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59)
059
아기가 되고 느낀 건, 사람 품이 의외로 불편하다는 거였다.
‘아니 작았을 때는 괜찮은데, 커지니까 별로야.’
받쳐주는 사람의 덩치가 클수록 편하긴 했다.
‘덕수 씨가 편하지.’
좀 딱딱하긴 하지만.
그런데 한우진은 뭐랄까.
‘덩치가 작은 건 아니지만, 확실히 배우라서 말랐어.’
뼈가 지나치게 닿아서 쿠션감이 별로였다.
‘아, 의자에 앉고 싶다.’
한우진은 내 손을 계속 조물조물했다.
“진짜 컸네. 더 작았는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왜 당신이 가늠하는 겁니까.’
왜 이러세요.
한우진은 이번에는 내 발을 빤히 보고 있었다. 그때, 사회자가 물었다.
“바람이 닿을 때, 유현 역의 한우진 씨입니다. 우진 씨, 질문이 아주 많이 들어왔어요.”
한우진은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네, 무엇이든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어려운 남자지만요.”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음, 저런 너스레는 배워야 할지도.’
잘하긴 하네. 음, 나도 잘하긴 했지.
‘그런데 이렇게 분위기가 좋진 않았어.’
한우진은 잘생겨서 시너지 효과가 나는 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사회자가 말했다.
“질문이 여러 개 있었는데요. 한우진 씨, 촬영하는데 힘든 게 있었냐는 질문이 제일 많았어요.”
매우 일반적인 질문이었다. 그래서인지 한우진도 능숙하게 대답했다.
“분위기도 좋았고, 감독님도 훌륭하셔서 즐겁게 촬영했습니다. 단지 하나가 문제였어요.”
“어머, 그게 뭔가요?”
“음, 말하긴 조금 그런데요.”
한우진은 살짝 고개를 돌리고 웃었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문제가 있었나?’
솔직히 궁금했다. 아마 시사회장의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 한우진은 확실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재능이 있었다.
‘확실히 배울 건 있어.’
그때였다. 갑자기 한우진이 나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그러더니 다시 정면을 보면서 싱긋 웃었다.
“음, 공자가 없더라고요.”
순간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 우진 씨?”
“저 공자랑 ‘응급실’에서 친해졌거든요. ‘바람이 닿을 때’ 촬영하면 많이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공자가 제 아역이더라고요.”
한우진은 내 발을 잡고 흔들었다.
“촬영이 겹치지 않아서 볼 수 없다는 걸 중간에 알았어요.”
“공자에게 정이 많이 드셨나 봐요.”
“음…….”
한우진은 이번에는 내 발을 조물조물했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사방에서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미친.’
한우진은 다시 웃었다.
“정만 들었겠습니까?”
젠장.
‘뭐, 잘못 드셨습니까?’
왜 그런 말을 하는데!
“어머, 진짜 공자를 좋아하시나 봐요.”
“이렇게 귀여운 아이는 처음이에요. 공자를 보면 결혼하고 싶다니까요. 그런데 공자 같은 아이는 드물다고 해서, 고민 중입니다.”
고민하지 마.
내 심정이 어떻든, 시사회장 분위기는 좋았다.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아, 결혼하시면 팬분들이 우실 텐데요.”
“그러게요. 제가 참 나쁜 남자죠.”
사회자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네. 우진 씨는 참 나쁜 남자시죠. 아, 이번에는 공자에게 물어볼게요. 음, 이 질문이 제일 많았어요. 공자야, 세상에서 뭐가 제일 좋아?”
매우 상투적인 질문이었다. 물론 내 대답도 정해져 있었다.
“마마여!”
“마수정 씨? 어유, 엄마가 제일 좋구나! 그럼, 공자야. 두 번째는?”
음, 이런 걸 물을 줄이야. 생각보다 힘든 질문이었다.
‘뭐가 좋을까.’
살짝 고민할 때였다. 갑자기 정수리가 따가웠다.
‘뭐지?’
살짝 올려다보는데, 한우진의 눈이 반짝였다.
‘왜, 왜! 왜 그렇게 보는데!’
설마 두 번째가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나는 서둘러 대답했다.
“마마여!”
“어머, 두 번째도 마마야?”
나는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세 번째도 마마예여!”
정수리가 따가웠지만 나는 결코 위를 보지 않았다.
“어머, 공자야. 그러면 마마 말고는 없어? 음식이라든가…….”
한우진이 내 발을 잡았다.
‘압박감이 장난 아니네.’
하지만 나는 지지 않는다!
그런데 말할 게 없긴 했다.
‘뭐, 아이답고 귀여운 거 없나?’
그때였다. 나는 내 목에 달린 나비넥타이를 떠올렸다.
그래! 이게 있었다!
“곰이여!”
다행이다. 적당한 거 찾아서!
“어머, 곰? 아하하하! 귀여워!”
젠장.
말하고 나니 약간 수치스러웠다.
‘졸지에 곰 좋아하게 생겼네.’
그러고 보면 이 나이대 애들이 좋아하는 게 뭐지?
‘그냥 먹을 거인가?’
발을 잡은 악력이 약간 세졌다. 살짝 올려다보니 한우진이 중얼거렸다.
“곰한테 졌다.”
아니, 뭘 져.
“어머, 한우진 씨! 실망하신 거 같아요.”
“다음부터는 곰 무늬 옷이라도 입고 올까 합니다.”
입지 마!
‘아씨, 왜 살짝 불길하지.’
왠지 내 손으로 무덤을 판 느낌이 드는데.
사회자는 웃으면서 말했다.
“저도 공자 만나러 올 때, 곰 무늬 티셔츠 입고 오겠습니다.”
입지 말아요.
인터뷰는 윤정현 선생님에게 넘어갔다. 나는 적당히 흘려들으며 얌전히 앉아 있었다.
‘아, 그런데…….’
시사회가 생각보다 길어지는 느낌이었다.
‘관객분들 질문이 많아.’
특히 영화에 관해서 궁금해 하는 게 많았다.
‘이건 좋은 거긴 하지.’
그만큼 영화에 집중했다는 말이기도 했다.
‘하긴, 질문거리가 많은 영화이기도 해.’
그런데 말입니다.
‘나, 대가 있는데…….’
윤정현 선생님 발목 고치는 대가로 받은 게, 잠드는 거였는데.
‘지금 거의 4시간은 지나지 않았나?’
시사회가 이렇게 길 줄 몰랐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한우진이 속삭였다.
“졸리면 자도 돼, 공자야.”
아, 안 돼.
나는 눈을 부릅떴다.
‘한우진 품속에서 잘 수는 없다!’
잠이 깨려고 도리질을 할 때였다. 갑자기 의식이 훅 꺼졌다.
‘이런 미친!’
눈꺼풀이 엄청나게 무거웠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안 되는데…….’
그게 내가 한 마지막 생각이었다. 빛이 사라지고, 나는 그렇게 잠이 들었다.
* * *
“여기 차보세요.”
“네, 감독님.”
마수정은 샌드백을 향해 발차기를 했다.
펑-
엄청난 소리가 들렸다. 액션 감독은 눈을 깜박였다.
“수정 씨, 대단하신데요.”
“요즘 힘이 세진 거 같아요.”
“원래도 세셨지만, 요즘 더하신 거 같아요. 가끔 생각합니다. 수정 씨는 태릉에 계셨으면 금메달 여러 개 따셨겠다고 말입니다.”
마수정은 웃으면서 말했다.
“음, 지금이라도 가볼까요?”
“종목을 뭐로 하시게요?”
“글쎄요.”
액션 감독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아, 그럼 수정 씨는 잠시 쉬세요. 아주 완벽하십니다.”
“감사합니다.”
마수정은 가볍게 걸어갔다. 다른 배우들은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확실히 힘이 세져서 그런가.’
마수정은 어깨를 풀면서 생각했다.
‘액션이 너무 쉬운데?’
원래도 재능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요즘은 무르익은 느낌이었다.
‘컨디션이 좋아도 너무 좋아.’
그래서일까. 요즘 도통 지치지를 않았다.
‘솔직히 지금쯤이면 지쳐서 앉아 있어야 하는데…….’
체력이 남아돌아서일까. 휴식 시간에도 이렇게 일어서서 주변을 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친한 배우가 다가왔다.
“수정아, 너 되게 쌩쌩해 보인다.”
“그러게요. 저도 제가 쌩쌩해 보이네요.”
“요즘 뭐, 삼이라도 먹는 거야?”
마수정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런데 왜 이렇게 피부는 매끈해지고, 미모는 더해가? 너 요즘 회춘한 거 같아.”
마수정은 소리 내어 웃었다.
“아하하하! 글쎄요. 집에 천사가 있어서 그런가.”
마수정은 스마트폰을 켜고, 액정에 입을 맞췄다. 화면 안에는 귀여운 공자가 손을 내밀고 있었다.
“캬, 진짜 귀엽다.”
“우리 공자가 세상에서 제일 귀여울 거예요.”
“오늘 시사회 갔다며? 아까 기사 쏟아지더라.”
마수정은 눈을 깜박였다. 시사회에 간다는 건 알고 있었다.
‘기사가 쏟아진다고?’
누가 사고라도 쳤나?
마수정은 바로 검색을 해봤다. 공자의 이름을 치니, 새 기사들이 주르륵 화면에 떠올랐다.
‘어머?’
마수정은 기사 제목만 확인했다.
[마공자, 한우진 품에 잠들어.>-아이에겐 너무 긴 시사회 시간
[마공자, 시사회 때 잠들다.>-한우진 ‘너무 곤히 자서 깨울 수가 없었다.’
[잠든 마공자가 좋아하는 건 곰>-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도 엄마.
[오늘의 포토>-잠든 마공자.
마수정은 눈을 깜박였다. 액정 속에는 한우진 품에 안겨서 곤히 잠든 공자가 보였다.
“내 천사, 귀엽기도 하지.”
그런데 공자야. 왜 그놈 품 안이니.
마수정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놈은 안 돼!”
아직도 생생했다. 그때 놈이 그랬다.
-수정 씨, 공자요. 제 아들 삼으면 안 돼요?
절대 안 된다고 하자, 녀석은 제법 진지하게 말했다.
-저, 잘 키울 수 있어요.
마수정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내가 더 잘 키워, 이 자식아!”
기사를 아무리 계속 넘겨도 한우진이 자신의 천사를 안고 있는 사진만 계속되었다.
“수, 수정아. 왜 그래?”
“열 뻗쳐서요.”
마수정은 다시 기사를 넘겼다. 다행히 그 빌어먹을 사진이 없는 기사가 하나 있었다. 마수정은 액정을 두들겼다.
[바람의 닿을 때 시사회 현장>바람의 닿을 때가 개봉한다. 이번 시사회는 라이트 아트홀에서…….
마수정은 기사를 대강 넘겼다. 스크롤이 꽤 밑으로 내려가자, 자신이 찾는 게 있었다.
-아이가 잠들자, 시사회장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한우진은 잠든 아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제가 너무 편한가 봐요.
마수정은 순간, 스마트폰을 깰 뻔했다.
“이 자식이 지금 누구 애를 재우고 있는 거야!”
“수, 수정아?”
열불이 터졌다. 마수정은 화딱지가 나서 머리를 쓸어올렸다.
“저 자식이 우리 공자 귀여운 건 알아가지고!”
훈련받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마수정은 심호흡을 했다. 진정해야 지.
‘진정 못 해!’
이게 진짜! 자기가 뭐라고 우리 공자한테!
마수정은 씩씩거리며 무술 감독에게 말했다.
“감독님, 저 발차기 한번 더 날려볼게요.”
“어, 네.”
마수정은 있는 힘껏 발차기를 날렸다.
펑-
엄청난 소리가 들렸다. 샌드백이 애처롭게 흔들거렸다.
‘몸을 움직이니까 좀 낫구나.’
마수정은 다시 한번 날려차기를 했다.
팡-
이번에도 엄청난 소리가 들렸다.
‘몇 번 더 할까?’
살짝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그제야 주변의 시선들이 느껴졌다.
‘어머나?’
마수정은 웃으면서 말했다.
“아, 조금 열 받는 일이 있어서요.”
“그래서 샌드백을 괴롭히는 거야?”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괴롭히라고 있는 거니까요.”
“그, 그렇긴 한데.”
그때였다. 조금 전 대화하던 동료 배우가 말했다.
“수, 수정아. 있잖아. 잘못한 거 있으면 사과할게.”
아니, 이건 뭐지?
“촬영 때문이 아니에요. 알잖아요. 제가 뭐 때문에 화났는지요.”
“알지, 아는데. 그거 아니, 수정아? 있지. 영화 속에서 나 악당이다? 그래서 너랑 붙는 씬 많아.”
마수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네가 그렇게 때릴 상대 말이야. 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