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67)
067
“공자를 보고 있으면 어른인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그러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뭐라 할말이 없었다.
“아, 안뇽히 가세여.”
선우영재 PD는 계속 콧잔등을 긁으며 문밖으로 사라졌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벌써 두 번째 천사다.’
설마 저 천사 소리, 또 듣는 거 아니겠지?
‘아니, 뭐 어릴 때는 괜찮아.’
설마 커서도 듣진 않겠지. 나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된다.’
만약 그렇게 되면 지독한 악역 하나 해서라도 벗어나야지.
막 그런 결심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어?”
눈물이 다시 떨어졌다.
“공자야!”
엄마는 재빨리 손 소독제를 비비면서 나를 향해 달려왔다. 나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마마!”
“내 천사, 또 잠들었다며!”
엄마는 나를 꽉 껴안았다.
‘이런, 미친.’
생각해 보면, 이쪽 수습이 더 먼저였다.
‘어째 첩첩산중이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게다가 30분이 지독하게 길었다.
‘아직도 눈물도 그치지 않다니.’
나 또 연기해야 하나.
나는 엄마 어깨에 얼굴을 비볐다. 또 열심히 변명거리를 짜내야 했다.
* * *
얼마 후 조절된 스케줄이 전달되었다.
‘내 촬영이 갑자기 많이 생겼네.’
다행히 ‘인연’은 아직 방영 전이었다. PD님은 일정을 넉넉하게 뒤로 밀었다면서, 운이 좋다고 했다.
‘기초운 녀석도 순조롭게 회복 중인 것 같고…….’
놈은 아주 쌩쌩 날아다녔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공자야, 형 때문에 놀랐다며?”
며칠 만에 보는 놈은 머리를 긁적이며 환하게 웃었다.
“나 때문에 쓰러졌다고 들었어. 미안해.”
아니야. 그 탓이 아니야.
“횽, 괜찮아요?”
“어, 괜찮지. 형은 강해. 칼이 꼽혀도 괜찮아.”
안 괜찮아, 이 녀석아.
“팔 나았어여?”
그래. 부상이 어느 정도인 거냐?
‘전해 듣긴 했지만, 자세한 건 애한테는 잘 알려주지 않더라.’
기초운은 다치지 않는 팔로 내 볼을 살짝 쓸었다.
“음, 신경도 멀쩡하고. 지혈도 잘 됐고. 회복만 하면 되는데, 아무래도 전투 장면은 당분간 무리지? 팔만 안 쓰면 되는 거라서, 아예 팔 다친 거로 대본을 고쳐주신대.”
그렇군. 그래도 액션 장면이 좋았던 드라마라서 좀 아쉽긴 했다.
“그, 충격받았다던데. 너는 괜찮아?”
“괜찮아여!”
“잠 못 자고 그런 거 아니지?”
매우 잘 먹고 잘 잡니다.
“아니에여!”
“어휴. 다행이다.”
놈은 나를 빤히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왜 저러지?’
기초운은 나랑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횽?”
“아니, 좀 부끄러워서.”
뭐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기초운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 멋있게 집중하는 모습 보여주고 싶었는데, 어째 영 빌빌거리고 사고 나고. 괜히 애한테 못 볼 거나 보게 하고.”
아, 기초운.
‘너, 착하다.’
그걸 신경 쓴 거냐.
‘얘가 이래서 내가 전생에 친했었지.’
나는 씩 웃었다.
“횽아!”
“으, 응?”
“횽아, 멋있어!”
나는 놈의 붕대 감은 팔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야 한데도 촬영하잖아.”
놈은 내가 이런 말을 할지 몰랐는지 눈을 깜박였다. 나는 활짝 웃었다.
“횽은 진짜 멋있어!”
그러니까 쓸데없다고 생각하지 마라, 기초운아.
놈은 나와 자신의 팔을 번갈아 보다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그런 녀석을 여유롭게 기다렸다.
놈이 갑자기 외쳤다.
“공자야!”
“녜.”
“너, 정말 착하구나. 와, 나 눈물 날 뻔했어.”
다행이다. 날 뻔한 거라서. 울지는 마라. 수습이 힘들다.
기초운은 갑자기 나를 꽉 껴안았다. 나는 답답했지만, 놈의 어깨를 조심조심 두들겨주었다.
“횽이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여!”
“나도 그래. 음, 공자야.”
“녜.”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
뭐야, 갑자기 왜 이런 걸 물어?
‘뜬금없는데?’
기초운은 나를 안고 중얼거렸다.
“아, 뭘 해주지? 귀여워 죽겠네. 아, 진짜 동생 삼고 싶다. 데려가면 안 되나? 안 되겠지?”
뭐지.
‘순간 한우진인 줄 알았네.’
기초운은 계속 중얼거렸다.
“이런 애가 동생이었으면 간이고 쓸개고 다 줬을 거야. 와, 나 애간장이 녹았어.”
무슨 소리냐.
“아씨! 엄마는 왜 이런 동생을 안 낳아준 거지.”
아니, 왜 갑자기 어머님 원망이야.
“공자야. 그, 있잖아. 나중에 집에 놀러 가도 되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녜! 마마 허락 받으면여!”
아마 허락 못 받을걸. 애초에 그 집, 성진 그룹 저택이야. 문지방이 높아.
“응! 꼭 놀러 갈게.”
기초운은 굳은 결심을 하며 날 놔줬다. 나는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뭐, 말만 저렇게 하지 실제로 오진 않겠지.’
그래, 그럴 거야.
오늘따라 날씨가 참 맑았다. 사극 찍기 딱 좋은 날씨인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 것도 없는데 괜히 피곤했다.
* * *
나는 눈을 깜박이며 몸을 뒤척였다.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내 방이네.’
그것도 침대 위였다.
나는 조용히 일어나서 침대 난간에 다리를 올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침대 밖으로 내려갔다.
문을 열고 눈을 비비자, 바로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공자 일어났니?”
“녜!”
“곤히 자서 안 깨웠어. 오늘 덕수 씨 쉬는 날이지? 이모랑 밥 먹자.”
“녜!”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공자랑 밥 같이 먹을게요.”
나는 활짝 웃었다. 엄마는 다가와서 내 손을 잡았다.
“공자, 잘 잤어?”
“녜! 마마도여?”
“응. 나도 잘 잤지.”
엄마는 나를 안아 들고 소파로 갔다. 거실에는 TV가 켜져 있었다.
나는 힐끔거리며 열심히 시청했다. 날이면 날마다 볼 수 있는 TV가 아니었다.
‘아, 바람이 닿을 때 나온다.’
아나운서가 말했다.
-바람이 닿을 때가 미네카 국제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습니다.
와, 잘됐네.
‘이 시기에 여는 국제 영화제가 있다니.’
보통은 2월부터 시작 아닌가.
‘그래서 그런가. 모르는 영화제네.’
뭐, 그래도 상은 좋았다. 화면에는 턱시도를 차려입고 상을 타는 이진환 감독이 보였다.
‘좋아 보이시네.’
감독님은 입이 찢어져라 웃고 계셨다.
‘하긴, 첫 작품으로 타는 상이니까.’
잘하면 칸이나 베니스에서도 상 탈 수도 있고 말이야.
이진환 감독이 플래시를 받는 장면 아래, 자막이 떴다.
-바람이 닿을 때 흥행은, 배우의 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한우진이 잘했지.’
시사회 때 보고 느꼈다. 그 역은 한우진이 하길 잘했다고 말이다.
‘전생에 망했던 게, 잘된 거 보니 좀 뿌듯하긴 하네.’
그때 엄마가 내 뺨에 뽀뽀했다.
“우리 공자, 상 타네?”
나는 까르륵 웃었다.
“공자 아니라! 감독님!”
“공자가 저 영화에 출연했으니까, 공자가 탄 거지!”
아닌 거 잘 알지만, 그렇다고 해두자. 엄마가 좋아하니까!
나는 까르륵 웃으며 엄마 팔에 안겼다. 엄마는 내 머리를 쓸어내리며 말했다.
“그래서 그런가. 아주 온갖 곳에서…….”
역시 나 찾는 곳이 꽤 많구나.
엄마는 탁자에 있는 서류를 집어 들며 말했다.
“어휴, 내 천사가 무리하면 안 되는데.”
“공자 괜찮아여!”
“엄마가 괜찮지 않아요. 또 사고 나서 기절하면 어떡해!”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사고가 아니라 사고 목격이고. 기절이 아니라 잠든 겁니다, 어머니.’
매우 다르지만, 엄마에게는 그렇게 큰일처럼 느껴지는 건가.
아마 그만큼 나를 사랑한다는 거겠지.
‘역시 효도를 해야 해.’
안 하면 내가 인간이 아니다.
엄마는 탁자 위에 다시 서류를 올려두며 말했다.
“우리 공자가 너무 유명해져서 걱정돼. 공자야, 그거 아니? 공자 팬클럽 생겼다?”
엥?
‘아니, 뭘 했다고 팬클럽이 생겼어!’
그런 건 아이돌이나 생기는 거 아니야?
‘뭐, 배우에게도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경험해 본 적 없어서 몰랐다.
“공자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나 봐. 공자야, 곰자들이 날 어떻게 부르는지 아니?”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애초에 곰자가 뭡니까?’
엄마는 웃으면서 말했다.
“대모님이래.”
뭔가 종교적이었다.
‘조금 숭고한데?’
아니, 왜 그런 별명을?
“공자 엄마라서 대모님이야.”
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제가 뭐 성인이라도 된답니까.’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괜히 신성 모독하는 느낌이네.’
나는 이상한데, 엄마는 기분이 좋은 거 같았다.
“공자 좋아하는 분들은 스스로를 곰자라고 부르더라.”
아, 곰자가 그 뜻이구나.
‘그, 그런데 곰자라니.’
제 이름이 공자라서 그런 겁니까.
‘아니, 좀 더 좋은 게 있을 텐데.’
왜 곰이지?
엄마는 나를 꽉 안으며 밝게 웃었다.
“우리 공자, 인기 많아서 좋다. 그런데 공자야. 인기란 건 양날의 칼이야. 항상 겸손해야 해. 엄마는 공자가 인기 때문에 이상해지면 정말 슬플 거 같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맞는 말이었다.
‘인기 얻고 목 뻣뻣해졌다가, 한 방에 날아간 스타들이 한둘입니까.’
대중들은 유하기도 했지만, 가끔은 가차 없었다.
‘애초에 잘난 척하는 사람을 누가 좋게 봐.’
나는 엄마 손을 잡으며 말했다.
“겸손할게요!”
“어휴, 내 천사. 그걸 잊지 마렴. 엄마는 공자가 건방져져도, 겸손하게 만들 자신 있지만.”
어라.
‘어, 어떻게 겸손하게 만들어준다는 거지?’
나는 눈을 깜박였다. 엄마는 방긋 웃으며 탁자 위에 서류를 짚었다.
“공자야. 우리 공자가 유명해져서 CF가 많이 들어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지 소비가 과한 게 별로라서 엄마는 웬만하면 안 하겠다고 하는데, 이번 건 거절이 힘들 거 같아.”
뭡니까. 또 디자이너 정리리 선생님입니까.
엄마는 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국가 홍보 CF야. 아마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사람은 다 나올 거 같아.”
아!
‘그러고 보니 이런 거 찍었었지!’
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엄마는 서류를 넘겼다. 힐끗 훔쳐보니 콘티였다.
“엄마는 걱정이야.”
아니, 뭐가요.
“그게 엄마랑 공자, 둘 다 제의를 받았거든. 그런데 내 장면은 그냥 총 쏘는 게 다야.”
나는 엄마가 보는 콘티 장면을 봤다. 엄마가 장총을 장전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이거 죽은 자들의 도시 때문인가?’
그 영화는 북미에서 반응이 좋다고 들었다.
‘괜히 한국 좀비 영화의 포문을 연 게 아니라니까.’
그 이미지 때문에 엄마에게 이런 걸 요구하는구나.
엄마는 다른 장면을 펼쳤다. 거기에는 들판을 달리는 아이가 있었다.
‘아, 이게 내가 찍을 건가 보다.’
하긴 이런 영상엔 아이가 꼭 나오지.
콘티가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음 장면을 넘기자, 엄마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마마?”
“우리 공자가 많이 나오네.”
네?
한 아이가 어떤 할아버지 품에서 웃고 있는 장면이었다.
‘뭐, 저 정도야 쉽지.’
음, 두 장면이나 나오나 보네. 확실히 많긴 하다.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진짜 걱정된다.”
아니, 왜요.
“공자야, 항상 예의 바르고 겸손해야 해. 물론 엄마는 우리 공자가 그런 거 잘 알아. 우리 공자는 너무 착해. 사실 그게 더 걱정이야. 우리 공자가 착해서 손해 볼까 봐.”
아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 착하지 않아요. 챙길 거 다 챙깁니다, 어머니.
“그래도 대통령이랑 찍다니.”
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