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60)
060
어머나.
마수정은 그제야 동료 배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다.
“에이, 촬영에서는 힘 빼죠.”
동료 배우가 중얼거렸다.
“힘 안 빼면 나는 죽는 거구나.”
“괜찮아요.”
“아니, 맞는 건 나거든.”
무술 감독은 조용히 다가와 주뼛거리며 말했다.
“수정 씨.”
“네?”
“화가 나면 말로 해요. 꼭 말입니다.”
어머나.
마수정은 어색하게 웃었다. 왜일까. 무술 감독님도, 동료 배우도 자신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 * *
나는 허공에 대고 중얼거렸다.
‘총 코인!’
[총 코인: 323,342>와.
‘잘 오르네.’
어제 개봉한 영화는 성공적이었다. 코인이 예전과 다른 기세로 올랐다.
‘엄마 때문에 꽤 썼는데도 바로 회복됐어.’
이대로 오른다면, 근력을 강화할 코인도 금방 모을 수 있었다.
‘뭐,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말이야.’
그래도 가능성은 있었다.
‘그러려면 이번 사극도 꼭 성공시켜야지.’
아, 선우영재 PD의 ‘인연’이라니.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
‘거기에 내가 나온다니.’
잘해야지. 정말 제대로 된 연기잖아.
솔직히 여태까지는 대사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대본도 받았다.
‘빨리 하고 싶다.’
그런데 말입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대본이 문제였다.
‘내가 지금 세 살쯤 되려나.’
언제 태어났는지 몰라서 잘 가늠이 안 되지만, 대략 그 정도였다.
‘대본, 못 읽지.’
그걸 생각을 못 했다.
‘세 살 아이는 아직 글을 못 읽는다는 걸.’
나는 이마를 짚었다.
‘몰랐어.’
나는 고개를 들었다. 덕수 씨가 호박 의자에 앉아서 대본을 넘기고 있었다.
‘보통 그러면 주위에서 읽어주면서 외우는 걸 도와주는구나.’
그래. 뭐, 다 좋았다.
‘어디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외우면 되니까.’
하지만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덕수 씨가 말했다.
“어머니! 오늘 저잣거리에서 선비님을 만났어요!”
와.
‘로봇 같다.’
교과서 읽는 어조가 그나마 낫다는 걸 알게 될 줄이야.
‘아니, 뭐 그래. 여기까지는 견딜 수 있어.’
그 다음은 내 어머니 역의 대사였다.
“이윤아, 멀리 가지 말라고 했잖니.”
아, 이런.
‘미치겠다.’
여성스럽게 어조를 바꾼 덕수 씨의 대사는, 듣자마자 강렬한 충동을 일으켰다.
‘도망가고 싶어.’
저 얼굴에 저런 대사라니, 정말 불일치의 극치였다. 솔직히 3분 이상 듣고 있으면 두통과 이명이 들릴 거 같았다.
‘와, 이건 아니다.’
나는 살려고 손을 뻗었다. 다행히 덕수 씨의 소매가 잡혔다.
“선생님!”
“아, 대사가 어렵습니까?”
아니, 대사는 쉬워요. 당신이 어려워요.
“선생님 너무 못 해여!”
나 좀 삽시다, 덕수 씨.
덕수 씨의 눈동자가 떨렸다. 그러다가 천천히 고개를 떨구었다.
“역시 그렇습니까?”
“녜.”
“저도 어느 정도 알았습니다.”
“죄송해여. 공자가 솔직해서.”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진짜.
“제가 이런 건 잘 못합니다.”
“괘차나여. 못할 수도 있어.”
“공자는 참 착하군요.”
덕수 씨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뱉었다.
“어떡하죠? 공자는 대본을 외워야 하는데. 어머님께 부탁할까요?”
그러면 나야 좋지. 엄마가 그렇게 발연기를 하진 않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배우 마수정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 바빠여!”
“음. 맞습니다. 어머님은 바쁘시죠. 그러면 어떤 분이 좋을까요. 아주머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뭐, 덕수 씨보다는 낫겠지만 솔직히 시간 낭비 아닙니까.’
나는 빨리 대본을 숙지하고 싶습니다.
“별로인가요?”
“녜.”
“큰일이군요. 역시…….”
덕수 씨는 마른세수를 하며 중얼거렸다.
“저 말고 다른 선생님을 데려오는 게 낫겠어요.”
아니, 왜 이렇게 극단적이야.
“안 돼여! 시로!”
“선생님도 공자와 헤어지는 건 싫습니다. 하지만 제 능력 밖의 일이라서…….”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선생님! 공자 조은 방법 있어여!”
“네?”
“그거 하면 선생님 계속 계셔도 돼여.”
“그게 어떤 방법입니까?”
나는 대본을 가리켰다.
“공자, 글자 알려줘요.”
그래. 제일 좋은 방법이 바로 있잖아요.
덕수 씨의 동공이 다시 떨렸다.
“나이에 따른 학습을 하는 게 좋습니다.”
“보통은 그러쳐.”
그런데 이건 특수 상황이잖아.
“공자는 연기해야 해여. 그러려면 대본 봐야 해.”
그러니 한글을 가르쳐요.
‘이미 알지만.’
대강 알아듣는 척하면 되겠지.
“그, 그래도 아직 어린데…….”
이봐요, 덕수 씨.
“배우는 건 나이가 없어여.”
그러니 빨리 가르쳐!
“헉!”
덕수 씨는 내 말을 듣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그렇죠.”
“바로 하져.”
그래. 빨리 끝내자.
“음, 네. 혹시 모르니까 어머님께 연락드려보겠습니다.”
“녜!”
뭐, 엄마라면 가르치라고 할 가능성이 컸다.
덕수 씨는 바로 엄마와 통화했다. 다행히 용건은 짧게 끝났다.
덕수 씨는 다시 호박 의자에 앉아서 말했다.
“괜찮다고 하시는군요.”
다행이다.
“그럼, 빨리 알려줘요!”
“음. 알겠습니다. 그러려면 일단…….”
덕수 씨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내 옷장을 열었다.
‘아니, 왜 갑자기 옷장을 열지?’
덕수 씨는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꺼내더니 바로 목에 걸쳤다.
‘아, 이런…….’
덕수 씨가 걸친 노란 앞치마에는 기억과 니은, 자음과 모음이 가득했다.
“오랫동안 상상했고 결심했습니다.”
뭘요?
“한글을 가르칠 때, 학습에 도움이 된다면 뭐든 걸치겠다고 말이죠.”
아니요.
‘하지 마. 제발 하지 마!’
제가 받을 충격은 생각 안 하는 겁니까, 덕수 씨.
‘지금 당신 굉장히 이상해.’
그런 꼴로 길거리 돌아다니면 신고당할 겁니다.
“아, 이걸 잊었군요.”
덕수 씨는 곰 브로치를 붙였다.
“공자가 좋아하는 곰입니다.”
이, 이런.
‘오늘부터 싫어한다고 할까.’
덕수 씨는 그 꼴로 내게 다가왔다.
“자, 선생님을 보십시오. 이걸 보세요. 이게 기억입니다. 따라 해보세요. 기억!”
“기억!”
젠장.
나는 눈을 깜박였다.
‘이건 나중에 진짜 기억 속에서 빨리 지우고 싶다.’
노란 앞치마와 덕수 씨.
‘무섭다.’
사람이 괴상하면, 두려운 존재가 될 수도 있구나.
나는 덕수 씨가 니은을 가르치는 걸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정말이지, 사는 게 쉽지 않았다.
* * *
“공자는 천재입니다!”
아닙니다.
나는 이유식을 먹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왜 저걸 생각 못 했지?’
덕수 씨의 한글 교실이 너무 끔찍했던 관계로, 빨리 치워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금방 한글을 익힌 척해서일까.
‘이런 사태가 날 줄이야.’
덕수 씨는 눈물을 흘리면서 아주머니께 말했다.
“이렇게 영특한 아이는 처음입니다!”
덕수 씨, 당신은 가르치는 것 자체가 처음이잖아.
“어머, 어머, 그래요?”
“어떻게 3시간 만에 다 익힐 수가 있을까요. 공자는 정말 영리합니다!”
당신을 참는 게 3시간이 한계였어요, 덕수 씨.
“어머, 어머! 하긴 공자가 남다르긴 하죠.”
“영특합니다. 연기를 잘하는 이유도 알 거 같습니다.”
“말도 일찍 했잖아요. 확실히 달라요.”
“정말 천재입니다.”
아주머니와 덕수 씨는 열심히 나를 칭찬하셨다.
‘와, 큰일이다.’
천재 아닌데. 저분들 나중에 실망하면 어떡하지.
‘앞으로 머리 좋은 척을 해야 하나.’
이런저런 고민을 할 때였다. 옆에 앉은 안산댁이 말했다.
“공자는 아기 때부터 대단했어요.”
아, 안산댁.
나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안산댁은 말랐지만, 안색은 한결 좋아 보였다.
‘회복이 순조로우신가 보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모, 이제 괜차나여?”
안산댁은 웃으면서 내 뺨을 문질렀다.
“우리 공자가 걱정해 줘서 빨리 나았어.”
설마요.
“진짜야, 공자야. 이모, 이제 진짜 괜찮아.”
다행이군요.
‘뭐, 회복이 더딘 거보다는 훨씬 낫지.’
나는 이유식을 먹으면서 안산댁에게 말했다.
“이제 아프지 마여.”
건강하셔야죠.
안산댁은 내 말을 듣고 입을 가리고 웃었다.
“에이구. 이 예쁜 거. 동생 것들은 나를 아는 척도 안 하는데, 이 예쁜 애가 나를 걱정하네.”
“마마도 걱정했어여!”
“아가씨에게는 항상 폐만 끼쳐.”
나는 안산댁에게 물었다.
“언제 집에 오세여?”
“두 달 뒤?”
“빨리 나아서 오세여.”
제발 그래 주십시오. 그래야…….
나는 물끄러미 덕수 씨를 바라보았다. 덩치 커다란 선생님은 아직도 울고 있었다.
‘저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안산댁뿐이야.’
아니, 이제 안 울 때도 됐잖아!
“선생님은 어떠시니, 공자야?”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저기요, 안산댁.
‘본인이 여기에 있는데, 평가하라니요.’
듣고 있잖아요.
나는 방긋 웃었다.
“조아요.”
뭐, 잘해주긴 합니다. 부담스러워서 그렇지.
“그래? 나쁜 분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야.”
다시 이유식을 먹으려고 수저를 움직였다.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서 덕수 씨가 대성통곡을 했다.
“제가 좋대요!”
“어머, 축하해요.”
아니, 아주머니. 축하는 왜 해요.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우는 거 뺴고여.”
순간, 덕수 씨의 움직임이 멈췄다.
“선생님, 울보.”
그러니 제발 그만 우십시오.
“그, 공자야. 선생님이 울어서 싫니?”
“우는 것만 빼면 다 좋아여. 좀 그만 울어여!”
덕수 씨가 눈을 깜박였다. 안산댁이 내 반찬을 챙겨주며 말했다.
“어머, 공자가 짜증 내는 거 처음 봐.”
“어라, 그렇네요? 그러고 보면 공자는 항상 생글생글 웃었지.”
“부정적인 표현을 하는 게, 그렇게 나쁜 건 아닙니다. 음…….”
덕수 씨의 입가가 씰룩였다.
“제가 편해진 거 같군요.”
이런.
‘기뻐하지 마.’
나는 그냥 밥 먹는 데 집중했다.
왜일까.
‘다들 과하게 개성적이야.’
안산댁과 아주머니, 덕수 씨까지.
뭐, 좋은 게 좋은 거겠지.
나는 조용히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 * *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카메라와 소품들이 낯익었다.
‘와, 사극이다.’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나는 의상을 입고, 덕수 씨 손을 잡고 가며 활짝 웃었다.
‘아, 상쾌하다.’
역시 현장은 기분 좋았다.
“어머, 너구나. 안녕, 공자야?”
그때, 누군가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해왔다. 돌아보자, 누구인지 단번에 알았다.
‘김은주.’
드라마 속에서 내 어머니 역을 맡은 분이었다.
워낙 유명한 배우였다.
‘지금 시기에도 이미 유명했겠다.’
청순한 이미지와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나중에 일본에서 눈물의 여왕이란 별명이 생기지.’
전생에서도 한번 연기를 맞춰본 적 있었다.
‘물론 나는 깡패였지.’
사석에서는 매우 조용했던 배우로 기억했다.
아무튼,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안냐세요!”
“귀여워라. 얘기는 많이 들었어. 잘 부탁해.”
누가 할 말을요.
“그거 아니, 공자야? 나 수정 언니랑 친해. 같은 체육관 동기다?”
어라?
“어휴, 요즘 수정 언니 바쁘지. 영화 촬영 때문에 다른 체육관 가고.”
김은주는 어깨를 풀면서 말했다.
“아, 찌뿌드드하다. 수정 언니랑 운동하고 싶다. 이럴 때는 킥복싱이 최고인데.”
아니, 어머니.
‘비슷한 분끼리 우정을 나누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