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55)
055
저런.
‘맞아도 싸다.’
한우진은 몸을 비틀며 이리저리 움직였다.
“아니, 그게 말이 돼!”
“시나리오도 좋았어요! 선생님 손너무 매워요. 아파요!”
“아프라고 때리는 거다! 40이 다 돼 가는데 이 녀석은 아직도 철이 없어!”
나는 한우진의 품에서 다리를 흔들었다. 윤정현 선생님이 다시 한우진의 등을 아주 야무지게 때리셨다.
“원래 잘생긴 남자는 영원한 소년인 법이에요. 선생님!”
“이게!”
윤정현 선생님은 손을 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공자 있으니까 이쯤 하는 거야.”
“으헤헤헤헤.”
“하여간, 우진이 너는 어쩌려고 그러니? 나잇값을 해야지.”
“하지만 선생님, 저는 쾅쾅 박아두고 싶어요. 처음 보는 순간 알았어요. 공자 얘는 유명해지고도 남을 거란 걸요.”
“그래서 공자 성인 역 찾아서 한다고?”
“할 수 있다면요. 게다가 공자 정도면 아무 작품이나 나오진 않을걸요. 수정 선배님이 한번 거르실 테니까요. 수정 선배님은 시나리오 보는 눈이 좋으시잖아요.”
와, 한우진.
‘은근히 상황을 잘 보네.’
어려운 추측은 아니지만, 실행력이 장난 아니었다.
“하긴, 이 영화도 시나리오 정말 좋지.”
“제가 잘생겼지만, 단점이 몇 개 있잖아요. 그중 하나가 시나리오를 볼 줄 모른다는 거죠.”
“하긴. 너는 드라마는 잘 보던데, 영화는 별로더라.”
“네. 그래서 당분간 따라다녀 보려고요. 그런데 몇 번밖에 못 보네요. 성인 역을 하지 말고 가족으로 나올까 봐요.”
윤정현 선생님은 한숨을 내쉬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못 산다, 진짜.”
“그런데 진짜 성인 역이라서 그런가? 공자 만날 틈이 없네요.”
“그건 당연한 거잖아.”
“아, 깜박했어요. 공자야, 너도 형 보고 싶었지?”
아니라고 하면 상처받겠지?
“녜!”
“어우, 귀여워. 저, 수정 선배님께 공자 아들 삼고 싶다고 했다가 죽여버린다는 말 들었잖아요.”
“죽이고도 남겠다, 얘.”
“아, 선생님.”
“왜 그런 말을 해. 이미 얘는 수정이 아들이잖아. 얘가 매를 버네, 벌어.”
저기요, 선생님.
‘아까 비슷한 말씀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때였다. 조연출이 다가와서 물었다.
“아, 선생님. 찾았습니다.”
“왜?”
“시나리오가 좀 바뀌어서요. 원래는 선생님 혼자 바닷가를 돌아다니는 장면인데요, 공자까지 나오는 게 어떤가 싶어서요. 감독님께서 두 개 다 찍으신대요.”
윤정현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해. 그런데 공자는 괜찮아?”
“안 그래도 저 조폭, 아니 보모에게 물어봤습니다. 낮잠 시간만 지켜준다면 괜찮다고 합니다.”
“아, 그렇구나.”
선생님은 내 정수리 냄새를 맡으며 말했다.
“나도 낮잠 자고 싶네.”
“좀 주무세요.”
“그래야지.”
“아, 공자야. 촬영해야지.”
조연출은 한우진에게 나를 건네받았다.
“읏차. 자, 가자!”
“녜!”
조연출은 나를 안고 카메라 앞으로 갔다.
‘음, 나 걸을 수 있는데.’
왜 사람들이 자꾸 날 안고 다니지?
해변이라 그런지, 바닷바람이 세게 불었다. 나는 흔들리는 머리카락을 느끼면서 카메라 앞에 섰다.
곧 기다렸던 소리가 들렸다.
“레디, 액션!”
* * *
‘덕수 씨는 참 겉모습과 달라.’
선글라스를 쓴 남자는 나를 편하게 눕히고 담요를 끌어올렸다.
나는 베개를 벤 채 눈을 깜박였다.
‘솔직히 밴이 넓어서 그런가.’
차 안인데도 낮잠 자는데 굉장히 쾌적했다.
나는 덕수 씨를 빤히 바라보았다.
‘음, 이유식에다가 기타 등등까지. 다 철저하게 준비하네.’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은 건, 진심 같았다.
‘뭐, 자꾸 울어서 문제지만.’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는 내가 아기용 과자 먹는 거 보고 울었지.’
그나마 밖에서는 안 울어서 다행이었다.
나는 몸을 뒤척였다. 그러자 덕수 씨가 말했다.
“잠이 안 오십니까.”
“조금여!”
“이럴 때를 대비해 준비했습니다.”
덕수 씨는 밴 천장에 바로 모빌을 달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동화책을 꺼냈다.
“좋아하는 ‘곰과 나’를 읽어주겠습니다.”
미치겠네.
나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아니, 그거 때문에 잠을 못 자는 게 아니라고.’
덕수 씨가 모빌 스위치를 눌렀다. 밴 천장에 달린 모빌이 천천히 돌아갔다.
‘이런 게 재미있지 않다니까 그러네.’
차라리 너튜브를 보고 싶었다.
‘내 랜선 애완동물들…….’
그때였다.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덕수 씨는 바로 문을 열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아, 죄송해요. 들어가도 되나요?”
목소리를 듣고 바로 알았다.
‘윤정현 선생님이시군.’
덕수 씨는 바로 팔을 내밀었다.
“네, 올라오십시오.”
선생님은 부축을 받으며 밴에 타셨다. 그리고 돌아가는 모빌을 보며 웃었다.
“아, 매니저분?”
“매니저가 아닙니다. 저는 보모입니다.”
선생님은 눈을 깜박이셨다.
‘압니다, 선생님. 혼란스러우시겠죠.’
그런데 보모 맞아요.
“어머, 그렇군요. 하나 부탁할게요. 힘든 거면, 거절하셔도 돼요.”
“네.”
“공자 옆에서 낮잠 좀 자도 될까요? 제가 불면증이 있는데, 이상하게 며칠 전부터 잠을 좀 자요. 공자에게서 나는 라벤더 향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그러십니까. 고생이 많으십니다.”
“라벤더 향이야 흔하지만, 공자 향이 제일 좋더라고. 맡기만 하면 졸려. 그래서, 낮잠 한번 자봐도 될까요?”
덕수 씨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지켜보고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어머?”
“여기서 제가 자는 걸 계속 보고 있을 겁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아. 그러고 보면 나 낮잠 잘 때 계속 같이 있었지.
‘집에서야 방에 내버려 두지만 말이야.’
하긴 밖에서 아이를 혼자 두면 안 되지. 게다가 윤정현 선생님은 낯선 분이었다.
‘나야 선생님에 대해 잘 알지만, 보모라면 경계해야 하는 것도 맞으니까.’
그래도 철저하긴 하구나, 덕수 씨.
선생님은 조금 웃으셨다.
“그러세요. 낯선 남자 앞에서 잔다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요.”
“차 문을 열어두겠습니다.”
“아니요, 괜찮아요. 시끄럽기만 하고. 그냥 닫아두세요. 아, 이상하네. 평소 같으면 안 할 거 같은데.”
선생님은 내 옆에 누우며 말씀하셨다.
“그래도 공자 옆에서 한번 자보고 싶어서 그런가.”
“의자 내려드리겠습니다.”
덕수 씨가 버튼을 누르며 모포를 건네주었다. 선생님이 뒤척이며 웃었다.
“감사합니다.”
“편히 주무십시오.”
덕수 씨는 제일 멀리 떨어진 의자로 자리를 옮겨겼다. 윤정현 선생님은 눈을 감고 내 정수리 냄새를 맡았다.
“이상해, 공자야. 이거만 맡으면 눈이 감겨. 나 아로마 효과 같은 거 안 믿는데 말이야.”
선생님의 눈가가 떨렸다.
“그리운 냄새가 나.”
나는 손을 뻗어서 선생님 손등을 토닥였다. 그렇게 나쁜 건 아닌지, 선생님은 조금 웃으며 중얼거리셨다.
“윤혁아…….”
나는 눈을 깜박였다.
‘이런…….’
윤혁이는 선생님 아들 이름이었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들었어.’
그래서 불면증을 얻고 지금까지 힘들어하셨다.
나는 숨을 길게 내쉬며 눈을 감았다. 잠은 오지 않았지만, 덕수 씨 때문에 낮잠 자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전생에서 선생님을 뵈었을 때는 이미 자제분 돌아가신 지 한참 되었을 때였지.’
그래서 이렇게 힘드신지 몰랐다.
‘날 진짜 아끼시긴 했어.’
영화 촬영 때문에 힘들어서 살이 좀 빠졌을 때, 반찬도 해주셨었다.
‘아들처럼 챙겨주셨지.’
나는 몸을 뒤척였다.
‘아, 생각 안 해봤는데 말이야.’
이제 와서 새삼 떠올랐다.
‘나 죽고 나서, 선생님 우셨을까?’
아마 우셨겠지. 깐깐하신 분이었지만 마음도 약하고, 정도 많은 분이셨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저도 그렇게 갈지 몰랐습니다.
‘씁쓸하네.’
나는 작게 심호흡을 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대신 제가 이번 생에서 더 잘하겠습니다.’
그런데 이한조보단 마공자가 백배 낫네요.
나는 손을 꼼지락거렸다.
‘아, 그러고 보면 이번 생은 참 다르단 말이야.’
얼굴과 건강도 그렇지만, 제일 다른 건 주변 사람들이었다.
‘전 소속사 진짜 별로였지.’
그런데 이번에는 도와주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돈도 풍족하고.’
엄마가 톱스타에다 재벌이어서 그런가. 먹고 입는 것 자체가 다 달랐다.
‘음, 확실히 풍족해.’
나는 다시 몸을 뒤집었다.
‘자, 잘 생각해 보자.’
전생이랑 후생에서 무엇보다 제일 다른 건, 내가 톱스타 마수정의 아들이란 점이었다.
‘엄마에게 잘하자!’
그럼, 어떻게 잘하지? 보통 부모들은 뭘 좋아하시지?
‘자식이 잘 크는 걸 제일 좋아하시긴 하지.’
뭐, 그건 당연한 거고.
‘내가 못 자랄 리는 없으니까.’
아니, 근본적으로 엄마에게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게 뭘까?
‘코인으로 건강을 드리긴 했지.’
음, 그런데 말입니다.
‘새삼 부족하네요.’
세상이 험합니다. 연예계는 정글이고요. 그 속에서 매일 전쟁 같은 촬영을 하시는 어머니께, 건강은 필수 조건일 뿐이네요.
‘충분하지 않아. 모자라!’
나는 씩 웃었다.
‘코인을 어디다 쓰나 했는데!’
쓸 곳이 많네요.
‘게다가 이제는 대가도 알 수 있으니까요.’
엄마! 기다리세요!
‘제가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자고로 행복이란 강함에서 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자, 뭐부터 강하게 해드릴까?’
팔? 다리? 근력? 속도?
엄마는 가뜩이나 액션 연기를 많이 하시는 분이었다.
‘아주 유용하실 거야.’
나는 다시 몸을 뒤척였다. 결론이 나서일까. 갑자기 잠이 솔솔 왔다.
‘은혜 갚겠습니다, 엄마.’
그러니 기다리세요.
눈꺼풀이 무거웠다. 나는 그렇게 잠이 들었다.
* * *
“안녕하세요. 한 주간의 연예가 라운지의 리포터 육개전입니다. 오늘은 상반기 충무로 기대작이죠. 영화 ‘아킬레스’의 배우분들을 모셨습니다!”
마수정은 박수를 쳤다. 익숙한 인터뷰가 한 사람씩 돌아갔다. 옆에 있던 사람이 속삭였다.
“몇 번째야?”
마수정은 조금 웃었다. 연예 정보 프로그램만 벌써 네 번째였다.
“지쳤어?”
동료 배우는 작게 속삭였다.
“응. 비슷한 말만 네 번째잖아.”
“와주는 게 어디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동료 배우도 좀 지친 거 같았다.
“하긴 맞아. 안 와주면 서럽지.”
마수정은 웃으면서 다시 인터뷰에 집중했다. 바로 자신의 차례였다.
“마수정 씨, 요즘 귀여운 아들로 화제인데요. 공자는 잘 지내죠?”
세 번째 받는 질문이었다.
“공자, 잘 지내죠. 그 귀여운 미소를 제가 독점하고 있습니다.”
“어휴, 부럽습니다. 아니, 그런데 마수정 씨. 미모가 나날이 빛이 나십니다.”
어머나?
마수정은 조금 웃었다. 이제껏 인터뷰를 수없이 해봐서 잘 알고 있었다. 이럴 땐 슬쩍 겸손한 척해야 했다.
하지만 옆에 있는 동료는 달랐다.
“맞아요! 수정 씨 피부가 매일 빛나요.”
한번 물꼬를 트니, 여기저기서 칭찬이 쏟아졌다.
“아, 동의합니다. 수정 씨, 항상 힘이 넘치십니다.”
“심지어 라면 먹고 주무셔도 얼굴이 안 부으세요.”
“체력도 강철이세요. 우리 다들 놀랐잖아요.”
아니, 다들 왜 이러지?
이러면 어쩔 수 없었다. 마수정은 생긋 웃으며 말했다.
“타고났나 봐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