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54)
054
저런.
“어쩔 수 없지.”
윤정현 선생님은 가슴을 펴셨다.
“울지 못하면, 내가 울 정도로 무섭게 하는 수밖에.”
씩 웃음이 나왔다.
‘그래, 이런 분이셨지.’
항상 뭐라 하셔도, 책임을 지시는 분이었다.
‘그래서 좋아했고 말이야.’
나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녜!”
“어이구, 웃기는. 그래, 웃으렴. 이따 울 테니까.”
조연출은 머리를 긁적였다.
“선생님께서 해주시면 안심입니다.”
그럼요. 확실히 해주시겠죠.
‘그나저나, 오랜만에 합을 맞춰보네요.’
이게 얼마 만이지.
‘그때, 이분 아들로 나왔었는데.’
깡패 아들 역이었다. 물론 주인공은 아니었다.
‘그래도 꽤 괜찮은 역이었어.’
그 역을 한 뒤, 조연 역할이 그럭저럭 들어왔었다.
‘그게 명품 조연의 시작이었어.’
씩 웃음이 나왔다.
‘그때랑 상황은 다르지만, 다시 선생님과 시작하는 느낌이 드네요.’
선생님은 다시 내 정수리 냄새를 들이마셨다.
“어우, 향기 좋아. 그만해야지. 잠 온다.”
“좀 주무세요.”
“안 그래도 다음 씬 찍고 차에 가서 좀 자려고. 참나. 불면증으로 고생하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아, 준비해야겠다. 얘야, 가자.”
“녜!”
선생님께서 손을 내미셨다. 나는 바로 잡고 걸어갔다.
등 뒤에서 조연출이 중얼거렸다.
“공자를 되게 귀여워하시네.”
그러게요. 나는 배시시 웃었다. 다음 장면이 기대되었다.
* * *
“레디! 액션!”
극 중 할머니가 내 어깨를 잡았다.
“말하지 마!”
눈빛이 굉장히 강렬했다. 나는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가슴에 힘을 줬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아랫입술이 떨렸다.
할머니가 내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말하지 마! 말하면 안 돼! 말하지 마!”
머리를 풀어 헤친 할머니는 음산했다. 나는 바로 눈에 힘을 풀었다. 곧 눈물이 나왔다.
하끅.
겁에 질린 아이가 어깨를 떨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더욱 아이를 몰아세웠다.
“입 다물어! 다물라고!”
나는 버둥거리다가 눈을 깜박였다.
“오케이! 컷!”
선생님은 바로 내 어깨를 놓았다.
“공자야, 괜찮니?”
나는 숨을 색색 들이켰다. 격정적인 장면이어서일까. 걱정스러웠는지 지켜보기만 하던 덕수 씨가 다가와서 물었다.
“공자, 괜찮습니까?”
나는 주위를 살짝 보았다. 스탭들도 걱정스러운 눈빛이었다.
‘태도 좋네.’
그래. 아역은 보살핌을 받아야지.
나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녜!”
나는 사람들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왜일까. 다들 아무 말이 없었다. 갑자기 안쓰럽다는 눈빛만 할 뿐이었다.
제일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윤정현 선생님이셨다.
“웃기는…….”
선생님은 내 눈가를 닦아줬다. 연기할 때 흘린 눈물이 다시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 분위기가 왜 이런가 했더니.’
아직 우는 거 같아서 그런 거구나.
‘하긴 아역이 아픈 장면이니까.’
사정을 알고 보면 괜찮지만, 지금 어린 주인공에게는 매우 폭력적인 장면이었다.
‘이대로 정신을 잃고 트라우마에 빠질 수도 있으니 말이야.’
윤정현 선생님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프지 않았니?”
뭐가요?
“내가 꽉 잡았잖아.”
아, 어깨 잡고 흔들었었지.
덕수 씨가 바로 내 어깨를 확인하더니 말했다.
“괜찮습니다.”
“어휴, 다행이다. 손에 힘을 안 주려고 노력했더니 팔이 다 뻐근하네. 그런데…….”
선생님은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아까 괜히 걱정했잖아? 이 감독, 공자 말이야. 연기 잘하는데? 웬만한 어른보다 훌륭해. 오랜만에 짜릿짜릿했어.”
감독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 솔직히 아까는 긴가민가했는데. 선생님과의 합을 보고 확실히 알겠습니다. 얘는 천재예요.”
그걸 이제 아셨습니까.
“알고 캐스팅한 거 아니야?”
“그런 기대 없었습니다. 돌잔치에서 보고 혹시나 했었죠. 솔직히 화제성 때문이었는데…….”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반성 중입니다. 제가 이 아이의 역량을 몰랐네요.”
“괜히 각오까지 했어. 그러니까, 요 좋은 냄새 나는 꼬맹이가 연기까지 잘한단 말이지?”
윤정현 선생님은 웃으면서 나를 껴안았다.
“공자야. 어디 오갈 데 없으면 내 집에 와라.”
이런, 선생님.
“내가 키워주마.”
주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여!”
“왜 안 돼?”
“공자는 마마 아들이에여!”
효도하고 살 것입니다.
“어머머!”
“귀여워!”
“마수정 씨랑 각별하다더니, 진짜인가 봐요.”
선생님은 웃으면서 나를 다시 꽉 껴안았다.
“아이고, 수정이랑 친하게 지내야겠다. 그래야 공자 좀 볼 수 있지.”
“그러게요. 아니, 그런데 수정 씨는 알고 있나. 공자가 연기 천재라는 거?”
아마 모르실걸요. 이제 아시겠지만요.
‘그나저나, 천재라.’
좀 과분한 찬사인데. 이거 계속 이 말 들으려면 최선을 다해야겠는걸.
‘뭐, 그래도 듣기는 좋습니다.’
칭찬 더 해주십시오.
“얘 좋은 냄새도 나잖아. 익숙한데 도대체 무슨 향기지? 천국의 향기인가? 아주 잠이 솔솔 와. 어쩜 냄새가 나도 지 귀여움 같은 향기가 나지?”
제 귀여움과 같은 향기면 굉장하군요. 그런데 그거 그렇게 드문 향기는 아닌데.
그때였다. 윤정현 선생님의 매니저가 뛰어 들어왔다.
“선생님, 알았어요!”
뭐, 뭐가?
매니저는 급히 뛰어왔는지 얼굴이 상기 되어 있었다.
“아기에게서 나는 향기요! 제가 어디서 많이 맡은 향기라고 생각했거든요!”
“어, 그래? 무슨 향기야? 천국의 꽃?”
“네?”
매니저는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그, 이건데요?”
매니저는 보라색 통을 내밀었다.
‘방향제?’
그런데 맞긴 했다. 촌스러운 폰트로 분명히 쓰여 있었다.
[라벤더 향>윤정현 선생님은 방향제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 그렇구나. 비슷하긴 하네. 생각보다 평범하구나. 천국의 향기인 줄 알았는데. 그런데 승경아, 그거 어디서 가져왔니?”
“화, 화장실이요.”
저런.
스탭들은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나도 웃음이 터져 주먹을 꽉 쥐었다.
선생님이 허탈하게 말했다.
“천국의 향기가 아니었구나.”
네, 선생님.
“화장실 방향제 향기랑 비슷하다니.”
큽.
크윽.
푸합.
다들 입을 막고 킥킥거렸다. 솔직히 나도 그러고 싶었다.
선생님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뭐, 화장실도 급할 때 가면 천국이긴 하지.”
아, 선생님.
주변에서 결국 큰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푸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
-크헉
폭소의 쓰나미 속에서 나는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았다. 솔직히 아까 했던 울음 연기보다 이게 더 힘들었다.
그때였다. 덕수 씨가 나를 안으며 말했다.
“뒤에 장면은 몇 시간 뒤죠?”
“푸하하. 네? 푸합.”
“공자 낮잠 시간입니다. 차에서 재우고 오겠습니다.”
“네. 큽.”
덕수 씨는 나를 달랑 들고 웃음의 현장에서 유유히 걸어 나왔다.
나는 떠나는 내 모습을 보는 윤정현 선생님께 손을 흔들었다. 웃음을 너무 참아서일까. 이상하게 아련했다.
* * *
‘바람이 닿을 때’에서 아역은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그 말은 촬영 기간이 별로 없다는 거지.’
그래서일까. 벌써 다음 장면이 마지막이었다.
‘다음 장면은 그냥 바다를 바라보는 거였지.’
그것도 혼자 나오는 게 아니라 영화 속 주인공의 가족과 함께였다.
‘내 장면은 실질적으로 끝났군.’
꽤 아쉬웠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덕수 씨가 말했다.
“멀리 가지 마십시오.”
“녜!”
뭐, 저렇게 말하고 항상 나를 보고 있었다.
‘하긴, 이맘때 아이들은 늘 사고를 잘 치지.’
그렇게 주위를 둘러볼 때였다. 갑자기 촬영장이 시끄러웠다.
‘뭐지?’
스탭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이유는 바로 알았다.
‘엥?’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어?
‘이 장면에 안 나오지 않나?’
한우진이 긴 다리를 움직이며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스탭들에게 적당히 인사를 하다가 날 발견하자 빠르게 걸어왔다.
“공자야! 이게 얼마 만이야! 많이 컸네!”
“안냐세여!”
“형, 기억하지? 우진이 형이야!”
이런, 한우진 씨.
‘내일모레 불혹인데 형이라니. 꿋꿋이 미네.’
아니라고 하면 상처받겠지?
나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녜! 우진 횽!”
“어우, 귀여워.”
한우진은 나를 안고 자신의 매니저에게 말했다.
“자, 봐. 나랑 닮았지.”
저기요.
“아하하하하. 형이랑 닮긴 했네요.”
“그렇지! 아니, 같은 영화 출연하면 몇 번 볼 줄 알았는데!”
그럴 리가 없잖아.
‘주인공 아역인데 겹치는 게 이상하지.’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우진은 나를 안고 돌아다녔다.
“공자야. 형 보고 싶었지?”
아니요.
“녜!”
“형도 공자 보고 싶었어. 어우, 그때 헤어진 이후로 아른아른하더라.”
이런, 미친.
“너 보고 싶다고 수정 씨에게 말했다가, 죽고 싶냐는 소리 들었잖아.”
엄마가?
‘음, 보고 싶다는 말만 하지는 않았겠지.’
나는 엄마를 믿었다.
‘뭔가 죽이고 싶은 마음을 유발하는 말을 했나 보네.’
한우진은 매니저에게 나를 자랑했다.
“봐봐. 안 울지? 공자가 나 좋아한다니까.”
아니야.
“그러게요.”
그때 윤정현 선생님이 다가오며 말했다.
“공자 낯 안 가려서 원래 저렇던데?”
한우진은 바로 허리를 굽혔다가 폈다.
“아,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그래. 우진이 너는 좀 …….”
선생님은 한우진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너도 나이는 어쩔 수 없구나?”
“선생님!”
“우리 다 세월에는 장사 없지. 아이고, 너 데뷔했을 때가 그립다.”
한우진은 어깨를 펴면서 말했다.
“저, 아직 잘생겼습니다.”
“그래. 그래.”
“아, 진짜예요. 그런데 선생님, 저랑 공자 닮지 않았나요?”
선생님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
“퍽이나 닮았겠다.”
“아, 다 닮았다고 하던데요!”
“양심이 있어라. 누가 그러든?”
“네티즌들이요.”
“네 팬클럽?”
“팬클럽은 아니지만, 네. 제 팬들이 모여 있는 곳이요.”
선생님은 고개를 저으셨다.
“거기서야 좋은 말만 나오겠지.”
“아, 너무하세요. 선생님.”
“애 너무 안고 있지 마라. 어지러울라.”
한우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싫어요. 아, 촬영장에서 자주 만날 줄 알고 출연한다고 했는데. 영 못 보내요.”
“어? 너 그래서 이거 하겠다고 한 거야?”
“네.”
“너 많이 받지 않니?”
한우진이 활짝 웃었다.
“깎았어요. 참고로 저는 바쁜 남자입니다.”
“얼마나?”
“차비랑 식비만 달라고 했어요. 뭐, 시나리오가 좋기도 했지만요.”
와.
‘대단한 선택을 했네.’
선생님도 의외이신지, 눈을 깜박였다.
“대단하네.”
“그렇죠? 제가 이렇게 영화를 사랑하는 배우입니다.”
“좀 수상한데?”
한우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들켰군요. 선생님 눈은 역시 속일 수가 없어요.”
“뭔데?”
“으흐흐흐. 제가 이렇게 쉽게 알려주는 남자가 아닌데요, 선생님께만 특별히 알려드립니다.”
한우진은 작게 속닥였다.
“우리 둘만의 비밀이에요, 선생님.”
“궁금하니까 빨리 말이나 하렴.”
“그게요. 말뚝을 박고 싶었거든요.”
선생님이 눈을 가늘게 떴다.
“공자 성인 역으로요.”
“뭐?”
“지금 박아놔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 선생님 등 좀 때리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