“공자가 나오면, 한우진도 나온대요!”
엥?
‘이건 나도 의외인데?’
왜 여기서 한우진이 나와?
“감독님! 그걸 여기서 말씀하시면 어떡해요!”
“하지만 맞잖아! 공자 나오면 한우진이 오케이 하겠다고 했단 말이야!”
“농담일 수도 있잖아요!”
“농담이어도 붙들어봐야지! 한우진 나오면 투자 걱정은 없잖아!”
음. 그런 사정이었군.
‘무슨 도미노 같네.’
내가 출연하면 한우진이 나오고, 한우진이 나오면 투자가 쉬워지는 거였구나.
‘감독으로서는 절실하긴 하겠네.’
그런데, 진짜인가?
“나는 지금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해! 공자가 안 하면 큰일이라고! 잘못하면 그때 봤던 그 애에다가, 라이온 대표 아들까지 출연시켜야 할지도 모른다고!”
아아, 저예산 영화의 슬픔이여.
‘저래서 그때 영화가 망했던 거군.’
하긴, 캐스팅이 엉망이긴 했지.
“그렇군요.”
덕수 씨의 낮은 목소리가 깊게 울렸다. 솔직히 나는 괜찮았지만, 두 사람은 아니었다.
‘팔에 닭살 올랐나.’
나는 다시 감독의 옷자락을 잡고 말했다.
“괜차나요!”
“으, 응?”
“덕수 씨, 안 때려여!”
저분, 저래 뵈어도 폭력이랑은 거리가 먼 분입니다.
“그, 그러니? 공자야?”
“녜!”
나를 믿으세요, 감독님.
이진환 감독이 내 손을 꼭 잡으려고 할 때였다. 바로 덕수 씨의 손이 가로막았다.
“안 됩니다!”
“네? 왜요?”
“손을 닦지 않으셨습니다.”
덕수 씨는 정장 주머니에서 물휴지를 꺼냈다.
‘알코올 함유라고 크게 적혀 있네.’
덕수 씨는 차분하게 휴지를 한 장씩 뽑아줬다. 이제환 감독과 일행은 멍하니 손을 닦았다.
두 사람이 꼼꼼하게 손 닦는 걸 확인하자, 덕수 씨가 말했다.
“이제 만져도 괜찮습니다.”
“아, 네.”
솔직히 나는 이제환 감독이 내 손을 안 잡을 줄 알았다. 하지만 공포 때문일까. 덕수 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내 손을 덥석 잡았다.
“너만 믿는다! 공자야!”
매우 감사합니다만, 2살밖에 안 된 애한테 의지하지 마!
“딱하신 상황은 잘 알았습니다.”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에요! 공자를 처음 보는 순간, 꼭 이 작품에 출연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렇군요.
‘솔직히 나도 궁금한데.’
이 감독은 비록 데뷔작은 처참하게 망했지만, 나중에는 흥행 감독이 된다.
‘상도 많이 받고 말이야.’
캐스팅 때문에 망했던 작품에 내가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게다가 이건 망하긴 아까운 영화였다고.’
시나리오는 정말 괜찮았다.
‘나중에 대본을 따로 구했었지.’
대본을 보고 아까워서 혀를 찼었다.
‘내가 하면 어땠을까, 상상했었지.’
물론 전생의 그 얼굴로는 힘들었을 테지만 말이다.
덕수 씨가 말했다.
“저도 어제 대본을 봤습니다. 확실히 폭력적인 내용은 아니더군요.”
뭐야. 그거 확인도 했어?
“우리 작품엔 그런 거 없습니다.”
“어린아이가 무서워할 장면은 있던데요.”
“아, 그 장면! 공자가 출연해 준다면, 정신적인 케어도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만, 그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맞는 말이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