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some Since Birth, Road to Stardom RAW novel - Chapter (71)
071
마수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수윤이 누구예요?”
“천재라고 유명한 아역. 공자보다 4살 많지?”
“어머나. 나이 차이가 너무 나잖아요.”
서 사장은 씩 웃었다.
“그러게.”
“그냥 눈에 띈다고 둘이 붙었나 봐요.”
“한 스무 살 중반이면 모를까, 어릴 때는 성장 속도라는 게 있는데 말이야. 인간적으로 동갑이어야 라이벌이지.”
마수정은 스마트폰을 쓱 보며 조금 웃었다.
“기자들이 잘하는 방법이네요.”
“아니.”
서 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한수윤네 소속사가 수 쓴 거 같은데?”
마수정은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공자에게 얹혀 가려고요? 한수윤 소속사가 어디인데요?”
“제이워크.”
마수정은 바로 한숨을 내쉬었다.
“거기 별로잖아요.”
“악질이지. 그러니까 아역 가지고 이럴 수 있는 거지.”
제이워크는 문제가 많았다.
‘덩치는 크게 불렸지만, 정산에 문제가 있던 회사라고 들었는데…….’
그래서 소속 연예인들이 나갈 때쯤 소송문제가 많은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런데도 계약을 자주 하지.’
자체 프로그램 제작을 많이 해서 더 문제였다.
‘여기저기 진출하기도 하고 말이야.’
마수정은 이마를 짚었다.
“골치 아프게 됐네요.”
“그러게. 수정아, 내 첩보로는 말이야. 제이워크에 대 MC, 주기성이 이적한대.”
“어라, 그분도 떼이겠네요.”
“자체 프로그램 제작이 좋긴 한가 봐. 덥석덥석 물 정도면 말이야.”
마수정은 곰곰이 생각하다, 손날로 목을 그었다.
“확, 칠까요?”
“칠 수 있냐?”
“농담이에요.”
마수정은 어깨를 폈다.
“뭐, 여기저기 연락해서 살짝 비틀고 한방에 터트리면 가능할 거 같긴 하지만요.”
“그, 연락하는 게 누구인데?”
“성진 관련이죠.”
서 사장은 고개를 푹 숙였다.
“수정아. 너 재벌 집 여식인 거 평소에는 전혀 모르겠거든? 그런데 오늘에야 알았다.”
“어머나. 제가 좀 그쪽에서도 미운 오리 새끼이긴 하죠.”
“미운 오리라고 하기에는 이미 백조 된 지 오래 아니냐.”
마수정은 피식 웃었다. 머릿속에 항상 못마땅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집주인의 눈빛이 살짝 스쳤다.
“성진이랑 분리되고 싶어도 영 그러지 못하네요.”
“수정아…….”
“아무튼, 이건 좀 신경 쓸게요. 내 천사에게 허튼짓 하나, 감시는 해야겠어요.”
서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노력할게.”
“우리 공자, 잘 부탁해요. 이제 소속 배우인 거 아시죠?”
서 사장은 씩 웃었다.
“오히려 내가 잘 부탁해야지. 내가 보기에는 공자는 복덩이란 말로 부족해.”
“당연하죠.”
마수정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어느 날 날 구원해 주러 온 천사라니까요.”
“천사인 건 모르겠지만, 다들 좋아하긴 하지.”
“아, 그거…….”
마수정은 조용히 손가락으로 꼽았다.
“한우진, 기초운. 뭐 여기까지는 같이 일해서 그렇다 치는데요.”
마수정은 작게 중얼거렸다.
“설마 대통령도 끼진 않겠지.”
“엥?”
“천사라서 그런가. 다들 가져가려고 해.”
“저, 저기. 수정아. 대통령은 뭐야?”
“대통령이 우리 공자를 덥석덥석 안더라고요.”
그럴 장면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때만 생각하면 마수정은 아직도 열이 받았다.
“자기 손주나 안을 것이지.”
“대, 대통령이? 와! 공자 크게 노네. 애가 담이 장난 아니다.”
“뭘 크게 놀아요! 천사라서 그래요! 너무 귀여우니까 아주 온갖 사람들이 다 손대잖아!”
마수정은 주먹을 꽉 쥐었다가 폈다.
“이러다 누구 하나 진짜 데려갈 거 같아서, 화난다니까요. 어디 그래 봐라. 뼈와 살을 분리해 버릴 테다.”
“그, 대통령인데도?”
“알 게 뭐예요!”
“아, 알 거 많아. 안 된다. 너 그러면 인터폴에 잡혀가!”
“대통령 치고 튀면 인터폴이에요?”
“그, 그러게?”
“어디 망명 신청하면 안 받아줄까요?”
서 사장은 할 말이 없었다.
“그냥 거기서 대통령만 빼라.”
“제일 위험한 사람인데요. 대통령한테는 깽값도 못 주잖아요.”
“아하하하. 수정아, 부탁이다! 안 돼!”
그녀는 씩 웃었다.
“농담이에요.”
“무슨 농담이 그렇게 무섭냐!”
“뭐, 정 안 되면 이민 갈 거라는 건 농담 아니지만요.”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튼. 공자 좀 신경 써주세요, 사장님.”
“야, 어떻게 신경 안 쓰냐. 지금 우리 회사에서 제일 대본 많이 들어오는 애다.”
“네. 그러네요.”
“그래그래. 이야. 바쁘네. 시나리오도 골라야 하고, 감독들도 검토해야 하고. 곰자분들과도 소통해야 하고.”
서 사장은 신나서 일어났다. 마수정은 조금 웃었다.
괜히 이 사람을 사장으로 만든 게 아니긴 했다.
‘일을 순수하게 좋아하지. 그나저나 라이벌이라…….’
마수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로 가라앉으면 좋을 텐데.’
왜일까. 그건 아닐 거 같았다.
* * *
‘흥분하셨군.’
나는 눈앞에서 씩씩거리는 단역 배우를 바라보았다. 이분은 10분 전부터 와서 열변을 토해내고 있었다.
“우리 공자가 최고지!”
“당연하지!”
“한수윤이 어디다 비벼!”
한번 운을 떼면 여기저기서 대답했다.
“우리 공자가 더 귀여워!”
“나 진짜 화났잖아!”
아니, 저기요. 도대체 왜 이러십니까.
나는 덕수 씨를 빤히 바라보았다. 내게 대답을 해줄 보모는 선글라스를 고쳐 썼다.
“별로 좋은 일이 아니라서 함구하려고 했습니다.”
“선생님, 여기저기 난리예여.”
“그, 모르는 게 낫습니다.”
“왜여?”
덕수 씨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서 내려왔다.
“어, 어디 가나요?”
“물어보러 가여.”
덕수 씨는 바로 내 어깨를 붙잡아 당겼다.
“음, 그러니까 말이죠.”
아, 밥 짓나. 왜 이렇게 뜸을 들여.
다시 품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였다. 단역들이 다시 말했다.
“그런데 서산별곡이랑 붙었다며?”
“응. 그래서 감독님도 살짝 흥분하셨어.”
“서산별곡 제작비 장난 아니라던데.”
“우리의 두 배래!”
“와. 그러다가 그쪽, 우리한테 뒤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새 되는 거지.”
아하. 대강 알겠다.
‘서산별곡이랑 동 시간대에 방영되나 보군.’
음, 원래는 인연이 먼저 방영되는데.
‘기초운 부상 때문에 그런가.’
음, 이거 좀 재미있게 됐네. 그런데 한수윤이라.
덕수 씨가 천천히 설명했다.
“그, 연기 잘하는 아역 배우가 있나 봅니다. 이름은 한수윤입니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유명한 애인가 보네.’
그런데 왜 나는 기억이 없지?
‘성인 되고 이름을 바꿨나?’
순간, 나는 손뼉을 쳤다.
짝-
‘기억난다.’
한수윤.
작품을 본 적 있었다.
‘대표작이 공은 둥글다, 였어.’
아역들이 주연인 영화로 관객수 칠백만을 기록한 건 기억에 있었다.
‘좀 특이한 아역이었어.’
한수윤은 성인이 되고 연기를 그만뒀다.
‘솔직히 잡음도 있었지.’
사연이 꽤 자극적이었다.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애를 자기가 데려가겠다고 싸웠는데, 그 이유가 잘나가는 아역이어서였지.’
나는 눈을 깜박였다. 덕수 씨는 그런 나를 무릎에 앉히며 말했다.
“그 아이랑 공자가 라이벌이란 기사가 나왔나 봅니다.”
아하.
‘그 승부는 시청률로 내고?’
나는 속으로 쓰게 웃었다.
‘작작 해라.’
자기들 마음대로 정하네, 아주.
덕수 씨가 중얼거렸다.
“걱정입니다. 어른들 유희에 아이들만 다치는 느낌입니다.”
뭐, 교육상 좋진 않겠네.
‘보통 아이라면 스트레스 받을 거 같긴 하다.’
그런데 저는 인생 2회차 아닙니까.
나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공자는 신경 안 써여!”
덕수 씨는 선글라스를 벗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까? 다행입니다. 안심했습니다.”
“그런데요.”
나는 덕수 씨의 선글라스를 다시 씌워줬다.
“공자, 이길 거예요!”
“네?”
“공자는 이기는 게 조아여!”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어느덧 단역들과 스탭들이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야구 보러 오신 분들 같군.’
관전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럼, 사기를 고취시키는 게 좋겠지.
나는 한쪽 팔을 번쩍 들었다.
“공자 이기고 시퍼요! 도와주쎄여!”
혼자는 이길 수는 없는 법 아닙니까.
그때였다. 단역 한 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도와줄게!”
“질 수 없다! 시청률!”
“우리 공자! 반드시 이기게 해주마!”
덕수 씨 빼고 모든 사람이 일어나서 외쳤다.
“시청률, 이긴다!”
“우리 공자가 이기고 싶댔어!”
“감독님께 말하자! 어떻게든 이기겠다고!”
와.
‘나 평판 좋구나.’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감사해여!”
“우오오오오!”
“이긴다! 이긴다! 이긴다!”
나는 씩 웃었다. 덕수 씨는 내 귀에 대고 작게 말했다.
“그러다 지면 어떡하려고요. 상처받습니다!”
진다고요?
‘안 지니까 이러죠.’
서산별곡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초반에만 겨우 반짝였다. 하지만 이 드라마 ‘인연’은 몇 년이 지나도 잘 만든 드라마로 손꼽혔다.
‘해외 진출해서 더 유명해지지.’
덕수 씨의 선글라스가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다시 위로 올려줬다.
“선생님, 공자 믿어여!”
나는 가슴을 툭툭 치며 말했다.
“이길 거예여!”
“어…….”
그때, 스탭이 천막으로 다가왔다.
“공자야! 나가야 해!”
“녜!”
나는 가볍게 통통 뛰어갔다.
‘몰랐는데. 이기는 싸움을 하는 건 정말 기분 좋네.’
나는 덕수 씨를 힐끔 돌아보았다.
‘아니, 왜 굳어 있지?’
내가 이긴다고 하는데도 영 못 믿는 모양이었다.
‘이런, 믿는 자에게 복이 있을 텐데.’
나는 씩 웃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꽤 재미있었다.
* * *
촬영장에서 나를 맞이한 건, 조연출의 연기 지시였다.
“공자야. 이번 장면은 서럽게 울어야 한다. 대본은 다 외웠지?”
“녜!”
“공자 연기력에 우리는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나는 방긋 웃었다. 솔직히 조금 의외이긴 했다.
‘대본이 달라졌어.’
솔직히 이 장면은 내가 보지 못한 것이었다.
‘간단한 대사는 있었지만 서로 부둥켜안고 끝이었던 거 같은데…….’
지금 대본은 절절하기 그지없었다.
‘기초운이 부상당해서 그런가.’
액션 장면이 없어져서 감정선이 강해진 여파가 내 대본에도 온 건가.
나는 고개를 살짝 뺐다. 내 상대역인 기초운이 다가와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 감정이 잘 안 잡히네.”
얘는 또 이러네.
기초운은 계속 내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잘할 수 있으려나. 아, 걱정된다”
“횽아. 공자 머리 망가져! 그러면 누나가 고쳐야 해여.”
“아, 미안.”
기초운은 서둘러 손을 뗐다. 놈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안정이 안 돼서 말이야. 네 머리카락이 부드러워서, 그만.”
성가신 녀석.
“이 장면, 엄청 중요하거든. 나와 네가 부자인 걸 확인하는 씬이잖아.”
그렇긴 하지.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기쁨의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해야 하니까.’
솔직히 연기력이 굉장히 중요한 씬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이 나이에 하기에는 굉장히 무리인 씬인 것 같은데.’
그런데 왜 이렇게 된 걸까.
답은 금방 나왔다. 감독이 다가와서 말했다.
“이겨야 해.”
선우영재 PD가 중얼거렸다.
“드라마 국장이 내 어깨에 우리 방송국의 미래가 달렸다면서 지면 가만 안 두겠다고 했어요.”