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68)
068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통령…….’
솔직히 전생이나 후생이나 정치 쪽은 관심 없었다. 하지만 대통령 얼굴쯤은 알았다.
‘되게 피곤해 보이는 할아버지였던 거 같은데?’
정책이 어땠는지 세세한 건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애초에 선거일 날 투표만 겨우 하는 소극적인 국민이었지, 나.’
음, 어쨌든 그 높으신 할아버지랑 촬영한다는 거구나.
‘대강 예의 바르게 행동하면 되겠지.’
재롱부려서 괜찮아질 상황이면, 좀 웃고 말이야.
순간 한숨이 나왔다.
‘어느새 재롱이 익숙해지다니!’
어떻게 이게 익숙해질 수 있어!
나는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그래, 뭐. 크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지.
엄마는 나를 꽉 껴안으며 말했다.
“괜찮을까. 걱정이네.”
나는 엄마 품속에서 말했다.
“공자, 잘할게여!”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설마 아이에게 무리한 걸 요구하기야 하겠습니까.
엄마는 그런 나를 내려다보며 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말 걱정이다, 공자야.”
괜찮다니까요.
“너무 귀여워서, 대통령도 공자 아들 삼고 싶다고 하면 어떡하지.”
서, 설마요.
‘우리 엄마 날 너무 심하게 과대평가하고 있는 거 같다.’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 털은 부드럽다고 우긴다더니.
“뭐, 그러면 이민 가면 되지!”
그, 그렇겠죠?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저는 떠나기 싫지만요.’
할리우드는 국내 작품에서 두각을 보인 후에 가고 싶습니다.
‘먼 미래에는 한국 작품도 미국 에서 두각을 나타낼 테니까요.’
그때 가도 괜찮습니다, 엄마.
“음, 가게 되면 한 방 먹이고 가야지.”
어, 어라?
‘아니, 보통 한 방 먹인다고 해도 그러려니 할 텐데.’
저기요, 어머니. 상대가 대통령인데도요?
나는 눈을 깜박였다.
‘뭐, 뭐가 뭔지 모르지만 막아야겠다. 내가 잘해야겠어!’
뭘 어떻게 해야 잘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방긋 웃었다.
* * *
국가홍보 CF 촬영장은 그렇게 호화롭지는 않았다.
‘나오는 출연진들이 엄청나다는 거 외에는. 국가 행사도 예산 싸움일 테니까.’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래서인지 왠지 상당히 허술해 보였다.
“야, 크레인!”
“거기 줄 빼지 말랬잖아!”
“미쳤어!”
여기저기서 고함이 터졌다. 덕수 씨가 조용히 내 귀를 가렸지만, 솔직히 별로 소용이 없었다.
“아이가 들을 게 못 됩니다.”
뭐, 그렇긴 하지.
나는 바람개비를 들고 웃었다.
덕수 씨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정신없군요.”
매우 동의합니다.
스탭들 손발이 안 맞는 게 보였다.
“야, 그거 누르지 말랬지!”
“카메라 그 설정 아니야!”
“조명!”
와, 멍멍이가 가득한 판이군.
‘국가홍보 CF인데 이래도 되는 건가.’
이거 타임스퀘어에 건다면서요.
그때, CF 감독이 다가왔다. 감독은 연신 땀을 문지르며 말했다.
“아, 왔군요. 너구나! 완판 신화가!”
음, 아동복 얘기하는 거겠지?
“안녕하세요!”
“어이구, 말도 잘하네. 안녕! 나는 이 감독이야!”
그렇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어휴. 진짜 귀엽네. 일단 돈도 안 주는데 출현 확정해 줘서 고맙다.”
뭘요. 나라를 대표하는 얼굴인데, 제가 감사할 뿐이죠.
CF 감독은 내 얼굴을 빤히 내려다봤다.
“음…….”
나는 눈을 깜박이다 방긋 웃었다.
“업계의 찬사가 진짜였네. 어떻게 자랄지 궁금한 마스크라고 하더니…….”
그러십니까. 누군지 모르지만 보는 눈이 좋으시네요.
‘더 해주세요!’
외모 칭찬은 언제 들어도 좋았다.
이 감독은 잠시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내 얼굴을 살폈다.
“이 각도도 괜찮네. 이것도 괜찮고. 아, 다 괜찮네.”
어떤 각도로 해도 제 얼굴은 완벽합니다.
“이러니 부르는 데가 많지. 그나저나 공자야, 오늘 뭐 하는지 아니?”
나는 배시시 웃었다.
“이거 들고 뛰는 거라고 들었어요!”
소품인 바람개비가 팔랑거렸다. 이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저기서 저기까지, 뛰어오면 돼. 웃으면서!”
나는 집에서 본 스토리보드를 떠올렸다.
‘잔디밭에서 어린 아이가 바람개비를 들고 뛰어가지.’
이 얼굴로 뛰어가면 CF 효과가 완벽하겠는데요.
‘국가홍보 CF에 어린아이는 꼭 나오지.’
나는 씩 웃었다.
‘소소하지만 나중에 활동 이력도 되고 좋지, 뭐.’
그때였다. 고함이 다시 들렸다.
“그거, 거기다 빼지 말랬잖아!”
“야, 불꽃 튄다니까!”
“크레인 좀 잘 해봐!”
저거 또 저러네.
감독은 한숨을 내쉬며 소리쳤다.
“야! 애도 있는데!”
“죄송합니다.”
“아, 좀. 촉박해서 열 받는 거 아는데, 잘 좀 하자!”
분위기 대단하네.
나는 슬쩍 뒤로 물러났다. 뭐, 이런저런 격한 소리가 다시 오갔다.
‘별생각 없지만 말이야.’
나는 바람개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보통 이런 촬영장은 계속 무슨 일이 생기던데.’
감독은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다. 주변이 시끄러우니 덕수 씨가 다시 내 귀를 가렸다.
낮은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람들이 공자에게 화내는 거 아닙니다.”
엥? 그건 당연하잖아요.
‘당연히 나 때문에 저러는 거 아니죠. 왜 그런 말을 하지?’
눈을 깜박이다 아차 싶었다.
‘하긴 보통 어린아이는 주변사람이 소리치면 그게 자기 탓인 줄 알지.’
그래서 부부싸움이 안 좋다고 듣긴 했다.
나는 방긋 웃었다.
“알아여!”
덕수 씨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다행입니다. 이런 환경에 노출 시키고 싶지 않은데…….”
나는 덕수 씨 소매를 잡아당겼다.
“괜찮아여. 공자는 강해여.”
나는 사람들 소음 속에서 말했다.
“선생님 걱정하는 게 더 걱정이예여.”
부디 신경 쓰지 마십시오, 덕수 씨.
순간 손이 눈에 띄게 움찔했다. 살짝 돌아보니 덕수 씨 뺨에 눈물이 한줄기 흘러내리고 있었다.
‘울지 마!’
밖에서는 자제 잘하더니.
“공자는 참 착합니다.”
덕수 씨는 병아리 무늬 손수건을 선글라스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런 비교육적인 상황에서 저를 위로하다니요.”
노란색 손수건이 젖어갔다.
그만 울어요. 쳐다보잖아!
나는 덕수 씨를 토닥였다.
‘상황은 난리지, 덕수 씨는 울지.’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상쾌한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있었다.
‘음, 좋은 개판이다.’
잠시 뒤, 아수라장 속에서 스탭이 말했다.
“아역, 준비해 주세요.”
하라면 해야지.
나는 바로 달려갔다. 물론 그 와중에도 고함은 줄지 않았다.
“야, 크레인 계속 떨리잖아!”
“좀 잘 잡으라니까!”
괜찮을까, 저거.
‘혼란스러울 때 제일 좋은 건, 내가 할 일만 생각하는 거지.’
나는 거리를 가늠했다. 그 혼란 중에도 다행히 스탭은 내가 달릴 길을 표시해 두었다.
“슛 들어갑니다!”
나는 바로 준비했다.
“레디! 액션!”
나는 해맑게 뛰어갔다. 바람개비를 팔랑팔랑 돌리면서, 평화를 반기는 비둘기처럼 선량하게 웃었다.
‘아수라장 속에서도 연기를 잘하는 게 프로지.’
감독이 외쳤다.
“컷! NG!”
어라?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 잘했는데?’
이유는 바로 알았다. 카메라 주위에 에프킬라를 뿌리는 스탭이 보였다.
‘아, 벌레.’
야외 촬영은 이게 문제지.
나는 돌아서서 다시 걸어갔다. 스탭이 따라오면서 말했다.
“다시 뛸 수 있지?”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녜!”
“어휴, 그래. 다시 가자.”
벌레가 정리됐는지 감독이 다시 외쳤다.
“슛 들어갑니다! 레디, 액션!”
나는 다시 아까와 같이 뛰어갔다. 솔직히 연기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달리기 연습해 놔서 다행이다.’
역시 연기자에게 체력은 기본이었다. 그것이 비록 아역일지라도 말이다.
표시된 부분까지 다 달렸을 때였다. 감독이 외쳤다.
“컷! NG!”
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번 NG 이유도 바로 나왔다. 감독이 바로 큰소리로 외쳤다.
“야, 크레인 흔들리잖아!”
이런.
바람이 불어서일까. 크레인이 미친 듯이 삐걱거렸다.
‘어떻게 크레인이 흔들리지.’
저거 안전 문제도 있잖아.
“바람이 심해요!”
아.
나는 내 머리를 흐트러트리는 바람을 맞으며 고개를 들었다. 파란 하늘과 구름은 동화처럼 예쁜데 바람이 심하긴 했다.
‘십 년 지나면 이런 장면은 드론으로 대체될 텐데…….’
아직은 크레인이구나.
감독이 외쳤다.
“바람이 잦을 때까지 기다려!”
음, 그러면 나는 원래 위치로 돌아갈까.
나는 빙글 돌아서서 다시 걸어갔다. 주위에 있던 스탭이 말했다.
“그, 힘들지 않니?”
“괜찮아여.”
“너는 잘 찍었어. 그 상황이 별로네.”
나는 활짝 웃었다.
“알아여!”
내가 밝은 표정을 지으니, 스탭이 따라 웃었다.
“힘들 텐데, 내색도 안 하네.”
아니, 뭐 두 번 찍은 거 가지고.
‘현장에서 이런 건 흔해 빠진 일인데요, 뭐.’
물론 애들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유명한 애라고 들었는데 되게 의젓하구나.”
나는 자리에서 바람이 멎기를 기다렸다.
‘그나저나 나라 홍보 CF인데, 돌발상황이 많네.’
불길하게 시리.
설마. 나라 앞길에 바람 불고 벌레 끼는 걸 암시하는 건 아니겠지.
‘뭐, 힘든 상황을 지나서 더 잘 될 수도 있는 거니까.’
바람이 천천히 멎어갔다. 스탭은 내 머리와 의상을 다시 정돈해 줬다.
나는 조용히 기다렸다.
“슛 들어갑니다. 레디! 액션!”
나는 이번에도 완벽하게 평화의 비둘기처럼 뛰어갔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야지.’
그래도 이번에는 OK 하겠지?
하지만 내 예상은 바로 빗나갔다. 감독이 외쳤다.
“컷! NG!”
또, 왜요.
감독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더니 스탭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제대로 안 하냐!”
소품 스탭 한 분이 내 바람개비를 뺏어갔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바람개비 다리 하나가 부러졌군.’
저런.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나라 홍보한번 하기가 참 힘든가 봅니다.’
감독은 스탭을 혼내더니 나에게 슬쩍 다가왔다.
“지쳤니? 그, 상황이 이렇다. 미안하다.”
나는 이 감독을 빤히 바라보았다.
‘좋은 분이구나.’
아역에게 사과도 하다니 말이야.
‘솔직히 여기서 나에게 짜증을 부렸다면 현장 분위기는 피곤해지지.’
하지만 이분은 나를 다독였다.
‘이러면 맞춰드려야지.’
나는 활짝 웃었다.
“괜찮아요!”
실제로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 그래. 와, 시방 억수로 예쁘네.”
아니, 갑자기 웬 사투리?
“느그 아들내미인지, 성격도 좋다, 야.”
음, 어느 지역 사투리야?
‘섞인 거 같은데…….’
감독은 내 어깨를 살짝 토닥였다.
“힘들 텐디, 티 안 내줘서 고맙다. 야.”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고생하세요!”
“어……. 그랴. 생긴 게 예뻐서 그런가, 마음씨도 억수로 곱네.”
감독은 피곤해 보였다. 나는 숨을 골랐다.
소품팀이 바람개비를 바꿔왔다. 그리고 다음 촬영은 드디어 성공이었다.
* * *
솔직히 그거로 이 환난이 끝난 줄 알았는데 말이야.
나는 감독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가는 걸 지켜보았다.
‘진퇴양난이란 게 이런 거지.’
하필 국가홍보 CF 찍을 때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을까.
“어, 어, 어…….”
저런.
나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이 사태의 원인이 있었다.
‘대통령 할아버지가 문제일 줄이야.’
나는 걸어 들어오는 국가 원수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느낌은 TV랑 똑같구나, 였다.
‘문제는, 얼굴이야.’
대통령 할아버지 얼굴에는 다크서클이 팬더처럼 내려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